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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선티플님의 서재입니다

죽어도 살고 싶은 무림 지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에선
작품등록일 :
2022.05.24 02:09
최근연재일 :
2022.08.26 18:15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2,542
추천수 :
51
글자수 :
173,027

작성
22.08.1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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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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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원죄의 아이(3)

DUMMY

‘그걸 써야 하나?’


한청천은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만약을 대비해 챙긴 비약을 집었다.

병을 악화시키는 전심내공을 일각 정도 고통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비약.

이 비약을 사용하면 단전만을 사용하는 자신과 대등한 하후윤 정도는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잠시 망설이던 한청천은 비약을 집어놓고선 푸념했다.


“됐다. 송사리 하나 잡자고 썼다가 또 무슨 잔소리를 들을라. 못 이길 것까지도 아니고, 더군다나···.”


한청천은 하후윤의 내력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대부분의 무공과 달리, 자연을 집어삼킬 것처럼 격렬하게 회전하는 내력의 톱니바퀴.

광기에 가까운 깨달음은 한청천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저 애송이도 아직 전력은 아닌 것 같으니까.”


하후윤은 내력의 회전을 가다듬기 위해 호흡을 다스렸다.

자칫하면 자신마저 찢어발길 내력의 소용돌이를 몸에 감싼 하후윤은 멀쩡하게 서서 자신이 움직이기를 기다리는 한청천을 바라보았다.


“괴물 새끼. 사륜으로는 부족하단 말이지? 숨겨둔 수가 있으면 나부터 꺼내라 이건가?”


하후윤의 무공은 만륜문 내에서도 이단이라 불리는 무공이었다.

자연의 흐름을 벗으로 삼는 무공이 아닌, 스스로가 기둥이 되어 자연의 흐름을 이용해 가속하는 무공.

가속이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시전자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무공은 문주조차 포기한 위험한 무공이었다.

그러나 하후윤은 만륜문 중 유일하게 자연의 기둥이 되기를 택했다.


“마교 놈들은 심장에 내력을 넣었는데도 약해빠졌는데, 부디 너는 다르기를 바란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

조상으로부터 비롯된 원죄를 극복하기 위해서.


“네 시체를 밟아. 나는 더욱 강해져야만 하니까.”


【만륜공(萬輪功): 팔륜-궤도(八輪-軌道)】


단전의 내력을 모조리 뽑아내 자신의 혈액에 맹렬히 순환시킨 하후윤의 몸 주변에 바람이 일렁였다.

하후윤을 쫓던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기백에 한청천은 내력을 끌어올렸다.


‘분위기가 변했다. 저번에 도끼를 쓰던 놈보다 강하군. 얼마나 달라졌는지 가늠해보는 편이 좋겠어.’


【전심내공(轉心內功): 심검(心劍)】


촤악!


공손평과 싸웠을 때보다 더욱 날카롭고 빠른 무형의 심검이 하후윤의 어깨를 향해 날아갔다.

하후윤은 바람을 가르는 내력을 눈치챘으나 구태여 피하지 않았다.


“이딴 잡기술로 나와 싸우겠다고? 장난치냐? 나한테 통할 것 같아?”


【만륜공(萬輪功): 궤도-전진(軌道-前進)】


파앙!


한청천의 심검을 주먹으로 쳐낸 하후윤은 기세를 이어 한청천에게 돌진했다.


“통하지 않는군.”


자신의 심검을 하후윤이 쳐내자 한청천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기와집 위로 도망쳤다.


“비겁하게 도망을 쳐?”


도망가는 한청천을 따라 무작정 바닥을 딛고 도약한 하후윤은 이미 지붕 끝자락에서 기다리고 있는 한청천을 발견했다.


“나와 싸워라!”

“물론 싸워주마. 그런데 본좌에게 다가올 수는 있겠나?”

“무슨 개소리를···!”


촤앗!


눈을 까뒤집을 것 같이 분노하던 하후윤은 머리카락이 잘려 나가는 감각을 느꼈다.

바람은 아니었다.

마치 칼처럼 날카로운 무언가가 하후윤의 내력을 베고 지나갔다.

당황한 하후윤의 얼굴을 느긋하게 감상한 한청천은 한심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정말로 통하지 않았으면 쳐낼 필요도 없었겠지. 주먹에 내력을 집중시킨 걸 본좌가 못 봤을 것 같으냐? 차라리 여유롭게 피하는 편이 위협이 됐을 것을. 아직 어리구나.”

“고작 흠집 한 번 냈다고 으스댈 생각이냐?”

“물론 아니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이 젖듯, 별것 아닌 상처의 연속이 네게는 큰 짐이 되겠지.”


하후윤은 허공에 갑자기 나타난 수백개의 칼날에 인상을 구겼다.

처음부터 한청천은 싸움을 피할 생각이 없었다.

다만 객잔 사람들이 위험하지 않도록, 또한 심검을 날릴 약간의 시간을 벌기 위해 지붕으로 장소를 옮겼고, 하후윤은 보기 좋게 한청천의 의도대로 움직였다.


“어쩔 테냐? 다시 내려갈 테냐?”


【전심내공(轉心內功): 심검-쇄도(心劍-殺到)】


촤아아아악!!!!!


지붕에 있는 기와를 흩날리며 하후윤에게 날아가는 심검은 피하지 못할 정도로 빼곡했다.

게다가 기와가 하후윤의 시야를 방해해 심검의 칼날이 정확히 어느 쪽으로 날아가는지도 파악하기 힘들었다.


“이 개새끼가 나를 시험해?”


이전 상황에도 그렇듯, 하후윤에게는 정석을 고를 선택지가 남아 있었다.

일단 아래로 도망친 뒤, 심검을 피하고 한청천을 공격한다.

그러나 하후윤은 이번에도 피하지 않았다.

그의 인생에 타협이란 없었다.


“사지를 찢어주마!”


【만륜공(萬輪功): 궤도-아륜(軌道-牙輪)】


살갗을 스치는 정도의 칼날은 맞아주면서, 하후윤은 수백 개의 심검을 하나씩 깨부쉈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빨라지고, 또한 강해진다.

한청천의 전략은 이론적으로 흠잡을 데 없었지만, 하후윤의 무식함과 무공의 특성이 합쳐지면서 더욱 하후윤을 강해지게 만드는 꼴이 되었다.


“역시 강해. 이성을 잃은 것 같으면서도 결과적으론 자신에게 유리하게 판을 이끄는 힘이 있다. 이대로 싸우면 제압하는데 고생하겠어. 무기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흠···.”


그러나 한청천은 도망가지도, 심검을 헤치며 전진하는 하후윤을 저지하지도 않았다.

대신 그는 발걸음을 옮겨 논밭이 있는 곳을 등지고 서 있었다.


“조금 빌려도 괜찮겠지. 마침 두 사람 다 없는 것 같으니.”


한청천이 책략을 생각하는 사이 심검을 모조리 깨부수고 온 하후윤은 이미 단전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가속된 내력을 두르고 한청천에게 돌진했다.

음속은 진작에 뛰어넘은 데다 내력의 압력도 6단에 가까운 경지까지 끌어올린 하후윤의 돌진에 한청천은 회피보다 방어를 선택했다.


“오래도 기다렸다! 죽여주마!”

“온전히 막지도, 피하지도 못할 공격은 오랜만이구나.”


【만륜공(萬輪功): 궤도-대차륜추돌(軌道-大車輪追突】

【전심내공(轉心內功): 심두멸각(心頭滅却)】


쾅!!!!!!


하후윤의 충돌에 산사태라도 난 것 같은 소리와 함께 기와집의 절반이 무너지면서 한청천이 무력하게 날아갔다.

오히려 너무 저항 없이 상쾌하게 날아간 탓에 충격이 거의 먹히지 않았음을 직감한 하후윤은 다급한 마음에 마을이 떠나가라 소리쳤다.


“언제까지 도망칠 생각이냐! 한청천! 큭!”


한계를 초월한 기술의 반동으로 하후윤은 전신이 찢기는 것 같은 고통에 몸을 웅크렸다.

내력의 회전을 멈추면 한청천과 싸우기 전 상태로 돌아간다.

회전에 모든 내력을 쏟은 하후윤은 한청천과 싸우기 위해서라도 회전을 멈출 수 없었다.


“시간이 별로 없어. 내 눈으로 봐야만 해. 진짜 전심내공을. 그리고 증명해야만 해.”


고통 속에서 간신히 평정을 유지한 하후윤은 몸을 일으키고 한청천이 쓰러진 곳을 향해 달렸다.

숨은 강자가 유독 많은 서문현이었지만, 현재 하후윤을 쫓고 있는 것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엄마. 아빠. 날 믿어줘. 나 강해질게.”


하후윤 자신의 초조함.

그의 단전은 이미 부서지기 직전이었다.


“다행이네. 예상대로 쓸만한 무기가 몇 개 있어.”


적의 공격을 흡수와 동시에 배출하는 심두멸각으로 큰 피해를 입지 않은 한청천은 몸에 박힌 돌조각을 빼내고 대장간을 둘러보았다.

검, 창, 봉, 활, 곤, 극, 종류별로 다양한 무기를 둘러본 한청천은 곧이어 사나운 기세로 자신에게 달려들려는 하후윤의 발소리를 들었다.


“급하구나. 대체 무엇에 쫓겨 허덕이는 것이냐?”

“닥쳐! 빨리 심장에 내력을 쏟기나 해라!”

“네 놈이 그럴 가치가 있는 인간임을 증명하라.”


고맙게도 하후윤은 누가 유도하지 않았음에도 대장간으로 손수 달려와 줬다.

물론 그만한 실력을 지녔음은 한청천도 인정했지만,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만륜공과 모든 수를 써서 살아남는 전심내공의 사투에서 무기의 사용 여부는 극명한 차이를 낳았다.


【만륜공(萬輪功): 궤도-대차륜추돌(軌道-大車輪追突】


하후윤은 위력이 검증된 공격을 다시 한번 한청천에게 사용했다.

가속이 붙은 대차륜추돌인 지붕에서보다 더욱 강력했지만, 그때와 달리 한청천의 손에는 창이 들려 있었다,


“그깟 철 쪼가리로 날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정정해라. 본좌가 본 대장장이 중 두 번째로 뛰어난 자가 만든 무기다.”


단수가 높은 무인일수록 일반인과 동떨어진 세계에서 살게 된다.

깨달음을 통해 성장하는 그들은 때로는 부처와도 같은 지혜를 지녔지만, 어떤 때는 세 살 배기 아이도 아는 보편적 진리를 망각하기도 한다.


【전심내공(轉心內功): 충천(衝天)】


철은 피부보다 강하다.

하후윤을 막아내지 못하는 한청천의 모자람을 채워줄 정도로.


“치잇!”


대차륜추돌의 회전을 비집고 찔러오는 창에 돌진을 멈춘 하후윤은 땅을 박차고 다리로 한청천을 내리찍었다.


【만륜공(萬輪功): 궤도-하류(軌道-下流】


콰직!


나무로 만든 창 손잡이 부분을 간단히 부순 하후윤은 멈추지 않고 한청천에게 주먹을 뻗었다.


【만륜공(萬輪功): 궤도-기마(軌道-騎馬)】


“검은 베어낸다.”


【전심내공(轉心內功): 도단(道斷)】


촤악!


하후윤의 회전 베어내는 강철 검은 그의 몸 곳곳에 상처를 남겼지만, 내력의 차이 때문에 몇 합 나누지 않았음에도 이빨이 나갔다.

보검 정도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상품(上品)인 검을 망가뜨린 한청천은 못내 아쉬워하며 다음 무기를 집어 들었다.


【전심내공(轉心內功): 충천(衝天)】


“또 창이냐! 언제까지 장난질이나 할 생각이야!”


하후윤은 한청천의 찌르기를 피하며 손쉽게 창의 피격범위를 벗어났다.

창은 끝부분만 안 맞으면 된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한 수 앞밖에 보지 못하는 하후윤과 달리 한청천은 다음 수를 내다보고 있었다.


“장난? 네 놈은 이 무기와 무술이 장난으로밖에 안 보이나?”

“이 새끼가 감히 누굴 가르치려···!”

“그리고 창이 아니다. 곤이지.”


빠악!


손잡이 끄트머리에 있던 곤이 하후윤의 관자놀이를 강타했다.

끝부분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에 무기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창이라 속단한 하후윤의 실수이자, 일부러 찌르기로 대응한 한청천의 계책에 의한 결과였다.

관자놀이를 맞은 충격으로 하후윤이 머뭇거리는 사이, 세 개의 화살을 든 한청천이 뒤로 물러나며 하후윤을 노렸다.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철을 제련하고, 무기를 만들어, 스스로를 단련했다. 그들의 노력을 장난질로밖에 보지 않는 네놈에게 본좌의 힘을 보여줄 가치는 없다.”


【전심내공(轉心內功): 핵심(核心)】


파파팍!


양쪽 어깨와 무릎에 화살이 꽂힌 하후윤은 가죽신이 벗겨질 정도로 몸이 밀리는 활의 위력을 억지로 버텨내면서 한청천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


“다른 놈들이 무슨 노력을 하는지 알 게 뭐야! 나는 너와 싸우기 위해 왔다고! 어서 전심내공을 펼쳐! 심장에 내력을 불어넣어! 전력으로 싸워!”

“네 놈에겐 그럴 가치도, 필요도 없다.”


한청천은 다가오는 하후윤을 무시하고 등을 돌렸다.

싸움에 있어 등을 돌린다는 행위는 보통 세 가지를 의미한다.

도망, 혹은 패배, 아니면···.


“내력의 회전을 단전이 버티지 못하고 있다. 강해지고자 하는 의미는 높이 산다만, 주제를 알아라.”


종료.


“끄아아악!!!!”


하후윤의 단전이 마침내 내력의 회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작가의말

주 4회 연재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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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장군(2) 22.08.26 42 0 12쪽
28 장군(1) 22.08.25 40 1 12쪽
27 안한자적(3) 22.08.23 43 2 12쪽
26 안한자적(2) 22.08.22 40 1 12쪽
25 안한자적(1) 22.08.19 47 1 13쪽
24 원죄의 아이(5) 22.08.18 47 1 13쪽
23 원죄의 아이(4) 22.08.16 44 2 12쪽
» 원죄의 아이(3) 22.08.15 49 1 12쪽
21 원죄의 아이(2) 22.08.12 45 1 16쪽
20 원죄의 아이(1) 22.08.10 48 2 11쪽
19 용과 왕(3) 22.08.08 49 1 14쪽
18 용과 왕(2) 22.08.05 48 1 14쪽
17 용과 왕(1) 22.08.03 54 1 12쪽
16 의로움이란 허상 아래(2) 22.08.01 83 2 12쪽
15 의로움이란 허상 아래(1) 22.07.29 54 2 13쪽
14 강호의 도리(4) 22.07.27 55 2 12쪽
13 강호의 도리(3) 22.07.26 65 2 13쪽
12 강호의 도리(2) 22.07.25 63 2 11쪽
11 강호의 도리(1) 22.07.23 73 2 16쪽
10 평화로운 서문현(2) 22.07.20 73 2 16쪽
9 평화로운 서문현(1) +1 22.07.18 76 2 14쪽
8 토끼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4) 22.07.11 76 2 14쪽
7 토끼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3) 22.07.08 80 2 13쪽
6 토끼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2) +2 22.07.06 100 2 12쪽
5 토끼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1) 22.07.04 113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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