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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31님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패륜아 공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기하학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4
최근연재일 :
2022.09.04 22:18
연재수 :
116 회
조회수 :
38,317
추천수 :
862
글자수 :
423,806

작성
22.05.17 22:30
조회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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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1쪽

4. 매가 약이다. - 2

DUMMY

1.


아서가 살아온 인생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스승을 따라 전쟁터를 누비며 그는 수많은 인간군상을 봐왔다.


그를 통해 깨달은 건, 사람은 좋게 말하면 들어먹질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나 방금 전, 글루터리스에서 온 도련님 같은 자존심 강한 사람들은 더더욱.


“글루터리스가 고용한 용병들은 분명 협상 반대파들의 도시를 공격할 겁니다. 아마 그 중에서도 가장 인구가 많고, 가장 큰 식량창고가 있는 살레지아 시를 습격하려 하겠죠. 올리버 경, 곧 있을 야전에 대비해 기사단을 준비시키세요. 월리엄 경은 요백파의 대표 타일러에게 항복한 농노군 중 가장 용맹한 자 천 명을 징집하겠다고 전해 주세요.”


“천 명 말씀이십니까? 상대 용병대의 숫자가 적지 않을 텐데 좀 더 징집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대비 할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요. 우리한테 사절을 보내긴 했지만, 애초에 놈들은 우리의 반응과 상관없이 일을 일으킬 생각이었을 겁니다. 테레사님이 임시 총독을 맡을 갈리폴리를 망가뜨리는 게 저들의 목표니까요.”


4황자의 경쟁자가 다스리게 될 갈리폴리를 망가뜨리려는 글루터리스와 그걸 막으려는 발렌베르의 대결.


그렇기 때문에 발렌베르 역시 조약에 적혀있다고 해서 무턱대고 징집을 진행 할 순 없었다.


자유와 권리를 포기하고 얻어낸 평화를 맞이하려는 농노들에게 갑작스럽게 전쟁에 참가하라고 한다면 반드시 후폭풍이 올 수밖에 없었다.


“월리엄 경? 징집에 응해 적들에 맞선 농노들에겐 공에 따라 농지 제공과 더불어 자유민으로 격상시켜 주겠다고 전하세요. 협정을 맺었다곤 하나, 여전히 자유에 대한 갈망이 있는 청년은 많을 테니까요. 보상은 제가 직접 지급할 테니 의심 할 필요 없다고 하세요.”


“예. 공작님.”


“발렌베르가 황제 폐하의 눈치를 보며 머리를 조아리니, 검은 날개의 칼날도 무뎌진 줄 아나봅니다. 정치가 아닌 전쟁으로 우리에게 힘을 과시하려 들다니, 우습기도 해라.”


2.


아서와 기사단이 각 마을에서 징집병을 모집하고, 전쟁을 준비하는 동안 그들에게서 벗어난 글루터리스의 에드먼드 역시, 자신의 가문에서 고용한 용병대, 투구 뿔을 찾아갔다.


“빌어먹을 애송이가 감히!”


“하아, 고용주님. 그래서 발렌베르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요?”


“건방진 새끼들이 감히 주제도 모르고 날뛰지 않는가! 그리고 우리는 분명 계약 조건에 발렌베르와의 전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을 텐데?”


“예. 그렇죠. 다만 그렇게 될 경우 추가금이 필요하다고 저희가 분명 말씀드렸거든요.”


“이런 돈벌레들 같으니라고! 그래, 얼마였지?”


“하하, 저희 용병들이 목숨을 거는 이유가 돈이니까 말입니다. 계약금의 절반을 추가해주기로 하셨습니다.”


제국에서 그 누구보다도 돈에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 글루터리스가 할 소리는 아니지 않냐고 해주고 싶었으나, 고용주의 품 안에서 나오는 돈주머니를 본 용병대장 리암은 입을 닫았다.


“그래서, 발렌베르를 제압할 수 있는 건 확실하지?”


“이정도의 병력이라면, 제압은 몰라도 방해는 받지 않을 겁니다.”


“뭐라고? 우리가 고용한 용병대만 4개가 넘고, 그 수가 5천명에 달하는데 그깟 기사 몇 백을 정리 못한다니!”


아무리 제국에서 두 번째로 돈이 많은 글루터리스라 해도 5천명이 넘는 용병대를 고용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발렌베르를 정리하기는커녕 방해를 받지 않는다니?


“괜히 용병 학살자라고 불리겠습니까. 다만 놈들의 기사단도 그리 많이 데려오진 못한 것 같아보였으니, 우리를 이길 순 없을 겁니다.”


발렌베르의 명성을 입에 올리자 에드먼드 역시 차마 할 말이 없는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설마..아니, 이정도의 병력 차이라면 아무리 기사양반들이라 해도 어쩔 수가 없겠지.’


갑작스럽게 떠오른 젊은 공작의 살벌한 얼굴에 리암의 손이 부르르 떨렸으나, 평원에 모인 5천이 넘는 대 병력에 그는 심신의 안정을 되찾았다.


“대장님! 애들 다 준비가 끝났다고 합니다. 바로 시작할까요?”


“그래, 얘들아! 지금까지 많이 참아왔다. 저 앞에 감히 우리를 엿 먹인 저 빌어먹을 농노 놈들의 마을이 있다. 아무것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죽이고 빼앗아라!”


상대의 거의 모든 것을 예측한 아서가 알아채지 못한 단 한 가지.


그건 글루터리스 가문이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선 그 어떤 선도 넘을 수 있다는 거였고, 돈만 준다면 그들을 따라 기꺼이 악마가 될 수 있는 자들 역시 많다는 것이었다.


3.


글루터리스 가문의 사주를 받은 용병대의 진격은 말 그대로 그 무엇도 남기지 않았다.


메뚜기 때가 지나간 것 마냥, 그들은 마을에 있는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를 죽인 후 모든 것을 불태웠다.


아무리 반란을 일으켰다 한들, 본래 황제의 사유재산인 자들이었으나 용병들과 글루터리스는 거리낌이 없었다.


이들의 학살을 막아줄 유일한 농노군 세력인 타르프시파는 자신들의 마을과 도시를 지키는 것에 급급한 상황.


첫 마을 시작으로 연이어 두 개의 마을을 더 불태운 불길은 마침내 그들의 최대 목표, 살레지아 시에 도달하고 말았다.


허억, 허억,


“저쪽이다! 놓치지 마!”

“꼬마야! 지금이라도 멈추면 곱게 죽여주마! 더 귀찮게 굴면 산 채로 내장을 꺼내 죽여주겠어!”


등 뒤에서 들리는 세 용병들의 협박에도 젊은 소년은 자신이 탄 말을 멈추지 않았다.


‘뒤돌아 보지마, 얀! 너라도 빠져나가 반드시 타일러 선생님한테 소식을 알려야 해’


얀을 도시를 포위한 포위망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수많은 동료들이 희생되었다.


그리고 만약 자신이 지원군을 부르지 못한다면, 도시에 사는 이웃들 모두가 저 사람만도 못한 놈들에게 살해당할게 분명했기 때문에 얀은 두려움조차 잊고 말을 몰았다.


하지만 말을 탄지 얼마 되질 않는 그가 다년간 말을 타고 다닌 용병들보다 더 빠를 순 없는 노릇이었고, 용병들과 얀 사이의 거리는 점차 좁혀져만 갔다.


“빌어먹을 애새끼가 일을 귀찮게 만들고 있어, 잡히면 넌 뒤졌다!”


양쪽의 거리가 몇 미터밖에 남지 않자, 용병들이 휘두른 검이 얀의 등을 위협적으로 스치고 지나갔다.


“크흑,”


“이 얼간아, 애새끼 하나 못 죽이냐?”

“니가 해봐 병신아!”


용병들은 이미 다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얀의 등에 칼을 휘두르며 장난을 쳤으나, 얀은 등에서 올라오는 고통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허나 현실은 소설 속과 같지 않은 법이었고, 아무리 의지로 견디려고 한들 등의 상처가 늘어갈수록 출혈 역시 심각해져 점차 얀의 의식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끝난다고?’


끝내 한 용병이 장난스럽게 휘두른 검이 얀의 머리를 쪼개려던 순간, 한 화살이 용병의 정수리에 정확하게 꽂혀 들어가며 그를 절명시켰다.“


“씨발!”

“적이다, 어디에서..켁.”


갑작스러운 기습에 그들이 당황해 대처하기도 전에, 연이어 날아온 화살은 정확하게 용병들의 몸을 관통했다.


자신의 뒤를 쫒던 용병들이 차례로 절명하자 간신히 잡고 있던 얀의 의식이 끊겨 말에서 낙마하려던 순간, 낯선 손길이 그의 몸을 받쳐주었다.


“누구..?”


4.


얀을 구한 건 기사단의 정찰 기사대였다.


용병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던 아서는 용병들이 일으킨 학살사태에 대해 듣자마자 곧바로 집결중인 농노들을 대신해 선발대로 정찰기사대를 파견했고, 그 결과 정찰 기사대는 극소수의 생존자들을 구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아서가 이끄는 본대 역시,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걸 확인하자 곧바로 살레지아 시를 향해 진격을 시작했고, 그들은 그 길에서 모든 게 다 타버린 싸늘한 폐허를 마주 할 수 있었다.


“마을이 있던 흔적 밖에 남지 않았군요.”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까지 할 줄은..”


“황제 폐하의 눈치를 봐서 선은 지킬 줄 알았는데, 이렇게 까지 하다니..4황자가 테레사님의 존재에 압박을 받는다는 것이 사실이었나 봅니다.”


한때는 생기로 가득했을 마을이 잿더미만 남기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자 기사들은 물론 징집된 농노들 역시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마을 한 구석을 수색하던 기사들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공작님, 우물 안에 시체가 가득합니다. 아무래도 식수를 오염시키려고 일부러..”


우물 속에는 여성들과 아이들의 토막 난 시체가 형편없이 쌓여있었다.


전염병을 막기 위해 시체는 소각해야 했으나, 놈들은 고의적으로 마을의 재건을 막고자 수도를 오염시키기 위해 시체를 유기한 것이다.


죽은 자들의 명복을 빌어주기 위해 기사들과 농민들이 역한 감정을 꾹 참고 시신들을 수거했으나, 우물 속에서 나오는 시신들은 끝이 없었다.


“개자식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적으로 만났기에 어색함이 감돌던 기사들과 농노들이었으나, 인간이 표현 할 수 있는 순수한 악의와 인륜을 저버린 적들의 행위에 적아를 막론하고 모두가 한 마음으로 분노를 뿜어냈다.


그 순간 아서는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분노를 느끼는 지금이 농노들의 마음을 휘어잡고 군대를 하나로 만들 절호의 기회라는 걸.


기사들과 농노들 모두가 너도 나도 나서 시신들의 명복을 빌어 준 후, 아서는 상대에 대한 증오를 뿜어내고 있는 사람들의 앞에 나섰다.


“기사들이여! 우리는 황제폐하의 적들을 베는 검은 날개다. 허나, 그 이전에 우리는 제국에 살아가는 모든 백성들은 지키는 제국을 지키는 방패다!”


장내에 모두가 아서의 말을 주목했으나, 그는 긴장하지 않았다.


“적들은 선을 넘었다. 같은 제국인에게 행해선 안 되는 범죄를 저지른 저 극악무도한 무리를 누가 심판해야겠는가!”


“제국의 검, 검은 날개!”


“농민들이여! 적들의 검은 잔혹하고, 전쟁에 나서는 순간, 싸늘한 죽음이 너희를 찾아올지 모른다. 허나! 오늘의 학살에서 눈을 돌리면, 내일은 너희들의 가족과 이웃의 차례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도망치겠는가!”


“아니요!”

“저 빌어먹을 놈들을 죽이자!”


“발렌베르의 깃발은 패배를 모른다! 누가 나와 함께 저 제국의 적들을, 인륜을 저버린 악마들을 징벌 할 것인가!”


“검은 날개가 함께합니다!”


왕관의 힘이 실린 거친 목소리에 흥분한 기사들과 농노들은 광적으로 아서의 말에 연호했다.


하나로 뭉친 이들이라면 용병들의 거친 검에도 부러지지 않으리라.


허나 아서는 자신이 목표한 바를 이루었음에도 기뻐 할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보고도 분노를 느끼지 않은 건 나뿐인가 보군.’


왕관의 힘에 물들기 시작했다는 걸, 그는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작가의말

급하게 올려서 오타가 있는 것 같네요. 곧바로 수정하겠습니다. ㅠㅠ


그나저나 점점 수위가 올라가는 느낌이..


오늘도 글을 찾아주신 독자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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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7 myway정
    작성일
    22.05.17 22:58
    No. 1

    다음화가 기대되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기하학
    작성일
    22.05.17 23:00
    No. 2

    악마의 축복을 받아 변해가는 자신에 회의감을 느끼는 주인공을 묘사하고싶은데.. 잘못하면 중2병이 될까 두렵습니다.
    그래도 독자 분들이 응원해 주시니 열심히 노력해 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세비허
    작성일
    22.06.24 19:16
    No. 3

    재미있네요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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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0. 꿈 - 1 +3 22.05.31 393 8 10쪽
29 9. 새로운 물결 - 4 +3 22.05.30 392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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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9. 새로운 물결 - 1 +3 22.05.28 449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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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7. 축배 - 3 +4 22.05.27 435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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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6. 집안 정리 - 2 +5 22.05.24 510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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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4. 매가 약이다. - 3 +4 22.05.19 484 9 9쪽
» 4. 매가 약이다. - 2 +3 22.05.17 504 12 11쪽
14 4. 매가 약이다. - 1 +1 22.05.17 525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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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2 +4 22.05.16 541 14 11쪽
11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1 +2 22.05.15 578 12 10쪽
10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5 +3 22.05.14 585 13 11쪽
9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4 +1 22.05.14 595 13 11쪽
8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3 +1 22.05.13 636 11 10쪽
7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2 +1 22.05.13 717 11 9쪽
6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1 +5 22.05.12 830 18 11쪽
5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4 +4 22.05.11 960 22 10쪽
4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3 (내용 수정) +2 22.05.11 1,011 29 12쪽
3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2 +2 22.05.11 1,233 3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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