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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월 님의 서재입니다.

1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건보
작품등록일 :
2020.11.24 15:24
최근연재일 :
2022.09.2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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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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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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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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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65화

DUMMY

65.


유리는 그대로 둘에게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


“듀크, 어차피 가는 길도 같은데 같이 가자고.”

“그러죠, 1단장님.”


황궁의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둘은 같이 목적지를 향해 움직였다.


“그런데 말이야···.”

“뭐 때문에 그러시죠?”


프릭이 뜸을 들이자 듀크가 대화를 이어갔다.


“아니, 자네는 혹시 총단장님께서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우리를 부르신 이유를 아냐고 물어보려 했네.”

“글쎄요. 저도 입궁하자마자 기사 한 분이 알려줘서 가는 참이라 잘 모르겠네요.”

“그런가? 우리 중에서 그나마 총단장님과 가까우니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네도 모를 줄이야.”

“어제 총단장님과 교대를 하신 분이 레니안이니 그에게 물어보는 건 어떨까요?”

“레니안이 경계 근무를 섰었나?”


프릭이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쉬었다.


“최근 그쪽 임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다 보니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이 잘 안 되는군.”

“그런 거라면 나중에 저희 쪽 기사 하나를 통해 서류 같은 걸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래만 준다면야 내 입장에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지. 나중에 보답으로 좋은 술 한 잔 사줄 테니 시간이 비는 날 말하라고.”

“제가 입이 좀 까다로운데 감당 가능하시겠습니까?”


듀크의 말에 프릭이 호탕하게 웃었다.


“외모만 투박한 아저씨에 불과하지만 이래 봬도 백작님이라고? 돈이라면 충분히 있으니 걱정하지 말게나.”

“그럼 다행이군요. 예전에 총단장님과도 술잔을 기울였는데 많이 부담스러워하셨죠.”

“뭐? 총단.”

“마침 저기 레니안이 지나가는군요.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나 보죠.”


프릭이 말을 끝내기 전에 듀크가 그의 말을 끊었다.


“이봐, 듀크!”


그는 프릭의 목소리는 무시하고 레니안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듀크? 게다가 프릭까지? 뭐, 길 가다가 만나기라도 했어?”

“예, 뭐, 목적지도 같으니까요. 레니안도 마찬가지지 않습니까.”

“뭐 그건 그렇지. 그보다 프릭은 왜 저렇게 당황하는 거야?”


듀크는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제게 보답으로 좋은 술을 사주시기로 하셨거든요.”

“정신이 나갔네.”

“아니, 듀크 잠시만 내 얘기 좀 들어보게.”


둘의 잠깐의 대화 사이 프릭이 헐레벌떡 다가왔다.


“설마 한 기사단의 단장님인 데다 제국의 백작님이라는 분께서 보답으로 한 간단한 술 약속을 취소하신다거나 돈이 부족할 것 같으니 다시 얘기를 해보자고 하는 그런 구두쇠 같은 얘기를 하시려는 건 아니시겠죠?”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누가 그럴까.”

“그럼 다행이군요. 나중에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언제든지 오라고.”


애써 당당해 하는 프릭의 어깨에 레니안이 손을 올렸다.


“고생해.”


그는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설마 같이 마셔본 적이 있나?”


프릭도 그에 맞춰 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같이 마셔봤지. 저래 보여도 고향 친구라고.”

“어때? 감당 가능한 정도는 되나? 자기 말로는 총단장님도 힘들었다고 하던데.”

“간단히 말할게. 많이 마시는데 안 취해.”

“그래도 상당히 독한 걸 먹이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 중인데 그래도 안 되나?”

“총단장님이랑 술 마셔봤지?”


프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원체 체면을 차리시는 분은 아니시니 견습 때부터 옆에서 많이 봐왔지.”

“그래. 너도 알듯이 총단장님께서도 많이 드시잖아. 쟤는 더한데 안 취해.”

“두 분 총단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니 서둘러 움직이도록 하죠.”


레니안은 프릭의 팔을 두드렸다.


“행운을 빌지.”


그리고 듀크의 곁으로 다가갔다.

프릭도 인상을 찌푸린 채 둘을 따라 움직였다.


“그보다 레니안, 어제 총단장님과 무슨 얘기가 오간 게 있나요?”

“항상 똑같지. 교대할 때 오가는 얘기 중에서 딱히 특별하다고 할 만한 건 없잖아?”

“그럼 총단장님께서는 뭐 때문에 저희를 부르신 걸까요. 게다가 가부 전체가 아닌 단장들만이라니.”

“가서 들어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우리가 아무리 고민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건 아니니까.”

“예, 뭐.”

“그보다 라이라는 어때?”


듀크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글쎄요. 워낙 성실한 기사라 잘해주고는 있긴 한데. 아직 자신은 단순히 유리의 빈자리를 채운다는 느낌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거 같습니다.”

“뭐, 워낙 유리가 잘하기는 했으니까.”

“그 점은 나도 동의하는 부분일세. 훌륭한 기사였지.”

“그렇다고 라이라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건 아니잖아. 기사 생활도 오래 했고 경지도 이미 조장급을 뛰어넘은 지는 오래고. 너도 공석이 없어서 그 위치에 둔 거 아니었어?”

“그렇긴 합니다만···.”


듀크는 잠시 뜸을 들이고 얘기를 이어갔다.


“아무래도 그 자리에 오는 과정이 좀 이상했지 않습니까. 정식 절차를 거치지를 않았고 말이죠. 그리고 그 위치였던 것 때문에 더 그런 것도 같습니다.”

“그 위치가 왜? 적절한 자리 아니었나?”

“적절했어도 결국 누군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자리이니까요.”

“일 리가 없지는 않네. 그 점도 천천히 생각해보자고.”


셋은 조용히 복도를 따라 움직였다.


“그런데 요즘 보면 날씨가 너무 좋은 거 같단 말이야.”


레니안이 기지개를 펴며 말했다.


“생각해보니 그렇군. 요새 너무 일이 많아서 그런지 그런 것도 모르고 살았어. 이런 날에는 기분 좋게 땀을 흘려줘야 하는데 말이야.”

“그건 아마 프릭, 너만 그렇게 생각할걸?”

“그건 나도 알고 있네. 그래도 나쁜 건 아니지 않나?”

“나쁜 건 아니지. 하지만 이 얘기를 듣는 1기사단원들은 나쁘다고 생각할 거 같아서.”


프릭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단장이 이런 놈이니 별수 있나. 부하들 운명이지 뭐.”

“나는 지금 일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면 부하들 데리고 말이나 타러 가야겠어.”

“그럼 저희 쪽이랑 같이 가시죠.”

“그럴까? 괜찮아 보이는데.”

“물론 지금 조사하는 게 깔끔히 마무리된다는 전제하에 말이죠.”

“잘 마무리되겠지. 각 분야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하고 있는데. 지금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때가 됐을 때 검을 뽑으면 돼. 그러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거니까. 얘기하다 보니 금방 도착했네.”


업무를 보고 있던 비서가 일어나 그들을 향해 경례했다.

레니안이 그녀의 경례를 받고 문으로 다가갔다.


“총단장님께서 정보국장님과 얘기 중에는 누구도 들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문고리로 가져가던 손을 멈추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래? 얼마나 걸린다고 미리 언질을 주신 건 없었어?”

“금방 끝난다고만 말씀을 주셨습니다.”

“그럼 정원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끝나면 알리러 와줄 수 있어?”

“알겠습니다.”

“고마워. 그럼 고생해.”


셋은 발을 돌려 정원으로 향했다.


“그보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요.”

“두 분이서만 조용히 하실 얘기가 있나 보지.”

“그 점이 이상합니다. 애초에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시는 분이 아니셔서 오래 걸릴 것 같으면 더 일찍이 약속을 잡으셨을 겁니다.”

“정보국장님도 우리처럼 급하게 불려 오신 거 아닐까?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우리가 모르는 일이 일어났으니 그러시는 거겠지. 정원에서 기다리면서 가볍게 추측이나 해보자고.”

“알겠습니다.”


셋은 그렇게 정원에 도착했다.


“단테, 미리 와있었나?”

“예. 그런데 정보국장님과 얘기 중이라 해 잠시 이곳에 와있었습니다. 그보다 선배님들께서도 이쪽으로 오신 걸 보니 아직 얘기 중이신가 보군요.”

“맞아. 그래도 비서한테 끝나면 알려달라고 했으니 여기서 편하게 기다리면 되겠지.”


하나둘씩 정원에 설치된 파고라 아래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보다 단테는 얼마나 기다렸어?”

“얼마 안 기다렸습니다. 이제 한 10분 정도 지난 거 같은데요.”

“그래. 그보다 요즘 4기사단이 제일 바쁘지?”

“그런가요? 저는 선배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네가 마법에 대한 견해가 있어서 이리저리 불려 다니잖아. 그래서 마법부랑 같이 움직이기도 하니 안 피곤한가 해서.”

“안나가 있으니까요. 워낙 잘하는 아이다 보니 편하게 제 일만 하고 있습니다.”

“은근슬쩍 부관 자랑도 하고. 단테도 안 그러는 척하면서 은근히 아끼는 티를 낸단 말이야.”


차를 마시던 단테는 레니안의 말에 그만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


“미안, 미안. 너무 정곡을 찔렀나?”

“그런 게 아니라, 흠!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하니 그런 거 아닙니까.”

“뭐, 네가 그런다면 그런거고. 그리고 가끔 부관들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건 어때?”


단테는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 모습은 선배들 앞에서만 보일 수 있습니다. 선배들은 많은 걸 봐왔고 알기도 할뿐더러 입도 무거우니 이런 가벼운 모습을 보이지. 부하들 앞에서는 안 보여 줄 겁니다.”

“안나 앞에서도?”

“예. 절대로”

“단호하네.”


레니안은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프릭을 바라봤다.


“1부단장은 어떤 거 같아?”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에 답했다.


“열심히 하고 잘하기는 하는데 꼭 한 가지씩 실수를 하지 뭔가. 눈치를 주고 있기는 하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를 않으니 답답하기만 하네.”

“음, 눈치만 줘서 그런 거 아닐까? 네가 진짜로 화내면 부관도 놀라서 고치지 않을까 하고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하지만 덩치에 비해 마음이 여린 편이라. 자네가 볼 때는 잘못하다 기가 죽을 거 같지는 않나?”

“그러니 적당히 해야지, 적당히.”


레니안의 말에 프릭이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에서 그 적당히라는 게 가장 힘들단 걸 모르나? 심지어 나같이 살짝 고지식한 사람에게는 더욱더.”

“하지만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걸? 그래도 화낼 때 애매한 실수? 그럴 때 화내면 먹힐 것 같기는 해 보여.”

“애매한 실수라. 어떤 건지 알겠어. 충고 잘 새겨듣도록 하지.”

“그래도 네가 이러는 걸 보면 역대 부관들과는 다르게 마음에는 꽤 드나 봐.”


프릭은 답하지 않았음에도 레니안은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미소를 유지한 채 이번엔 듀크를 바라봤다.


“어쩌다 보니 부관 상담? 살짝 대화가 그런 식으로 흘러가는데 듀크는 뭐 털어놓을 거 없어?”

“제 기준에서는 털어놓을 게 너무 많은 게 문제죠.”

“하긴. 상황이 상황이니. 그래도 이럴 때 좀 털어놔 봐. 좀 있으면 또 업무에 임무에 시달릴 게 뻔한데. 내가 볼 때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을 수도?”

“그러는 게 좋을까요.”


듀크는 잠시 고민을 했다.


“단장님, 총단장님께서 얘기가 끝났다고 들어오라고 하십니다.”


그 사이 비서가 그들에게 다가와 상황을 알렸다.


“아쉽네. 그래도 나중에 다 끝내고 여유가 생기면 시간 내서 차나 마시면서 천천히 얘기하자.”

“네. 아무래도 그래야겠어요.”

“그것보다 자네들. 얘기하는 건 좋지만 슬 움직이는 게 어떤가.”


프릭이 몸을 풀며 말했다.

듀크와 레니안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넷은 총단장실을 향해 발을 움직였다.


“그런데 정보국장님의 표정이 어떠셨어?”

“원체 표정 변화가 없으신 분이라 제 눈썰미로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음부터는 혹시 모르니 좀 더 주의 깊게 보겠습니다.”

“괜히 그러지는 말아. 그게 네 일은 아니니까.”


5명은 금방 총단장실 앞에 도착했다.


“총단장님. 각 기사단의 단장들이 도착했습니다.”


비서가 문을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들어와도 된다네.”


비서는 자리로 돌아가 일을 이어갔다.

프릭이 문을 열고 네 단장은 차례대로 안으로 들어가 롬에게 경례했다.


“일단 다들 앉도록 하게.”

“예.”


네 단장이 각자의 자리에 앉자 롬이 대화를 이어갔다.


“다들 이른 아침부터 내가 부른 이유가 궁금하겠지.”

“예. 잘 없던 일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나. 상당히 중요한 일이라서 말이야.”


중요한 일이라는 말에 네 명의 단장들은 살짝씩 긴장했다.


찰칵


그 와중 문이 잠기는 소리가 고요한 방 안에 퍼졌다.


‘문은 갑자기 왜? 그보다 마나가 왜 공기 중으로!’


레니안이 황급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순간 누군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는 황급히 돌려 정체를 확인하려 했으나.


“남은 세 단장님을 제압해 주십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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