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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월 님의 서재입니다.

1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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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건보
작품등록일 :
2020.11.24 15:24
최근연재일 :
2022.09.2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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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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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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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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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7화

DUMMY

57.


유리는 팔찌를 확인하며 숲속을 빠른 속도로 달렸다.

팔찌의 나뭇잎은 오직 황도만을 가리키고 있기에 길을 헤맬 일은 없었다.


‘이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으니 그냥 달리기만 하면 돼.’


그래서 더욱 빠른 속도로 달렸다.

그런데 잘 달리던 와중 펼쳐놓은 감각으로 무언가를 느껴 검을 뽑아 들었다.


‘반은 남아있었나.’


네 명의 수행원들이 한껏 기운을 끌어올린 채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것을 느꼈다.

유리는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과 거리를 좁혔다.


“죽어!”


수행원 중 하나가 수풀에서 튀어나오며 크게 검을 휘둘렀다.

유리는 마나를 강력계로 돌리고 검을 크게 휘둘렀다.


“크헉!”


수행원은 검을 맞받아치기는 했으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멀리 날아가 나무에 부딪혔다.

충격이 컸던 것인지 정신을 잃고 일어나지 못했다.


“유리 리버스!”


아직 그 하나가 끝이 아니었다.

세 명 중 하나가 잔뜩 흥분한 채 검을 들이밀었다.

유리는 침착하게 검을 들어 올려 공격을 흘린 다음 자연스레 품 안으로 들어가 왼쪽 가슴으로 주먹을 뻗었다.


“그헉···.”


상대는 가슴이 뚫리며 숨이 끊겼고 그대로 몸을 늘어뜨렸다.

그 사이 두 명이 동시에 검을 휘둘렀으나 시체에서 손을 빼며 가볍게 피해냈다.

그리고 팔찌로 방향을 확인하고 곧바로 움직였다.


“어딜!”


남은 수행원들이 서둘러 그의 뒤를 쫓았다.


‘저것들과 실랑이를 벌이기에는 시간이 아깝다.’


유리는 강력계로 사용하던 마나를 한순간에 속력계로 바꿨다.

그 순간 그의 속도는 훨씬 빨라졌고 수행원들과의 거리가 점차 벌어졌다.


“무조건 잡는다. 감히 스승님을!”


그들은 어떻게든 유리의 붙잡기 위해 속도를 올리며 달리긴 했으나 거리가 좁혀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지칠 때까지 달린다.’


뽑았던 검을 정리하며 뻗어 있는 나뭇가지를 뛰어넘었다.

고개를 돌려 보이지는 않지만, 수행원들이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여전히 기운을 가라앉히지 않은 채 자신을 따라오고 있는 것을 느꼈다.


‘포기할 생각은 없는 건가.’


유리는 좀 더 속도를 올린 뒤 그들과 어느 정도 거리가 생기자 발을 멈추고 배낭을 열었다.

보라색 액체가 든 유리병 두 개와 얇은 철사를 꺼냈다.


‘체력전으로 가면 어차피 날 쫓아오지는 못하겠지만.’


몸을 숙여 나무 밑동에 유리병을 놔두고 철사로 고정했다.

철사를 뚜껑에도 꽂고 여러 높이로 나무의 곳곳에 감았다.


‘뒤를 편하게 내줄 수는 없지.’


몸을 일으키고 나무에 걸려있는 철사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겼다.

철사는 조금만 힘을 줘도 묶인 게 풀릴 것만 같이 아슬아슬했다.

출발하기 전에 고개를 들어 올려 하늘을 바라봤다.


‘달도 가려져 있으니 이 정도 날씨면 철사가 잘 보이지는 않겠어’.


그리고 다시 황도를 향해 움직였다.


‘밤을 세고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달리면 사흘에서 나흘 정도 걸리려나.’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고 준비도 끝냈기에 뒤는 신경 쓰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렸다.

그저 감각을 넓게 펼쳐 기운만 확인했다.


‘게다가 오늘부로 딱 일주일 남은 건가.’


마침 설치해 놓은 함정에 걸린 건지 뒤에서 커다란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

감각에 들어오던 두 명의 기운도 그에 맞춰 한순간에 사라졌다.


‘깔끔하게 죽었군.’


더 이상 거리를 유지할 이유도 없기에 마나를 불태우며 속도를 올렸다.


***


어느새 달이 지고 해가 떠올랐다.

시각은 아침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유리는 속도도 줄이지 않은 채 조용히 숲속을 달리고 있었다.

물을 마시지도 끼니를 해결하지도 않고 그저 달리기만 했다.


‘7시간 정도 달렸나. 이쯤 되니 나도 좀 지치는데.’


눈높이에 뻗어 있던 나뭇가지를 몸을 숙여 피했다.

무리 없이 잘 달리고 있던 유리는 갑자기 찾아오는 현기증에 발을 멈췄다.


‘어지럽군.’


손으로 나무를 짚어 균형을 잡았다.


‘마나를 너무 많이 사용한 건가.’


두 눈의 푸른 안광도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숨을 고르며 현기증이 살짝 사라질 때까지 천천히 기다렸다.

나무에 등을 기대고 깊게 심호흡을 했다.

이왕 쉬는 김에 배낭에서 물도 꺼내 조금씩 홀짝였다.


‘그래도 최근에 마나량이 늘어서 그런가 그렇게 심하게 찾아오지는 않았어.’


쉬다 보니 현기증이 어느 정도 사라져 유리는 몸을 확인했다.


‘몸은 괜찮은데 아직 마나를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네.’


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멈춰 있을 수가 없어 천천히라도 발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건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 머릿속으로 들어오던 정보가 한 번에 사라지니 개운하기도 하고 멍해진 것 같기도 하고.’


숲속을 걸어가던 유리는 온몸을 옥죄는 듯한 답답한 느낌을 받았다.


‘마수인가.’


마나를 억제하며 살기를 강하게 일으켰다.

그 느낌은 거짓이었던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육감이 어느 정도는 남아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야.’


숲속을 꽤 오래 걷다 보니 현기증은 완전히 사라졌다.

체력도 어느 정도 회복도 해 다시 마나를 아낌없이 불태우며 숲속을 빠르게 달렸다.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중간마다 팔찌도 확인했다.


‘길목이 생각보다 가깝나 본데.’


유리는 어느 순간부터 감각으로 여러 사람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일반인도 섞여 있는 걸 보면 용병이랑 상인일 테지만 혹시라도 수상한 이들이 섞여 있을 수 있으니. 숲으로 가는 게 훨씬 편하겠지. 그게 효율적이기도 하고.’


그래서 지금처럼 그냥 달렸다.

감각에 마수가 느껴지던 사람이 느껴지던 신경 쓰지 않고 달렸다.

물도 마시지 않고 식사도 하지 않았다.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져도 그저 달리기만 했다.

몇 시간에 한 번씩 마나 결핍증 때문에 현기증이 찾아왔으나.


‘이 정도는 버틸만해.’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기에 조금 쉬고 회복이 되면 다시 달렸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고 해가 떠올랐다.


***


어느새 해는 중천을 조금 넘는 위치에 떠올랐다.

하지만 유리는 움직이지 않고 나무에 기댄 채 물을 홀짝거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죽겠군···.’


많이 지쳐 숨도 거칠게 내쉬고 있었으며 눈도 푸르게 빛나고 있지 않았다.


‘마나 결핍증이 가시지 않아. 좀 오래 휴식을 해야겠는데.’


여태까지 마나 결핍증이 약하게나마 몇 번이고 찾아왔는데 완전히 회복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나를 쓰면서 움직이다 보니 그에게도 한계가 찾아왔다.


‘마나 회로도 완전히 맛이 가버렸군. 이러면 한동안 마나도 쓰지 못할 텐데.’


동시에 회복도 잘 되고 있지 않았다.


‘완전히 회복하고 움직일 걸 그랬나. 내 예상보다 오래 걸릴 것 같으면 그냥 죽는 게 시간을 훨씬 아낄 것 같은데.’


가만히 앉아 휴식을 취했으나 여전히 마나 회로는 회복될 기미가 없었고 현기증도 가시지 않았다.


‘그래도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하지만 회복속도는 빨라지지 않았다.

마나 회로에 손상이 있던 것인지 마나도 일정 수치 넘게 끌어 올리지를 못했다.


‘이대로는 시간을 많이 잡아먹겠어.’


품에서 단검을 꺼내 망설임 없이 목을 그었다.


***


회귀를 하고 정신을 차린 유리는 숲속을 천천히 걸었다.


‘마나 회로가 진정되고 완전히 회복되기 전까지는 이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겠는데.’


기운을 가라앉힌 채 천천히 걷다 보니 여러 야생동물과 마수가 기회를 노리기 위해 주위를 맴돌았다.


‘가만히 있기에는 쓸데없이 수가 많아.’


그래서 마나는 억제하며 살기만 거칠게 풍겼다.

마수와 야생동물은 그 기세에 지레 겁을 먹고 황급히 거리를 벌렸다.

그의 감각이 닿지 않는 곳까지 빠르게 달아났다.


‘귀찮은 일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 살기는 계속 풍기고 있어야겠어.’


생각보다 길목과 거리가 가까운 탓에 용병들의 기운도 이따금 느꼈다.

그때만 살기를 가라앉히고 거리가 멀어지면 다시 펼쳐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그 행동을 반복하며 몸과 마나 회로가 회복될 때까지 천천히 움직였다.


‘이 정도면 무리 없이 움직일 수 있겠어.’


어느 정도 회복을 한 유리는 짧게 몸을 풀고 마나를 불태우며 서둘러 움직였다.

해가 뜨려 할 때부터는 다시 마나 결핍증이 조금씩 찾아왔다.

그래도 새벽에 충분히 휴식을 취한 덕에 금방 회복이 돼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움직였다.


‘이 속도로 간다면 이틀 뒤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하지만 유리는 마나를 더욱 불태우며 속도를 올렸다.


‘그래도 준비할 게 좀 있으니.’


그렇게 해가 중천을 넘을 때까지 달린 뒤 휴식을 취했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되자 다시 움직였고 날은 어느새 어두워졌다.


‘결핍증이 심하게 찾아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휴식을 취하는 게 다음 날이 편하겠지.’


유리는 마나를 가라앉히며 속력을 줄이고 천천히 숲속을 걸었다.

그렇다고 마나를 완전히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기에 어느 정도 감각을 일으킨 채 움직였다.


‘일단 루테프는 지금 내 위치를 확실히 알고 있을 거야. 황도에 도착하는 날에는 주술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인원을 함부로 뺄 수도 없을 테고. 남은 이틀에서 사흘 정도에 뭔가를 하기는 할 텐데.’


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2만 번을 넘게 싸우기는 했지만 내가 단장님을 죽인 시점에서 그 조직에서 나와 맞붙을 수 있는 이는 없어. 아니, 오히려 그가 죽었기에 더 이상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행동을 하게 되는 건가. 그렇기엔 이전의 행동을 보면···.’


유리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빠르게 검을 뽑으며 옆에서 아가리를 벌린 채 달려드는 라이칸의 목을 벴다.

살기도 거칠게 풍겨 주변을 둘러싼 라이칸들을 쫓아냈다.


‘확실한 건 내가 황도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뭔 일을 하기는 할 거야. 이제 지금 말고는 기회가 없을 테니까.’


거친 살기에도 도망가지 않은 오크가 아래로 주먹을 떨어뜨렸다.

손이 떨어지기 전에 품으로 들어간 유리는 검으로 오크의 허벅지를 벴다.

허벅지가 완전히 절단되며 오크가 쓰러졌다.


‘마나를 사용하기는 했다지만 확실히 명검이기는 하군.’


오크가 고통 섞인 외침과 함께 크고 거칠게 몸부림을 쳤으나 무시하고 서둘러 움직였다.


‘빨리 황도에 도착하지 않으면 시간 손해가 많이 일어나겠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으나 가라앉혔던 마나를 다시 불태우며 속도를 올렸다.

살기에도 도망가지 않고 그를 둘러싸고 있던 몇몇 마수들은 빠른 속도로 거리가 멀어지자 다들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아직 남아있군.’


유리는 달리는 와중에도 여러 마수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뭐, 꽤 소란을 피웠으니 움직이는 게 당연한 거겠지. 심지어 피 냄새까지 풍기고 있으니.’


그 생각을 하기 무섭게 커다란 초록색의 팔이 유리의 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하나하나 다 느끼고 있었기에 몸을 숙이며 여유롭게 피해냈다.

동시에 오른팔로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트롤의 팔을 베어냈다.


크워어!


트롤의 포효는 뒤로하고 앞에서 아가리를 벌리며 달려드는 라이칸 두 마리를 길게 베어내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싸우는 게 시간 손해야.’


한계치까지 마나를 끌어 올리며 최대한 빠른 속도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몇 마리의 마수가 앞을 가로막기 위해 나타났다.

그러나 빈틈을 파고들며 부드럽게 검을 휘둘러 빠르게 죽이고 앞으로 달려갔다.


‘마수가 쓸데없이 많이 깨어났어. 이거 길목으로 가야겠는데.’


유리는 방향을 틀어 사람들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이동했다.

살기를 이미 가라앉혔는데도 흥분한 마수들이 달려들었으나 가볍게 피해내며 움직였다.


‘곧 있으면 도착하겠어.’


유리는 얼마 가지 않고 숲을 벗어났다.

동시에 흥분한 마수들과 전투를 치르는 용병들과 마주했다.


“제발 우리를 살려줘!”

“원하는 만큼 돈을 줄 테니 제발!”


용병들은 그를 향해 소리쳤으나 가볍게 무시하고 황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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