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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월 님의 서재입니다.

1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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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건보
작품등록일 :
2020.11.24 15:24
최근연재일 :
2022.09.2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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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1.01.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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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0화

DUMMY

50.


마차에 탄 채 편하게 이동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졌다.

그래도 해가 진 것 치고는 밤이 꽤 밝아 좀 더 움직인 뒤에야 말을 멈추고 자리를 잡았다.


“오늘은 여기서 노숙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겠죠. 그럼 식사는 간단하게 해결하면서 불침번 순서나 정하죠.”


일반인의 말을 유리가 받았다.


“그래야겠지. 불침번 순서는 하던 대로 하면 되고 자네는 편히 쉬게.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입장이지 않나.”


몇몇 용병들이 불만이 섞인 내색을 비췄으나.


“감사합니다. 그럼 식사를 하면서 준비나 하죠.”


유리는 신경 쓰지 않고 배려를 받았다.

하나둘 움직이며 식사와 함께 잠자리도 준비했다.

그들이 식사하는 동안 유리는 동떨어진 곳에서 혼자 휴식을 취했다.


‘이 속도면 내일 점심은 돼서야 도착하겠어. 그나마 숲하고 거리가 멀지 않아서 다행이기는 한데.’


유리는 고개를 들어 올려 하늘을 바라봤다.


‘이제 8일 정도 남았나.’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식사가 다 끝나 그들은 자리를 정리하며 각자 눈을 붙일 준비를 했다.

아이도 불침번을 서기 위해 모닥불 옆에 앉았다.

그 모습을 본 유리도 누우려던 찰나 B급 용병과 일반인이 곁으로 다가왔다.

누우려던 몸을 다시 일으켰다.


“무슨 일이십니까?”

“내가 아니라 이 양반이 용건이 있네.”

“소개가 늦었습니다. 가필드라고 합니다. 일단 저희와 동행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오후에는 제가 죄송했습니다.”


유리의 사과에 가필드는 손사래를 쳤다.


“고개 숙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충분히 그러실만하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면 저야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런데 용건이란 건 뭡니까?”


가필드는 유리에게 자루 하나를 건넸다.

그는 받기도 전에 무엇이 담긴 자루인지 단박에 눈치챘다.


“혹시 돈입니까? 심지어 이 정도 크기면 한두 푼이 아닐 텐데.”

“저희를 도와주시는데 아무래도 보답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 말이죠.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이 돈은 저 소년을 위해 써주십시오. 많이 처봤자 D급인데 목숨값 정도는 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앞에서 해주지 마시고 뒤에서 무언가를 해주십쇼. 제가 그랬다는 얘기는 꺼내지 마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렇게 가필드는 돈자루를 챙기며 자리로 돌아갔다.


“아이한테는 무르구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B급 용병이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는 게 저 아이보다 어린 딸이 있어서 말이죠.”

“그런데 이 멀리까지 나온 건가? 딸이 많이 외로워하겠어.”

“예. 뭐, 빨리 일을 끝내고 돌아가야겠죠. 약속은 지켜야 하니까요. 그리고 제 신분은.”

“알고 있네. 내가 확실히 보증을 서 통과시켜 줄 테니 걱정하지 말게.”

“그러면 됐습니다. 몸도 성치 않으신데 이만 쉬시죠. 날이 늦었습니다.”

“그래야겠어. 그럼 자네도 내일까지만 고생해주게.”


B급 용병도 이제 자리로 돌아갔다.

유리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감각을 넓혀 주위를 확인했다.


‘다행히 이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군.’


그도 그제야 편하게 쉬기 위해 몸을 눕히고 눈을 감았다.


***


귀에 들려오는 새소리에 유리가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


‘쌀쌀하네.’


그리고 몇 시간 동안 누워있어 굳어버린 몸을 풀며 하늘을 바라봤다.


‘동이 트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남은 것 같고.’


로브에 맺힌 이슬을 털어내며 모닥불 가까이 다가가 앉았다.

그곳에는 B급 용병이 불침번을 서고 있었다.


“벌써 일어난 건가? 아직 시간도 남았는데 좀 더 눈을 붙이지 그러지. 게다가 날도 좀 춥고 말이야.”


그를 바라보며 모닥불에 불씨를 더 집어넣고 불을 일으켰다.

모닥불의 열기에 몸을 녹이며 유리가 답했다.


“그러고는 싶은데 잠을 잘 못 자는 편이라서 말이죠.”

“그거는 좀 힘들겠군.”


용병은 따뜻한 물 한잔을 건넸다.

유리가 홀짝이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하루 이틀도 아닙니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괜찮습니다. 딱히 잠을 안 잔다고 해서 피곤하지도 않고요.”

“그거는 좀 안타까운 얘기구먼.”


동시에 배낭을 뒤지더니 육포 하나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자네도 먹을 텐가?”

“저도 있으니 신경 안 써주셔도 됩니다.”

“그럼 다행이다만 어제부터 뭔가를 먹는 모습을 못 봐서 말이야.”

“먹는 양도 많지 않은 데다 입도 짧아서 그렇게 보이는 걸 겁니다. 이래 봬도 틈틈이 먹고는 있습니다.”

“그래?”


용병은 유리에게 건네려던 육포를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건강에 좋지 않은 건 다 가지고 있는데도 멀쩡히 움직이는군.”

“훈련을 허투루 하지 않아서 말이죠.”

“나도 그랬는데 나이가 들더니 그것도 점차 힘들어지더군. 올도프의 총단장은 그 나이에 어떻게 그렇게 활동을 하는지 신기해. 부럽기도 하고.”

“그분은 우리랑 급이 다른 걸 겁니다. 젊은 단장들보다 훨씬 강하다고 하니까요.”

“그게 정말 인간인가?”

“그게 상관이 있겠습니까. 저희를 향해 검을 겨누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죠.”


용병은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흐흐. 그렇긴 하지. 그 힘이 우리를 향한 게 아니라 다행이지.”


그리고 복부에 손을 가져갔다.


“웃었더니 배가 아프군.”

“뭐랑 싸우셨길래 부상을 입으신 겁니까? 길에는 고블린 시체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크가 나타났었네.”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너무 멀쩡합니다만. 한 마리면 모를까 여러 마리면 몰살이었을 전력입니다.”

“여러 마리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다 방법이 있지.”


그 말과 함께 배낭을 뒤지더니 무언가를 꺼냈다.

사람 머리만 하며 노랗고 겉에 가시가 돋아난 무언가였다.


“뭔지 알아보겠나?”

“그런 것에는 식견이 없어서 말이죠. 폭탄 같은 겁니까?”

“뭐 처음 보면 그렇게 볼 수는 있겠지만, 아니라네. 이건 열매야, 열매.”

“그게 말입니까?”

“그러네. 두라안이라는 이국의 열매일세.”

“그런데 그 열매랑 오크가 무슨 상관이 있는 겁니까?”

“지금은 이렇게 껍질에 쌓여 있어서 모르겠지만, 냄새가 굉장히 지독하네. 우리 기준에서만 지독한 것일 테지만, 여간 지독한 게 아니라서 말이야. 마수들도 기겁하고 도망가지.”

“결국 그 냄새로 쫓았다는 거군요.”

“그것들은 우리보다 후각이 훨씬 좋지 않나. 그 점을 이용했지. 필요하면 줄 수도 있는데 받을 텐가?”

“뭐, 없는 것보다는 낫겠죠. 잘 쓰겠습니다.”


유리는 용병에게서 두라안을 받고 자신의 배낭에 넣었다.

다시 차분히 대화를 이어갔다.


“그보다 아이를 데리고 황도로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걱정이 되나 보지?”

“어제도 말했듯이 부모 되는 입장이다 보니 걱정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겠죠.”

“그 부분에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내 몸도 좋은 편이 아니라 가필드와 얘기를 해봤는데 황도로 향하는 용병을 몇 명 더 구해서 간다고 했어.”

“그럼 딱히 걱정은 없겠군요.”

“자네 다른 때는 모르겠지만 아이가 관련되면 분위기나 말투가 많이 부드러워지는구먼.”


유리가 모닥불에 불쏘시개를 집어넣으며 말했다.


“그렇습니까.”

“그래. 처음 봤을 때는 날이 바짝 선 검 같은 느낌이었는데 아이 얘기만 나오면 그런 분위기가 거짓말이라는 듯이 다 사라져.”

“딸의 영향이 크겠죠. 게다가 아이를 놔두고 가면 딸의 얼굴을 볼 낯이 있겠습니까.”

“그것도 그렇긴 하지.”


용병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이제 곧 동도 트겠구먼.”


잠을 청하는 이들에게서 어수선한 분위기도 흘러왔다.


“하나둘씩 깨기 시작하는구먼.”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풀었다.


“자네도 오후까지만 고생해줘. 그때쯤이면 도착할 것 같으니까.”

“그 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믿음직스럽구먼.”


유리도 남은 물을 들이켠 뒤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풀었다.

둘이 동이 트길 기다리는 사이 하나둘씩 잠에서 깨어나더니 각자의 짐을 정리했다.

B급 용병도 모닥불을 끄며 짐을 챙겼다.

그리고 다들 마차에 올라탄 걸 확인한 뒤 가필드가 말을 몰았다.


“오늘 오후쯤이면 웨스티안 영지에 도착할 겁니다.”


가필드의 목소리가 마차 안으로 들어왔다.

그 말에 다들 안도를 한 건지 깊게 숨을 내뱉었다.

마차 안을 맴돌던 긴장감도 빠르게 사라졌다.


‘이제야 도착했군. 이제 소크테라랑 절름발이만 만나면 끝이 코앞이야.’


유리는 품속의 단검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길목을 달리는 마차 안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했다.

그렇게 몇 시간을 이동한 뒤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제 앞으로 나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가필드의 말에 B급 용병이 마부석으로 움직였다.


“다행히 줄이 그렇게 길지는 않군요.”

“의뢰 난이도가 낮아졌다고 해도 영지까지 오는 의뢰를 받는 이들은 얼마 되지 않으니까요. 아, 이제 저희 차례군요.”


가필드의 말이 끝나자마자 경비병이 곁으로 다가왔다.


“뒤쪽 마차에는 뭐가 들어있습니까?”

“황도에서 온 가죽이 있습니다.”


확인을 하러 간 경비병의 신호를 받으며 이어갔다.


“그럼 신원을 증명할 물건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B급 용병이 용병패를 꺼내 그에게 보여줬다.

그것을 확인한 경비병은 몇 가지를 알려주고 지나갈 수 있게 길을 터줬다.

그들은 별일 없이 영지로 들어왔고 곧바로 여관으로 향했다.


“도착했으니 내려오셔도 됩니다.”


가필드의 말에 하나둘씩 마차에서 내려왔다.

다른 용병들은 곧바로 B급 용병을 부축하며 치료원으로 향했다.

그 사이 마차의 정리를 끝낸 가필드가 유리에게 다가왔다.


“갑작스러운 부탁인데도 응해주셔서 다시 한번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말을 심하게 해서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어제 말했듯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걸.”


가필드는 자루 하나를 그에게 내밀었다.

유리는 자루를 밀어내며 거절했다.


“어제 말씀드렸다시피 이런 건 안 주셔도 됩니다.”

“그거랑 이건 다릅니다. 이건 저희가 빌린 말의 대금입니다.”

“그런 것치고는 좀 많은 것 같습니다만.”

“그런가요? 저는 알맞게 대금을 치룬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말과 함께 그는 돈 자루를 강하게 들이밀었다.

유리는 그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그것을 받아들었다.

그제야 가필드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그를 향해 인사를 하고 용병들이 간 방향으로 움직였다.

유리는 그가 서둘러 움직이는 걸 보기를 잠시 고개를 돌리고 서쪽 벽으로 움직였다.


‘아무래도 여기서는 위험하겠지.’


영지로 들어오며 가라앉힌 마나를 더욱 가라앉히며 움직였다.

10분 정도를 걸어가니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 근처에 도착했다.

유리를 본 경비병들이 창을 겨눴으나 그의 행동이 더 빨랐다.

경비병에게 백작에게 받았던 통행증을 들이밀었다.


“빨리 열어드리겠습니다.”


경비병은 통행증을 돌려주며 재빨리 문으로 다가가 열쇠를 넣고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내가 이곳에 온 건 기밀이니 절대로 입 밖으로 꺼내지 마라. 백작님이나 단장님, 부단장님이 오셔도 절대로 말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백작님은 왜?”

“백작님을 연기한 자일 수도 있으니 내가 영주성으로 가서 직접 보고해야 한다. 혹시라도 이 사실이 영지에 돌면 너와 너의 가족에게는 벌이 내려질 거다.”


경비병은 얼굴이 퍼렇게 질리며 유리를 향해 경례했다.

유리는 그의 경례를 받아주며 숲을 향해 움직였다.

영지와 거리가 멀어지자마자 마나를 일으키고 빠르게 달렸다.

곧바로 숲과 마주했고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려 안으로 들어갔다.


“소크테라!”


앞을 볼 수는 없을 정도로 어두웠으나 유리는 신경 쓰지 않고 소크테라의 이름을 외쳤다.

그가 자신을 빨리 찾을 수 있게 마나와 살기를 거칠게 일으켰다.


크워어!

우우우!


동시에 숲의 마수들이 울부짖었으나 유리는 더욱더 거칠게 기운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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