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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월 님의 서재입니다.

1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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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건보
작품등록일 :
2020.11.24 15:24
최근연재일 :
2022.09.2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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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055

작성
21.01.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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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2화

DUMMY

52.


“호오.”

“뭐 때문에 그러십니까?”


유리의 질문에도 그는 눈길을 돌리지 않고 가면만 이리저리 살펴봤다.


“인간이라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부활 주술을 지금까지 들키지 않고 진행한 게 요행은 아니었군.”


소크테라는 눈을 유리에게 돌리고 손가락으로 가면의 눈을 가리키고 두드렸다.


“자네는 봐도 모르겠지만 이 눈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고대어를 이용해 만든 그림이네. 인간의 역사서나 고서적에 이런 기록은 전혀 없을 텐데 말이야.”

“그 부분에 관해서는 울드한테 들은 게 있습니다. 주술을 실행하기 전에 동쪽에서 주술사들의 보고를 찾았다고 했습니다.”


유리의 말에 소크테라가 얼굴을 구기며 입을 열었다.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자네가 말하는 동쪽이 설마 작열하는 사막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그 사막이 맞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크게 문제가 있지. 황도의 건축도를 가지고 있다고 했지. 그것도 어서 주게. 빨리.”


유리는 배낭에서 건축도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잠시 집중을 해야 하니 불러도 대답은 해주지 못할걸세.”


소크테라는 몸을 돌리고 건축도를 책상 위에 올렸다.

다른 종이와 펜을 꺼내고 그 위에 빠르게 무언가를 그려나갔다.

펜을 움직일 때마다 그의 몸에서 금색의 빛이 흘러나왔다.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마나군.’


유리는 펼쳐둔 감각으로 흘러들어오는 온화하고 강대한 마나에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이 힘을 온전히 빌릴 수만 있다면 이 사태를 훨씬 빨리 끝낼 수 있을 텐데.’


점점 강렬해지는 금색의 빛에 유리는 손으로 가리는 것을 모자라 아예 눈을 찌푸렸다.


‘이보다 빛이 강렬해지면 눈이 멀 것 같은데.’


남은 차를 한 번에 들이키고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빛을 피해 밖으로 나갔다.

밝게 빛나는 그의 집을 등지고 바닥에 앉아 가만히 숲을 바라봤다.


‘도대체 뭐 때문일까.’


유리는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을 어떻게든 추측을 해보려 했으나.


‘그쪽의 지식이 없으니 떠오르는 게 없군.’


곧바로 포기했다.

그래도 한가지 알 수 있는 것은 있었다.


‘저 작업이 끝나면 놈들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무언가를 얻을 수 있어.’


그래서 군말 없이 기다렸다.

소크테라의 기운 때문인지 등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으로 피로가 풀리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단검을 손질했다.


‘그러고 보니 왼손에서 느껴지던 통증이 더 이상 느껴지지가 않는데 어떻게 된 거지?’


유리는 단검을 바닥에 내려두고 왼손에 감긴 붕대를 풀었다.


‘상처가 언제···.?’


왼손을 뚫었던 검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다.

유리는 밝게 빛나는 집으로 눈을 흘기며 다시 단검을 손질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빛 말고는 영향을 줄 만한 건 없어. 절름발이랑 불편함 없이 싸울 수 있겠어.’


검신에 묻은 여러 체액을 닦아내고 손잡이를 단단히 고정했다.


‘그보다 꽤 오래 걸리는데.’


짐 정리까지 끝내고 한참을 기다려도 강렬한 빛은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빛을 오래 쐰 덕에 완전히 사라진 피로감에 편안함을 느끼며 얌전히 기다렸다.

유리는 팔을 들어 올려 새로 받은 팔찌를 쳐다봤다.


‘모양이 달라진 것 말고는 크게 변한 건 없네. 보석은 새하얗기만 할 뿐이고 나뭇잎은 황도를 가리키고 있고.’


팔을 내리고 고개를 들어 나무에 가려진 하늘을 쳐다봤다.


‘추측을 하는 것보단 소크테라에게 묻는 게 빠르겠지.’


그리고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다.

사그라들지 않는 강렬한 금빛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도 이게 최대인지 더 밝아지거나 하지는 않네.’


고개를 다시 돌리고 머리를 벽에 기댔다.

온몸을 뒤덮는 따뜻함과 편안함에 크게 하품을 했다.


‘지금이 아니면 끝날 때까지 잠을 한순간도 못 잘 것 같은데. 눈을 붙여야 하나.’


그 생각을 하기를 잠시 숲을 훤히 밝히던 금빛이 조금씩 사그라 들었다.


‘글렀군.’


유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장시간 앉아있어 굳어버린 몸을 풀었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기다리니 약간 밝긴 하지만 물체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밝기가 줄어들었다.


‘이제 거의 끝나가네.’


그래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시선은 자연스레 소크테라에게 향했다.


‘그래도 아까보다는 기운도 가라앉았고 손도 많이 느려졌어.’


소크테라의 침대에 걸쳐 앉고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의 기운이 가라앉을수록 빛이 사그라들고 손도 느려졌다.

얼마 가지 않고 기운과 밝기는 모두 사라졌다.


“후···.”


소크테라는 깊게 한숨을 내쉬고 펜을 정리하며 식어버린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중요한 일이라서 말이야.”

“괜찮습니다. 그 일은 저한테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심지어 뭔가를 알아내셨지 않습니까?”

“뭔가가 아니야. 엄청난 뭔가지.”


소크테라는 건축도면과 함께 그림을 그린 종이와 가면을 건넸다.


“일단 가면에는 특별한 건 없네. 그걸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연기 같은 걸로 가려져도 앞을 볼 수 있다는 것과 동료와의 교신. 그 두 개가 다네.”

“동료와의 교신이라면 그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도 있는 겁니까?”


소크테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들은 아마 따로 몸에 주술도 새겼을 거야. 마음 같아서는 자네한테도 해주고는 싶지만, 전에도 말하지 않았나. 자네와 같은 경지의 사람의 몸에 주술을 새기면 부하가 일어난다고.”

“역시 그 부분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군요. 그럼 어르신께서 주신 종이는 뭡니까?”

“그게 가장 중요한 거야. 지금 이 상황을 완전히 뒤엎을 수 있는 단서일세.”


차를 한 모금 마셔 건조해진 목을 축였다.


“가운데 큰 원에서 뻗어 나온 3개의 작은 원이 보이지. 제국의 지도와 그 원들이 겹치는 장소는 다량의 사기가 모이는 장소들이네.”

“드디어 찾았군요.”


유리는 종이를 양손으로 붙잡고 뚫어지게 쳐다봤다.


“진정하고 앉아서 우선 내 설명부터 듣게. 그것만 보고는 자네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나.”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소크테라는 흥분한 유리의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차를 한잔을 건넸다.

유리가 차를 마시고 진정을 하는 듯해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선 가운데의 가장 큰 원은 바로 황도일세.”

“그럼 이 정도 축적의 지도를 먼저 구해야겠군요.”

“그렇지. 하지만 그런다고 끝이 아니야. 우리가 찾아야 할 건 이 장소들이 아니라 주술이 행해지는 장소야.”

“그것도 이것을 보고 찾을 수 있겠죠?”

“맞아. 세 원의 중심을 기준으로 잡고 황도와 북쪽 그리고 남쪽 성벽의 중심으로 선을 그었을 때 겹치는 위치가 우리가 찾는 장소일세.”

“드디어 끝을 낼 수 있군요.”

“그건 그렇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어. 이 주술을 끝을 내려면 내가 말했듯이 완성되기 직전에 자네가 받은 검을 찔러넣어야 해. 그 시간은 아직 8일이나 남았지. 자네는 그 시간 동안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어.”


그 말과 함께 유리의 손에 들린 종이를 가로채고 세 개의 원들을 가리켰다.


“자네는 어떻게 해서든 다량의 사기가 모인 이 세 군데를 다량의 마나를 이용해 크게 뒤흔들어야 하네.”

“어째서입니까? 그릇과 함께 영혼을 죽이면 되는 것 아닙니까?”

“처음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자네의 얘기를 듣고 도면을 살펴보니 그렇게 해서는 절대로 주술에 닿을 수가 없어.”

“이유가 있습니까?”

“이 세 장소는 다름이 아니라 힘을 흡수하고 있는 자신을 건드릴 수 없게 보호를 해주는 주술일세. 한 곳당 한 번씩 총 세 번을 보호할 수 있지.”


유리는 소크테라의 말을 머릿속으로 한 번 정리를 하고 입을 열었다.


“그 세 군데를 흔들면 다시 그만한 양의 사기를 모으는 데는 얼마나 걸립니까?”

“황도의 사기를 끌어다 쓰니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한 시간도 안 걸릴 거야. 그리고 동시에 흔들지 않는 이상 의미가 없어.”

“그럼 준비를 꽤 치밀하게 해야겠군요.”

“그렇지. 힘들겠지만 이 방법이 유일한 방법일세. 이 순간을 놓치면 자네의 거래는 없던 걸로 될걸세.”

“그럼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만.”


유리는 핸드에게 받았던 반지를 빼 소크테라에게 건넸다.


“이 반지를 만들어 주실 수 있습니까? 꼭 반지가 아니라도 상관없습니다. 이 안에 담긴 주술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일회성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 만들어 줄 수 있네.”

“두 번은 필요 없습니다. 한 번이면 됩니다.”

“세 군데를 동시에 흔들 방법이 있나 보지?”

“예. 다행스럽게도 말이죠.”

“알겠네. 어려운 작업이 아니기도 하지만 시간이 시간이다 보니 최대한 빨리 만들어 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소크테라는 종이를 돌려주고 다시 몸을 돌려 작업에 들어갔다.

유리는 흥분한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차를 홀짝였다.

그렇게 끝나길 기다리는 와중에 소크테라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느낀 건데 무슨 일이 있었나?”

“딱히 없습니다. 언제나처럼 죽고 살아나는 걸 반복하고 있습니다만.”

“그런가?”

“뭐 때문에 그러십니까?”

“아니, 내가 느끼기에 자네는 지금 망가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일세.”

“그것 때문이셨습니까?”


유리는 차를 홀짝이고 덤덤히 얘기를 이어갔다.


“이곳에 오기 전에 잠깐 황도에 있었는데 딸의 시체를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분주히 움직이던 소크테라의 손이 멈췄다.


“그, 미안하네. 내가 얘기를 잘못 꺼냈구먼.”

“저는 괜찮습니다. 딸의 시체를 확인하고 죽고 살아나기를 반복하니 아예 그런 감정이 사라지더군요. 회귀의 후유증도 사라져 죽는 데 불편함도 없어졌습니다.”

“자네한테만 괜찮은 거지 남이 볼 때는 고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고 생각할 걸세.”

“어차피 볼 사람도 마땅히 없습니다. 딸을 구하려고 할 때부터 대부분의 연은 다 끊고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모르겠구먼.”


소크테라는 다시 손을 움직이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래서 딸은 잘 묻어주고 온 건가?”

“일단은 경치가 좋은 곳에 묻어주고 왔습니다만 미안한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조금만 더 있었으면 양지가 바른 곳에 묻어줬을 텐데 그러지를 못해서 말이죠.”

“딸도 다 이해를 해줄걸세. 이것도 전부 자네의 딸을 위해서이지 않나.”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만.”

“내가 얘기를 먼저 꺼내 이런 말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우울해지려고 하는데 이 얘기는 그만 넘어가지. 자네는 괜찮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가 않네.”

“예.”


유리는 다시 차를 홀짝이며 시선을 소크테라에게 받은 종이로 옮겼다.

그도 막상 유리와 나눌 대화가 없기에 다시 작업에 집중했다.


‘확실하지는 않겠지만 대충의 거리로 보면 위쪽은 아무래도 제1 폐광인 것 같은데. 동쪽과 남쪽은 지도에 겹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고. 그리고 가운데는.’


그의 시선은 세 장소의 가운데라고 예상되는 곳에 멈췄다.


‘확실하지는 않겠지만 이 부근이면 아마 숲이었으니. 숲 어딘가에 주술을 위한 장소가 있겠어.’


유리는 위치를 추측하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입 밖으로 꺼냈다.


“어르신께서는 달에서 흐르는 기운을 받아야 주술이 완성된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분명히 그랬지.”

“그럼 분명 천장이 뚫려 있겠죠?”

“그렇겠지. 그리고 넓은 광장 같은 구조일걸세. 여러 기운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여러 주술을 사용할 수밖에 없네. 그리고 기운의 양도 방대하니 어지간한 넓이로는 힘들겠지.”

“그렇군요.”


그는 차를 홀짝이며 세 지점의 가운데를 주시했다.


‘이 숲 어딘가에 그런 장소라. 지도만 있으면 찾기에 힘들지는 않을 것 같군.’


가면과 도면 그리고 종이를 배낭에 집어넣고 남은 차를 마시며 작업이 끝나길 기다렸다.

소크테라는 단 한순간도 집중력을 흐트러지지 않고 작업에 열중했다.

그의 말대로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던 것인지 금세 움직이던 손을 멈췄다.


“여기 있네.”


그는 유리가 줬던 검은색의 반지와 나무로 만든 반지를 건넸다.

유리는 각각 검지와 중지에 반지를 꼈다.


“손을 움직이는 데 불편함은 없는가?”


유리는 손을 쥐었다 펴보기도 하고 단검을 쥐기도 했다.


“예. 그런 건 다행히 없습니다.”

“다행이군. 그럼 사용방법도 가르쳐 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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