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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선티플님의 서재입니다

죽어도 살고 싶은 무림 지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에선
작품등록일 :
2022.05.24 02:09
최근연재일 :
2022.08.26 18:1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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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0
추천수 :
51
글자수 :
17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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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4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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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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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7쪽

살아야 한다(1)

DUMMY

무력.

인간은 왜 무력을 추구하는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

복수하기 위해서?

명예나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서?

수많은 목적성으로 인해 갈래가 나뉜 현재로서는 더 이상 같은 대답을 얻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무력의 탄생, 무림의 뿌리, 무공의 창조주 한청천은 호기심 많은 한 제자의 질문에 일말의 고민 없이 대답했다.


“세상만사 살려고 하는 거지. 별거 있나?”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일반인보다 비대했던 한청천은 한 번의 박동마다 갈비뼈에 찔리는 듯한 고통에 시달렸다.

이렇게 살다가 뒈질 바에야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온갖 고행을 자처하던 한청천은 어느 날, 열다섯의 나이에 자신의 심장 박동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첫 번째 무공이자 궁극의 무공.

전심내공의 시작이었다.

벚나무 밑에서 오랜만에 제자들과 함께 앉은 한청천은 술잔을 기울이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났구나. 내 나이도 일흔다섯. 체심산명으로 남은 수명을 점쳐보니 앞으로 한 해를 넘기지 못할 것 같구나. 우리 다섯이 전부였던 무인이 이제는 각자 자신만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다시금 씨앗을 퍼트리니, 더 이상 꽃이 아닌 숲의 시대가 열리기까지는 시간 문제겠지. 내 너희들과 남은 시간을 나누고 싶으나, 늙은 고목은 썩기 마련. 내가 너희들에게 피해를 끼치기 전에 나 자신을 세상과 격리해 여생을 조용히 보내기로 했으니, 이것이 너희와 나누는 마지막 술잔이 되겠구나.”

“스승님!”

“이렇게 갑자기 떠나시는 게 어딨습니까!”

“허허, 욘석들. 나도 그리울 거다.”


따뜻한 봄바람을 맞으며 자식 같은 제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의 한청천이었지만, 이날만큼은 제자들과 모여 오랜 회포를 풀 생각에 한껏 들뜬 상태였다.

물론 제자들은 성을 물려준 스승에게 자신의 회포를 숨김없이 풀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적어도 한청천이 상상하던 낭만적인 풍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네. 잡소리 집어치우시고요. 어차피 스승님 성격에 금방 뛰쳐나올 거야 뻔하고, 빌린 돈은 갚고 잠적하셔야죠. 이번엔 또 누구한테 빌렸습니까? 제가 모르는 빚만 벌써 500관은 된다고요. 스승님 집이랑 보검을 다 팔아도 150관이나 모자랍니다.”

“스승님. 전심내공 비급서를 주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스승님 필체가 지렁이보다 못해서 무슨 글자인지 도통 읽을 수가 없습니다. 정녕 저희가 전심내공의 마지막 후계이길 바라시는 겁니까?”

“어쩐지 이 인간이 평생 안 사주던 술까지 사 오고 이상하다 했어. 뭔가 숨기고 있는 거 아니야? 막, 그, 뭐냐, 죽기 싫다고 마교주라도 되려는 거 아니야?”

“제가 한 번만 더 잠적하면 아예 파묻어 버린다고 했는데 농으로 들리셨는지요? 대놓고 잠적을 선언하는 그 용기만은 높게 봐 드려, 오늘 벚나무 아래에서 목만 남기고 파묻어 드리겠습니다.”


무림의 절정 고수 네 명이 스승을 향해 진심으로 내력을 방출했다.

벚나무와 풀밭이 독기를 버티지 못하고 썩어갈 정도의 내력은 절대 장난으로 넘길 분위기가 아니었다.

강력한 내력의 충돌에 술병이 쓰러지자 한청천은 졸졸 흘러내리는 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 녀석들. 이 스승님이 오랜만에 술을 대접하니 옛날 생각나고 고맙겠지? 무슨 이야기를 할까? 운이가 수련한 다음 날에 자다가 지도 그린 거? 아니면 천이가 닷 냥 사기당해서 질질 짰던 거? 제자들과 마지막 회포를 풀 생각을 하니 즐거워서 심장이 터질 지경이구나.’


며칠 밤을 꼬박 새우며 준비했던 회포 거리가 천도복숭아로 만든 과일주와 함께 한 줌 흙으로 사라졌다.

뭐, 어쩌겠는가.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고, 한청천의 제자가 한청천만큼 지랄맞은 성격을 가진 건 필연인 것을.

눈물이 차올라서 고개를 든 한청천은 흐르지 못하게 활짝 웃으며 난생처음으로 제자들을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이 호로새끼들이! 그래! 끝장을 보자! 너희들 전부 오늘부로 다 파문이야! 파문!”

“어쭈구리? 드디어 정체를 드러냈구나 마교주!”

“차라리 잘됐습니다. 날뛰면 파묻기 귀찮아지니, 아예 힘을 빼 드리죠.”

“스승님과의 대련이 얼마 만인지. 좋은 공부가 되겠습니다.”

“내 돈 토해내!”


【전심내공(轉心內功): 전일회천(轉日回天)】

【전심내공(轉心內功): 천선지전(天旋地轉)】

【전심내공(轉心內功): 강류석부전(江流石不轉)】

【대국(對局): 살육신심원(殺戮身心圓)】

【전심내공(轉心內功): 음전양변(陰轉陽變)】


절정 고수 다섯 명의 충돌은 가히 천재지변에 가까웠고, 10시진에 걸친 싸움은 바다로 이어지는 새로운 물길을 만들었다.

한때 신선이 머무르는 산이라 부르는 관광명소 춘몽 산맥은 이 사건으로 인해 지도에서 지워졌고, 먼 훗날 해나라의 기틀이 되지만, 한청천은 단지 기절한 네 명의 제자를 던져놓고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약해 빠진 놈들. 늙은이와 여흥 좀 즐겼다고 자빠져 자기나 하고. 수련을 너무 게을리한 것 아니냐?”


기절한 제자들에게 꿀밤을 먹인 한청천은 상념에 잠겼다.

한천, 한양, 한목, 한운. 자신의 성을 물려받아 훗날 스승처럼 되기만을 바랐던 제자들이, 이제는 수련을 게을리할 정도로 또 다른 목표를 찾아 나아갔다.

한천은 만석꾼이 되기 위해 시장을 섭렵했고, 한양은 버려진 아이들을 모아 전심문이라는 문파를 만들었으며, 한목은 황제의 오른팔을 자처해 엇나간 무림인을 통제하고, 한운은 각 무림 고수를 찾아가 무공 서적을 만들고 있었다.

오직 살아남기에만 급급했던 자신의 인생이 한심해 보일 정도로, 제자들은 훌륭히 빛나고 있었다.


“아쉽구나. 너무나도 아쉬워.”


그렇기에 아직 사라지고 싶지 않았다.

살아남아서 제자들의 유산을 보고 싶었다.

세상만사의 모든 원리를 오직 생존이라는 목표 하나로 살아온 한청천은, 마침내 거스르면 안 될 인과마저 거스르려 했다.

반년의 수련 끝에 얻은 깨달음으로 얻은 무공.

외딴섬에서 운기조식을 마친 한청천은 어쩌면 인생 최후의 무공을 펼쳤다.


【전심내공(轉心內功): 수라윤회(修羅輪廻)】


심장에 모았던 내력과 생을 발산해 세계에 인위적 오류를 발생시켜 혼백만이 인과를 초월하는 기적과도 같은 무공.

깨달음 속에 무공을 습득한 한청천은 그 무공에게 수라윤회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에게 있어 삶이란 죽음과도 같은 시련과의 투쟁이었으므로.


***


한청천은 눈을 떴다.

어째서인지 사방이 흙으로 막혀있는 구덩이에서 정신을 차린 한청천은 우선 자기 몸을 매만졌다.

내력이 없는 몸이라 그런지 몰라도 엄청 허약했지만, 분명 아무리 많아도 열다섯 정도 되는 청년의 몸이었다.

어차피 늙어 죽을 거, 이판사판으로 사용한 무공이 대박을 터트리자 한청천은 두 팔을 쭉 펴고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성공했다! 됐어! 역시 나는 전무후무한 천재···!”


한청천의 쫙 벌린 입에 흙을 퍼 나른 두 사람은 깊게 판 구덩이에서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숙였다. 갑작스레 먹은 흙을 토해내는 한청천을 본 불량배는 턱수염을 긁적이면서 옆에 선 사내에게 물었다.


“아, 놀라라. 형님, 이 새끼 일어났는데요?”

“시끄러워. 빨리 묻기나 해.”


두 사람의 발언과 자신을 둘러싼 흙더미, 거기에 불량배가 든 삽을 본 한청천은 자신이 지금 매장당하기 직전이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수라윤회. 어떤 형식으로 작동될지는 미지수였는데 설마 객사한 소년의 몸에 들어온 건가? 그래서 몸이 약해 빠진 거였구만.’


육신을 버리고 혼백만이 인과를 초월하는 무공인 수라윤회가 설마 시체에 혼백을 불어넣을 줄이야.

그래도 방금 죽은 것처럼 따뜻한 몸에 혼백을 넣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할까.

찝찝한 기분을 넣어둔 한청천은 불량배에게 말했다.


“형님들. 제가 지금 기분이 몹시 좋습니다. 그러니 딱 한 번,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저를 꺼내주시죠.”

“크핫! 이 개뼉다구같은 게 누구한테 협박이야? 네가 드디어 미쳤구나?”

“쩝, 저는 분명 부탁했습니다?”


비록 죽다 살아난 몸이라지만, 무공의 창조주이자 최강이라 불렸던 한청천이었다.

일반인의 몸으로 환생했더라도 심장에 내력을 불어넣는 것 정도는 간단했다.

다만 한청천은 몰랐다.

심장에 내력을 불어넣는 그의 방식은 네 명의 제자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감히 따라하지 못하는 위험한 무공이라는 것을.


【전심내공(轉心內功): ■■■■】


“끄아아악!!!!”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한청천을 본 불량배는 코웃음을 치며 흙을 한청천의 머리에 쏟아부었다.


“야, 이거 골때리는 놈이네. 응? 부탁해서 뭐? 어쩌라고? 하던 말 계속해봐.”

“너는 입으로 삽질하냐?”

“크헉···! 크학!”


오랜만에 느끼는 죽음과 같은 고통에 한청천의 뇌는 전에 없이 빠릿빠릿하게 돌아갔다.

내력이 받지 않는 몸이라던가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방금 한청천이 심장에 불어넣었던 내력은 설령 무공을 접한 적이 없는 일반인이라도 문제없도록 섬세하게 조절한 양이었다.

그런데도 몸이 부작용을 일으켰다.

약했다.

어찌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약해빠진 신체에 한청천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바깥에 누군가가 듣고 도와주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고함을 내지르는 수밖에 없었다.


“살려주세요! 누구 없어요! 여기 사람이 죽어가요!”

“아오, 시끄러워! 형님, 콱 죽일까요?”

“네가 주둥아리 나불댈 시간에 흙 한 번 더 팠으면 진작 묻었겠다.”


과거 최강이라 불렸던 한청천을 아는 사람이라면 자존심도 없냐고 묻겠지만, 아마도 한청천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자존심? 그거 챙기면 저승길 노잣돈이라도 챙겨주냐? 살면 장땡이지.’


그리고, 실제로 한청천의 고함은 효과가 있었다.

희끗희끗한 머리를 묶은 선비 차림의 중년 남성이 한청천의 고함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자네들은 어찌하여 이 소년을 묻으려고 하는가? 아직 살아있는 것 같네만.”


부채 하나를 손에 쥔 채 뒷짐을 지고 다가오는 선비를 본 불량배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삽을 움켜쥐고 선비에게 겨누었다.


“아이씨, 깜짝 놀랐네. 누군가 했더니 어디서 놀던 양반인가 봐? 어르신. 같이 묻히기 싫으면 곱게 돌아가쇼.”

“아직 묻히기엔 너무 젊지. 사슴 같은 아들하고 망아지 같은 딸내미가 있거든. 그러니 자네가 대신 들어가 주지 않겠나?”

“뭐?”


사내와 불량배가 선비에게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재빠르게 구덩이에서 빠져나온 한청천은 다음 순간,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광경을 목격했다.

불량배의 손을 타고 삽을 두른 내력.

그건 일반인은 최소한 석 달은 수련해야 얻을 수 있는 내력이었다.

하지만 불량배에게는 내력을 연마한 기색은 없었다.

보법, 호흡, 자세, 시선, 어디를 봐도 민간인에 비해 나을 바가 없었다.


“아악! 내 손! 내 팔!”

“이런, 팔이 돌아가서야 삽질도 못 하겠군. 마침 근방에 의원이 있는데, 가보지 그런가?”


그리고 선비는 그런 불량배의 팔을 나뭇가지 꺾듯 돌려버렸다.

내력은 전혀 두르지 않은 채로.


“멍청한 놈. 썩어도 한때 9단의 정점이셨던 분이다. 이제 막 2단으로 올라온 네가 상대나 되겠냐?”


무릎을 꿇은 불량배를 지나쳐 한청천을 향해 가던 선비의 앞길을 가로막은 사내는 자세를 잡고선 내력을 순환시켰다.

불량배와는 현격히 다른 철저한 무인.

무인끼리의 싸움은 격의 차이가 있더라도 한순간의 방심이 승부를 가른다.

심지어 상대가 내력을 두르지 않는 일반인이라면 상대는커녕 손가락 하나로도 죽일 수 있다.

하지만 한청천은 자신의 지식을 긍정하면서도, 현 상황에 대입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선비는···.

웃고 있었으니까.


“악감정은 없습니다. 단지 4단 승급 심사를 보기 전, 단전도 없는 노인에게 제 무공이 통할지 호기심이 동한 참입니다.”

“폭력은 참으로 위험한 마약이지. 자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만능 감에 휩싸이게 만드니 말일세.”

“무슨 헛소리를···!”


십 보 이상 떨어져 있던 사내와 선비의 거리가 불과 한 보만에 좁혀졌다.

선비의 접근에 당황한 사내는 다리에 내력을 불어넣어 일 보 후퇴한 뒤, 준비했던 내공을 펼쳤다.


“하압!!!!”


【만륜공(萬輪功): 사암극륜(四巖棘輪)】


사내가 서 있던 대지에서 솟아오른 네 바퀴의 암석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사내를 향해 질주했다.

회전과 회전의 윤회.

내력을 낭비하지 않고 힘을 유지한 채 나아가는 톱니바퀴는 마치 투석과도 같았다.


콰아아앙!!!!


파열음과 함께 모래가 피어올라 한청천의 목과 눈을 괴롭혔다.

연신 기침을 한 한청천은 빨갛게 충혈된 눈을 억지로 뜨며 모래의 중심을 확인했다.

바위에 내공을 불어넣는 무공의 창의력에도 감탄했지만, 지금은 새로운 무공을 따위로 만드는 존재의 등장에 첫 제자를 얻을 때처럼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난잡한 소용돌이 속에서도 네 개의 바퀴를 손쉽게 피한 선비는 부채를 펼쳐 모래를 걷어낼 뿐이었다.


“만륜문의 무공이군. 내공을 쓰는 재주는 있는 것 같다만. 겉으로 보이는 파괴력에 취해 바퀴가 맞물리질 않으니 가속도 생기지 않고, 무공이라는 이름이 아깝군. 자네. 기본부터 다시 배우는 걸 권하지.”


사내는 당황했다.

이 선비는 분명 내력이 없다. 내력이 없는 사람은 무림인을 절대 이기지 못하고, 심지어 자신은 4단에 가까운 고수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선비는 보란 듯이 사내의 자부심을 뭉개며 전진했다.

사내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대로 도망친다면 분명 선비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 선비에게서 도망치면 지금껏 쌓아 올린 무력이, 자신에게 자신감을 안겨주었던 폭력이 부정당하는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사내는 주먹을 내질렀다.

그 끝이 어찌 될지 알면서도.


“뒷방 늙은이가 어디서 훈수질이야!”

“만륜문의 대단함은 각 무공이 맞물려 마치 세상의 이치처럼 순환하고, 그 가속력에 있다고 하지. 보게. 자네의 내공에서 빌린 내력을 조금만 끼워 맞춰도···.”


사내의 주먹을 가볍게 피한 선비는 부채를 접어 사내의 단전을 찔렀다.

선비는 전혀 내력을 쓰지 않았다.

그저 사내가 사용한 내력의 찌꺼기를 부채에 담았을 뿐이다.

단순한 내력의 찌꺼기였을 터.

하지만 그 무공의 위력은···.


【태극(太極): 연륜(連輪)】


파앙!


“이렇게나 강력하지 않은가?”


본래 발휘됐어야 할 사암극륜의 위력과 동일했다.

한청천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선비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서 있었다.

태극권은 본래 적의 공격을 되돌리는 유의 극에 위치한 무공.

따라서 사암극륜을 반격한 것까지는 어떻게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내의 단전을 파괴한 찌르기는 예외였다.

태극권은 파괴를 원하지 않는 무공이다.


“괜찮은가?”


파괴를 원한 것은 무공의 주인.

내력 하나 없이 무림인의 단전을 파괴한 선비의 행동은 태극권을 사용하는 보통의 무림인과 궤를 달리했다.

한청천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한 호흡.

한 호흡에 가장 약한 무공이라면 어떻게든 가능하다.

무림 자체에 강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사람이 이토록 고수인데다가 내력도 없이 무림인을 해치운다면 후에 자신의 제자들한테도 큰 적이 될 터였다.


【전심내공(轉心內功】


가장 강한 내력의 적을 해치운 선비는 갑작스러운 투지에 부채를 펼치고서 자세를 잡았다.

소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단단하고 투명한 의지와 수만 번 다듬고, 수십 년 유지한 보법과 자세, 호흡, 시선에서 느껴지는 강함에 선비는 온 신경을 한청천에게 집중했다.


“소년이여. 혹여나 그 몸으로 나를 상대하려는 생각은···.”

“죽어!”


이날, 선비는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다.

하나는 고작 소년과 싸우기 위해 17년 만에 무아지경에 경지에 돌입한 것.


“사람의 행동은 믿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니.”


그리고 정작 소년은 자신을 지나 자신을 향해 단도를 휘두르려던 불량배의 명치에 정권을 꽂아 넣은 것이었다.


【신심직행(信心直行)】


투명하고 정직한 정권은 불량배가 딱 기절할 만큼의 충격을 주었다.

그 이상의 폭력은 원하지 않는다는 듯이.


“그대, 마음의 올곧음을 유지하라. 끝내 부러지더라도. 쿨럭! 쿨럭!”


허약한 몸으로 무공을 발휘한 탓에 한청천은 또다시 각혈하고 심장에 통증을 느꼈다.

어찌 쓰러지지는 않지만, 숨쉬기 힘들고 각혈하는 것은 막지 못했다.


‘극한까지 위력을 낮춰도 이 정도인가.’


태극권을 사용하는 선비에게 자신이 무림인이라는 사실을 숨길 것인가, 아니면 드러냄으로써 자신에겐 적의가 없다는 사실을 알릴 것인가.

한청천은 선택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비는 자신의 비명을 듣고 도와주었다. 선행을 자처하는 사람의 본질은 선하기 마련.

그리고 무공 고수는 상대의 무공을 보고서 대상의 본질을 꿰뚫는다.

한청천은 믿었다.

도와 덕으로 이루어진 강호의 길을.

한청천의 믿음에 화답하듯, 선비는 경계를 풀고선 한청천에게 손을 내밀었다.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 따라오게. 몸이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마침 내가 사는 마을에 선의가 있단다.”


도덕으로 이루어진 선비의 손에, 한청천은 기꺼이 몸을 맡겼다.


작가의말

본 작품은 무협을 난생 처음 써보는 뉴비의 판타지 쪽에 가까운 무협입니다

실제 역사 인물 단체와 관련이 없으며 고증도 개판이니

부디 양해 부탁드립니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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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의로움이란 허상 아래(1) 22.07.29 54 2 13쪽
14 강호의 도리(4) 22.07.27 55 2 12쪽
13 강호의 도리(3) 22.07.26 64 2 13쪽
12 강호의 도리(2) 22.07.25 62 2 11쪽
11 강호의 도리(1) 22.07.23 73 2 16쪽
10 평화로운 서문현(2) 22.07.20 72 2 16쪽
9 평화로운 서문현(1) +1 22.07.18 76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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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토끼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3) 22.07.08 80 2 13쪽
6 토끼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2) +2 22.07.06 9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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