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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월 님의 서재입니다.

1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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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건보
작품등록일 :
2020.11.24 15:24
최근연재일 :
2022.09.2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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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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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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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3화

DUMMY

63.


정신이 든 그의 눈에 깔끔하게 뻗어있는 길이 들어왔다.

유리는 움직이는 다리를 멈추지 않고 더 속도를 올리며 길을 따라 달렸다.


‘이미 마을로 가는 길은 알고 있으니까 쉬지 않고 달린다.’


그는 마나가 회복되는 만큼 다시 사용하며 점점 속도를 올렸다.


***


동이 튼 아침.

유리는 기세를 줄이지도 않은 채 빠른 속도로 길을 달리고 있었다.


‘팔을 치료하는 시간도 아까워. 그냥 참자.’


폭발에 의한 상처에서 지독한 통증이 느껴졌으나 억지로 참아내며 움직였다.

길도 알고 있어 회귀 전처럼 길을 묻기 위한 잠깐의 시간도 쓰지 않았다.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앞에 보이네.’


이미 한 번 왔었던 경험 덕에 유리는 금방 브랜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간 뒤에는 곧장 대장간으로 향했다.

앞에 도착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지금도 작업을 하고 있군.’


화로의 열기와 함께 쇠를 두드리는 소리 가운데에서 작업에 열중인 노인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음?”


노인은 작업을 하다말고 고개를 돌려 유리를 바라봤다.


“뭐야? 작업하고 있는 거 안 보여?”

“해가 떠 있을 때 오면 있다고 했잖아. 황도로 가고 싶으니 문이나 좀 열어줘.”

“그럼 조금만 기다려봐. 다른 건 몰라도 이 물건은 오늘 끝내야 해.”

“얼마나 걸리는데?”

“1시간 정도.”

“그건 좀 그런데. 내가 돈을 대신 낼 테니 문 좀 열어줘.”

“돈을 준다고?”


돈이란 단어에 노인은 얼굴에서 불평을 지웠다.


“얼마나 줄 건데.”

“네가 원하는 만큼 쥐여줄게. 어때?”

“진짜?”

“이런 거 가지고 거짓말 안 해. 그리고 난 돈이 많은 데다 필요가 없어서 말이야.”

“그렇담 말이지. 돈 안 주면 열쇠는 그냥 삼켜버릴 테니 그렇게 알아.”


노인은 망치를 내려놓고 땀을 닦은 뒤 대장간을 잠그고 등을 챙겼다.


“이것 좀 들고 있어 봐.”


노인은 등을 건네고 문에 다가가 자물쇠를 하나씩 풀었다.

유리는 뒤에서 팔짱을 낀 채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봤다.


‘길베르트한테 먼저···가는 것보다는 우선 콜크 쪽부터 들러서 지도를 챙기는 게 낫겠어.’


계획을 짜는 와중 자물쇠를 다 푼 노인이 문을 열고 유리를 불렀다.


“급한 거 아니야? 다시 작업에 들어갈까?”


유리는 말없이 발을 옮겨 안으로 들어가기를 잠시 등을 들이밀며 노인을 바라봤다.


“뭐해, 앞장 안 서고.”

“에휴. 나이 많은 내가 참아야지. 일단 들어가. 문은 닫아야 할 거 아니야.”


깊은 한탄과 함께 등을 챙기고 문을 닫은 다음 앞장서 움직였다.


“그런데 말이야.”

“입 닥치고 걷기나 해. 묻는 말에 대답할 생각은 없으니까.”

“말본새하고는. 그런데 독심술 같은 것도 사용할 줄 알아? 어떻게 안 거야?”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어린놈이 버르장머리하고는. 내가 참아야지 원.”


노인은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리고 부지런히 걷기만 했다.

둘은 그 상태로 오로지 걷기만 했다.

노인이 이따금씩 입을 열고 싶다는 듯 눈치를 봤으나 유리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한숨과 둘의 발소리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 정도면 2시간 정도는 걸은 것 같은데.’


유리는 동굴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노인에게 말을 건넸다.


“그런데 말이야.”

“어? 왜?”


노인은 이때라는 듯이 서둘러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황도에 도착하려면 얼마나 더 걸어야 하지?”

“음···. 지금 우리가 얼마나 걸었을지 알겠어?”

“대충 2시간 정도는 걸었을 거야.”

“그럼 빠르면 4시간, 늦으면 한 6시간? 그 정도는 거릴 거라고 보는데?”

“그래? 그럼 딱 됐네.”

“뭐가 됐는데?”


유리는 질문에 답하지는 않고 오른손으로 노인의 머리를 붙잡았다.


“지금 뭐 하는···.”


그는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고 몸을 늘어뜨렸다.


“지금부터 네가 정신을 차리기 전까지 내가 하는 일은 모두 기억에서 지워라.”

“예···.”

“이제 나는 신경 쓰지 말고 길 따라서 빠르게 걷고 있어.”

“예···.”


그의 명령에 노인은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유리는 그가 멀어지기를 기다리며 배낭에서 시약 하나를 꺼냈다.


‘거리가 좀 가까운데···.’


곧바로 던지지는 않았다.


‘흠, 어쩔 수 없네.’


하지만 잠깐의 생각을 끝으로 천장을 향해 유리병을 던지자마자 최대한으로 마나를 끌어 올려 움직였다.

그가 자리를 벗어나자마자 폭발과 함께 천장이 무너졌다.


‘겨우 이 정도 움직인 건가.’


유리는 재빨리 노인을 옆구리에 끼고 폭발의 범위를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왔다.

그 부분만 무너지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무너질 수도 있어 한참을 더 움직인 뒤에야 노인을 내려놨다.


‘그새 바람에 팔이 베였나. 그래도 살짝 베인 거니 신경은 안 써도 되겠어.’


동굴 안을 가득 메운 흙먼지에 유리는 로브로 코와 입을 감싸며 노인의 어깨에 흐르는 피를 닦아냈다.


“방금 소리에 놀라면서 제정신으로 돌아와라.”


노인은 양손을 귀로 가져갔다.


“씨팔! 뭐 쿨럭! 어우 씨, 무슨 쿨럭! 먼지가.”


그는 기침을 하며 유리를 바라봤다.


“지반이 안 좋았는지 천장이 무너진 것 같은데? 그것 보다 놀라서 가만히 있지 말고 어서 움직이기나 해.”

“방금 우리 뒈질뻔했는데 놀라지도 않냐?”

“그게 뭔 대수라고.”


유리는 노인의 등을 살짝씩 밀쳤다.


“갈 테니까 밀지 좀 마!”


노인이 발을 다시 움직이자 유리는 그제야 손을 내리고 따라 움직였다.


“하···. 길 양반한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

“고개를 숙이고 빌어.”

“그게 한두 번이어야지. 이제는 안 먹힐 것 같아. 게다가 계약상 이 동굴의 모든 책임은 나한테 와 있다고.”

“나이를 헛으로 먹었어.”

“애새끼가···.”

“그래도 충고하나 한다면 길베르트는 선만 잘 지키고 안 넘으면 봐 줄 거야. 아마 계약 기간을 늘려야 하니 계약서를 다시 쓰고 몸으로 때워야 하는 기간이 늘어나겠지. 그 정도?”

“지금보다 더?”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죽을 때까지 그 양반 밑에서 이 짓거리만 하겠어.”

“혹시 가족은 있나?”

“없는데 왜? 설마 가족이 있으면 가족한테 내 빚이 다 돌아가는 거야?”

“못 갚았으니 대신 갚아야지. 이미 잡혔으니 도망은 포기하는 게 맘이 편할 거야.”

“아주 끝까지 뽕을 뽑내, 뽕을 뽑아.”

“그리고 술이나 연초도 최대한 많이 하는 게 좋아.”

“그건 또 왜?”

“더 이상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면 쥐도 새도 모르게 따이고 돈 될만한 건 다 가져갈 테니까.”


노인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고요한 동굴을 울렸다.


“구···구라지?”

“구라 같아? 그럼 그렇게 생각해. 난 분명히 충고해줬으니까 그리 알고 있고.”


할 말을 다 한 유리가 입을 닫자 노인은 빈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조금씩 손톱을 물어뜯었다.


‘이 정도면 도착할 때까지 조용하게 움직일 수 있겠어.’


유리는 머릿속으로 계획을 짜며 부지런히 발을 움직였다.


***


“쉬지 말고 빨리 문이나 열어.”

“조금만···. 1분이라도 좋으니까 조금만 쉬자, 어?”

“그럼 내가 줬던 돈 돌려줘. 그럼 쉬게 해줄게.”


노인은 말없이 일어나 자물쇠를 하나씩 풀어나갔다.


“씨팔···진짜. 내가 그깟 돈 몇 푼 때문에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 앞에서 쩔쩔 매야 하나.”

“100골드를 일개 평민 대장장이가 버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망치질을 얼마나 해야 할지 상상이 안 가나 보지?”

“듣기만 해도 어지러우니까 조용히 기다리고 있어라, 제발.”


그리고 남은 자물쇠를 풀었다.


“아유 지쳐서 그런지 이제야 아이 씻팔. 작작 밀쳐!”


유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무시하며 대장간의 문을 열고 나갔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아 북적거리는 상가 사이를 서둘러 움직였다.


‘빨리 움직이자.’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의 불평불만이 귀에 들렸으나 다 무시하고 그저 앞으로 움직였다.


“아니 진짜 어깨를 쳤으면 사과를, 야!”


어깨로 다가오는 손을 피하고 불평을 무시하며 길을 따라 움직였다.

중간에 나온 골목길을 통해 빠르게 상가를 가로질러 오두막에 도착했다.


“유리 리버스.”

“케륵···.”


코볼트는 앉아있던 의자를 치우고 바닥을 두드렸다.

아래쪽에서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바닥을 들추고 계단을 통해 내려갔다.

유리도 그것의 뒤를 따랐다.


“콜크는 지금 뭐하고 있지?”

“케르륵. 아마 서류를 보고 있을 거라 생각. 케륵, 합니다.”

“안에만 있으면 됐어. 그보다 조금 서둘러 움직였으면 하는데. 내가 좀 급해서 말이야.”


아무 말 없이 코볼트는 발을 빨리 움직였다.

그만큼 둘은 빠르게 입구에 도착해 검문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케륵 도착. 했습니다.”


콜크의 방앞에 도착하자 코볼트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유리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가운데의 소파에 몸을 맡겼다.


“뭐, 의뢰를 맡기러 왔나?”


콜크는 보고 있던 서류를 내리고 유리에게 눈길을 줬다.


“그건 아니고. 일단 너희가 가지고 있는 지도 좀 다 가지고 와봐.”

“돈은?”

“끝나고 줄 테니까 가져오기나 해.”

“케르쿠르락 키르가락 카륵.”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코볼트 한 마리가 문을 열었다.


“게르 카르쿠룩.”

“케르락.”


잠깐의 대화가 끝나자 코볼트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10골드.”

“너무 비싼 거 아니야? 지인은 싸게 안 해줘?”

“20골드.”

“길베르트한테 아주 잘 배웠네.”


유리는 돈을 던져줬다.


“그보다 길베르트한테는 들리고 오는 길인가?”


콜크가 담배를 물고 돈을 닦으며 유리에게 말을 건넸다.


“이곳에서 볼일을 보고 움직일 거야. 지금 시간이면 약이나 하고 있을 게 분명하니까.”

“그 약은 언제 끊을지 모르겠군.”

“나처럼 투약을 받은 거면 모를까 섭취하면 끊는 건 힘들 거야.”

“약한 마약이 아니니. 그보다 놈은 어떻게 손에 대게 된 거지?”

“나랑 비슷해. 나는 강제로 맞았고 걔는 강제로 흡입했고.”

“케루라. 안타까운 얘기군.”

“역겨우니까 집어쳐. 그보다 마침 왔네.”


노크 소리와 함께 코볼트가 들어와 지도가 가득 담긴 상자를 내려두고 방을 나갔다.

유리는 몸을 일으키고 상자에 다가가 지도를 하나씩 펼쳤다.


“설마 나보고 정리하라고 이렇게 바닥에 집어 던지는 건 아니겠지?”


콜크의 한숨을 무시하며 남은 지도를 펼쳐 속을 확인했다.


‘이건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음···. 찾았다.’


회귀 전의 지도를 고이 접어 배낭에 넣었다.


“이제 길베르트한테 갈 거지?”

“그래. 그리고 지금 쓸 수 있는 고기 방패 얼마나 있지.”

“못해도 이백은 될 거다.”


콜크는 검지와 엄지를 오므려 원을 만들었다.


“하지만 사용하려면 돈이 꽤 많이 드는 데 감당이 가능한가 보지.”

“한 2000이면 되나.”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알겠어. 하루나 이틀 뒷면 다시 올 거니까 돈은 그때 주는 걸로 할게. 그럼 나중에 보자고.”

“잠시.”


움직이려던 유리를 콜크가 붙잡았다.


“왜?”

“이거 가져가라고.”


그리고 작은 초록빛 돌 하나를 던졌다.


“잘 쓰지.”


돌을 챙긴 유리는 곧바로 밖으로 향했다.

코볼트가 안내하기 위해 다가왔으나 무시하며 빠르게 움직였다.

밖으로 나와 돌을 부숴 악취를 지운 유리는 벌집이 있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약을 좀 많이 빨았던데. 말렸을지는 모르겠군.’


그 생각에 유리는 기운은 가라앉힌 채 달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오두막과 벌집은 그리 멀지 않아 금방 도착했다.

유리는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 취객들은 무시하며 바텐더 앞으로 갔다.


“사장 좀 만나게 열쇠 좀 줘.”


바텐더는 품에서 열쇠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유리가 받고 움직이려 하자 바텐더는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왜?”


유리의 물음에 그는 오른손을 들고 왼손을 든 다음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보였다.


“알겠어.”


유리는 바텐더가 열어준 문으로 들어가 금방 또 다른 문과 만났다.

문의 손잡이를 잡고 왼쪽으로 2번, 오른쪽으로 3번 돌린 뒤 열쇠 구멍에 열쇠를 집어넣고 두 번 돌리고 빼낸 다음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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