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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31님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패륜아 공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기하학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4
최근연재일 :
2022.09.04 22:18
연재수 :
1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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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2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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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7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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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7. 축배 - 3

DUMMY

1.


소란스럽던 승전기념행사의 첫날이 지난 다음날, 테레사와 아서는 2일차 연회가 아닌 수도의 지하거래소를 찾았다.


“지하 거래소라더니, 그 규모가 지상보다 더 큰 것 같군요.”

“말이 불법이지, 사실상 정부의 주도 아래 각 대륙에서 건너온 물건들이 모이는 장소니까. 특히나 이번 연회처럼 각지의 제국들이 모이는 날에는 더욱 크게 장이 열리거든.”


호위기사 다섯을 데리고 테레사를 따라 찾아온 거래소는 이름과는 다르게 지상에서 당당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거래소를 찾는 사람들 역시 대부분이 화려하고 값비싼 옷을 입은 귀족들이었고,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데도 불구하고 시장의 분위기는 어지간한 시장들 보다 훨씬 더 차분했다.


“공작님, 저 자는..”

“그래. 나도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거래소 곳곳에 배치된 경비 기사들의 얼굴이 왠지 낯이 익다 하더니 수도 경비대 소속 기사들이었다.


“얼굴을 가릴 생각도 하지 않는군요. 이래도 괜찮은 겁니까? 테레사님.”

“그야 이 지하거래소에서 나오는 수수료가 황실의 재정 중 상당수를 차지하거든. 비록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기사들의 얼굴을 보여줌으로써 황실이 거래소의 신용을 보장하는 거지.”

“황실이 가진 부의 원천이 참으로 다양하군요. 본받아야 겠습니다.”

“그런데..정말 괜찮은 거야? 내일 결투.”


중요한 거래 차 지하 거래소를 찾은 테레사는 아서의 결투 소식에 도저히 집중을 할 수 없었다.


글루터리스의 대리인과 결투라니!


심지어 다른 것도 아니고 그녀의 아버지, 황제의 명예가 걸린 결투였다.


만약 아서가 이긴다면 명예와 실리, 그리고 합법적으로 글루터리스를 추궁 할 기회를 얻은 아버지의 개인적인 보상까지.


이 모든 것을 손에 쥘 수 있겠지만 만약 진다면..


글루터리스가 그에게 시비를 건 이유가 테레사의 약혼자하는 사실 때문이었던 만큼, 아서가 결투를 신청하게 된 간접적인 이유를 제공한 테레사로서는 도저히 걱정을 접을 수 없었으나 정작 본인은 당장 결투가 내일로 다가왔음에도 태연하기만 했다.


“자신은 있는 거지? 글루터리스가 아무나 데려오지 않을 텐데..”

“뭐, 누가 나오든 질 것 같지는 않을 것 같군요.”


아서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테레사는 저 자신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나 고민했으나, 아서로서는 결투에 대하여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자신이 진다는 가정을 해본적이 없었기에.


애초에 살면서 단 한 번도 도박수를 던져본 적 없는 아서였다.


이번 결투 역시 누굴 데려오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던진 제안이었고,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는 결투 이후의 일을 그리고 있었다.


‘테레사님에게 항구를 건네받는다 해도 결국 검은날개 기사단의 재정을 안정화 시키는 수준밖에 되지 않아. 우리 가문 역시 확실한 돈줄을 확보해 영지를 발전시켜야 하는데..’


일을 처리하기 위해 테레사에게 호위기사 넷을 붙여준 후, 아서는 고위기사 한 명 만을 대동한 채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시장 곳곳을 둘러보았다.


돈줄 확보를 통한 영지 발전, 그리고 그의 손목에 피어난 축복 해결.


이 두 가지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할 수 있었고, 이를 위해 세계 곳곳에서 모여온 물건들을 확인하던 아서는 한 고서점에서 그가 원하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신의 나무와 고대의 주술]?”

“흐음, 젊은 친구가 특이한 곳에 관심이 있구려.”

“어르신, 이 책에 대해 아십니까?”

“내 고서점에 있는 수많은 책 중에서도 그 책은 특이한 물건이지. 동쪽에서 찾아온 한 주술사가 고서점에 보관된 책 한권과 그 책을 교환하자고 해서 얻은 책이거든. 내가 잠깐 보기론 동부 너머의 전설들과 민간 신앙들이 기록된 책이었지.”

“동쪽에서 온 주술사..”


아서가 혹시 그 주술사에 대해 더 아는 건 없냐고 묻자, 고서점의 주인은 워낙 오래된 일이라 잘 기억은 나지 않으나 노파 같기도, 아니면 젊은 여인 같기도 한 나이를 알 수 없는 주술사였다고 설명했다.


“흐음, 그 책을 사려고? 싸진 않을 텐데.”


주인의 말대로 책은 워낙 비싸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아서에겐 부담스러운 값이었으나, 이 빌어먹을 축복에 대해 알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여깄습니다.”

“후우~ 드디어 그 녀석을 보내는 군. 잘 가게 젊은 공작 양반.”

“저를 알고 계셨군요.”

“단순히 운이 좋아 오랫동안 이 마경에서 장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아니거든 하하.”


‘역시 평범한 노인이 아니었군.’


서점 주인과 해어진후, 테레사와 다시 합류한 아서와 일행은 곧바로 황궁의 숙소로 돌아갔다.


원하던 책을 구했으나, 아서는 곧바로 책을 읽어볼 순 없었다.


누가 나오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은 충분했으나, 그렇다 해도 방심 할 순 없었다.


내일 있을 결투를 최상의 컨디션으로 임하기 위해서 아서는 곧바로 휴식에 들어갔고, 그렇게 최적의 몸 상태를 유지 한 아서는 다음 날, 결투의 아침을 맞이했다.


2.


귀족들의 체면을 위해, 글루터리스와 발렌베르의 결투는 연회의 마지막 날 황궁 내에서 주최되었다.


혹시 모를 패배를 걱정한 글루터리스는 결투를 비공개로 진행하자고 제안했으나 이번 소동에 대해들은 귀족들의 반발과 황제의 중재에 결투는 황궁 내에 마련된 빈 경기장에서 진행되었다.


갑작스러운 결투 일정에도, 황궁의 인력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한 끝에 경기장은 완벽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맞았고, 경기장의 박스형 관객석에는 연회를 위해 각지에서 몰려온 귀족들 모두가 참석해있었다.


흥미로운 얼굴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각지의 귀족들과 자신의 아버지의 모습에 테레사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으나, 정작 공작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기사단장 올리버경은 무척이나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허허, 왜 그렇게 좌불안석이십니까. 테레사님.”

“후, 올리버 경. 경은 떨리지 않아요? 나는 걱정돼 죽을 것 같은데. 갈리폴리의 일로 발렌베르의 명성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는 상황에서 아서가 만약 패배한다면..”


갈리폴리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둠으로써 젊은 공작을 의심스럽게 바라보던 시선들은 많이 사라졌으나, 만약 이번 결투에서 패배한다면 널리 퍼진 명성은 순식간에 곤두박질 칠 것이다.


젊은 공작이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 일을 망쳤다느니, 사실상 황실의 체면까지 같이 무너뜨린 것이라는 둥, 벌써부터 꼰대들의 비아냥거림이 테레사의 귓가에 들리는 듯 했다.


하나 이런 테레사의 걱정도 몰라주고 올리버와 기사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공작님이 걱정되지 않냐 하셨습니까? 얘들아. 니들은 공작 각하가 걱정 되냐?”

“걱정이라..물론 걱정됩니다.”


기사단장의 물음에 한 중년의 기사가 진중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가 싶었으나, 얼마가지 못해 그 역시 웃음을 뿜어냈다.


“공작님이 인간의 자식이 아니라는 소문이 퍼지면 어떡하나, 싶지 않습니까. 게다가 마상시합도 아닌 하마 결투라니,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 자비 없는 칼질을 드러낸다고 생각하니 벌써 무섭습니다.”

“어우, 저라면 귀족작위를 준다 해도 공작님이랑 진검 결투는 못하겠습니다. 일단 살고 봐야죠.”


둘을 비롯해, 테레사를 따라온 기사단원 모두가 아서에 대한 흉흉한 일화들을 꺼냈다.


“약혼자에 대한 걱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공작님에 대한 건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1:1 대결로만 따지면 저도 이미 공작님에게 감히 덤비지 못한답니다.”


올리버경의 장담에 테레사의 근신어림 표정이 조금 나아졌으나, 그녀는 여전히 걱정을 완전히 덜어내지 못했다.


이번 결투는 다른 것도 아닌 진검 결투였다.


아무런 걱정 없이 흥미 가득한 눈으로 결투장을 바라보는 기사들 사이에서, 져도 괜찮으니 부디 다치지만 말라고 그녀가 기도했다.


3.


테레사가 아서를 위해 기도하고 있을 무렵, 그는 평온한 마음을 한 채 결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사회자의 설명과 시끄러운 관객들의 환호성이 그가 기다리고 있던 대기실까지 들려왔으나 아서는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글루터리스가 고른 대전사에 대한 생각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피오네초라..의외로군. 헥토르를 선택 할 줄 알았는데.”


이번 결투를 위해 저들이 선택한 대전사는 남서부에서 건너온 소드마스터 피오네초 폴로네였다.


현재 제국의 기사 중, 가장 뛰어난 검술을 지녔다고 정평이 난 그는 대귀족가를 돌아다니며 호위기사직을 맡고 있었는데 최근 그가 새로운 직장을 찾았다고 들었던 만큼, 아서는 글루터리스가 그 대신 제국 내에서 가장 큰 용병대 곰 사냥꾼의 대장이자 2.5m의 거구를 가진 ‘곰 찢는 자’ 헥토르를 대전사로 내세울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어떻게 매수했는지, 그들은 결국 제국 제일 검을 대전사로 내세우는 데 성공했다.


“소드마스터..”


생각보다 거창한 이름이 나타났지만, 아서는 여전히 걱정하지 않았다.


누가 오든, 질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공작님, 나가실 시간이 됐습니다.”


기사의 말에 종자의 도움을 받아 평소와 같은 검은 갑옷을 착용한 아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녀오죠.”

“무운을.”


종자의 인사를 받으며 대기실을 나가 결투장으로 나서면서도 아서의 얼굴은 무척이나 평온하기만 했다.


오늘.


소드마스터의 자리가 뒤바뀌리라.


작가의말

과연 그의 자신감은 근거있는 자신감일지, 아니면 단순한 허세였을지..


글을 찾아주신 모든 독자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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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0. 꿈 - 1 +3 22.05.31 392 8 10쪽
29 9. 새로운 물결 - 4 +3 22.05.30 392 7 9쪽
28 9. 새로운 물결 - 3 +3 22.05.30 398 10 9쪽
27 9. 새로운 물결 - 2 +1 22.05.29 427 8 9쪽
26 9. 새로운 물결 - 1 +3 22.05.28 448 7 9쪽
25 8. 결투는 신중히 - 1 +2 22.05.27 430 12 9쪽
» 7. 축배 - 3 +4 22.05.27 435 9 10쪽
23 7.축배 - 2 +7 22.05.26 445 9 9쪽
22 7. 축배 - 1 +5 22.05.25 471 9 10쪽
21 6. 집안 정리 - 2 +5 22.05.24 510 10 11쪽
20 6. 집안 정리 - 1 +3 22.05.23 515 10 10쪽
19 5. 부활의 신호탄 - 2 +1 22.05.22 498 9 10쪽
18 5. 부활의 신호탄 - 1 +1 22.05.21 494 12 9쪽
17 4. 매가 약이다. - 4 +1 22.05.20 479 9 10쪽
16 4. 매가 약이다. - 3 +4 22.05.19 484 9 9쪽
15 4. 매가 약이다. - 2 +3 22.05.17 503 12 11쪽
14 4. 매가 약이다. - 1 +1 22.05.17 525 10 12쪽
13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3 +2 22.05.16 536 13 10쪽
12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2 +4 22.05.16 540 14 11쪽
11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1 +2 22.05.15 578 12 10쪽
10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5 +3 22.05.14 585 13 11쪽
9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4 +1 22.05.14 595 13 11쪽
8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3 +1 22.05.13 635 11 10쪽
7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2 +1 22.05.13 717 11 9쪽
6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1 +5 22.05.12 830 18 11쪽
5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4 +4 22.05.11 959 22 10쪽
4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3 (내용 수정) +2 22.05.11 1,010 29 12쪽
3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2 +2 22.05.11 1,233 3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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