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미월 님의 서재입니다.

1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건보
작품등록일 :
2020.11.24 15:24
최근연재일 :
2022.09.20 19:45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2,533
추천수 :
8
글자수 :
451,055

작성
21.01.17 20:00
조회
20
추천
0
글자
12쪽

56화

DUMMY

56.


유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꿈에도 모른 채 단장은 지지 않기 위해 검에 힘을 실었다.


“조사된 바에 의하면 분명히 감각계일 텐데 이렇게까지 근력을 올릴 수 있는 건가.”


그의 말을 무시하며 유리는 검을 앞으로 밀어 상대를 떨어뜨린 다음 다시 한번 검을 크게 휘둘렀다.

단장은 침착하게 검을 맞받아치고 손목을 틀면서 검신을 아래로 내려 공격을 부드럽게 흘렸다.


‘지금!’


드러난 옆구리를 향해 손을 뻗었으나 어느새 유리가 그곳을 향해 단검을 내밀고 있었다.

겨우 그것을 눈치챈 그는 재빨리 손을 빼며 거리를 벌렸다.


“역시 전투 감각은 확실히 좋아.”


유리가 단장에게 쇄도하며 허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는 검을 세워 공격을 막으며 어깨를 유리를 향해 들이밀었다.

하지만 유리도 재빠르게 반응해 거리를 벌렸다.


‘비었다.’


옆구리가 훤히 드러난 것을 놓치지 않고 힘을 실어 빠르게 검을 앞으로 뻗었다.

단장이 찌르기를 쳐내며 위에서 아래로 검을 내리그었다.


‘일부러 보여줬군.’


유리는 단검을 버리고 양손으로 검을 쥐고 공격을 막아냈다.


“이 상황에 절 가르치려는 겁니까.”

“부하들보다는 확실히 재능이 뛰어나니 그럴 수밖에 없지. 일종의 병이지, 병. 그보다 황도에서 전령을 보냈었는데 폐하의 밑으로 들어올 생각은 여전히 없는 건가.”

“그럼 그 폐하라는 사람의 목을 가져오시죠.”

“그건 힘들 것 같은데.”

“그럼 관심 없습니다.”

“아쉽군.”


단장은 그의 복부를 향해 무릎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눈치를 채고 있던 유리는 뒤로 물러나며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던졌다.

그는 단검을 쳐내고 거리를 좁히려 했으나 갑자기 유리가 방향을 틀고 달려와 급하게 땅을 딛고 검을 휘둘렀다.

유리도 맞받아치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한 발이라 자세가.’


단장은 부딪히는 힘을 이기지 못하며 균형도 잡지 못해 크게 휘청였다.

유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멀쩡한 다리를 걸어 그를 넘어뜨렸다.

곧바로 그의 심장을 향해 검을 뻗었으나 단장은 맨손으로 검을 잡아 쥐었다.


“아깝겠어.”


그는 신경 쓰지 않고 검에 힘을 줬으나 자신의 힘으로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동시에 단장이 자신을 베려고 해 검을 버리고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힘들겠지만 어쩔 수 없나.’


품에서 단검을 두 자루를 꺼내 한 자루씩 양손에 쥐었다.

그사이 단장이 몸을 일으켰고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뒤쪽 수풀로 집어 던졌다.

검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둘은 동시에 움직였다.


‘안으로 파고들 수가 없다.’


경지로 인한 힘의 차이를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는데 무기의 길이가 짧아지며 상대하기가 버거워졌다.

그가 한번 한번 공격할 때마다 크게 들리는 팔을 억지로 잡아당긴다고 어깨에도 무리가 가고 있었다.


‘이번에도 힘들 것 같은데.’


어떻게든 공격을 흘리며 기회를 잡고 있던 그는 단장이 휘두른 검에 실린 힘을 이기지 못했다.


‘팔이!.’


튕겨 나간 오른팔을 어떻게든 잡아당기려 했으나 누적된 충격에 어깨가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단장은 훤히 빈 그의 옆구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피할 수가 없다.’


공격을 막기 위해 유리가 왼손의 검을 들어 올렸다.

검에 베이는 것은 막긴 했으나 팔이 안으로 들어가며 힘을 버티지 못하고 멀리 날아갔다.

몸을 틀어 나무에 부딪히기 직전에 그 위로 착지는 했으나.


‘이제는 움직이기도 힘들겠군.’


충격을 완전히 흡수하지 못해 양 발목에 금이 가고 말았다.

땅 위로 내려왔으나 균형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죽을 수밖에 없겠는데.’


상대를 방심시키지 않기 위해 팔을 들어 올리긴 했으나 받아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에게 쇄도하는 단장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래도.’


품에서 유리병을 꺼내 뚜껑을 열더니 안의 내용물을 허공에 뿌렸다.

단장의 검이 닿기 직전 뿌렸던 내용물이 수상한 소리와 함께 폭발하면서 둘은 화염에 휩싸였다.


***


15번째 회귀.

도저히 이길 가능성이 없어 폭발로 자살을 선택했다.

60번째 회귀.

유리는 단장의 검에 목이 베이며 목숨을 잃었다.


“아깝게 됐군.”


145번째 회귀.

유리는 단장의 왼팔을 잘라냈으나 그의 검에 심장이 찔려 숨이 끊어졌다.

372번째 회귀.

유리가 일으킨 폭발에 둘은 화염에 휩싸였다.


“좀 있다 보자고···.”


997번째 회귀.

둘의 검은 서로의 심장을 동시에 꿰뚫었고 둘 다 목숨을 잃었다.

2572번째 회귀.

유리는 단장이 검을 뽑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분명히 검이 닿을 거리도 아니었는데 유리의 목은 몸에서 떨어져 공중으로 떠올랐다.


“비겁하게 독을 쓰다니···.”


8231번째 회귀.

검에 묻어있던 독이 효과가 나타나며 유리가 그의 어깨를 베고 궁지에 몰았다.

하지만 단장은 피를 토하고 비틀거리는 와중에도 검에 일부로 찔려 도망치지 못하게 한 뒤 그의 목에 검을 찔러넣었다.


“쿨럭···. 나도 죽는 건가.”


17091번째 회귀.

유리는 틈을 노려 단장의 옆구리를 깊게 벴다.

단장은 옆구리를 붙잡은 채 힘겹게 싸워갔다.

유리가 그를 향해 회심의 일격을 날렸으나 단장은 그의 검을 뺏고 가슴에 찔러 넣으며 동시에 쓰러졌다.

유리는 온몸으로 퍼지는 독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정신을 잃어버렸다.


***


유리는 단검을 휘둘러 빠르게 날아오는 검을 쳐냈다.


“누구냐!”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에 수행원 중 하나가 크게 외쳤다.

그 소리를 무시하며 몇 가지 시약을 주변과 검에 뿌리고 품에도 챙긴 뒤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무에 박힌 검을 뽑아냈다.


‘이제 22145번째.’


그리고 수풀 밖으로 나가 품에 숨겨놨던 단검 다섯 자루를 일제히 던졌다.

수행원이 단검을 막는 사이 그와의 거리를 좁혔다.


“어딜!”


수행원은 마나가 휩싸인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유리는 검을 부숴버리며 심장을 향해 검을 찔러넣었다.


“크헉!”


뒤에 있는 단장까지 같이 죽이려 하였으나 검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의도가 너무 뻔한 거 아닌가?”


남은 7명의 수행원이 유리를 향해 검을 휘두르려 했으나 그보다 단장의 말이 더 빨랐다.


“너희는 신경 쓰지 말고 어서 폐하에게 향해라.”

“하지만.”

“명령이다. 설마 내가 죽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수행원들은 검을 거두며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유리는 그의 공격이 오기 전에 시체에서 검을 빼며 거리를 벌렸다.

시체는 힘없이 옆으로 쓰러졌다.

단장은 곧바로 유리를 향해 쇄도했다.


‘맨 처음은 위.’


머리로 떨어지는 검을 피하며 어깨로 가슴을 밀쳤다.

단장은 어깨를 손으로 밀어 거리를 벌리기를 잠시 빠른 속도로 다시 거리를 좁혔다.


‘다음은 우측 아래에서 대각으로.’


검이 맞닿은 순간 손목을 틀어 공격을 흘리고 팔을 강하게 위로 들어 올렸다.

단장의 팔은 크게 들렸고 그 찰나의 틈을 이용해 상대의 품으로 파고들어 거리를 좁히고 멱살을 붙잡았다.


“이상한 짓거리를!”


그의 시선이 멱살을 잡은 손으로 향한 순간 유리는 멀쩡한 발을 밟아 부서뜨렸다.

단장은 균형을 잡기가 힘들어져 멱살을 잡은 유리의 손을 쳐내고 거리를 벌리며 검을 휘둘렀다.


‘마지막으로 오른쪽.’


거리를 벌리는 그를 따라가며 팔을 쳐내 공격을 막은 뒤 겨드랑이 사이로 검을 집어넣고 힘을 강하게 줬다.

왼팔이 거칠게 뜯겨나가며 땅에 떨어졌다.

유리는 뜸을 들이지 않고 발을 걸었고 단장은 균형을 잃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일어나지 못하게 두 발을 빠르게 잘라내고 검을 멀리 차낸 뒤 목에 검을 겨눴다.


“참고로 제 검에는 독이 발라져 있습니다.”

“그러고도 기사라고 할 수 있는 건가···.”

“이미 기사를 그만둔 지는 오래인지라 저한테는 의미가 없는 말입니다.”


그가 피를 토해내는 것은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독이 퍼지고 있군요. 참고로 제 검에 바른 독의 치사량은 일반적인 독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퍼지는 속도도 훨씬 빠르죠. 곧 있으면 죽을 텐데 달리 할 말은 없습니까.”

“내가 느끼기에 내 공격 패턴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는데 얼마나 싸운 거지···.”

“2만 번 넘게 싸웠습니다.”

“그런 거라면 확실히 죽을 만도 하군···.”

“그것 말고 다른 하실 말씀은 있습니까, 단장님?”

“역시 알고 있었군.”

“그러니 제가 경어를 썼겠죠. 단장님인 것을 몰랐다면 쓰지 않았을 겁니다.”

“이제 이건 필요 없겠어.”


단장은 어깨에서 손을 떼어내고 가면을 벗었다.

남은 힘으로 손을 움켜쥐어 가면을 박살 냈다.


“언제부터.”


그의 말을 끊으며 유리가 입을 열었다.


“단장님은 모르시겠지만 싸우는 도중 제 걸음법을 멈추게 했을 때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황궁의 도서관에서 자료를 조사하는 중에 단장님까지 그 자리를 다들 스승이 물려주고 은퇴를 해서 어느 정도 의심은 하고 있었습니다.”

“자료는 다 소거했을 줄 알았는데 몇 개가 남아있었나 보군.”


그의 눈이 조금씩 흐려져 갔다.


“주술이 무난히 완성되어 가는 도중에 제가 나타나 방해를 하니 신경이 많이 쓰이셨을 것 같습니다.”

“굳이 그런 건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누구를 섬겨야 하는 건지 확신을 할 수 없었으니까 말이야.”

“그럼 그냥 아스 폐하를 섬기시지 왜 이런 일을 하신 겁니까.”

“훈련을 받아왔으니까. 자네는 어렸을 때 머더러즈에서 훈련을 받았었지. 나도 비슷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곧 있으면 완성될 주술을 위해 훈련과 교육을 받아왔어. 그러다 보니 이 모양 이 꼴이 난거지. 나에게는 이것밖에 없었으니까···.”


그의 입에서 나오는 숨소리가 점점 희미해져 갔다.


“안나는 그쪽입니까, 아님 저희 쪽입니까.”

“손녀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줘. 나 때문에 그 아이도 그렇게 된 거니 차라리 나를 미워해 줬으면 좋겠군. 이 점은 부탁하네.”

“유언입니까.”

“비슷하지.”


유리는 이제 그를 향해 검을 겨누는 게 의미가 없단 것을 알기에 독에 부식되어가는 검을 집어 던졌다.


“그런 감정들은 이미 버린 지 오래입니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만 묻겠습니다. 주술이 실행되는 장소는 어디고 주술을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습니까.”

“내 정체를 알아냈을 정도면 이미 어느 정도는 유추하고 있지 않나. 나는 해줄 말이 없어. 이게 그분에 대한 내 마지막 충성심이야···.”

“저에 대해서 별달리 해주실 말씀도 없으시겠죠?”

“당연하지. 그리고 내 검은 가져가라. 저래 봬도 명검이라고 하는 놈 중 하나니까.”


유리는 그의 검을 주워 허리에 차고 배낭을 챙겼다.


“가면은 부숴놨으니 지금 우리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는 이는 없어.”

“그 점은 감사드립니다. 뭐, 그것도 알고 있었지만 말이죠.”


그리고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루테프 폐하, 늦은 나이에 반항기를 가져서 죄송합니다···. 아스 폐하, 곁을 지켜드리지 못해서 송구합니다.”


단장은 더 이상 앞이 보이지 않았고 온몸에서 감각도 사라져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죽음이 가까워지니 마음이 편안해지는군. 그래도 한 가지가 걸려.’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 유리가 움직인 방향이라고 생각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나야 미안하다···. 할애비가 실패를 해 네 손으로 모든 걸 끝내야 하는구나.”


그 말을 끝으로 단장은 의식을 잃었고 숨이 끊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1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9 69화 21.01.31 25 1 12쪽
68 68화 21.01.30 25 1 13쪽
67 67화 21.01.28 21 0 12쪽
66 66화 21.01.27 23 0 12쪽
65 65화 21.01.26 22 0 13쪽
64 64화 21.01.25 22 0 12쪽
63 63화 21.01.24 21 0 13쪽
62 62화 21.01.23 31 0 13쪽
61 61화 21.01.22 22 0 12쪽
60 60화 21.01.21 22 0 12쪽
59 59화 21.01.20 19 0 13쪽
58 58화 21.01.19 21 0 13쪽
57 57화 21.01.18 18 0 12쪽
» 56화 21.01.17 21 0 12쪽
55 55화 21.01.16 27 0 12쪽
54 54화 21.01.15 23 0 12쪽
53 53화 21.01.14 24 0 13쪽
52 52화 21.01.13 20 0 13쪽
51 51화 21.01.12 19 0 13쪽
50 50화 21.01.11 22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