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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월 님의 서재입니다.

1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건보
작품등록일 :
2020.11.24 15:24
최근연재일 :
2022.09.2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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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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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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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7화

DUMMY

47.


그래서 고개를 돌리니 통나무 하나가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

그는 재빨리 마나를 일으켜 주먹을 휘둘렀다.

통나무는 산산이 부서졌고.


히이이잉!


통나무와 유리의 주먹에 실린 힘을 이기지 못하고 말이 그만 균형을 잃으며 쓰러졌다.

유리는 넘어지는 말에서 뛰어내리고 착지하며 균형을 잡았다.


‘귀찮게 됐군.’


고블린 10마리와 오크 2마리가 잔뜩 흥분한 채 달려오고 있었다.

유리는 단검을 손에 쥐고 달려들었다.


키에엑!


고블린 한 마리가 녹슨 검을 휘둘렀다.

유리는 공격을 피하며 손을 잘라냈다.

다음 공중에 뜬 녹슨 검을 재빨리 낚아채고 고블린의 아가리에 집어넣어 입천장을 통해 머리를 꿰뚫었다.


키아라!


남은 놈들은 동료가 죽는 건 신경 쓰지 않고 이빨과 무기를 들이밀었다.

유리는 그것들을 향해 방금 죽인 시체를 있는 힘껏 집어 던졌다.

시체와 부딪힌 고블린 몇 마리가 함께 터져나갔다.

동료가 사라지며 피와 살점이 튀자 그것들은 그제야 황급히 발걸음을 멈췄다.


키이이.


그리고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말은.’


눈길을 돌려 말을 확인했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는 것인지 몸을 일으켜 머리를 털고 있었다.


‘무시하고 출발하면 되겠어.’


오크는 아니었다.

고블린을 짓밟으며 달려온 오크가 주먹을 유리를 향해 휘둘렀다.

하지만 가볍게 공격을 피하며 눈으로 단검을 날렸다.


크워어!!


오크는 손을 얼굴로 가져가 단검이 박힌 왼쪽 눈을 감싸 쥐었다.


‘저 2마리는 죽여야겠는데.’


유리는 새 단검을 꺼내며 얼굴을 감싼 오크의 팔꿈치를 붙잡고 얼굴에 달라붙었다.

다른 오크가 동료에게 달라붙은 그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가뿐히 공격을 피해냈다.

오크의 손은 동료의 얼굴을 강하게 쳤다.


우워어!

키에엑!


맞은 오크는 그만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주위에 있던 몇몇 고블린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깔려버렸다.

남은 오크는 쓰러진 동료에게로 발을 옮겼다.

유리는 땅에 착지하자마자 오크에게 쇄도해 등 뒤에 올라탔다.


크우! 크워어!


등에 올라탄 그를 떼어내기 위해 오크가 팔을 뒤로 가져갔다.

유리는 이리저리 움직여 손을 피함과 동시에 손가락을 잘라냈다.

오크가 손을 앞으로 가져간 사이 유리는 빠르게 머리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푸른 기운이 서린 단검을 역수로 쥐고 강하게 내려찍었다.


크룩···.


오크의 큰 몸체가 힘없이 땅으로 꺼졌다.

쓰러져있던 오크는 동료의 몸에 깔리고 말았다.

유리는 깔려있는 오크의 남은 눈으로 단검을 집어넣으며 사정없이 뇌를 난도질했다.


“제발 우리 좀 살려줘!”


아직 저항을 하고 있던 용병이 외쳤으나.

오크의 눈구멍에서 팔을 뺀 유리는 그를 무시하며 말에 올라타고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안돼···.”


작은 소리였지만 마나를 일으킨 유리의 귀에는 아주 잘 들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조건 앞으로 달렸다.


‘쓸데없이 시간이 지체됐어.’


유리는 고삐를 세차게 흔들었고 그만큼 말의 속도가 빨라졌다.


‘아직 넘치려면 시간이 조금 남았을 텐데. 그럼 농도가 짙었을 때 빠져나오면서 흩어진 것들이 처리가 안 된 건가.’


말을 타고 달리면서 물을 꺼내 손과 옷에 묻은 피를 흘려보냈다.

게다가 아직 체력을 회복하지 못한 건지 말이 거칠게 숨을 내뱉었다.


‘조금만 버텨라.’


한참을 더 달려간 뒤 마수들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고 나서야 속력을 줄였다.

말에서도 내려와 고삐를 잡고 길을 따라 움직였다.

걷다 보니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올랐다.

그는 개울가를 찾아가 쉬게 할 겸 말의 허기를 채웠다.

유리도 얼굴에 묻은 피를 닦고 몸을 일으켰다.


‘식사를 안 한 지도 꽤 된 거 같은데.’


그 생각에 배낭에서 육포 한 조각을 꺼내 입에 문 채로 고삐를 끌었다.

길목으로 빠져나온 뒤 다시 말을 타고 길을 달렸다.

잘 달려가다 말고 식사를 하며 쉬고 있는 용병들에게 다가갔다.


“실례지만 여기서 웨스티안 영지까지는 얼마나 걸립니까?”

“빠르면 이틀, 늦으면 사흘 정도 걸린다네.”


유리는 고개를 숙이고 다시 말에 올라탄 뒤 빠르게 몰았다.


‘다행히 금방 벗어나서 그런지 시간이 오래 소비되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리고 하염없이 달렸다.

1시간, 2시간, 3시간을 넘어 어느새 8시간이 지났다.

하늘에는 해가 지고 빈자리에 달이 자리를 차지했다.


‘이 이상은 말을 타고 가기에는 힘들겠어.’


위에서 내려와 고삐를 나무에 묶어두고 근처에 호숫가가 있는지 확인을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배낭을 베개 삼아 땅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


‘라이칸 20마리.’


유리는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눈에 보이는 건 없었으나 하나하나 다 느끼고 있었다.


‘완전히 주위를 둘러쌌군.’


이번에는 시선을 말에게 향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자고 있고.’


말에게로 향하고 있던 시선을 가져오고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강한 살기를 일으켰다.


히이이잉!


말이 놀라며 크게 울부짖었다.

주위를 둘러싼 라이칸들도 삽시간에 자리를 벗어났다.


‘이제 뜬 눈으로 9시간만 버티면 되겠어.’


그는 몸을 편하게 눕히고 시간이 흐르길 기다렸다.


***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와 유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풀었다.

깨어있는 말의 고삐를 끌고 어젯밤에 봐두었던 호숫가로 이동했다.

둘은 함께 목을 축이며 세안을 하고 일어나 길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말을 타고 서쪽으로 달렸다.

그런데 말을 타고 달린 지 얼마 안 된 와중.


“저기요!”


어떤 사내가 유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유리는 이번에도 무시하고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갑자기 사내가 길목으로 튀어나오며 앞길을 막았다.

어쩔 수 없이 고삐를 강하게 당겨 말을 멈춰 세웠다.


히이이잉!


말의 상체가 들리며 힘겹게 발을 멈췄다.


“죽으려고 작정했나?”


유리는 사내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아니 저희를 좀 도와주십사 해서 불렀는데 지나치려고 하시길래 어쩔 수 없었습니다.”


사내는 미소를 지으며 능청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그래서 저희 좀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많이 힘들어서 말이죠.”


하지만 유리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갈 길이 바쁘다. 오면서 많은 사람을 봤으니 그들에게 부탁해라.”


유리가 고삐를 흔들어 다시 출발하려 했으나 사내는 앞길을 비키지 않았다.


“에이. 그러지 마시고.”


사내의 행동에 유리는 보증서를 꺼냈다.

얼떨결에 그것을 받은 사내는 자연스럽게 펼쳐 읽어 내려갔다.

끝까지 다 읽은 사내는 황급히 보증서를 고이 접고 유리에게 건넸다.

빠르게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기 시작했다.


“죄, 죄송합니다! 귀한 분의 시간을 함부로 붙잡았습니다!”

“알면 됐다. 대신 내가 움직이고 있단 것은 절대 꺼내지 마라. 그때는 나도 너희들을 책임질 자신이 없다.”

“예, 예! 시간을 뺏어서 죄송합니다.”


사내는 다급히 물러났다.

유리는 고삐를 흔들어 말을 빠르게 몰았다.


‘별게 다 시간을 빼앗는군.’


시간을 빼앗긴 만큼 말의 속도를 올리며 달렸다.

하지만 체력 때문에 중간마다 쉬게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쉬다 가는 것을 반복하며 여러 무리를 지나쳤다.


‘이대로 간다면 모레 아침쯤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여러 사람을 지나치며 하염없이 달렸다.

정오가 한참 넘은 시각.

유리는 마을을 지나치며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확실히 다들 편하게 쉬고 싶은 건지 길목에 느껴지는 기운이 없다시피 하는군.’


말고삐를 더욱 세차게 흔들었다.


‘편하게 갈 수 있겠어.’


그래서 해가 질 때까지 달렸다.

다행히 오늘은 날도 밝아 달이 떠오르고 나서도 한참을 더 달린 뒤에야 말을 멈췄다.


‘그래도 오늘 꽤 많이 왔어.’


유리는 고삐를 묶어두고 언제나처럼 호숫가나 개울가를 확인한 뒤 살기를 한 번 뿌리고 돌아왔다.

배낭을 베개 삼아 몸도 눕혔다.

이제 눈을 감고 편하게 쉬려 하는 와중 유리의 감각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많이도 뭉쳐 다니는군.’


그는 감았던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불을 지폈다.

1시간가량을 기다리다 보니 꺼질 것 같은 등불에 의지한 채 15명의 인원이 걸어왔다.

다들 피를 뒤집어썼고 피 냄새도 진하게 풍겼다.


“저기 혹시···.”


한 명이 앞으로 나서서 입을 열었으나 쉽사리 입을 열지는 못했다.

그래서 유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여기서 쉬셔도 됩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조금만 가면 개울가가 나오니 짐은 저한테 맡겨두고 피를 지우고 오시죠.”


그 말에 남자가 깊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는 서둘러 동료들에게 다가가 상황을 설명했다.

유리는 마나를 일으켜 감각을 발달시키고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저분께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가면 개울이 나온다고 했으니 교대로 씻도록 합시다. 순서는 어떻게 할까요?”

“C급부터 씻기고 그들을 보초로 세운 다음 대장과 제가 씻고 나머지를 씻기죠. 그게 제일 나을 것 같은데.”

“예 제 생각에도 그게 가장 효율적일 것 같기는 하지만 제가 맨 마지막에 씻겠습니다.”

“뭐 상관은 없습니다. 그럼 저희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예. 짐은 제가 지키고 있겠습니다.”


대장을 제외한 일행들은 곧장 개울가로 향했다.

그는 유리에게 다가와 곁에 앉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아까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 시간에 게다가 피를 잔뜩 묻힌 저희를 곁에 두다니 저는 상상도 못 할 겁니다.”

“그 점에 관해서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쪽이 다 덤벼들어도 별일은 생기지 않으니까요.”

“실력에 자신감이 있으신가 봅니다.”

“허투루 훈련한 건 아니다 보니.”

“저는 아무리 훈련해도 그런 자신감은 안 생기더군요.”

“그쪽이 어떻게 훈련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항상 진검을 맞대면서 해 그런 걸 수도 있습니다. 실전을 중하게 여기는 편이라.”

“아마 그게 아닐까 싶네요. 저는 그런 식으로 훈련은 하지 않아서.”

“하시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이 일은 매 순간마다 목숨을 걸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죠.”

“경지를 그 정도까지 쌓으셨으니 이것도 가능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대장은 놀란 눈빛을 지었다.


“어떻게 아신 겁니까?”

“감각계라 그렇습니다. 드물기는 하지만 그런 반응이 나올만한 건 아닙니다만.”

“기분이 언짢으셨다면 죄송합니다. 이 일을 오래 하기는 했지만, 감각계는 처음 봐서 말이죠.”

“그렇군요. 그런데 어쩌다 피를 뒤집어쓰신 겁니까? 마나 농도가 낮아져서 마수가 자주 출몰하지는 않을 텐데요?”


대장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예. 마수는 아니었습니다. 출현빈도가 낮아졌다는 얘기를 듣고 서쪽으로 가는 의뢰를 받았으니까요.”

“그럼 역시 사람입니까?”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 긴장을 하며 길을 가고 있었는데. 아, 마침 일행들이 오는군요. 저도 씻으러 가봐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러셔도 됩니다.”

“그럼.”


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개울가로 걸어갔다.

그가 앉은 자리에 앞장서며 걸어온 용병이 앉았다.


“대장이 인사를 했겠지만, 저도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괜찮습니다. 그보다 대장이라는 분은 원래 저렇습니까? 성격상 할 그릇이 안 되는데요.”

“성격은 저래도 믿을 만한 사람입니다. 절대로 누군가를 버리지 못하거든요.”

“그럼 옆에서 자신감을 좀 불어 넣어주시죠. 안 그럼 이 일을 오래 하지는 못할 것 같군요.”


용병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게 좀처럼 안되더군요. 그보다 시간이 늦었는데 먼저 주무시는 게 어떠십니까? 이 시간에 저희를 받아주셨으니 불침번도 이쪽에서 맡겠습니다.”


그 말에 몇몇이 불쾌한 얼굴을 지었으나.


“그렇게 말씀을 해주시니 먼저 눕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날이 어슴푸레 밝아질 때쯤 출발할 거니 제가 없어져도 놀라지 마셨으면 합니다.”

“저희가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군요. 알겠습니다. 대장에게도 말해두겠습니다.”


유리는 그렇게 자신의 자리에 누웠다.

씻고 돌아온 대장과 남자의 얘기가 귓가에 들려왔으나 한 귀로 흘리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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