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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31님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패륜아 공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기하학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4
최근연재일 :
2022.09.04 22:1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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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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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806

작성
22.05.1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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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2

DUMMY

1.


아서의 명령에 봉신들은 침묵을 통해 암묵적인 동의를 나타냈다.


처음부터 자신을 향한 지지를 표했던 기사들과 일부 가신들을 제외한 나머지 봉신들은 보르덴 자작과 나 사이의 신경전을 우선 지켜보기로 한 모양이다.


‘차라리 보르덴은 당당하게 자신의 야심을 드러내기라도 했지, 얍삽한 겁쟁이들 같으니라고.’


소왕국 시절, 온 대륙에 용맹함으로 이름을 떨쳤던 발렌베르의 귀족들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이제 남은 거라곤, 재물과 권력이 가져다준 안락함에 빠져 돼지가 된 얼간이들 뿐.


“월리엄경, 기사단을 비롯한 상비군은 모두 출정 준비가 끝났습니까?”


“예. 공작님. 현재 공작령 순찰을 위해 편성된 기사들을 제외한 모든 기사단원들이 연병장에 집결해 있습니다.”


허나 아직은 살 찐 돼지들을 도축할 차례가 아니었다.


지금은 우선 외부의 문제를 해결하고, 위태로운 공작의 권위를 바로세우는 게 우선이었다.


“좋습니다. 상비군을 지휘해 성을 지킬 기사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기사들에게 황제가 보낸 전령을 맞이하러 나와 함께 출정할 테니, 본 성에 믿고 맡길만한 기사를 선발하세요.”


“알겠습니다.”


“이상으로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우리 발렌베르는 문제를 해결할 겁니다. 그러니 경들도 경거망동 하지 마십쇼.”


그 말을 끝으로, 회의는 종결됐고 아서는 월리엄경과 함께 기사들이 있는 연병장으로 향했다.


연병장으로 향하는 길, 아서와 월리엄경의 구두소리만이 울리는 적막한 공작가의 복도는 가문의 명성에 비해 한없이 초라했다.


아서의 어린 시절, 수많은 유물과 보물들이 장식되어 있던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을 가진 복도는 공작가에 들어 닥친 재정난에 의해 모습을 감춘 지 오래였다.


‘그 모든 것들이 그 돼지들의 뱃속으로 들어갔다는 건가.’


아서의 강렬한 증오심에 호응하듯, 죽은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아서의 오른팔에 기생한 악마의 축복이 아릿하게 쑤셔왔다.


“언젠간 나도 광증에 빠지겠죠.”


아서의 가벼운 혼잣말에 곁에서 걷던 월리엄 경이 그럴 리가 없다 부정했으나, 아서는 느낄 수 있었다. 자신 역시 저주가 내리는 광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아직 젊은 나이였으나, 아서에겐 시간이 많지 않았다. 오른팔에 기생한 저주가 언젠가 자신을 잡아먹기 전에 모든 걸 끝내야 했다.


/항상 명심하렴, 아들아. 악마의 선물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걸./


이제는 다시는 볼 수 없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아서의 귓가에 들려오는 듯 했다.


2.


검은 날개 기사단. 212명의 기사와 400명이 넘는 종자들로 이루어진 이 무력단체는 제국의 혼란 시기, 황제의 권좌를 위협하는 내,외부의 적을 막아내기 위해 창설된 발렌베르 중기병대였다.


주인에게 하사받은 봉토를 대가로 일정기간 동안 무력을 바치는 타 영지의 기사들과는 달리, 고정된 봉급을 받으며 공작가의 상비군으로서 황제의 적들을 박살낸 그들은 발렌베르가 가진 힘이었으나, 동시에 공작가를 옥죄는 사슬이었다.


단일 가문으론 최다 수준의 숫자에, 그 실력 역시 제국 최고의 중기병 전력인 그들을 유지하기 위해 공작가의 수입 대부분이 사용돼야 했고, 결국 기사단을 유지하기 위해서 공작가는 스스로 황제의 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과거 낙후됐던 공작령을 성장시킨 원동력이, 작금에 와선 공작가의 성장을 가로막는 벽이 돼버린 것이다.


허나 그 누가 이들을 포기 할 수 있을까.


“공작님. 순찰과 성 방비 인원을 제외한 기사 152명과 종자 320명 모두 출정 준비가 끝났습니다. 명령을.”


기사들의 앞에 선 아서를 향해 수많은 시선이 집중됐다.


연병장에 도열한 500명에 달하는 기사들과 종자들의 눈에는 아서 자신을 향한 절대적인 신뢰가 느껴졌다.


아서가 친족 살해를 범한 패륜아라는 사실도, 그가 이제 막 성인이 된 19살의 젊은 청년이라는 사실도 그들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발렌베르의 검들이여. 우리가 나고 자란 고향이 위기에 처했다.”


주인을 갈아탈 생각으로 가득한 봉신들과는 다른, 발렌베르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으로 가득 찬 기사들의 눈빛들.


“황제는 주인의 통제를 벗어난 우리를 반역자라 매도하며 군대를 보냈고, 내부의 적들은 발렌베르의 위기 앞에 배신할 기회만을 노리고 있다. 이 위기 앞에, 누가 발렌베르를 지키겠는가!!”


쿵--!


연방장을 뒤흔드는 발구르는 소리와 동시에 거대한 외침이 성에 울려 퍼졌다.


““발렌베르의 검이 주인과 함께 하겠습니다!!””


백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공작가의 검으로서 제국과 발렌베르의 대지를 지켜온 수호자. 검은 날개 기사단.


“누가 나와 함께 황제를 설득시키고, 비열한 배신자들을 처단하겠는가!!”


““발렌베르의 영광을 위해, 검은 날개의 검이 적들을 가르리라!!””


자신들을 존중하며 기사단의 일원으로서 함께 전장을 해쳐나갔던 공작가문의 주인.


이 사실만으로 그들은 아서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쳤고, 다른 어떤 사실도 그들의 충성을 흔들지 못했다.


수대에 걸쳐 이어진 발렌베르 공작과 검은 날개의 유대는 더 이상 평범한 주종관계가 아니었고, 주인의 명 아래 자신의 고향과 이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들은 죽음조차 불사하는 무적의 기병대. 그것이 바로 검은 날개 기사단이었다.


“발렌베르의 전사들이여. 고향의 평화를 위해 검을 들어라!”


지배의 왕관의 힘에 의해 증폭된 말이 끝남과 동시에 진군나팔이 울려 퍼지며 온 성에 기사단의 출정을 알렸다.


황제의 두려움의 근원인 동시에, 그를 설득시킬 가장 중요한 협상카드.


제국에서 가장 위협적인 중기병대가 성의 도개교를 넘으며 황제의 사절이 도착한 콘돌시를 향해 출정했다.


3.


‘목줄 잡힌 까마귀’,‘황제의 개’ 등등, 제국 내에는 발렌베르의 검은 날개 기사단을 비하하는 수많은 별칭이 존재했고, 황실의 친인척이자 대리인으로서 중앙군을 따라온 고드프리 역시 지인들과 술을 마시며 그들을 비웃은 적이 존재했다.


스스로 대륙에서 가장 강하다 자부하는 주제에 황제의 용병 노릇이나 하고 있다고.


허나, 대지를 울리며 콘돌시 외각에 위치한 중앙군의 진지를 향해 다가오는 검은 갑주의 기병들을 본 순간 고드프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잠깐만, 진짜 저 괴물 새끼들이랑 싸우라고? 미친 거 아니야?”


“이봐요, 고드프리. 분명 겁만 줄뿐, 전투는 없을 거라고 했잖습니까!”


고드프리 호위를 위해 황제가 붙여준 친위대의 기사들이 자신에게 항의했으나, 검은 파도가 주는 압박감에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친위대와 중앙군에 소속된 기사라는 이름의 깡패들과는 다른 진짜 기사. 완벽한 대열을 이룬 채 아군을 향해 다가오는 검은 파도는 그 존재만으로도 상대에게 공포감을 주고 있었다.


“경기병! 당장 가서 공작에게 이게 무슨 짓이냐고 항의해!”


“..예?”


“이런 씨발, 귀가 먹은 거냐? 당장 그 멍청한 대가리를 들고 가 공작에게 경고하라고!”


언덕 너머에서 검은 날개 기사단이 모습을 드러낸 지 몇 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제대로 된 대처조차 못하고 있는 중앙군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일사불란한 모습을 고드프리를 포함한 중앙군 사령관 데즈몬드 모리스조차 두려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순간.


양측의 거리가 400m도 남지 않아 보이는 시점에서, 중기병대들이 랜스를 겨눈 채 달려오기 시작했다.


“어? 어어?”


“뭣들하고 있어! 장창병, 장창병!!”


데즈몬드의 필사적인 외침에도, 식사를 위해 흩어져있던 병력은 쉽사리 집결하지 못했다. 훈련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농민 징집병들에게 죽을 자리로 들어가라는 명령은 통하지 않았다.


두두두두두--!


고드프리를 지켜줄 아군은 오합지졸이나 다름없고, 대지를 뒤흔들며 돌진해오는 검은 철의 장막은 단 한 번의 돌격만으로 아군을 모조리 쓸어버릴 기세였다.


‘빌어먹을 황제 새끼, 절대 위험한 일은 없을 거라면서!’


뒤늦게 도망치기로 마음먹은 고드프리가 황제의 명령조차 잊고 등을 돌리려던 그 순간, 단호한 손길이 그의 어깨를 막아섰다.


“걱정하지 마세요, 고드프리경. 저들은 결국 멈출 테니.”


“개소리 하지 말고 이 손 놔!”


살기 위한 필사적인 발버둥에도 고드프리를 잡은 손길은 떨어지지 않았다.


“진짜라니까? 제가 새로운 공작의 전 약혼자라 그를 잘 알거든요.”


“무슨 미친 소리를..아? 공주,아니 총독님?!”


“하하. 내가 황실의 인척인 고드프리경의 체면을 한 번 지켜준 거, 꼭 기억하라고요.”


놀랍게도 체면 몰수하고 도망치려던 자신을 막은 건 황제의 네 딸 중 둘째이자, 발렌베르를 비롯한 동부 총독, 테레사 라니에였다.


쿵!


그보다 더욱 더 놀라운 사실은, 정말로 그녀의 말대로 창기병들의 돌격이 진지의 바로 앞에서 멈췄다는 사실이다.


“저게 된다고?..”


정예 중의 정예란는 걸 증명하는 듯한 기행.


“봤죠? 애초에 검은 날개가 우리를 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렇게 평화롭게 다가오지 않았을 겁니다. 궁기병대의 선제사격에 의해 혼란스러워진 적 대형으로 창기병대의 돌격, 그 누구도 저들의 말발굽아래 살아남지 못했죠.”


자신들의 코앞에 겨눠진 랜스들과 형형한 검은 기사들의 눈빛에 기죽은 중앙군이 그 누구도 상대의 무례에 항의하지 못하는 사이, 한 기사가 말을 이끌고 고드프리와 테레사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그가 투구를 벗은 순간, 젊은 사내의 얼굴이 나타났다.


“오랜만입니다. 테레사님.”


“나도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네. 아서. 마지막으로 만난 게 파혼 서류를 전달받았을 때였나?”


좌중을 제압한 압도적인 등장.


협상이 시작하기도 전, 협상의 추는 벌써 발렌베르를 향해 기울고 있었다.


작가의말

끝없는 오타의 파도가..


기사의 숫자를 로마 멸망 이후, 부족 국가 시절로 해야할지, 아니면 십자군 시대의 기사를 배경으로 해야할지 고민 했습니다만, 기세에 대한 설정은 그냥 세계관의 개연성에 맡게 적당히 설정하는 걸로 정했습니다.


 대략 1기사 = 1탱크, 1종자 = 1 장갑차?


결과적으로 주인공의 가문은 주방위군 주제에 200대가 넘는 전차가 있는 설정이 됐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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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0. 꿈 - 1 +3 22.05.31 392 8 10쪽
29 9. 새로운 물결 - 4 +3 22.05.30 392 7 9쪽
28 9. 새로운 물결 - 3 +3 22.05.30 398 10 9쪽
27 9. 새로운 물결 - 2 +1 22.05.29 427 8 9쪽
26 9. 새로운 물결 - 1 +3 22.05.28 448 7 9쪽
25 8. 결투는 신중히 - 1 +2 22.05.27 430 12 9쪽
24 7. 축배 - 3 +4 22.05.27 434 9 10쪽
23 7.축배 - 2 +7 22.05.26 445 9 9쪽
22 7. 축배 - 1 +5 22.05.25 471 9 10쪽
21 6. 집안 정리 - 2 +5 22.05.24 510 10 11쪽
20 6. 집안 정리 - 1 +3 22.05.23 515 10 10쪽
19 5. 부활의 신호탄 - 2 +1 22.05.22 498 9 10쪽
18 5. 부활의 신호탄 - 1 +1 22.05.21 494 12 9쪽
17 4. 매가 약이다. - 4 +1 22.05.20 479 9 10쪽
16 4. 매가 약이다. - 3 +4 22.05.19 484 9 9쪽
15 4. 매가 약이다. - 2 +3 22.05.17 503 12 11쪽
14 4. 매가 약이다. - 1 +1 22.05.17 524 10 12쪽
13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3 +2 22.05.16 536 13 10쪽
12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2 +4 22.05.16 540 14 11쪽
11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1 +2 22.05.15 577 12 10쪽
10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5 +3 22.05.14 585 13 11쪽
9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4 +1 22.05.14 595 13 11쪽
8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3 +1 22.05.13 635 11 10쪽
7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2 +1 22.05.13 717 11 9쪽
6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1 +5 22.05.12 829 18 11쪽
5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4 +4 22.05.11 959 22 10쪽
4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3 (내용 수정) +2 22.05.11 1,010 29 12쪽
»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2 +2 22.05.11 1,233 3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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