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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월 님의 서재입니다.

1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건보
작품등록일 :
2020.11.24 15:24
최근연재일 :
2022.09.20 19:45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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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51,055

작성
21.01.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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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DUMMY

64.


‘가관이네. 가관이야.’


의자에 힘없이 축 늘어뜨린 몸, 손가락에서 하염없이 타들어 가는 마약, 볼을 따라 한 방울씩 떨어지는 침 등.

유리의 눈에 정상이라고는 할 수 없는 길베르트의 모습이 들어왔다.


‘적당히 좀 할 것이지.’


손으로 부채질을 해 연기를 날리며 길베르트에게 다가갔다.

그의 입과 볼에 흐르는 침을 닦아내고 가볍게 뺨을 두드렸다.


“야. 일어나봐.”


길베르트와 유리의 눈이 마주쳤다.


“아···.”


하지만 입을 벌린 채 흐릿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 길베르트는 어떤 대답도 하지 못했다.


‘완전히 갔네.’


유리는 몸을 숙여 서랍에서 약을 배낭에서는 물을 꺼내 그에게 억지로 먹였다.


‘약 기운이 돌 때까지 팔부터 치료해야겠어.’


방을 나가 컵을 닦고 있는 바텐더에게 향했다.


“사장한테 약을 먹여서 말이야. 정신 차리기까지 비는 시간 동안 팔 좀 치료받으려고.”


바텐더는 자리에서 일어나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유리는 그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 가운데에 배치되어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로브를 걷어내고 팔을 보여줬다.

그의 팔을 확인한 바텐더는 자신의 팔을 두드리기를 잠시 유리에게 수화를 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냐고?”


바텐더는 붕대를 뜯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중간에 사고가 있었어. 이거는 뭐 운이 안 좋았다고 밖에 말을 할 수가 없어서. 그보다 급해서 그러니까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빨리해줘.”


조심스러웠던 바텐더의 손길이 거침없이 변했다.

유리는 몰려오는 통증을 참아내며 치료가 끝나기를 얌전히 기다렸다.

노랗게 굳은 붕대를 깔끔히 뜯어내고 소독을 하고 약으로 처치를 하고.

마지막으로 깔끔한 붕대로 팔을 감싼 다음 고정하는 것으로 치료를 끝냈다.


“고마워.”


유리가 움직이려 하자 바텐더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왜?”


그는 수화를 사용했다.


“내가 애도 아니고. 상처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나도 잘 알고 있어. 그러니 걱정하지마. 그리고 네 사장부터 챙겨. 저 약이 얼마나 안 좋은지는 너도 잘 알고 있잖아.”


바텐더는 쓴웃음을 지었다.


“뭐, 네가 충고한다고 해서 듣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잖아, 안 그래?”


바텐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 물병 좀 처리해줘. 길베르트가 입을 댔어.”


그에게 물병을 건네주고 유리는 다시 길베르트의 방으로 움직였다.

다시 문고리를 이리저리 돌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왔어?”


길베르트는 언제 약을 했냐는 듯 활기차게 인사했다.


“온 지 좀 됐다. 그보다 약은 언제 끊을래.”

“언젠가 끊겠지. 그리고 나도 끊고는 싶어. 그렇다고 그게 말처럼 쉬운 것도 아니고 너도 잘 알잖아.”

“그건 그렇지.”

“뭐, 그 얘기는 넘어가자. 저번에 부탁했던 물건 때문에 온 거지?”

“그래. 확인차 왔다.”

“그 점은 걱정 안 해도 돼. 밖에 있는 거 전부 다 그 물건이야.”

“확인했으면 됐다. 그런데 그때 사용하던 거보다 화약 냄새가 많이 나더라.”

“그럼 좀 더 섞어야겠네.”

“알면 됐어. 그럼 나중에 다시 찾아올 테니까 물건은 잘 보관하고 있어.”


얘기를 다 들은 유리가 나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야.”


하지만 길베르트가 부르는 소리에 다시 그를 바라봤다.


“왜?”

“혹시 화났어?”

“네 눈에는 내가 화난 거 같냐?”

“그건 아니지만. 너는 이 약을 혐오하니까 혹시 몰라서···.”

“이제는 그것도 의미가 없다. 그보다 저것들 조금이라도 흠 생기면 다 엎어버릴 테니까 그런 걸로 알고 있어.”


할 말을 다 한 유리는 몸을 돌려 방을 나서고 가게도 나섰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잠깐 바라봤다.

달이 하늘에 떠올라 있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유리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골목길을 통해 서둘러 움직였다.


‘이제 가장 중요한 거 2개만 남았어. 죽고 다시 살아나면 된다지만 이 부분만큼은 거의 운에 맡기는 거니. 그래도 최대한 변수를 줄여보는 수밖에’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을 정리하며 어느 순간부터 모든 소리와 기운을 죽이고 이동해 어느 집 앞에 도착했다.

유리는 조용히 문 앞으로 손을 가져가 가볍게 두드렸다.


“누구시죠?”


안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으나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장난인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유리가 다시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점점 멀어져가는 발소리에 계속해서 문을 두드렸다.


“지금 당신이 장난을 치는 이 집의 주인이 누군지는 알고 이러는 겁니까?”


유리는 대답하지 않고 오직 문만 두드렸다.


“지금이라도 멈추시면 수사대에는 넘기지 않을 테니 이쯤에서 그만두시고 집으로 돌아가시죠?”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내가 빠지면서 네가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앉아 스트레스가 심한 건 알고 있다. 그러니 빨리 넘어와라.’


유리는 문 앞을 떠나지 않는 그녀의 기척을 느끼며 쉴 새 없이 문을 두드렸다.


“경고를 하는 데도.”


그녀는 계속 두드리는 소리를 참지 못하고 문을 열어 유리와 눈을 마주쳤다.


“부단장님?!”

“오랜만이야, 라이라.”

“도대체 그동안 어디에 계셨던 겁!”


유리는 황급히 그녀의 입을 막고 검지를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자. 좀 쉬고 싶네.”


그녀의 등을 밀며 유리는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아예 잠궈버렸다.


“부단장···님···.”


유리는 그녀의 몸에서 손을 떼고 소파에 몸을 맡겼다.


“오늘부터 황도를 벗어날 때까지 일어난 나와 관련된 모든 일은 기억에서 지워.”

“예.”

“그래. 그럼 지금 제국에서는 납치사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여러 가정을 예측은 하고 있으나 그것 말고는 없습니다.”

“감을 못 잡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지?”

“예.”

“그리고 지금 시간에 기사단에는 누가 있을까?”

“3기사단과 총단장님이 계십니다.”

“오늘 그분들이 경계를 서는 날인가. 자정이 가까워진다면?”

“아마 총단장님 혼자 계실 겁니다.”

“역시 그렇게 되네. 그럼 그때 움직이는 걸로 하면 되겠어. 그 시간까지 앉아서 현 정세에 대해서 좀 얘기해봐.”


라이라는 그대로 유리의 맞은편에 앉아 현 제국에 대한 여러 가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사건의 조사과정을 포함한 현 제국의 분위기와 제국민들의 감정 등.

유리는 그녀를 통해 자신이 없는 동안 있었던 제국에 관한 얘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폐하를 포함해서 중책을 맡으신 분들이 꽤 힘이 드시겠어.’


그 생각과 함께 유리가 입을 열었다.


“지금 폐하나 스승님 그리고 다른 단장님들은 어떻게 하고 계시지?”

“변함없으십니다. 항상 똑같이 행동하실 뿐 평소와 다른 행동을 취하고 계시지는 않습니다.”

“제국민들의 분노가 웬만해서는 기사단과 폐하를 향하고 있잖아. 그런데 왜?”

“그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니까요. 납치된 모든 아이가 죽었고 범인도 찾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겠죠.”

“흠. 아마 그 부분은 어떻게든 해결이 될 테니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라이라에게서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유리도 신경 쓰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풀었다.


“이제 시간이 슬 됐으니 움직여야겠지. 황궁으로 움직이자. 경비병이나 사람들을 만나면 알아서 능청스럽게 행동해.”

“예.”


유리의 말에 라이라도 일어나 발을 움직였다.


“최대한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자.”


둘은 골목을 통해 빠르게 황궁으로 움직였다.


“부단장님, 이 시간엔 어쩐···.”


중앙 구역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이 라이라를 보고 경례를 하고 말을 끝까지 잇는 것보다 유리의 행동이 훨씬 빨랐다.


“너는 오늘 새벽 우리가 움직인 모습을 보지 못한 거다.”

“예···.”

“그럼 평소와 같이 행동해라.”


라이라와 유리는 다시 황궁을 향해 움직였다.


“지금부터는 기운도 가라앉혀. 언제 간부들이 네 기운을 느끼고 움직일지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그렇게 둘은 모든 소리와 기운을 죽인 채 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빛을 피해 움직였다.


“부···.”


황궁의 입구에 도착하자 그녀에게 경례한 경비병들이 손을 다 내리기도 전에 유리가 그들에게 능력을 사용했다.


“너희는 우리가 새벽에 황궁에 들어가고 나오는 모습을 단 한순간도 보지 못한 거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최대한 조용히 문을 열어라.”


경비병들은 곧바로 문을 열었다.

둘은 그대로 황궁으로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오늘 황궁이 유독 조용한 거 같은데.”

“아무래도 오늘이 안식일이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승님만이 이곳을 지키고 있는 거였군. 의도치는 않았는데 꽤나 상황이 좋네. 스승님은 지금 총단장실에 있겠지?”

“예. 그곳이 폐하가 계시는 곳과 가장 가까우니까요.”


둘은 그렇게 조용히 움직이며 별 탈 없이 누구 한 명과도 마주치지 않고 총단장실의 문 앞에 도착했다.


“총단장님 2부단장입니다.”


라이라가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들어와라.”


롬의 허락이 떨어지자 라이라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유리도 그녀를 뒤따라 들어갔다.


“2부단장 이 시간에는 웬일이지? 오늘은 3기사단과 내가 경계를 서는 것으로 계획이 되어있는데.”


롬은 조용히 손을 검으로 가져갔다.

시선은 라이라의 뒤에 서 있는 로브로 얼굴을 가린 유리에게 향했다.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는 자는 도대체 누구길래 이곳까지 끌고 온 거지? 혹시라도 제국에 위협이 될 존재면.”

“그 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롬은 귀에 들려온 목소리에 놀라며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검으로 가져갔던 손을 뗀 지는 오래였고 로브를 쓴 유리를 향한 눈빛도 심히 떨리고 있었다.


‘일단 첫 번째는 무리 없이 해낸 것 같은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유리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로브를 벗어냈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스승님.”


그리고 검에 손을 올려 그를 향해 경례했다.


“유리···!”


롬은 그를 향해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때까지 대체 어디서 뭘 하고 다닌 게냐. 왜 아무 소식도 알려주지 않은 게냐 말이다.”

“좀 이리저리 많이 돌아다닌 것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무사히 돌아와 줘서 정말 고맙구나. 그리고. 아니다. 못들은 걸로 해라.”

“혹 마리아에 관한 얘기를 하시려던 겁니까?”


롬은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찌푸려진 미간으로 유리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마리아는 죽었습니다. 유일하게 나오지 않은 아이들의 시체 중 하나가 마리아의 것이지 않습니까? 그날 밤 마리아의 시체를 발견해 어딘가에 묻어주고 움직였습니다.”


롬은 안타까운 눈빛과 함께 그의 팔을 쓰다듬었다.


“그것 말고 또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리 무덤덤하게 말을 하는 게냐.”


유리는 자신의 팔을 쓰다듬는 그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좀 여러 가지 일이 있었었습니다. 그보다 이 얘기는 그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죠.”

“무슨 본···론···.”


롬의 목소리에서 힘이 빠졌다.

유리의 팔을 쓰다듬던 손도 아래로 떨어졌다.


“일단 다들 자리에 앉으시죠. 라이라 너는 이 방의 문부터 잠가줘.”

“알겠습니다.”


롬은 유리의 말대로 자신의 자리에 가 앉았다.

라이라도 문을 잠그고 유리의 맞은편에 앉았다.


“일단 스승님은 제가 실종된 이후로 저를 보신 적이 없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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