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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31님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패륜아 공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기하학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4
최근연재일 :
2022.09.04 22:18
연재수 :
1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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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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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2
글자수 :
423,806

작성
22.05.21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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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5. 부활의 신호탄 - 1

DUMMY

1.


리암은 도저히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분명 상대의 궁기병들과 경기병들은 자신들의 중장보병과 석궁병에 막혀 무력화 되었고, 상대방의 마지막 한 수인 농민병들 조차, 아군의 경보병과 예비대에 포위당해 박살났다.


그런데 단 이백 명조차 안 되는 기사들을 못 막아 패배한다고?


“아직 중장보병대는..!”


허나 그의 희망이 되어줄 중장보병대는 파리 같이 자꾸 달라붙는 궁기병들에게 묶여있는 상태였다.


설령 궁기병들로부터 자유로워진다 한들, 오히려 궁기병들과 경기병 특유의 빠른 기동성을 이용해 전장을 가로질러 현재 진행형으로 박살나 사방으로 패주하고 있는 아군의 잔존병력을 사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뒤늦게 중장보병과 석궁병이 지원을 위해 전장에 합류했을 때는 아군은 이미 박살나있고, 정리를 끝낸 적군 만이 그들을 반겨주어 지원 온 병력마저 전멸 할 가능성 역시 농후했다.


그렇다고 중장보병들을 계속 이곳에 배치하고 있자니, 측면의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었다.


물론 아직 잔존병력 자체는 상당했으나, 문제는 저들 대부분이 실시간으로 전의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저들을 살려내지 못한다면, 저 기사들과 농민군의 칼날이 향할 다음 순서는 이쪽이었고.


“이보게! 진형 측면의 병력이 박살나고 있지 않은가!”

“..”


안 그래도 어지러운 상황인데 리암의 옆에서 자꾸 누구나 아는 사실을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는 고용주까지.


리암의 머리는 과부화되는 사고 속에서 점차 생각하는 걸 포기하고 있었다.


2.


리암의 걱정대로, 기사들의 말발굽이 언제 자신들의 등을 짓밟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2천의 경보병 병력들은 빠르게 전의를 잃고 무너져가고 있었다.


숫적으로는 아직도 우위를 점하고 있는 그들이었으나, 강하게 압박하던 한 쪽 포위망이 무너지자 넓게 펼친 포위망은 무용지물이 된 상황에서 넘어간 기세를 되돌리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이미 전세가 아군 쪽으로 넘어왔다 판단한 아서는 월리엄과 함께 잠시 휴식을 취했다.


“허겁지겁 도망가는 꼴이 우습군요, 감히 용병들 따위가 고귀한 발렌베르의 주인을 잡으려 하다니!”

“후우, 상대가 발렌베르의 창기병대를 무시한 덕분에 일이 쉽게 풀렸군요.”


리암 역시 2배가 넘는 기병 숫자라 응수했으나, 발렌베르의 선봉대와 고위기사들의 돌격은 감히 용병대의 기병 따위가 막아낼 수 있는 파괴력이 아니었다.


180대 500의 기병대가 격돌한 결과, 기사들 대다수는 자잘한 상처를 제외하면 멀쩡했던 반면, 500명의 용병 기병들은 1/3이 전사하거나 낙마했고, 나머지는 이미 뿔뿔히 흩어진지 오래였다.


“예전 같았다면 감히 덤빌 생각도 하지 못했을 텐데, 확실히 발렌베르의 명성이 많이 죽었군요. 흐흠..”

“무너진 명성은 지금부터 다시 되돌려나가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다. 우선 시작은 유지비 때문에 절반가까이 줄은 중기병대를 다시 되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죠.”

“공작님! 괜찮으십니까?!”

“아, 코너 경, 선봉대를 맡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주인의 안전을 확인하러 온 선봉대 대장 코너 경은 아무런 부상도 없이 쌩쌩한 모습이었다.


자신들 보다 두 배는 많은 적들과 격돌했음에도 여전히 쌩쌩한 그 모습에 아서는 웃음을 터트렸다.


“이번 승리는 올리버경과 함께 상대 기병대를 완전히 압도한 중기병대의 공로가 큽니다. 만약 중기병대 기사들의 지원이 조금만 늦었다면, 농민군은 포위망 속에서 모두 압사당할 수도 있었겠죠.”

“저희야 뭐, 다른 부대가 방해꾼들을 잘 치워준 덕분에 활약 할 수 있었던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남은 중장보병들은 어떻게 처리하면 되겠습니까?”

“흐음, 우선 적들의 사령관에게 항복 제안을 보내보죠.”

“예. 공작각하.”


상대는 아무런 대처를 내놓지 못하고 있었고, 결국 전장에 남은 양측의 전력은 적들의 중장보병대와 석궁병, 그리고 아군의 농민병들과 기사단이었다.


물론 사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요소들은 아군이 훨씬 유리하다고는 하지만, 아군의 피로도 역시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에 비해 상대는 정신적 피로를 제외한 체력적 요소에서는 아무런 피로가 없었고.


“아군 기병대가 아직 멀쩡한 편인데, 더 거칠게 압박하는 것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월리엄 경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아서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 편이 협상에 있어서는 더 좋을지 모르겠으나, 우리에게 있어선 협상보다는 기사단 전력의 보존이 더 우선이니까요.”

“확실히 굳이 끝장을 볼 필요는 없겠군요.”


경보병대 병력이 완전히 와해된 후, 양측의 전투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상태에서 하얀 깃발을 내건 아군 기사가 상대의 본진에 다가가 적들의 사령관에게 의견을 전했다.


“상대가 받겠습니까?”

“중장보병대가 남아있고, 도시 성벽을 공격하던 병력 역시 잔존해있지만 결국 승리를 쟁취하기엔 무리가 있으니까요. 이미 전세가 기운 상황에서 용병들이 결사항전을 선택하지는 않을 겁니다.”


한창을 고민하던 상대 진영은 아서의 예상대로 항복을 선택했다.


“후, 드디어 갈리폴리에서의 일이 끝나는 군요. 수고하셨습니다. 공작님.”

“이제 시작입니다. 차근차근 적들을 짓밟고 발렌베르의 명성을 되찾아야겠죠.”


갈리폴리의 반란을 정리하며, 발렌베르는 아직 기사단의 힘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걸 대외적으로 널리 알릴 수 있었던 동시에, 황제로부터 상당한 양의 자금을 받아내는 것 역시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흔들리던 발렌베르의 명성과 부실한 재정을 잡을 수 있겠지만, 아직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아직 발렌베르의 기사단은 완전한 모습을 되찾지 못했고, 확실한 재정원 역시 찾아내야 했다.


아서의 어깨에 놓인 짐은 아주 약간 줄어들었을 뿐이다.


3.


글루터리스의 에드먼드가 받아들이지 못한 탓에, 상대의 항복 선언이 늦어졌으나 결국 그 역시도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용병군의 본진을 향해 도열 한 채 돌격 준비를 하는 기사들의 살벌한 기세는 부유하고 있던 에드먼드의 현실감각을 다시 지상으로 끌어내렸다.


“흐음, 또 만나 뵙게 되었군요. 에드먼드 공.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전장에서 만나면 말로 넘어가지 않겠다고요.”

“..크흠, 공. 같은 대귀족의 일원으로서..”

“절반.”

“예?”

“에드먼드공과 용병군의 목숨 값으로, 글루터리스 가문이 용병을 고용하는데 사용한 비용의 절반을 받겠습니다.”

“발렌베르공!!”


쿵!


말도 안 되는 횡포에 에드먼드가 큰 소리를 내려는 순간, 기사의 창대가 땅을 강타했다.


“에드먼드 공. 나는 협상을 하는 게 아니라 통보를 하는 겁니다. 우리가 지금 여기서 이렇게 신사적으로 대화를 하고 있는 건, 우리 기사들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이러고 있는 거지 이길 자신이 없어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닙니다.”

“그렇지만..그건 너무 날강도나 다름없는 제안 아닙니까. 우리가 용병들을 고용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을 지불했는데..”

“그러면 애초에 용병을 고용해서 이런 짓을 안했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노골적으로 칼자루를 만지며 말하는 아서의 태도에 에드먼드는 소극적으로 반응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역시 많은 협상을 겪어온 베테랑이었으나, 이렇게 한쪽으로 칼자루가 완전히 기울어진 협상장에서는 그 어떤 노력조차 의미가 없었다.


거기다 협상장을 삼엄히 감시하고 있는 기사들의 매서운 눈빛은 에드먼드에게 심한 무력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만약 용병들의 목숨 값을 지불하기 싫으시다면, 저희가 제안한 값의 절반만 지불하시면 에드먼드 공은 무사히 보내드리겠습니다.”

“됐습니다. 후우..좋습니다. 이번은 저희의 완전한 패배군요. 지불은 현물로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죄송하지만 발렌베르 가문이 상업적으로 뒤처져 있어서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동부 총독 테레사님을 통해 지불해도 괜찮겠습니까?”

“좋습니다.”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도 일을 실패한데 더해, 추가적인 비용 손실까지.


아무리 글루터리스가 노예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끝없이 쌓고 있다 하지만, 이번 출혈은 그들로서도 무시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 막막한 상황에 에드먼드는 눈물이 나올려 했으나, 그렇다고 저기서 고용주를 향해 눈을 부라리고 있는 용병들을 버리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저들을 여기서 버리고 간 순간, 어지간한 대형 용병대들 모두가 앞으로 글루터리스와 계약을 하지 않을 터였다.


안 그래도 최근 가문 내에서 자신의 공작가 계승에 대해 문제를 삼는 세력이 많은 상황에서 이런 대형사고가 나다니.


항복협정서에 사인을 하는 에드먼드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물론 아서에겐 그의 사정 따위야, 알바가 아니었다.


작가의말

오늘은 살짝 쉬어가는 화군요.


다음 화부터는 발렌베르 가문의 쥐새끼 정리가 시작됩니다.


글을 찾아주신 독자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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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0. 꿈 - 1 +3 22.05.31 393 8 10쪽
29 9. 새로운 물결 - 4 +3 22.05.30 392 7 9쪽
28 9. 새로운 물결 - 3 +3 22.05.30 398 10 9쪽
27 9. 새로운 물결 - 2 +1 22.05.29 427 8 9쪽
26 9. 새로운 물결 - 1 +3 22.05.28 449 7 9쪽
25 8. 결투는 신중히 - 1 +2 22.05.27 430 12 9쪽
24 7. 축배 - 3 +4 22.05.27 435 9 10쪽
23 7.축배 - 2 +7 22.05.26 445 9 9쪽
22 7. 축배 - 1 +5 22.05.25 471 9 10쪽
21 6. 집안 정리 - 2 +5 22.05.24 510 10 11쪽
20 6. 집안 정리 - 1 +3 22.05.23 515 10 10쪽
19 5. 부활의 신호탄 - 2 +1 22.05.22 498 9 10쪽
» 5. 부활의 신호탄 - 1 +1 22.05.21 495 12 9쪽
17 4. 매가 약이다. - 4 +1 22.05.20 479 9 10쪽
16 4. 매가 약이다. - 3 +4 22.05.19 484 9 9쪽
15 4. 매가 약이다. - 2 +3 22.05.17 504 12 11쪽
14 4. 매가 약이다. - 1 +1 22.05.17 525 10 12쪽
13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3 +2 22.05.16 536 13 10쪽
12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2 +4 22.05.16 541 14 11쪽
11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1 +2 22.05.15 578 12 10쪽
10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5 +3 22.05.14 585 13 11쪽
9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4 +1 22.05.14 595 13 11쪽
8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3 +1 22.05.13 636 11 10쪽
7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2 +1 22.05.13 717 11 9쪽
6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1 +5 22.05.12 830 18 11쪽
5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4 +4 22.05.11 960 22 10쪽
4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3 (내용 수정) +2 22.05.11 1,011 29 12쪽
3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2 +2 22.05.11 1,233 3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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