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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선티플님의 서재입니다

죽어도 살고 싶은 무림 지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에선
작품등록일 :
2022.05.24 02:09
최근연재일 :
2022.08.26 18:1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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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3
추천수 :
51
글자수 :
173,027

작성
22.08.25 18:15
조회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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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장군(1)

DUMMY

“크헉!”

“이것 봐라? 이제는 숨길 생각도 없네?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뚜둑.


매복하던 만륜문 문하생의 목을 꺾은 홍문장군 한성은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산 정상에 있는 만륜문을 바라보았다.


“왜 유명한 문파는 죄다 본당을 산 정상에 놓는 거야? 이러니까 늙은 무인들이 죄다 통풍에 시달리지.”


건물 전체에 내력을 펼친 만륜문은 어디 올 테면 와보라는 듯, 강한 적개심을 내비치며 자신을 기다리는 만륜문의 기세는 요새와 같은 웅장함마저 느껴졌다.

만륜문을 보며 입맛을 다시던 한성은 남은 매복을 해치우고 돌아온 시령장군 범강에게 물었다.


“영감. 어떻게 할까? 두 명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은데.”


범강 장군은 9척에 달하는 자신의 몸만큼이나 거대한 검을 검집에 넣었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허리를 꼿꼿이 세우면 한성과 맞먹는 체구를 지닌 범강은 한성의 등짝을 힘껏 때렸다.


“공포의 상징이란 명성은 뒀다 국 끓여 먹을 거냐? 네가 만륜문을 맡아라. 나는 뒤를 맡겠다.”

“하하! 고마워, 영감! 내가 나중에 한턱 쏠게!”

“그 말만 벌써 몇 번째인지 원. 이러다가 제삿밥으로 먹게 생겼구먼.”


푸념을 늘어놓은 범강은 고개를 돌려 만륜문 맞은편에 우뚝 솟은 산을 바라보았다.

산 정상에서 느껴지는 스산하면서도 맹렬히 요동치는 내력은 누가 봐도 자신을 유인하기 위함이었지만, 범강에게는 적의 유인책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괴물 같은 영감이 죽긴 왜 죽어?”


무인을 통제하기 위해 한목이 만든 최정예 병력 흑랑.

그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대장군의 오른팔과 왼팔이 한성과 범강이었으니까.

범강이 봄바람처럼 맞은편 산으로 떠나자, 한성도 지체없이 만륜문으로 향했다.


“자, 우리 문주님 실력 좀 볼까? 댁은 몇 합이나 버티시려나?”


.

.

.


“모두 두려워 마라! 대의는 우리에게 있다!”

“존명!”


만륜문주 엄각은 5단 이상의 수제자 백 명과 함께 본당에서 장군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7단에 달하는 만륜문주 엄각.

무림맹 내에서도 가장 악랄하다고 정평이 났음에도 그에게 실력자들이 모여든 이유는 엄각이 다른 맹주와 달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가망 없는 문하생에게는 내단환을 먹이고, 재능있는 문하생 몇 명을 대놓고 편애해 문파 내에서 경쟁을 유도했다.

경쟁은 내분을 야기했고, 가끔씩 의문사하는 제자도 몇몇 있었지만, 엄각은 개의치 않았다.

그 치열함 덕분에 6단에 도달한 제자가 가장 많은 문파가 되었으니.


“문하생들의 비명으로 봐선 거의 다 왔군. 맹독을 바른 단검을 주긴 했지만, 금강불괴를 뚫진 못하겠지.”


매복이라는 명분으로 배치했지만, 사실상 위치 파악을 위한 용도로 사용된 문하생들의 단말마에 엄각은 자세를 취했다.


“모두 본좌의 내력에 맞춰 대국을 펼쳐라!”

“존명!”


제자들은 엄각의 명에 따라 내력을 펼쳤다.

본래 같은 무공이라고 하더라도 내공끼리 서로 얽히지 않는 법.

그러나 마교와 상단으로부터 입수한 내단옥이 엄각과 제자들의 내력을 조율해 불가능을 가능케 만들었다.


【대국(對局): 무한륜(無限輪)】


7단의 벽을 넘은 8단급의 내력이 태산을 뒤덮었다.

자연의 흐름을 한 축에 몰아넣는 무한륜은 범위에 따라 위력이 증가한다.

그 힘을 온전히 본당에 집중했으니, 본당을 덮은 내력은 태산을 무너뜨리지 않는 한 절대 뚫리지 않는 무적의 방패가 되었다.


“바퀴문주! 왜 본당에 처박혀 있어? 이리 나와. 지금이라도 나오면 사형은 면하게 해줄게.”


그럼에도 안심할 수 없었다.

상대가 흑랑의 장군이기에.

건들건들 여유롭게 걸어온 한성은 내력 방벽에 이마를 짚고선 엄각을 불렀다.


“닥쳐라! 네놈들이 지금까지 거짓부렁으로 존재를 말살한 문파가 이미 셀 수도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존재가 없다! 무림의 일에는 간섭하지 않겠다고 약조하였거늘, 기어이 무림맹까지 손을 뻗을 셈이냐!”

“야, 말은 똑바로 하자? 우리는 마교와 접촉하고 내단환을 불법 유통한 꼬리를 쫓다 보니까 여기로 온 거거든? 그냥 슥 둘러보고 이상 없으면 돌아간다니까 왜 대국까지 펼치고 난리래. 이러면 나도 그냥 돌아갈 수 없어요.”

“이미 각 무림맹주에게 서신을 보냈다! 조금만 지나면 네놈들이 무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그때까지 버틸 거라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거람. 내가 죽인 7단만 몇 명인데.”


장해호는 저항하지 않으면 생포하라고 했지만, 저항하면 어떻게 하라고는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굳이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한성과 범강이라면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죽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내력을 몸에 두른 한성은 마지막으로 엄각과 대화를 나눴다.


“무림맹 만륜문주 엄각. 네 놈을 마교와 결탁 및 내단환 불법 유통죄로 황제께서 내려주신 권한으로 즉결 처형한다.”

“대국도 못 쓰는 너 따위가 무한륜을 뚫을 성싶더냐? 오만한 것!”


보는 눈이 많았기에 엄각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한성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본당에서 무한륜을 펼치고 있는 모두는 알고 있었다.

태산과 같은 크기의 방벽은 곧, 한성에 대한 엄각의 두려움을 나타낸 것이란 사실을.

왜냐하면 한성은 천마 한청천과 대등하게 겨뤘던 한목의 후손이자, 공식적인 전심내공의 유일한 계승자였으니까.


【전심내공(轉心內功): 축천(縮天)】


구름을 뚫고 하늘 높이 뛰어오른 한성은 만륜문 본당 정중앙에 떨어지도록 위치를 조정했다.

산맥 하나를 넘어 다니는 축지를 하늘에 접목한 축천은 본래 위험이 큰 무공이다.

내력으로 육체를 강화한다 한들, 추락하면서 생기는 마찰열과 같은 요소가 수명을 갉아먹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본당을 내려다본 한성은 한술 더 떠 자신을 무겁게 만들었다.


【전심내공(轉心內功): 천근만근(千斤萬斤)】


쐐애액!


만근의 무게를 짊어진 한성의 몸은 잔뜩 달궈진 채로 급속히 추락했다.

밤하늘 아래 구름을 뚫고 떨어지는 붉은 물체를 본 만륜문 소속 제자들은 일제히 경악했다.


“말도 안 돼···어떻게 인간이 저런 짓을···.”

“저건 무공도 아니야!”

“닥쳐라! 한성이 금강불괴의 육체라는 건 모두 알지 않느냐! 기강을 어지럽히는 것들은 본좌가 직접 참할 것이니라!”


쿠구구구!!!!


만근에 가까운 한성이 방벽과 닿으면서 강한 파열음과 열기가 일렁였다.

흡사 별이 떨어진 것과 같은 충격에 눈을 떼지 못한 제자들은 하나같이 생각했다.

저건 인간이 아니다.

작렬을 몸에 두른 마귀.

공포 그 자체였다.


“집중해라! 무한륜은 태산을 삼켰다! 하늘에서 만근이 떨어진다 한들 절대 뚫리지 않는다!”

“아아···!”


엄각이 제자들을 호통했으나 공포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차라리 눈으로 좇지 못할 속도였다면, 차라리 한순간에 승패가 결정되는 승부였다면 무한륜이 한성의 공격을 막았을지도 모른다.


“크하하하!”


그러나 불꽃을 몸에 휘감고, 아귀처럼 입을 벌리면서 괴성을 내지르는 한성이 제자들의 정신을 좀먹었다.

내력은 깨달음과 감정이 공존해야지만 온전히 발휘되는 법.

공포에 질린 인간의 내력 따위로는 무한륜을 유지하지 못했다.


【전심내공(轉心內功): 구천직하(九天直下)】


“아니야! 뚫린다!”


콰앙!!!!


한성이 추락하면서 남긴 내력이 뒤이어 충돌하자, 공포로 힘을 잃은 무한륜은 허무하게 무너져내렸다.

만근에 달하는 한성이 본당 중앙에 당도했고, 대지가 뒤틀림과 동시에 뒤이은 열기와 먼지에 제자들은 본능적으로 도망을 택했다.

그것이 최악의 선택인 줄도 모르고.


【사자후(獅子吼)】


“끄아아악!”


5단부터 6단에 이르는 실력자들이 내력을 담은 사자후에 속수무책으로 갈기갈기 찢어졌다.

모두가 합심해 대응했더라면 사자후 정도로는 당하지 않을 실력을 지닌 무인이었으나, 공포에 마비되어 맞서 싸울 생각마저 하지 못했다.


“네 이놈···!”


한성의 강함은 무공에 국한되지 않았다.

사람들의 감정을 자신이 원하는 상태로 바꾸는 힘.

적의 시선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힘이 한성의 가장 강한 무기였다.


“네놈이 설령 금강불괴라 해도 무한륜을 뚫는데 상당한 내력을 쏟아부었을 터! 대국도 펼치지 못하는 빈털터리 따위 본좌의 적수가 안 된다!”


【대국(對局): 무한륜(無限輪)】


엄각은 양팔에 찬 열 개의 내단옥을 공명시켜 다시 한번 무한륜을 펼쳤다.

정정당당하게 싸워선 한성에게 닿지 못한다.

그 사실을 알고 있던 엄각은 만약을 대비해 한순간이나마 8단과 대등하게 싸울 비장의 수를 꺼내 들었다.


“찢어 죽여주마!”


【만륜공(萬輪功): 고륜지해(苦輪之海)】


필사의 저력을 쏟아내 발휘한 만륜문 최고의 내공.

고륜지해가 본당의 잔해와 함께 한성의 의복을 갈기갈기 찢었다.

엄각이 예상한 대로 무한륜을 뚫고 제자들을 처치하는데 꽤 많은 내력을 사용한 한성은 고륜지해에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그렇기에 한성은 얌전히 있었다.


“이 무슨···해괴한···.”


엄각이 쌓은 업.

내단환을 먹여 무공을 익힌 제자들의 내력이 자신에게로 흘러들어오기까지.

쓸모없을 것이라 여겨 정찰용으로 쓰고 버렸던 문하생의 숫자는 약 천 명 남짓.

태극권을 베낀 무공의 창시자를 죽이기에는 충분한 내력이었다.


【전심내공(轉心內功): 심기일전(心機一轉)】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엄각은 공포로 얼어붙은 입술을 덜덜 떨었다.

공포의 상징이라는 한성에 대한 소문은 전부 과장된 것이라 여겼다.

구름을 뚫고 날아올라 별을 떨어뜨린다는 소문도, 천둥과 같은 목소리로 사람을 찢는다는 소문도, 그가 죽인 무인의 원혼마저 먹어 치운다는 소문도, 모두 거짓으로 여기고 믿지 않았다.

허나 오늘 밤, 달빛이 비추는 하늘 아래에서 한성의 싸움을 두 눈으로 본 엄각은 소문과 다른 점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소문을 만들려고 일부러 과격하게 싸우는 것처럼 느껴지는 한성의 싸움 방식에 엄각은 죽기 직전, 한성에게 물었다.


“네가 진정 아수라의 화신이냐?”


엄각은 한성의 대답을 듣지 못했다.

크고 작은 흉터로 얼룩진 불길의 주인이, 붉은 눈을 가진 마귀가 그의 머리를 부쉈기 때문이다.


【전심내공(轉心內功): 축지(縮地)&신심직행(信心直行)】


퍼억!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주인을 잃은 엄각의 몸통이 힘없이 쓰러졌다.

온몸이 피로 범벅진 한성은 엄각의 옷깃으로 얼굴을 닦고 지친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후우, 힘들어 죽는 줄 알았네.”


목숨을 건 사투는 겪지도 않았을 샌님들을 겁에 질리게 하는 일이야 쉬웠다.

하지만 예상보다 단단했던 무한륜과 엄각의 마지막 발악에는 한성도 흠칫했다.

이번 공격으로 끝내지 못했더라면 아마 패배하는 건 한성이 될 수도 있었다.


“어쨌건 이겼으니 된 거지만, 조금 벅차네. 좀 쉴까? 나머지는 영감이 알아서 해주겠지.”


전심내공은 공방일체의 다양한 상황에 대처 가능한 것이 장점인 무공이지만, 위력이 강하다고 묻냐면 아니었다.

전심내공이 강한 이유는 심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특이한 체계와 그의 체질 때문이지, 법적으로 금지된 심장 대신 단전을 쓰는 한성에게는 그다지 이점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한성은 누구에게도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전심내공은 최강이라는 인식이 깔려있기에 한성이 공포의 상징이라는 소문이 더 신뢰성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강한 것은 전심내공이 아니었다.

금강불괴를 얻는 과정에서 생겨난 흉터 때문에 한성의 육체는 성한 부분이 없었고, 공포를 각인시키기 위해 남발한 사자후에 갉아 먹힌 목소리가 그 증거였다.


“고단하다. 고단해.”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지 않는 강함.

강한 것은 한성이라는 사람 그 자체였다.


작가의말

30화까지만 쓰고 다음은 공모전을 위해 아무래도 휴재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는데 아쉽네요ㅠㅠ
그래도 시간 날 때마다 계속 쓰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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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장군(2) 22.08.26 41 0 12쪽
» 장군(1) 22.08.25 40 1 12쪽
27 안한자적(3) 22.08.23 43 2 12쪽
26 안한자적(2) 22.08.22 39 1 12쪽
25 안한자적(1) 22.08.19 46 1 13쪽
24 원죄의 아이(5) 22.08.18 47 1 13쪽
23 원죄의 아이(4) 22.08.16 44 2 12쪽
22 원죄의 아이(3) 22.08.15 48 1 12쪽
21 원죄의 아이(2) 22.08.12 44 1 16쪽
20 원죄의 아이(1) 22.08.10 47 2 11쪽
19 용과 왕(3) 22.08.08 48 1 14쪽
18 용과 왕(2) 22.08.05 47 1 14쪽
17 용과 왕(1) 22.08.03 54 1 12쪽
16 의로움이란 허상 아래(2) 22.08.01 83 2 12쪽
15 의로움이란 허상 아래(1) 22.07.29 53 2 13쪽
14 강호의 도리(4) 22.07.27 55 2 12쪽
13 강호의 도리(3) 22.07.26 64 2 13쪽
12 강호의 도리(2) 22.07.25 62 2 11쪽
11 강호의 도리(1) 22.07.23 73 2 16쪽
10 평화로운 서문현(2) 22.07.20 72 2 16쪽
9 평화로운 서문현(1) +1 22.07.18 76 2 14쪽
8 토끼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4) 22.07.11 75 2 14쪽
7 토끼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3) 22.07.08 79 2 13쪽
6 토끼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2) +2 22.07.06 99 2 12쪽
5 토끼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1) 22.07.04 111 2 15쪽
4 살아야 한다(4) 22.05.27 142 2 11쪽
3 살아야 한다(3) 22.05.26 172 2 14쪽
2 살아야 한다(2) 22.05.25 229 2 14쪽
1 살아야 한다(1) +1 22.05.24 478 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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