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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31님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패륜아 공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기하학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4
최근연재일 :
2022.09.04 22:18
연재수 :
1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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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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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2
글자수 :
423,806

작성
22.05.25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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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7. 축배 - 1

DUMMY

1.


황위를 차지한 가문이 바뀐 후, 제국의 풍조 역시 바뀌기 시작했다.


본래 장사를 비롯해 귀족이 일을 한다는 사실을 천박하다 여기던 귀족들은 점차 시류에 밀려 중앙 정계에서 쫓겨났고, 제국의회의 상원을 차지한 네 가문 모두가 적극적으로 상업에 뛰어들 정도로 제국의 상공업은 빠르게 발달했다.


그 결과, 제국의 수도 로드 알베올은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상업도시이자 가장 부유한 도시로 성장했다.


“여전히 이곳은 번화해 있군요.”

“대륙에 흐르는 모든 돈이 거치는 장소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영원히 저물 지 않는 광명의 도시라는 이명도 농담은 아니지.”


테레사의 말 대로, 오랜만에 찾아온 알베올은 아서가 기억하던 모습보다 더욱 번화해져 있었다.


그 당시도 다들 대도시들과 비교 할 수도 없을 정도로 발달해있는 모습이었으나, 지금은 아주 약간의 번잡함마저 사라진, 마치 이 세상 속 도시가 아닌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이번에 몇몇 상회들이 자신들이 가진 옛 거리들을 대대적으로 재개발했거든. 그래서 아마 좀 어색할거야.”


공작성이 있는 공작령의 중심도시조차 아마 이곳과 비교하면 슬럼가와 같으리라.


그 화려하고도 정갈한 모습에 몇몇 기사들이 촌놈처럼 거리를 구경했다.


“흐음, 저 깃발은 발렌베르인가.”

“미친 아비를 죽이고 공작위를 계승했다는 그 가문?”

“최근 갈리폴리에서 글루터리스를 박살냈다고 하던데.”


점차 쇄락의 길을 걷고 있다하나, 공작가의 위상은 아직 저물 지 않은 만큼 깃발을 확인하자 거리의 일부 시민들이 아서를 알아보았다.


“확실히 수도의 시민들은 정보가 빠르군요. 벌써 글루터리스의 일까지 알고 있을 줄이야.”

“장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정보니까. 수도에서 너는 이미 화제의 중심이지. 일단은 바로 황성으로 찾아가자. 수도에 도착한 후, 곧바로 아버지에게 인사를 올리지 않았다고 어떤 시비가 들어올지 모르니까 말이야.”


2.


더욱 번화하고 활기차진 황도와는 다르게, 제국의 황궁은 살얼음판과도 같은 분위기였다.


“최근 몇몇 가문들이 아버지가 정한 선을 은근슬쩍 넘보려 하고 있거든. 사실 황위계승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아버지의 권위가 줄어드는 것 역시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아버지는 용납 할 수 없는 모양이야.”


하긴, 아서가 생각하기에도 그 편집증 환자가 죽을 날이 다가오고 있다 해서 자신의 손 안에 쥔 권력을 놓을 것 같지는 않았다.


‘자신이 저지른 일들 때문이라도 권력을 놓을 수 없겠지.‘


기사들에겐 궁 밖에서 대기하라 명한 후, 아서는 테레사와 함께 황궁의 안쪽으로 향했다.


“테레사님, 발렌베르 공작님. 반갑습니다. 황제폐하를 알현하시려는 겁니까?”

“그래. 아버지에겐 미리 연락을 넣어 놨을 텐데, 기다려야 하나?”

“아닙니다. 안 그래도 폐하께서도 테레사님과 공작님의 방문을 기대하고 계셨습니다.”

“그거 다행이군.”


황제가 기대하고 있다는 시종의 말에 아서는 의구심이 들었다.


테레사야 어찌됐든 그 늙은이가 그나마 신뢰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이니 그렇다 쳐도, 아서 자신과 만나는 걸 기대하고 있다고?


황제 본인이 죽인 거나 다름없는 남자의 자식을?


‘수상하군.’


좋지 않은 느낌이 아서의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으나, 시종의 안내를 따른 이상 무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불안한 느낌을 머금고 시종의 안내에 따라 아서는 테레사와 함께 거대한 황제의 알현실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오랜만이군. 발렌베르 공작.”

“위대한 제국의 주인을 뵙습니다.”


웅장하면서도 고아한 분위기의 알현실과는 동떨어진, 투박한 돌로 만들어진 옥좌 위에 늙고 추래한 남자가 아서를 바라보았다.


라니에 황가의 9번째 황제이자, 18살 어린 나이에 권좌를 잡은 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절대적인 황권을 누려온 장수왕 헨리 4세.


아서의 원수나 다름없는 그는 아서의 기억 속의 모습보다도 더욱 나이 들어 보였으나, 여전히 그 눈빛만은 날카로움을 유지하고 있었다.


“자네가 제임스의 손을 잡고 나에게 인사하러 온 것이 어제와 같았는데 말이야, 참 시간도 빠르군. 그 어리던 꼬마는 어느새 공작이 되어있고, 옛 친구는 관 속에 누워있다니.”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지 않겠습니까.”

“하하, 철없던 소녀 역시 어느새 결혼을 치를 나이가 되지 않았습니까. 폐하.”

“네가 결혼이라니, 그건 더 믿기지 않는군.”


다행히도 눈치 빠르게 이야기를 가로챈 테레사 덕분에 아서는 불편한 대화를 더 이어가지 않아도 됐다.


‘테레사님에 대한 홀대는 여전하군.’


다만 두 부녀 사이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는 것 역시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공적으로 그녀를 신뢰하는 것과는 반대로 여전히 황제는 테레사님이 배신을 하진 않을까 시험하는 태도를 버리지 않았다.


그가 유일하게 정을 주었던 여자의 뱃속에서 나온 딸이었음에도, 아니 그랬기에 오히려 더욱 그런 걸 지도 몰랐다.


아서가 아는 뒤틀린 인성을 가진 황제라면, 가까운 사람이었기에 더욱 시험하고 있을 확률 역시 농후했다.


그리고 테레사 역시, 그런 아버지의 홀대에도 여전히 황제에 대한 가족애를 버리지 못하고 있었고.


테레사의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신 후, 유일하게 남은 가족인 황제로부터 절반뿐인 애정을 받아온 그녀 역시 자신의 아버지와 같이 뒤틀리고 만 것이다.


테레사 스스로의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밑으로 불러들였음에도, 결국 혈연으로 이어진 애정을 버리지 못하는 한심하면서도 애처로운 모습


그 모습을 황제 역시 잘 알고 있기에 그는 그녀를 신뢰하고 이용해먹을 수 있었다.


‘아버지에게 이용당하는 딸과 아버지를 살해한 아들이 약혼이라, 개판이군.’


그런 아서의 조소를 어떻게 알아챘는지, 황제가 갑작스럽게 아서를 바라보았다.


“흐음, 공작, 알현을 끝마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지. 친구로서 걱정이 돼서 하는 말인데, 제임스는 편한 얼굴로 죽음을 맞이했나?”

“..”


황제의 기습적인 질문에 테레사가 당황해 대신 말을 꺼내려던 찰나, 아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언제나 그렇듯,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아버지는 웃으며 돌아가셨습니다.”

“웃으며 죽었다. 라...”


아서의 대답에 황제는 자신의 하얀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황제의 말에 오른팔의 왕관이 강하게 날뛰었으나 아서의 표정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드넓은 알현실에 황제 홀로 앉아있는 것 같았으나, 보이지 않은 공간에 수십 명의 호위 기사들이 숨겨져 있다는 걸 아서는 모르지 않았다.


황제와 같은 무감정한 인간이 상대를 신뢰할 리가 없었으니까.


아서의 대답을 몇 번이고 고민하던 황제는 별다른 대답 없이 이만 퇴장해보라며 손을 흔들었다.


3.


황제와의 알현이 끝난 지 이틀 후, 아서는 테레사와 함께 승전기념 행사에 참석했다.


황궁의 두 번째로 거대한 연회 홀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수도의 유력귀족들은 물론, 자신들의 영지에 틀어박혀 있던 은거 귀족들 역시 모두 참석한 자리였다.


그 결과, 본래 승전을 기념하고 나라의 결속을 다져야 할 행사장은 왕위계승자들의 파벌 싸움의 장으로 변화해 있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유력한 후보인 테레사의 약혼자로 참석한 만큼, 아서 역시 마음 놓고 파티를 즐길 수 없었다.


“하하, 테레사. 네가 이렇게 듬직한 약혼자를 데려오니 오라비도 이제 안심 할 수 있겠구나.”

“그래, 이제 내 걱정 말고 제발 가족도 좀 신경을 써봐 리처드 오빠.”

“발렌베르 공, 말괄량이 같은 부분이 있는 여동생이지만 착한 아이라네. 자네가 잘 보살펴주게.”

“예. 전하.”


말과는 다르게, 자신의 여동생을 바라보는 리처드의 눈빛은 무척이나 차가웠다.


‘이 작자 역시, 정말로 테레사님을 지지할거냐며 물어오겠군.’


테레사님의 가장 큰 약점이 정통성의 부족인 만큼, 최소한 가문이 가진 명예로만 따지면 제국 최고라 할 수 있는 발렌베르가 그녀에게 고개 숙인다면 판도가 요동칠 테니, 그들로서도 급할 만 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아서에게 실망감만을 주었다.


‘이런 인간들이 다음 대 황제라니, 제국에 망조가 들긴 했군.’


표정만 가렸을 뿐, 자신의 눈빛조차 감주치 못하는 1황자의 모습에 아서는 속으로 혀를 찼다.


황제의 건강이 본격적으로 악화된 이후, 수많은 황제의 자식들이 황위경쟁에 나섰고, 그들 중 가장 유력한 세 명이 바로 1황자 리처드, 4황자 다니엘 그리고 2황녀 테레사였다.


그리고 현 황제는 인간성이 부족할 지언즉, 지도자로서 부족한 인물은 아니었으나, 1황자와 4황자는 막강한 외가를 둔 탓인지 능력적으로 부족함이 보였다.


명문가 출신 어머니와 제국 최고의 가문인 바토리에의 사위인 1황자 그리고 글루터리스 가문에서 태어났으며, 글루터리스의 신부를 맞은 다니엘.


각자 막강한 세력을 등에 업은 만큼 황위경쟁에서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었으나, 점차 혼란스러워지고 있는 제국을 다스리기엔 부족함이 있는 인물들이었다.


그런 면에서는, 아무런 뒷배하나 없이 이 자리에 까지 올라온 테레사가 가장 능력적으로 출중하다 볼 수 있었지만, 황족에게는 출생 역시 능력이라 할 수 있었으니 결과적으로 셋 모두 비슷한 수준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작가의말

집안 꼬라지가 개판이네요.


글을 찾아주시는 모든 독자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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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10. 꿈 - 2 +3 22.06.01 374 8 9쪽
30 10. 꿈 - 1 +3 22.05.31 393 8 10쪽
29 9. 새로운 물결 - 4 +3 22.05.30 392 7 9쪽
28 9. 새로운 물결 - 3 +3 22.05.30 398 10 9쪽
27 9. 새로운 물결 - 2 +1 22.05.29 427 8 9쪽
26 9. 새로운 물결 - 1 +3 22.05.28 449 7 9쪽
25 8. 결투는 신중히 - 1 +2 22.05.27 430 12 9쪽
24 7. 축배 - 3 +4 22.05.27 435 9 10쪽
23 7.축배 - 2 +7 22.05.26 446 9 9쪽
» 7. 축배 - 1 +5 22.05.25 472 9 10쪽
21 6. 집안 정리 - 2 +5 22.05.24 510 10 11쪽
20 6. 집안 정리 - 1 +3 22.05.23 515 10 10쪽
19 5. 부활의 신호탄 - 2 +1 22.05.22 498 9 10쪽
18 5. 부활의 신호탄 - 1 +1 22.05.21 495 12 9쪽
17 4. 매가 약이다. - 4 +1 22.05.20 479 9 10쪽
16 4. 매가 약이다. - 3 +4 22.05.19 484 9 9쪽
15 4. 매가 약이다. - 2 +3 22.05.17 504 12 11쪽
14 4. 매가 약이다. - 1 +1 22.05.17 525 10 12쪽
13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3 +2 22.05.16 536 13 10쪽
12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2 +4 22.05.16 541 14 11쪽
11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1 +2 22.05.15 578 12 10쪽
10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5 +3 22.05.14 585 13 11쪽
9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4 +1 22.05.14 595 13 11쪽
8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3 +1 22.05.13 636 11 10쪽
7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2 +1 22.05.13 718 11 9쪽
6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1 +5 22.05.12 830 18 11쪽
5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4 +4 22.05.11 960 22 10쪽
4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3 (내용 수정) +2 22.05.11 1,011 29 12쪽
3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2 +2 22.05.11 1,233 3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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