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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선티플님의 서재입니다

죽어도 살고 싶은 무림 지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에선
작품등록일 :
2022.05.24 02:09
최근연재일 :
2022.08.26 18:1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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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글자수 :
17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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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6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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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강호의 도리(3)

DUMMY

“화살은 항상 상공에서 내려옵니다. 독화살일 가능성도 있으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태극(太極): 연륜(連輪)】


“여기도 함정이야? 요즘 것들은 왜 이렇게 함정을 좋아해?”


【전심내공(轉心內功): 심검(心劍)】


“내력도 조절 못하는 2단은 알아서 길을 터라. 일일이 죽지 않게 힘 조절하는 것도 귀찮다.”


【선견(善犬): 선견흘아(善犬齕牙)】


공손평 13년, 장해랑 17년, 한청천 60년.

도합 90년 동안 무공을 연마한 고수 셋의 연합은 거침없이 목협당의 전선을 헤집었다.

내력을 다룬다고는 하나 대부분은 내단환을 많이 먹고 기초적인 훈련만 받은 일반인. 회전하는 주먹을 막을 수단도, 보이지 않는 검을 받아낼 능력도, 동료가 추풍낙엽처럼 날아가는 모습을 감당할 정신력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목협당의 두령 장대견도 이를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셋이 아니라 장해랑이 단독으로 왔어도 풍경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압도적인 병력 차에도 불구하고 열세는 필수 불가결.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지난 보름간의 준비가 무의미하다는 말은 아니었다.


“물러서지 마라! 보아라! 저들은 너희들에게 치명상을 입히지 않고 있다! 너희는 죽지도, 불구가 되지도 않는다! 밥값 하기 싫으면 하다못해 들이받기라도 해라!”

“이런 씨부럴! 며칠 동안 개고생했는데 고꾸라져도 얼굴은 봐야 억울하지나 않지!”


장해랑이 불필요한 내력을 방출해가면서까지 위협을 주고 있음에도, 부두령 여울의 지휘 아래 전선은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다. 부하들의 사기는 싸우기 전보다 더욱 불타올라 오히려 부분두령들이 진정시켜야 할 정도였다.


“밥을 안치려면 압력과 열이 필요하지. 열이 너무 강하면 밥이 타버리지만, 압력이 없어서는 밥이 제대로 되질 않아. 보름간의 수련과 하루의 휴식으로 우리의 사기는 일기당천이다. 거기에 목숨 또한 보장되지. 이런 날이 아니고서야 언제 고수와 싸워보겠나?”


두령 장대견은 멀지 않은 곳에서 장해랑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사백의 병력이 소실된 시점에도 빈틈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움직임. 장해랑이 허울 좋은 빈껍데기라는 최상의 가정은 폐기됐다.

만일 정말 8단에 걸맞은 실력을 지녔다면, 장해랑의 말을 하나라도 더 빼앗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장대견이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저 둘은 분리할 필요가 있겠어. 송쌍이 어린놈을, 일랑과 배위가 작은놈을 분리해라. 진춘과 후헌은 장해랑에게 돌격해 시선을 빼앗되 한합을 겨룬 뒤 즉시 도망칠 수 있도록 해라.”

“존명!”


장대견과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부두령 여울이 부분두령이 움직이기 쉽도록 진형을 변형했고, 여울이 터놓은 다섯 갈래의 길에서 튀어나온 부분두령들은 각자 맡은 인물을 정확히 동시에 노렸다.

가장 먼저 반응한 사람은 공손평이었다.

내력이 없던 시절에도 심검을 감각만으로 피했던 공손평은 사람 하나가 비집고 들어올 틈새에서 강한 내력 덩어리가 부딪치는 것을 알아채고 사상팔괘진을 폈다.


【목협(木俠): 귀격(龜擊)】

【태극(太極): 소유로(少柔露)&소강석(少剛石)】


파앙!

땀방울이 흩뿌려지면서 뒤로 날아간 공손평은 일시적으로 강화한 왼팔과 부딪친 날붙이에 팔이 저림을 느꼈다.


“가장 약해 보이는 당신에게 왜 저를 보냈는지 의아했는데 방금 대처로 알겠네요. 당신은 약해요. 적어도 아직은.”


측면에서 온 기습이라 누구에게 공격당했는지도, 무엇과 부딪혔는지도 모르는 공손평에게 병력 사이에 숨은 소쌍이 말했다.


“하지만 무인의 감, 아니, 지난 1년간의 경험으로 알 수 있어요. 여기서 당신을 저지하기 위해선 어지간한 압력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걸요.”


소쌍이 말하는 와중에도 진형은 서서히 공손평을 둘러싸고 있었다.

공손평의 머리는 이미 한청천과 처음 싸웠을 때의 긴장감을 아득히 넘어, 소쌍이 하는 말조차 들리지 않는 무아지경에 돌입했다.


‘오합지졸에 진도 제대로 치지 못하는 일반인이지만, 내력만큼은 진짜다. 저 날붙이들이 내게 향하는 것만으로 나의 행동은 제약돼. 최선의 수를 생각해. 지금까지 단련한 태극권의 모든 무공을 떠올려.’


공손평이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서 싸우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는 항상 최선을 다했다. 아버지와 대련할 때도, 한청천과 싸울 때도, 항상 이길 생각으로 싸움에 임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공손평도 알고 있었다. 정석을 통달한 둘에게 지금까지 배웠던 모든 수련이 무의미했다는 것을. 그들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정석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창조해야 한다는 것을.

새로운 방식의 도전은 태극권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자유로운 심정을 가진 공손평에게 언제나 흥미진진했다.


“저는 당신과 합을 겨룰 생각도, 정정당당하게 싸울 생각도 없어요.”


허나 현 상황에서 기발한 발상이나 신묘한 계책은 소용없었다.

적은 체계화 되었고, 이 싸움은 대련이 아니다. 척추를 으스러뜨리려고 했던 돌진을 소유로로 상쇄하지 않았다면, 동시에 목을 노렸던 날붙이를 소강석으로 막지 않았다면 자신은 이미 죽었을 것이다.

수백, 수천의 살의에 둘러싸인 공손평의 심장은 어느 때보다 격하게 박동하고 있었다.


“밥을 안칠 준비를 마친 게 저희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으니까요.”


영웅과 천마.

희망과 기적이 겹치고 겹쳐도 승산이 보이지 않던 때와 달리, 수천의 병력에 둘러싸인 지금은 극복 가능하다고 여겼기에.


“팔괘에 사상이 있고, 사상에 양의가 있으며, 양의에 태극이 있으니, 하나의 태극이 모든 수를 포함하지 않음이 없다.”


자유의 상징인 새가 가장 멀리 날아가는 경우는, 역설적으로 자연의 대기에 통제되었을 때다.


【태극(太極): 태극양의진(太極兩儀陣)】

.

.

.

소쌍의 공격이 공손평에게 도달하기 직전, 날렵하면서도 고요하게 달려드는 배위와 달리 쌍검을 높게 치켜든 호일랑이 소리쳤다.


“송장은 송장답게 누워있어!”


한청천은 양 측면에서 공격하는 호일랑과 배위의 자세를 훑어보았다. 정제된 움직임을 보이는 배위와 달리 호일랑은 마구잡이로 검을 휘두르는 정도에 불과했다.

강한 내력을 지닌 자들이 동시에 출몰했지만, 그 방식이 일점집중이 아닌 것을 보아하니 목 일격에 끝내는 게 아니라 분리에 초점을 맞춘 듯했다.


‘놈들의 책략에 당하지 않으면 최상이겠으나, 몸이 성치 않으니 어울리지 않을 수가 없는 노릇이군. 도련놈도 챙겨줘야 하니 여기선 적당히 어울려줄까.’


계산을 마친 한청천은 자신의 복부를 노린 배위의 검을 발판 삼아 호일랑에게 날아갔다. 사나운 내력의 칼날 두 개가 한청천의 몸을 갈기갈기 찢을 기세로 달려들었지만, 천마 앞에서 수련도 제대로 하지 않은 산적 나부랭이의 칼날 따위 두부만도 못했다.


【전심내공(轉心內功): 음전양변(陰轉陽變)】


“어어?”

“뭘 그리 놀라느냐? 네 두목은 이리될 줄 알고 있었던 것 같네만.”


【전심내공(轉心內功): 신심직행(信心直行)】


호일랑의 복부에 정권을 꽂은 한청천은 멀리서 들려오는 나뭇가지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기를 가라앉힌 날붙이의 회전 소리.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면서도 속력이 줄지 않고 바람을 가르는 투척물. 최소 도끼, 혹은 창이 틀림없었다.


‘이 둘로 본좌를 상대할 생각은 아닐 테고, 필시 저 투척물이 진의로군. 원래 어검은 피할 정도로 위협적인 무공은 아니지만, 이번 경우엔 받아치는 방법은 상책이 아니겠어.’


【전심내공(轉心內功): 천근만근(千斤萬斤)】


쿠웅!

한청천은 육체를 무겁게 만들어 빠르게 지상에 안착했고, 투척물은 한청천이 떠 있던 허공을 가르고 다시금 숲속에 몸을 감췄다.

정교한 계책과 재빠른 판단. 무인의 수 싸움과는 궤를 달리하는 전략은 꼼꼼하고, 또한 촘촘했다.

산적들은 더 이상 한청천과 싸우지 않았다. 대신 길을 터 주었다.

각자 도끼 하나씩을 띄워놓고 다가오는 호일랑과 배위를 위해.


“꼬맹이가 한 번의 요행으로 기세등등하네?”

“남궁세가의 검에 더러운 발을 올린 대가는 비싸게 받겠어.”

“허허···.”


한청천의 예감은 적중했다.

자신을 노렸던 도끼는 단순한 어검 종류가 아니었다. 깃들어있는 내력은 타인의 것인데, 다른 내력을 사용하는 자의 지시를 따르는 신묘한 기물.

200년 전에는 본적 없는 기이한 물건이었다.


“꽤나 성질이 사나운 아낙네들이군.”

.

.

.

“이건 또 신기한 놈일세?”


배후에서 한청천과 공손평이 대열을 이탈했지만, 장해랑은 뒤를 돌볼 여유가 없었다. 나무 사이를 달리며 장창을 내지르는 전방의 산적 기세가 그만큼 사나웠기 때문이었다.


“밟혀 죽기 싫으면 비켜라!”

“부분두령! 조져버리쇼!”

“오냐! 내게 맡겨라!”


【목협(木俠): 전선돌파(戰線突破)】


부분두령 후헌의 기마술은 무공이 아닌 순수한 기술이었다.

산속을 달리면서도 평지와 같은 속력으로 돌격하는 후헌을 본 장해랑은 흡사 한 마리의 이리처럼 말을 향해 달려들었다.


“잔재주 구경 잘했다.”


【선견(善犬): 선견흘아(善犬齕牙)】


모처럼 재미있는 기술에 잠시 감탄했을 뿐, 4단과 8단의 격차는 내력으로 찍어눌러도 어찌할 수 없는 압도적인 차이였다.

따라서 장대견은 진춘과 후헌에게 장해랑을 맡겼다.

단 한 합.

한 합만큼은 자신이 가진 내력 이상의 파괴력을 내는 둘만이 장해랑과 대적할 수 있기에.


“사형!”

“보채지 마라!”


【목협(木俠): 강능쇄유(剛能碎柔)】


콰앙!!!!!

사각지대에서 투석기처럼 날아온 진춘의 망치가 장해랑의 옆구리를 노렸다.

전방에는 장창, 측면에는 투석기 같은 위력의 망치, 제아무리 장해랑이라도 두 명의 기습을 죽이지 않고 끝내려면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쳇, 머리 좀 굴렸네?”


【선견(善犬): 견아상제(犬牙相制)】


양팔을 휘둘러 진춘과 후헌의 무기를 뜯은 장해랑은 도망치듯 스쳐 지나가는 두 산적을 놓아주었다. 상공에서 떨어지는 도끼가 추격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목협(木俠): 장작 패기】


“흐음···.”

“대열을 유지하고 장해랑의 힘을 빼놓아라! 승세는 우리에게 있다!”


묵직한 도끼를 쳐낸 장해랑은 잡병을 쓰러뜨리면서 움직였다.

후방에서 무기를 바꾸고 다시금 자신에게 접근하는 두 부분대장과 우렁찬 함성으로 지휘하면서도 자신이 한달음에 도달할 거리를 주지 않는 지휘관, 그리고 한참 전부터 자신의 실력을 가늠하고 있는 우두머리까지.

이 조합은 매우 정교하고, 실제로 처음 출발했을 때에 비해 내력이 많이 줄었다.

그러나 도끼를 쳐낸 장해랑은 삐죽 튀어나온 입술을 집어넣지 못했다.


“이게 다냐? 조금 실망이네. 뭐가 더 있을 줄 알았더니.”


장해랑은 산적단의 장단에 어울리기를 멈췄다.

투견이 아닌 이상에야, 개는 다른 개를 향해 짖기만 할 뿐 이빨을 드러내지 않는다. 둘 다 주인에게 의식주가 충분히 제공되는 환경에서 굳이 영역을 확장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는 주인을 지키면 그만이다.

그러나 늑대는 다르다. 무리에서 떨어진 늑대라면 더욱이.


“슬슬 나와라. 관음은 충분히 했잖아?”


【흉랑(凶狼): 아랑포식(餓狼捕食)】

【목협(木俠): 벌목(伐木)】


장해랑은 우두머리를 향해 살초(殺招)를 사용했다.

대상의 목을 물어뜯는 흉악한 무공을 도끼로 맞받아친 장대견은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장해랑의 행동에 진땀을 뺐다.


“대담하다고 해야 할지. 무모하다고 해야 할지. 적진 한가운데에 들어와서 살아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너야말로 조심해. 까딱하면 내가 널 죽일 뻔했잖아.”


장해랑은 주인에게로 돌아가려는 도끼를 입에 문 채 말했다.


“뒤지기 싫으면 항복해. 아니면 지금이라도 남은 패를 다 꺼내던지.”


경계할 가치조차 없다는 듯한 장해랑의 자신감. 장대견은 그런 장해랑의 행동이 오만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전력을 다해도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최대의 난적을 상대로 장대견은 아끼지 않고 비장의 수를 꺼냈다.


“기꺼이.”


장대견이 손가락을 움직이자 장해랑의 입에 붙잡혀있던 도끼가 내력을 방출했다.

동시에 곳곳에 숨겨놨던 열 자루의 도끼가 내력에 공명해 장해랑을 덮쳤다.


【목협(木俠): 십벌지목(十伐之木)】


“한 번 시험해볼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실존하는지.”


콰과과과과!!!!


작가의말

전투 장면은 항상 쓰면서도 흥미진진해서 빠르게 쓰게 되네요

어쩌다보니 빨리 쓰게되서 한편 일단 올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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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원죄의 아이(3) 22.08.15 48 1 12쪽
21 원죄의 아이(2) 22.08.12 44 1 16쪽
20 원죄의 아이(1) 22.08.10 4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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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용과 왕(2) 22.08.05 48 1 14쪽
17 용과 왕(1) 22.08.03 54 1 12쪽
16 의로움이란 허상 아래(2) 22.08.01 83 2 12쪽
15 의로움이란 허상 아래(1) 22.07.29 54 2 13쪽
14 강호의 도리(4) 22.07.27 55 2 12쪽
» 강호의 도리(3) 22.07.26 65 2 13쪽
12 강호의 도리(2) 22.07.25 63 2 11쪽
11 강호의 도리(1) 22.07.23 73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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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평화로운 서문현(1) +1 22.07.18 76 2 14쪽
8 토끼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4) 22.07.11 75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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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토끼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2) +2 22.07.06 9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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