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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31님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패륜아 공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기하학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4
최근연재일 :
2022.09.0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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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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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6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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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축배 - 2

DUMMY

1.


양대 가문의 경쟁 구도에 나타난 테레사.


사실 아무리 그녀가 능력을 보여주고 자신의 세력을 만들었다 한들, 쟁쟁한 가문을 등에 업은 두 왕자와 겨루는 건 불가능했다.


그녀의 외할아버지인 바토리에 공작이 자신의 딸이자 테레사의 어머니를 암살 한 순간, 테레사는 자신의 외가와 연을 끊었고, 사실상 원수나 다름없는 사이가 되었다.


그녀를 지지하는 세력은 정말로 그녀 스스로 만들어낸 세력뿐이란 소리였다.


허나, 두 왕자들을 견제하려던 황제의 의도가 더해지자 변변한 외가조차 없던 그녀는 유력한 황위계승 후보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다.


“발렌베르 공작도 오랜만에 수도에 온 것일 텐데, 편히 쉬고 가게나.”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한 1황자가 떠난 이후, 아서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술잔을 기울였다.


칙칙하고 허름한 부분이 있는 발렌베르 성이나 다른 지방 귀족들의 성들과는 다르게 동방과 서방의 물류의 중심지라는 걸 여실히 드러내듯 황궁의 연회장은 화려했고, 곳곳에 놓인 음식들은 귀족들조차 쉽게 구경할 수 없을 정도로 사치스러웠다.


하지만 아버지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두 아들과 아버지의 대리인으로서 형제들을 견제하는 테레사.


이 세 파벌간의 기묘한 대치 때문에 연회장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경직되어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만큼, 갉아먹으려는 구더기 역시 넘쳐나는 군.’


누가 황제의 자리를 차지하든 간에, 즉위 후 분열된 나라를 수습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아서는 의문스러웠다.


2.


연회장의 경직된 분위기를 깬 건 동부 너머 구랏트 식민지에서 온 대표라는 자의 탄원이었다.


“황제 페하, 부탁드립니다. 부디 지원을!”


제국의 복식을 하고 있었으나, 동부 너머 지역에서 온 것이 분명해 보이는 한 남자가 경비병에게 붙잡힌 채 간절하게 황제를 부르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아, 구랏트 식민지가 사실상 방치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잖아. 그렇지만 최근 2년 사이에 상황이 더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모양이야.”


테레사의 대답에 아서 역시 들은 바가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의 동쪽에 위치해 있던 작은 나라인 구랏트는 본래 제국의 속국 중 하나였다.


속국으로서 구랏트는 매년 많은 수의 공물을 주인에게 바쳐왔으나, 제국은 구랏트가 유목민들의 공격에 무너지는 걸 방치했다.


군대를 재건중이라는 어이없는 대답과 함께.


“옛 약속을 지킬 걸 요청하고 있던 거군요.”

“무의미 한 일이지. 보내 달라 간청 한들, 아버지가 보낼 수 있는 군대는 이미 개판이 났는데 말이야.”


제국이 내부 사정으로 인해 구랏트를 방치하자 유목민들은 구랏트 인들을 닥치는 대로 납치해갔고, 제국의 식민지 선언 역시 유명무실한 수준이었다.


제국의 약속을 믿고 공물을 바쳐왔던 그들로선 억울했지만, 황제는 구랏트를 외면한 채 돌아보지 않았다.


“황제폐하, 놈들은 저희들만을 노리는 게 아닙니다!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기세가 올라 제국 마저 공격하려 들 것입니다! 폐하!”


기사들의 제지에도 대표는 간절한 외침을 멈추지 않았다.


“언젠가 놈들이!..”


끌려 나가는 그 순간 까지도 그는 귀족들을 향해 경고를 전했으나, 귀족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흥, 냄새 나는 식민지인 주제에 감히 누구에게 경고를 하는 건지.”

“그러니까 말이에요 그깟 말이나 타고 다니는 것들이 감히 누구를 공격한다고.”

“그깟 구랏트 인들 하나 제대로 멸망시키지 못해 쩔쩔매는 것들이 제국을? 웃기고 있군.”

“쯧, 그 한 놈 때문에 흥이 깨졌군.”


흥이 깨졌다는 귀족들의 말과 다르게 식민지인들에 대한 모욕을 시작으로 귀족들은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서는 그의 경고를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그리고 동부 총독을 맡고 있는 테레사 역시, 다른 귀족들처럼 가볍게 넘기지 못했다.


“확실히 최근 들어 국경선 너머 식민지에서 들려오는 소문이 흉흉하기 짝이 없지. 아서, 동부 국경선 너머 유목민들을 본 적 있어?”

“예. 스틸리코 스승님의 밑에서 배우던 시절, 구랏트 식민지를 방어하면서 그들과 전투를 펼쳐본 적 있습니다.”

“흐음, 그럼 그들과 우리 국경수비대가 붙으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제국군에 대한 모욕이 될 수도 있는 대답이었으나, 아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대답했다.


“아마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괴멸당할 겁니다. 제 예상으로는 최악을 가정하면 수도 알베올이 함락되는 것도 가능할 것 같군요.”

“그렇게까지?”

“한때 전 대륙에 지옥의 군대라며 악명이 높던 자들이니까요.”


아서의 예상에 수없는 습격을 버텨온 구랏트의 강인한 전사들이라면 모를까, 제국의 나약한 군대가 동쪽 너머에서 찾아온 군대와 부딪힌다면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박살날 게 분명했다.


그나마 지금은 구랏트가 제국을 대신해 적들로부터 버티고 있다지만, 이 역시 오래 갈 것 같지는 않았다.


“역시, 동쪽을 내버려 둘 순 없단 말이지..”

“황제폐하는 아무 말씀도 없으십니까?”

“아버지의 대표적인 실패중 하나니까. 다시 떠올리기 싫으신 거겠지, 게다가 마땅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문제를 덮어둔다 해서 해결되지 않을 텐데요.”

“어쩌겠어. 동부 총독인 나라도 신경 써야지. 동부의 제후들과 대책을 논의해 봐야겠네.”


그녀와 아서가 제국을 향해 다가오는 위협에 대해 고민하던 찰나, 술기운이 슬슬 돌기 시작했는지 연회장은 점차 활기를 띄고 있었다.


그리고 술기운은 언제나 실수를 불러오는 법이었다.


테레사가 안부 인사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다급하게 움직이는 올리버경의 뒷모습에 아서가 그를 붙잡았다.


“올리버경, 무슨 일입니까?”

“크흠. 다른 게 아니라..공작님이 복귀를 명했던 기사들 있지 않습니까.”

“재정 악화로 인해 나가야 했던 기사들 중 현재 수도에 머물고 있던 분들 말이죠. 그런데요?”

“그 친구들 중 하나가 글루터리스의 패거리와 시비가 붙어..”

“무슨 소리인지 알 것 같군요. 같이 가죠.”


올리버 경을 따라 연회장 한 구석의 소란스러운 곳으로 가자, 귀족들 사이에서 두 남자가 격한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지금 말 다했습니까?”

“예. 내가 틀린 말 했습니까? 당신이 천한 식민지인과 결혼한 것도 사실이고, 그런 인간을 좋다고 복귀시킨 검은 날개 역시 수준 떨어지는 것 역시 사실이며, 심지어 발렌베르 공작은 패륜아 라죠? 맙소사. 그런 인간이 황실의 사위라니. 끔찍하군요.”

“감히!”

“진정하게, 마이클 경!”


쿠렐 백작 가문의 둘째이자, 올리버 경의 설득에 다시 검은 날개로 복귀한 마이클 경이 결투를 신청하려던 순간, 올리버경이 그를 말리고 나섰다.


상대는 글루터리스 가문의 막내였다.


일개 기사가 결투 신청을 할 수 없는 상대.


올리버 경의 중재에 기세가 올랐는지, 상대는 선을 넘었다.


“하기는, 우리 둘째 황녀님이 좀.. 그런 출신이긴 합니다. 뭐 사실 전대 발렌베르 공작의 사생아라는 소문도 있으니 하하하.”

“하하, 그것 참 재미있는 소문이군요.”

“그렇지 않습..공작!?!”

“글루터리스는 황제 폐하가 우스운 가 봅니다. 이렇게 공적인 장소에서 황실의 일원을 모욕하다니.”

“아니 그게 아니라..”


뒤늦게 자신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한지 깨달은 듯 했으나, 한 번 내뱉은 말은 어떻게 할 수 없는 법이다.


그렇다면, 대가를 치룰 수밖에.


감히 그 하찮은 입으로 건드려선 안 될 존재들을 입에 올린 것에 대한 마땅한 대가를.


톡.


글루터리스의 얼간이의 얼굴로 아서가 벗은 새하얀 장갑이 던져졌다.


“황제 폐하의 충실한 신하이자, 테레사님의 약혼자로서 황실을 모욕한 글루터리스에게 결투를 신청합니다.”

“그, 공작, 그게 아니라.”

“당신이 저와 싸우는 건 불공정하겠죠. 걱정마세요. 저도 기대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잘난 글루터리스의 돈으로 대전사를 데려오시죠. 결투는 이틀 후로 하겠습니다.”


처음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끼고 얼버무리려던 얼간이도 자존심이 상했는지 물러서지 않았다.


“하, 좋습니다!”

“결투에 패배한다면, 황제 폐하에 대한 모욕을 사과하십쇼.”

“그렇다면 공작이 패배할 경우, 무엇을 줄 수 있습니까?”

“글루터리스가 발렌베르에 배상해야 할 배상금을 모두 탕감해 주죠.”


아서의 대답에 자신들의 막내를 말리려던 글루터리스 가문의 사람들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투의 명분이 황제에 대한 모욕이었던 만큼, 이번 결투는 이기든 지든 글루터리스에게 있어 불리한 시합이었으나, 배상금을 탕감 받을 수 있다는 건 너무도 매력적인 기회였다.


명분이냐, 실리냐.


약간의 고민 끝에 글루터리스가 선택한 건 결국 실리였다.


그렇게 수많은 귀족들이 보는 앞에서 글루터리스와 발렌베르 사이의 결투가 결정됐다.


작가의말

업로드가 지연되서 죄송합니다.

스승님의 성함인 스틸리코는 여러분이 떠올리신 그 스틸리코 장군님이 맞습니다.

최후의 로마인..


글을 찾아주신 모든 독자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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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10. 꿈 - 2 +3 22.06.01 374 8 9쪽
30 10. 꿈 - 1 +3 22.05.31 393 8 10쪽
29 9. 새로운 물결 - 4 +3 22.05.30 392 7 9쪽
28 9. 새로운 물결 - 3 +3 22.05.30 398 10 9쪽
27 9. 새로운 물결 - 2 +1 22.05.29 427 8 9쪽
26 9. 새로운 물결 - 1 +3 22.05.28 449 7 9쪽
25 8. 결투는 신중히 - 1 +2 22.05.27 430 12 9쪽
24 7. 축배 - 3 +4 22.05.27 435 9 10쪽
» 7.축배 - 2 +7 22.05.26 446 9 9쪽
22 7. 축배 - 1 +5 22.05.25 471 9 10쪽
21 6. 집안 정리 - 2 +5 22.05.24 510 10 11쪽
20 6. 집안 정리 - 1 +3 22.05.23 515 10 10쪽
19 5. 부활의 신호탄 - 2 +1 22.05.22 498 9 10쪽
18 5. 부활의 신호탄 - 1 +1 22.05.21 495 12 9쪽
17 4. 매가 약이다. - 4 +1 22.05.20 479 9 10쪽
16 4. 매가 약이다. - 3 +4 22.05.19 484 9 9쪽
15 4. 매가 약이다. - 2 +3 22.05.17 504 12 11쪽
14 4. 매가 약이다. - 1 +1 22.05.17 525 10 12쪽
13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3 +2 22.05.16 536 13 10쪽
12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2 +4 22.05.16 541 14 11쪽
11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1 +2 22.05.15 578 12 10쪽
10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5 +3 22.05.14 585 13 11쪽
9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4 +1 22.05.14 595 13 11쪽
8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3 +1 22.05.13 636 11 10쪽
7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2 +1 22.05.13 717 11 9쪽
6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1 +5 22.05.12 830 18 11쪽
5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4 +4 22.05.11 960 22 10쪽
4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3 (내용 수정) +2 22.05.11 1,011 29 12쪽
3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2 +2 22.05.11 1,233 3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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