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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31님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패륜아 공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기하학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4
최근연재일 :
2022.09.04 22:18
연재수 :
1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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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15
추천수 :
862
글자수 :
423,806

작성
22.05.13 22:34
조회
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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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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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3

DUMMY

1.


식량창고 하나 불탔다고 농노들이 자신들의 리더와 갈라지겠냐며 의문을 가지던 기사들도 있었으나, 그 식량창고 속 밀을 비롯한 곡식들은 평범한 곡식들이 아니었다.


농노들이 들고 일어선 본질적인 이유는 먹고 사는 게 불가능 할 정도로 황제가 수탈을 해갔음에도, 흉년이 찾아와 사람들이 죽어나갈 때 중앙에서 그들을 외면했고 결국 자신들의 가족들과 이웃들이 굶어죽는 걸 바라만 봐야했기 때문이다.


갈리폴리의 축복받은 대지를 이용해 농노들이 아무리 열심히 막대한 양의 밀들을 수확한다 한들 그것들은 그들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그 중 9할을 중앙에서 걷어가니 풍작에도 그들은 배를 곯을 수밖에 없었고, 만약 흉작이라도 온다면 그 해에는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했다.


심지어 이런 일들이 수 년 째 이어지고 있었으니.


그 횡포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일어난 저들에게 있어 자신들이 수확한 밀들은 단순한 농산물 그 이상의 존재였다.


자신들이 빼앗긴, 어쩌면 굶어 죽은 가족들의 목숨을 구했을지도 몰랐을 곡식들.


물론 심리적으로 중요한 곳들이었던 만큼 방비 역시 상당했지만, 아서를 잡기 위해 적들의 사령관 자슈카가 방비병력을 빼내 포위망을 형성하다 보면 빈틈이 발생 할 수밖에 없으리라.


보병들뿐인 상대의 병력으로는 기병을 따라잡는 게 불가능 했고 마차가 있다 한들, 기병을 따라잡기엔 무리였다.


그렇다고 포기하기엔 상대는 호위가 단 130명밖에 없는, 너무나 탐나는 먹이였다.


넓게 포위망을 펼친다면 아서를 잡을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그 희망을 그는 포기 할 수가 없었다.


잘못했다간 상대의 병력이 양동작전에 빠져, 다른 점령지가 공격당하는 상황에 처한다 한들.


‘교황청에 인질로 잡힌 사제들을 구해야 하는 이상, 그로서는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고, 인질로 잡힌 사제들과 포로교환을 위해 내 목이 필요하겠지. 아무리 명장이라 한들, 정치적인 문제에 연관된 이상 행동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


저 멀리 서쪽의 교황청으로 향한 사제들에게 발생한 문제가 적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을 아서는 놓치지 않았다.


“여러 개의 창고 중 하나가 소실된다 해서 그들이 굶어죽진 않겠지만, 그 소중한 곡식을 아무런 이득도 없이 날려먹었다는 불만은 생길 수밖에 없겠죠. 우리는 그걸 노려야 합니다. 상대방의 진영에서 지도자에 대한 불신이 생기는 것.”


자신들이 목숨을 걸고 얻어낸 곡식들 중 일부가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


그로 인해 발생할 농노들의 원망을 아서는 자슈카에게 돌려야 했다.


그걸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를 끌어들인 후, 무사히 포위망에서 도망쳐야 됐다.


2.


아서가 기사단을 이끌고 갈리폴리의 대지를 누비는 사이, 자슈카와 반란군 역시 검은 날개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포로로 잡힌 신앙의 동지들을 구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거물의 등장, 자신들에게 닥친 절호의 기회에 타르프시 파들은 자슈카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이것이 아서의 함정인지도 모르고.


“자슈카 장군! 무엇을 고민하는 겁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신앙의 형제들이 고문을 당하고 있는데 어째서 주저하는 겁니까?”


“공작이 나타난 게 단순한 만용이 아니라 우리를 유인하기 위한 함정일 수도 있소. 충분히 조심해야..”


계속해서 자슈카가 신중론을 펼치자 답답해진 타르프시들은 참지 않았다.


“공작과 함께하는 기사의 숫자가 100명이 간신히 넘는 답니다, 100명!! 이게 저들의 함정일지도 모른다고요? 어떤 미친 공작이 자신의 몸을 미끼로 사용한답니까, 그것도 합당한 후계자조차 없는 귀족이! 이건 신을 저버린 패륜아 놈이 우리를 무시하기 때문에 이런 짓거리를 하는 게 분명합니다. 우리가 기병이 없으니 자기를 못 잡을 줄 알고 건방지게.”


분명 논리적으로 따지면 그의 말이 옳았다.


제정신인 귀족가문의 주인이라면 후계자조차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목을 미끼로 삼지 않는 게 맞다.


그러나 자슈카의 날카로운 감이 말하고 있었다.


‘검은 날개의 본대는 따로 있다.’


그리고 자슈카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소공작 시절의 아서 발렌베르 역시, 이런 실수를 저지를만한 자가 아니었다.


명장 스틸리코 장군의 곁에서 부관 역할을 하던 젊은 소공작의 모습은 천재라 불리던 선대 공작을 떠올리게 했다.


‘그런 공작이, 이런 실수를 했다고? 그것도 단순한 자만심에?’


자슈카의 의문은 타당했으나, 그를 둘러싼 환경은 그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았다.


“뭐가 두려워서 주저하는 겁니까? 설마 요백파와 손을 잡고 신앙의 동지들을 배신하려는 겁니까?”


“하아, 알겠소. 각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병력을 움직여 포위망을 만들도록 하지.”


목 끝까지 닥쳐온 위기에서 벗어나자, 반란군 내부에는 점차 보이지 않는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이미 원하던 것들을 다 장악했으니, 이대로 주저앉아 황제가 보낼 평화협상을 기다리자는 농노들이 주축이 된 요백파와 갈리폴리를 넘어 외부에 까지 세력을 퍼뜨리고, 포교에 전념해야 한다는 타르프시파.


타르프시파에 속한 자슈카는 불안한 마음을 참을 수 없었다.


분명 자신들은 연이은 전투에서 승리했고, 세력 역시 계속해서 커져감에도 막다른 길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 같은 불안감을.


3.


미끼를 맡은 아서의 분견대에 속한 130명 기사들 모두가 검은 날개 소속이었고, 그 중에서도 80명이 정찰기사대 소속이었으며, 나머지 50명은 월리엄 경 직속의 공작 호위대와 선봉대로 이루어져 있었다.


즉, 실제로 아서의 곁에서 같이 동행하고 있는 병력은 50여명 뿐 이었다는 소리였다.


단 50명의 기사들만을 대동한 위험한 상황이었으나, 분견대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훈훈했다.


“용감하기로 유명한 발렌베르의 역대 공작님들 중에서도 각하와 같은 분은 없었을 겁니다. 겨우 50명의 기사들만 이끌고 이렇게 느긋하시다니, 용맹왕 샤를 3세의 재림이나 다름없으시군요.”


“무슨 소리입니까. 코너 경. 제국 최고의 기사들이 저를 지켜주고 있는데 제가 겁을 먹을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월리엄 경이 그러더군요. 제가 결혼해서 애를 낳기 전까진 반드시 살려놓겠다고.”


농담 반, 걱정 반이 섞인 코너 경의 말에 농담으로 대답해주자, 곁에서 듣던 선봉대의 기사들에게서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 월리엄 경이 맞는 말을 했군요. 부하된 도리로서 주인이 결혼 한 번 못해보고 죽게 만들 순 없는 노릇이죠. 들었나, 이 망나니 놈들아?”


“각하, 결혼은 최대한 늦게 하는 게 좋습니다! 식장을 통과하는 순간 인생의 재미가 절반은 사라진다고요!”


“방금 그 말 어떤 놈이야!”

“크큽”

“흐..흐흡”


한 유부남 기사의 농담에 아서가 결혼하는 날만 기다리고 있는 월리엄 경이 날카롭게 반응하자 다시 한 번 웃음이 터져 나왔다.


‘기사들도 이제 슬슬 어색함은 사라진 모양이군.’


한때 한솥밥을 먹으며 같은 종자 생활을 보냈다고는 하나, 아서는 이제 공작이었다.


기사들로선 어쩔 수 없이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허나 대규모 병력이라면 모를까 이런 소규모 병력을 운용하는데 있어서, 특히나 기사들과의 친밀감을 쌓는 건 중요한 일이었다.


그 선이 지나치다면 공작으로서의 권위가 무너질지 모르겠으나, 그에겐 지배자의 왕관이 있었다.


필요할 땐 냉정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그들이 인간적으로 호감을 느끼는 지도자가 되어야 했다.


그 이후로도 아서는 격식 없는 태도로 기사들과 사소한 주제로 잡담을 이어갔다.


물론 적진 한가운데에서 보이기엔 위험한 태도였으나 아서도, 다른 기사들도, 경호를 담당하고 있는 월리엄 경도 사방으로 퍼진 정찰기사대를 믿고 있었기에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다.


20명씩 조를 이뤄 사방으로 흩어진 후, 또다시 2인 1조로 흩어져 주인을 중심으로 넓은 원을 펼친 정찰 기사대의 시야를 피해서 기습을 가해온다는 건 불가능 한 일이었다.


특히나 전문적으로 훈련받지 못한 농노들 이라면.


4.


적들의 본격적인 움직임은 아서와 기사들이 본대와 갈라져 갈리폴리의 중심을 향해 북상한지 대략 18시간이 좀 지나서 나타났다.


“각하, 100km 앞 11시 방향에 약 2000명의 반군이 나타났습니다. 열 대 이상의 전투 수레가 포함된 걸 생각하면, 전투수레를 타고 선발대를 보낼 경우 빠르면 6시간 안에 아군과 조우할 것 같습니다.”

(독자 분들의 가독성을 위해 방위는 시각으로 나타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행이군요. 기존 계획 대로 이틀 안에 작전을 끝낼 수 있겠습니다. 깃발은 확인 되었습니까?”


기병의 다리나 다름없는 말이란 동물은 막대한 양의 보급을 필요로 하는 동물이었다.


보급선과 떨어져서 벌이는 작전인 만큼, 속전속결이 필요했다.


“별다른 깃발은 사용하지 않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자슈카 본인이 사용하는 깃발이 없는 걸로 보아 본대가 아닐 확률이 높았으나, 확신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첫 번째 조우군요. 일단 본대와의 거리를 벌리기 위해 서쪽으로 진로를 틀겠습니다. 각 정찰대에 연락해 주세요.”


“예. 각하.”


자슈카와 아서 사이의 죽음의 숨바꼭질이 마침내 막을 올렸다.


물론 승자는 아서 자신이 될 것이다.


반드시.


작가의말
최우선은 독자분들의 가독성을 생각하는 걸로..

다음화부터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겠군요.
+ 중간에 보급선에 관한 내용이 추가되었습니다. 나중에 관련된 내용이 나올 예정이었는데, 미리 떡밥을 깔아놓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글을 찾아주신 독자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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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10. 꿈 - 2 +3 22.06.01 374 8 9쪽
30 10. 꿈 - 1 +3 22.05.31 393 8 10쪽
29 9. 새로운 물결 - 4 +3 22.05.30 392 7 9쪽
28 9. 새로운 물결 - 3 +3 22.05.30 398 10 9쪽
27 9. 새로운 물결 - 2 +1 22.05.29 427 8 9쪽
26 9. 새로운 물결 - 1 +3 22.05.28 449 7 9쪽
25 8. 결투는 신중히 - 1 +2 22.05.27 430 12 9쪽
24 7. 축배 - 3 +4 22.05.27 435 9 10쪽
23 7.축배 - 2 +7 22.05.26 445 9 9쪽
22 7. 축배 - 1 +5 22.05.25 471 9 10쪽
21 6. 집안 정리 - 2 +5 22.05.24 510 10 11쪽
20 6. 집안 정리 - 1 +3 22.05.23 515 10 10쪽
19 5. 부활의 신호탄 - 2 +1 22.05.22 498 9 10쪽
18 5. 부활의 신호탄 - 1 +1 22.05.21 494 12 9쪽
17 4. 매가 약이다. - 4 +1 22.05.20 479 9 10쪽
16 4. 매가 약이다. - 3 +4 22.05.19 484 9 9쪽
15 4. 매가 약이다. - 2 +3 22.05.17 503 12 11쪽
14 4. 매가 약이다. - 1 +1 22.05.17 525 10 12쪽
13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3 +2 22.05.16 536 13 10쪽
12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2 +4 22.05.16 541 14 11쪽
11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1 +2 22.05.15 578 12 10쪽
10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5 +3 22.05.14 585 13 11쪽
9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4 +1 22.05.14 595 13 11쪽
»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3 +1 22.05.13 636 11 10쪽
7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2 +1 22.05.13 717 11 9쪽
6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1 +5 22.05.12 830 18 11쪽
5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4 +4 22.05.11 960 22 10쪽
4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3 (내용 수정) +2 22.05.11 1,010 29 12쪽
3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2 +2 22.05.11 1,233 3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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