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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31님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패륜아 공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기하학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4
최근연재일 :
2022.09.04 22:18
연재수 :
116 회
조회수 :
38,308
추천수 :
862
글자수 :
423,806

작성
22.05.15 23:14
조회
577
추천
12
글자
10쪽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1

DUMMY

1.


축복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서의 몸은 더 없이 가벼웠고, 선두에 선 아서는 거칠 것 없이 적들을 학살하며 길을 뚫기 위해 전진했다.


“각하가 앞에서 길을 뚫는데 뭣들 하고 있는 건가! 뒤처지지 마라!”


선두에 선 주인의 활약에 고무된 기사들은 더욱 거칠게 진형 안쪽 농민들을 밀어내며 전진했고, 진형 외부에선 세 차례에 걸친 중기병들의 돌격에 이어 검을 뽑은 경기병들 역시 좌우측에서 돌격을 이어갔다.


간신히 정신을 차렸던 정면이 붕괴나 다름없는 상태에 빠지고, 좌우 그리고 후열에 까지 동시에 충격이 이어지자 농노군들의 사기는 바닥까지 떨어졌고, 하나 둘 살기 위해 무기를 버리고 강물 속으로 빠져들었다.


“각하! 정면이 뚫렸습니다, 어서 합류를!”


아군을 포위하던 적들의 진형은 이미 완전히 와해된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


월리엄 경과 기사들의 말에 아서 역시 길을 뚫고 있는 본대와 합류하려던 순간, 등 뒤를 바라본 아서의 눈에 말에서 떨어져 농노들에게 포위된 한 종자가 들어왔고 그는 본능적으로 말을 몰고 달려갔다.


“공작님?”

“각하!”


부하들의 비명에도 붉은 월계수 잎에 홀린 아서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이 감각은..?’


자신의 몸을 휘감은 이 낯선 감각은 검에 바칠 제물을 찾아, 아서의 지배에 놓인 노예를 구하기 위해 그를 인도했다.


“크흑!”


농노들에 의해 바이저가 열린 종자가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려던 순간, 피보라를 일으키며 내리쳐진 검이 종자의 안면을 찌르려던 농노의 머리를 갈랐고, 곧바로 옆에서 종자를 붙잡던 다른 농노의 팔을 잘라냈다.


“일어설 수 있겠나?”


“고..공작님..”


“공작님! 괜찮으십니까!”


간신히 목숨을 구한 어린 종자를 뒤따라온 기사의 말에 올린 후, 뒤쳐진 기사들이 없다는 걸 확인 한 아서가 몸을 돌리려던 그 때, 그와 기사들이 건넜던 강 너머에서 전쟁마차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핫, 저 놈들 어딜 그리 바쁘게 달리고 있는지, 저흰 이미 강을 건넜는데 말입니다.”


“타이밍이 좋았군요.”


“이게 다 공작님의 완벽한 작전 덕분이지 않겠습니까. 거대한 식량창고를 지키는 병력이 200명도 되질 않아, 손 쉽게 장악 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과 합류한 올리버경의 칭찬에도 아서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여유가 없는 작전이었군, 앞으로는 좀 더 조심해야겠어.’


강 너머, 허탈한 얼굴로 아서와 기사들을 바라보는 농노군을 힐끗 쳐다본 아서는 곧바로 등을 돌려 자리에서 벗어났다.


병력이 완전히 텅 비어버린 지금, 인근 마을 한두 개 정도는 더 위협할 수 있으리라.


2.


갈리폴리 지역의 중심에서 빠져나와 중앙군이 주둔한 보급부대 위쪽에 임시진지를 친 후, 곧바로 다음 작전을 위해 준비에 나섰다.


“적들에게 균열을 만드는데 성공했으니, 이제 그 균열이 갈라지도록 유도해 상대가 스스로 항복하도록 만들어야겠죠. 우선 다음 작전을 위해선 갈리폴리의 임시 총독으로 내정된 테레사님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라고 말했으나, 아마 그녀는 아서가 보낸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갈리폴리 식민지는 제국 내에서도 최대의 곡창지대 중 하나였고, 이곳에서 나오는 밀이 전국 각지에 배분되어 제국을 유지하는 만큼 황제와 테레사로선 무엇보다도 밀농장의 정상화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설령 황실에 감히 반기를 든 건방진 농노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일이라 한다 해도.


‘애초에 그 멍청한 2황자 찰스를 앉혀 놓은 것 자체가 문제지. 가장 큰 밀농장을 가진 지역에서 흉년이라고 아사자가 속출하는 게 말이나 되?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황제 역시 나이가 먹긴 했군.’


과거, 그가 중년의 나이에 보여주었던 냉철함을 생각하면 확실히 최근 들어 황제의 판단은 이해할 수 없는 실수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 말은, 아서와 가문이 황실의 족쇄에서 벗어날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는 말이기도 했고.


비록 이제 겨우 대전략의 첫 단추를 낀 상태였으나, 아서의 지휘아래 첫 승리를 거둔 날이었던 만큼, 부하들이 쉴 수 있도록 회의를 길게 끌고 가지 않았다.


“오늘은 이만 전술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정찰 기사대에선 이 편지를 테레사 님에게 전해주세요.”


“예. 각하.”

회의가 끝나고, 참석했던 고위기사들과 각 부대의 대장들이 나가자 천막에는 그 혼자만이 남았다.


스윽.


오른팔의 옷을 걷어내자, 어느새 익숙해진 악마의 축복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모를 살해하며 자신에게 낙인찍힌 6개의 검은 잎과 하나의 붉은 잎으로 이루어진 월계관.


허나 아서의 눈에 보이는 건 6개의 검은 잎이 아닌, 5개의 검은 잎과 약간의 붉은 기가 차오른 검은 잎 한 장이었다.


“친족살해에 반응해 깨어난 지배의 왕관처럼, 살인에 반응해 깨어나려는 건가?”


직전 전투에서, 사람을 죽이는 순간 낯선 감각이 자신의 팔목에 스며든다는 걸 아서는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악마가 준 선물이야. 악의적이군.”


허나 반쯤 무너진 가문을 성장시키기 위한 험난한 미래가 예정된 아서에게는 이런 힘이라 한들 절실했다.


게다가 어차피, 아서의 길은 피로 물들어 있으니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고약한 조건 역시 충분히 충족 할 수 있었다.


지배의 왕관이 보여준 힘을 몸소 겪은 그로선, 인간성을 어느 정도 포기한다 한들 이 권능을 놓칠 수가 없었다.


힘이 늘어날수록, 광증의 위협이 더 심각해진다 해도 말이다.


“그래도 왕관에 홀리는 건 확실히 주의해야 되겠어.”


뒤쳐진 종자를 구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직일 땐 상당히 당황스러웠으니 말이다.


지배의 왕관이 끼친 영향은 떠올리지 못한 채, 그는 생각을 정리했다.


3.


공작 포위작전 이후, 약 열흘의 시간이 지난 시점.


농민군의 회의장을 가득채운 고함 속에서 자슈카는 자신이 이 젊은 공작에게 완전히 휘말렸다는 걸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황제가 보낸 군대를 상대로 연이어 승전을 하며 세력을 키워나가던 와중 드러난 갈등, 농노들이 주축이 된 요백파와 토착종교의 신자들을 중심으로 한 타르프시파의 미묘한 알력다툼은 발렌베르 공작 건으로 인해 완전히 수면위로 드러난 상태였다.


‘후, 그를 잡기위해 무리를 해선 안됐는데..’


적들의 양동작전에 속아 공작 생포는 실패로 돌아갔고, 그것도 모자라 와트의 병력의 빈틈을 타 난입한 기사들에 의해 마을에 위치한 거대한 식량 창고가 거의 대부분 전소했다.


그 후 자신을 향한 절대적인 것 같던 농민군의 신뢰는 조금씩 금이 갔고, 이후 열흘간 공작의 기사단은 요백파들의 본거지나 다름없는 마을들을 연이어 공격했으나 자슈카는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었다.


기동성을 살린 기병들을 상대로 그가 명령 할 수 있는 건 목책과 성벽을 이용해 적들을 막으라는 명령뿐이었고, 안타깝게도 자슈카의 소극적인 태도를 농노들은 그리 반기지 않았다.


“벌써 8번째입니다. 8번! 지난 열흘간 저희 요백파의 마을과 도시에 대한 기사단의 공격이 8번이 진행되던 동안, 당신들은 무엇을 하고 있던 겁니까!”


비록 아직까지 적들이 성벽 내로 들어온 적은 없었으나, 그건 적들이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적당한 선에서 공세를 멈추고 후퇴해서이지 농민군이 잘 막아내서는 아니었다.


연이은 기사들의 습격은 이미 공격을 당한 마을에게는 큰 피로감을, 아직 공격을 당하지 않은 마을들에게는 자신들도 언제 공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주고 있었다.


“무슨 소리입니까! 마치 우리가 일부러 요백파의 마을들을 방치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하는 건!”


“하, 또 모르지. 저희 측에서 수상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당신들이 교황청 공의회에 파견했다 이단으로 몰려 구금된 사제들을 구하기 위해 적들과 물밑에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무슨 말도 안 되는 음모를 제기하는 겁니까?!”


발끈한 타르프시파의 사제의 반박에 회의장은 더욱 거세게 대립했으나, 자슈카는 요백파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보인 태도를 생각한다면, 또 모르지. 나도 모르게 적들에게 사절을 보냈을지.’


양측의 끝없는 대립을 지켜보다 자슈카는 점차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분명 자신이 농민군을 이끌고 황제에 맞선 건, 억압에 고통 받는 동포들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스스로 무엇을 위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4.


요백파가 제기한 의혹은 사실이었다.


다만, 실제로 먼저 손을 내민 건 타르프시파가 아닌 아서였다.


‘이단으로 잡힌 사제들을 구해 주는 대가로 합의를 보지 않겠는가?’


신앙의 동포들이 언제 화형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작이 보낸 은밀한 제안을 그들은 매몰차게 무시 할 수 없었다.


물론 정치적 영향역이라고는 1도 없는 발렌베르 가문으로선 사제들을 구할 능력이 없었으나, 제국의 정치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그들은 발렌베르가 가진 명성만을 보고 아서가 보낸 함정을 덥석 물고 말았다.


그것이 상대의 분열과 전쟁수행의지를 꺾는 걸 노린 아서의 계획이라는 것도 알지 못하고.


타르프시파를 속이는데 성공한 아서의 노림수는 곧바로 다음 목표를 향했다.


태양이 모습을 감춘 야심한 밤, 다음 목표인 요백파의 수장과 비밀 회담을 갖기 위해 호위기사들을 이끌고 약속된 장소로 간 것이었다.


작가의말

리메이크 때문에 연재가 늦어졌군요.


구독자분들에게 사과드립니다. ㅠ


지금 까지는 아서가 치고 빠지기로 상대를 농락했다면, 다음화에서는 큰게 옵니다.


드디어 양측이 결전이 벌어지겠네요. 다만, 어디와 어디가 붙을지는..


오늘도 글을 읽어주신 독자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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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10. 꿈 - 2 +3 22.06.01 374 8 9쪽
30 10. 꿈 - 1 +3 22.05.31 392 8 10쪽
29 9. 새로운 물결 - 4 +3 22.05.30 392 7 9쪽
28 9. 새로운 물결 - 3 +3 22.05.30 398 10 9쪽
27 9. 새로운 물결 - 2 +1 22.05.29 427 8 9쪽
26 9. 새로운 물결 - 1 +3 22.05.28 448 7 9쪽
25 8. 결투는 신중히 - 1 +2 22.05.27 430 12 9쪽
24 7. 축배 - 3 +4 22.05.27 434 9 10쪽
23 7.축배 - 2 +7 22.05.26 445 9 9쪽
22 7. 축배 - 1 +5 22.05.25 471 9 10쪽
21 6. 집안 정리 - 2 +5 22.05.24 510 10 11쪽
20 6. 집안 정리 - 1 +3 22.05.23 515 10 10쪽
19 5. 부활의 신호탄 - 2 +1 22.05.22 498 9 10쪽
18 5. 부활의 신호탄 - 1 +1 22.05.21 494 12 9쪽
17 4. 매가 약이다. - 4 +1 22.05.20 479 9 10쪽
16 4. 매가 약이다. - 3 +4 22.05.19 484 9 9쪽
15 4. 매가 약이다. - 2 +3 22.05.17 503 12 11쪽
14 4. 매가 약이다. - 1 +1 22.05.17 524 10 12쪽
13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3 +2 22.05.16 536 13 10쪽
12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2 +4 22.05.16 540 14 11쪽
»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1 +2 22.05.15 578 12 10쪽
10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5 +3 22.05.14 585 13 11쪽
9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4 +1 22.05.14 595 13 11쪽
8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3 +1 22.05.13 635 11 10쪽
7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2 +1 22.05.13 717 11 9쪽
6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1 +5 22.05.12 830 18 11쪽
5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4 +4 22.05.11 959 22 10쪽
4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3 (내용 수정) +2 22.05.11 1,010 29 12쪽
3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2 +2 22.05.11 1,233 3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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