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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31님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패륜아 공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기하학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4
최근연재일 :
2022.09.0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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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5.1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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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3 (내용 수정)

DUMMY

1.


콘돌시에 마련된 회의장, 우선적인 합의를 위해 각각 황실과 공작가를 대표하는 고드프리와 아서, 그리고 중재역으로 참가한 테레사. 이 3명만이 자리한 밀실에 젊은 공작의 호통이 울려 퍼졌다.


“그래서, 황실은 정말로 우리 발렌베르와 끝장을 보길 원한다는 겁니까?”


“아니, 그런 말이 아니지 않은가 공작? 황실과 발렌베르가 다시 좋은 관계가 되기 위해 발렌베르가 좀 양보를 해주면 좋겠다는 거지.”


자신보다도 한참은 어린 아서의 건방진 말에도 고드프리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애초에 혹독한 전장을 거치며 성장한 검은 군단의 주인을 핏줄 덕분에 황제의 사절이 된 겁쟁이가 상대하는 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하, 검은 날개 기사단을 해체하고, 제 동생을 황실에 볼모로 잡아간다는 게 전쟁을 원하는 게 아니면 무엇입니까?!”


“잠깐, 볼모라니? 우리는 그저 메리양이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를..”


쾅!!


“닥치십시오! 아버지를 광증으로 몰아간 것도 모자라, 이제는 제 여동생입니까? 황가의 충실한 개가 되어 백년이 넘는 세월을 봉사한 충신을 이렇게 내팽개치는 게, 황제가 생각하는 도리입니까?!”


상대를 죽일듯한 아서의 기세에 짓눌린 고드프리가 황실에 대한 모독조차 지적하지 못하고 간절한 눈빛으로 테레사를 애타게 쳐다보았으나, 그녀는 한숨만 쉴 뿐이었다.


‘후, 완전히 압도당했군. 아버지도 이게 문제라니까.’


황권에 위험한 수준까지 성장한 발렌베르를 제거하겠다는, 정치적 균형만을 고려한 이번 사전협상은 시작부터 이미 틀려먹은 자리였다.


처음 사절에 임명되었을 때, 정신 나간 공작과 아직 스무 살조차 되지 않은 애송이 후계자 정도는 손 쉽게 구어 삶을 수 있다 자부하던 고드프리는 검은 날개를 앞세운 아서가 주는 압박감에 짓눌려 간신히 변명만 내세우고 있었고, 오히려 아서 발렌베르가 젊은 나이에 맞지 않은 능구렁이 같은 모습으로 상대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제일 큰 문제인 황실 모독과 더불어 타국과의 내통 혐의라는, 증거조차 명확하지 않은 의혹은 정통에 따라 전대 공작 제임스 발렌베르의 목을 아서가 가져온 순간 끝나버렸고.


그녀와 함께 온 중앙군과 동부 징집병들 역시, 상대에게 압박을 주긴 커녕 오히려 잔뜩 겁먹어 상대의 힘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으니..


“하아..”


테레사의 한숨에도 그녀의 전 약혼자는 말로 황제의 대리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저희는 이미 전대 가주의 목을 바치는 걸로 성의를 표했습니다. 그럼에도 갈리폴리의 난을 정리해주겠다는 건, 저희가 아직까지도 황실에 충성을 바치고 있기에 화해를 위한 호의를 베푼 겁니다. 만약 이조차 거절한다면..”


“..”


“황제폐하는, 갈리폴리에 이어 발렌베르에서도 반역자들의 불길이 타오르는 걸 감당해야 할 겁니다.”


“맙소사, 아서 공!”


공작은 표정과 말을 통해 분노를 내뿜고 있었으나, 차가운 이성의 눈빛은 그 모든 것이 계산된 연기라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문제는 우리 측 협상을 맡은 이는 완전히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 버렸다는 거고.


“한낱 민병대조차 이기지 못하고 패퇴한 중앙군으로, 우리 발렌베르의 군대를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그건..”


갈리폴리의 민병대에게 대패하고 도망친 중앙군의 졸전 기록은 고드프리도, 테레사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병력을 가지고 검은 날개와 발렌베르의 군대를 상대해야 한다니.


황제가 내린 명령과 현실적인 문제 사이에 끼어 아무런 대답조차 하지 못하던 고드프리를 구원한 건 잠시 휴식시간을 갖자고 제안한 테레사였다.


“황실을 지킨 검은 날개의 창끝이 황실을 겨누지 않길 바랍니다.”


묵직한 한마디와 함께 아서가 방을 나가자, 조용히 눈을 감은 테레사에게 고드프리경이 다가와 징징거렸다.


“테레사님! 저 건방진 애새끼가 그깟 기사들의 힘만 믿고 무례를 범하는데도 어째서 저를 도와주지 않은 겁니까?”


‘그거야 당신이 그 새파랗게 어린 애새끼한테 찍소리도 못하고 시종일관 끌려 다녔으니까요?’


라고, 테레사는 말해주고 싶었으나, 고드프리 역시 자신의 아버지에게 제물로서 보내진 불쌍한 가문의 어르신이었기에 그녀는 거의 눈물을 흘리기 직전인 그를 위해 친절하게 설명했다.


“우선, 이번 사태는 전적으로 아버지의 오판입니다.”


“예?”


아무리 총애 받는 딸이라 한들 꺼내선 안 될 황제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나 다름없는 말에 고드프리가 당황했으나,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정치적으로만 따진다면 지금 발렌베르를 쳐낸다는 건,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는 생각입니다. 그들의 군대는 이제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까지 성장했으니까요.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따지자면 지금은 그래선 안됐어요. 아버지의 생각과는 다르게 중앙군과 용병대는 해답이 되지 못해요. 발렌베르의 도움 없이는 작금의 제국에 닥친 군사적 문제를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거죠.”


각 가문들은 점차 용병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려 했고, 이는 황실 역시 마찬가지였다. 허나 오직 돈을 위해 싸우는 용병으로 제국에 닥친 민감한 문제들을 해결하기엔 무리라는 것이다.


“갈리폴리 역시, 총독인 찰스가 자신이 고용한 용병들을 제어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죠. 게다가 각 국경선에서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들 까지. 지금의 제국엔 발렌베르의 힘이 필요해요.”


물론 이렇게 말한들, 황제로부터 무조건 검은 날개를 해체시킨 후, 그 중 절반을 중앙군으로 데려오라는 명령을 받은 이상, 고드프리는 반드시 이를 이행해야 했다.


황제의 대리인이라는 중요한 직책과 보수를 받은 순간, 그에 따른 의무 역시 고드프리의 목을 옥죄고 있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아버지가 고드프리 경을 보낸 진짜 이유를.”


고드프리는 능력에 비해 욕심이 과할 지언즉,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의 차가운 시선이 그에게 닿는 순간, 섬뜩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그래요. 사실 아버지가 내세운 증거가 부실한 의혹만으론 전대 공작이면 모를까, 공작가를 완전히 제거하기엔 부족한 면이 있죠. 아마 그 이상은 다른 대귀족들 역시 용납하지 않을 테고요. 그래서 필요한 게 바로 황제의 사절의 목입니다.”


테레서의 손가락이 고드프리의 살 찐 목을 가리켰다.


황실의 먼 친척이자, 사라져도 문제가 없는 탄압의 명분이 되어줄 미끼.


“그런 말도 안 되는...”


충격적인 사실을 그가 부정하려던 순간, 테레사가 책상 위에 올린 인장에 그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인장은.”


“아버지의, 황제의 대리인을 나타내는 인장이죠. 후훗. 애초에 이번 협상의 진짜 대리인은 저라는 거죠. 이제 좀 믿음이 가나요?”


테레사의 폭로에 넋이 나간 채 멍하니 동그란 인장을 바라보는 고드프리를 일깨운 것 역시 테레사였다.


“하지만 아직 고드프리 경에게도 살 길이 없는 건 아니에요. 방금 전에도 말했듯, 애초에 저는 아버지가 세운 전략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요.”


“그 말씀은..?”


“아버지가 저를 굉장히 총애하는 건 알고 계시겠죠? 제가 생각하고 있는 계획이 있어서 말이죠. 공작과의 협상, 제게 넘겨주시겠어요?”


2.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은 아서의 앞에는 황제가 보낸 멍청이가 아닌 그의 전 약혼자, 테레사 라니에가 앉아 있었다.


"이제와서 이런 말 하긴 미안하지만, 공작의 아버지의 일은 유감을 표하네. 좋은 분이셨지, 이렇게 쓸쓸하게 돌아가시면 안됐는데."


"괜찮습니다. 아버지가 황실을 모욕한 건 사실이니까요."


아버지를 벼랑 끝으로 몰고간 원수의 딸에게 비굴하게 대답해야 한다는 현실은 퍽 처량했으나, 이것이 작금의 발렌베르가 처한 현실이었다.


이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자신이 처한 상황을 냉정히 받아들여야 했다.


‘황제의 전령이 참관인 자리에 앉고, 그녀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 좋지 않군.’


한때 그녀의 전 약혼자였던 만큼, 아서는 그녀가 얼마나 명석한 동시에 위험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 형제들과 자매들의 견제를 피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갖췄음에도 그녀의 빛나는 재능은 완전히 가릴 수 없었고, 마침내 스스로를 드러낸 그녀의 재능은 제국 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 역시, 그 명성에 걸맞게 그녀는 곧바로 아서의 의표를 찌르고 들어왔다.


“아서, 우리 사이에 괜히 지루한 외교적 인사는 여기까지 하자고.”


‘허례허식을 싫어하시던 성격은 여전하군.‘


“우리 아버지는 검은 날개 기사단을 완전히 없애고, 그 중 절반을 자신의 중앙군에 넣을 생각이셔. 그리고 주인을 잃은 발렌베르 영지는 아버지의 측근들에게 나눠줄 계획이시지.”


그녀의 직구에도 아서는 당황하지 않았다.


협상장인 이상 그녀의 말을 완전히 믿을 순 없으나, 아서 역시 그럴 확률이 없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그저 황제가 선택 할 수 있는 최악의 수였기에 확률이 낮았을 뿐.


“전쟁으로 발렌베르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게 불가능하다는 건 잘 알고 계실 텐데요. 특히나 황제폐하라면.”


“아니, 아버지는 아직도 내부에서의 이간질을 통해 발렌베르를 먹을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못했거든. 내 예상으론 오히려 하나로 단합된 발렌베르가 독립을 할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이미 황제는 지난 세월 동안 발렌베르에 내부의 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발렌베르의 권력층 일부는 분열했으나, 오히려 오랜 시간 발렌베르를 섬겨온 봉신들과 백성들은 가문의 깃발아래 더욱 공고히 결집하고 있었다.


“흠, 아서. 너의 생각보다 아버지는 현명하지 않아. 피할 수 없는 세월과 정계의 정치판은 아버지의 총기를 빼앗아갔거든. 하지만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아서. 너도 무의미한 피가 흐르는 건 막고 싶겠지?”


“그야 물론입니다.”


봉신들에게 전쟁은 없다 말했지만, 냉정히 계산해 봤을 때 제국을 다시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미 황제는 확실한 명분을 잃었고, 이 이상 발렌베르가 몰락하는 걸 원하지 않는 귀족들 역시 중립을 지킬 터.


그런 상황에서 황제의 중앙군은 단독으로 발렌베르를 꺾을 수 없었고, 결국 황제는 협상장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


‘전쟁은 정말 피하고 싶었지만.. 최대한 빨리 끝내는 걸 가정하고, 최악의 경우 독립이라는 카드 역시 고려해 봐야 되는 건가.’


냉정함을 되찾은 아서가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계산하는 순간, 그녀가 제안을 건네 왔다.


“그래서 내가 아버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중재안을 생각했지. 아버지의 대리인으로서 발렌베르 공작 아서 발렌베르에게 제안할게. 테레사 라니에와 약혼하겠니?”


‘함정인가?’


얼핏 보기엔 상당히 합당해 보이는 제안. 허나 아서는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제국과 발렌베르엔 이득일지 몰라도, 테레사님에겐 아닐 텐데요. 발렌베르의 군대는 황위계승자 경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국에 닥친 위기가 지나간 후, 제 가문과 함께 숙청될 위협이 있을 텐데요?”


황위를 노리는 황제의 자식들 모두가 중앙정계의 이름 높은 가문과 혼인동맹을 맺은 상황에서. 아무리 그녀가 유력한 후보라 한들 정계에 아무런 영향력도 끼치지 못하는 발렌베르와 동맹을 맺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할 만한 이유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유라..사실 내가 아서를 잊지 못해서. 라면?”


“예?”


다행이도 아서의 포커페이스는 무너지지 않았다.


이정도로 흔들리기엔, 이미 그는 테레사의 저 독특한 성격에 익숙했다.


작가의말

독자분들의 평가는 항상 두려운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서 글을 써야겠죠.


글을 찾아주신 독자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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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0. 꿈 - 1 +3 22.05.31 393 8 10쪽
29 9. 새로운 물결 - 4 +3 22.05.30 392 7 9쪽
28 9. 새로운 물결 - 3 +3 22.05.30 398 10 9쪽
27 9. 새로운 물결 - 2 +1 22.05.29 427 8 9쪽
26 9. 새로운 물결 - 1 +3 22.05.28 449 7 9쪽
25 8. 결투는 신중히 - 1 +2 22.05.27 430 12 9쪽
24 7. 축배 - 3 +4 22.05.27 435 9 10쪽
23 7.축배 - 2 +7 22.05.26 445 9 9쪽
22 7. 축배 - 1 +5 22.05.25 471 9 10쪽
21 6. 집안 정리 - 2 +5 22.05.24 510 10 11쪽
20 6. 집안 정리 - 1 +3 22.05.23 515 10 10쪽
19 5. 부활의 신호탄 - 2 +1 22.05.22 498 9 10쪽
18 5. 부활의 신호탄 - 1 +1 22.05.21 494 12 9쪽
17 4. 매가 약이다. - 4 +1 22.05.20 479 9 10쪽
16 4. 매가 약이다. - 3 +4 22.05.19 484 9 9쪽
15 4. 매가 약이다. - 2 +3 22.05.17 503 12 11쪽
14 4. 매가 약이다. - 1 +1 22.05.17 525 10 12쪽
13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3 +2 22.05.16 536 13 10쪽
12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2 +4 22.05.16 541 14 11쪽
11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1 +2 22.05.15 578 12 10쪽
10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5 +3 22.05.14 585 13 11쪽
9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4 +1 22.05.14 595 13 11쪽
8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3 +1 22.05.13 636 11 10쪽
7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2 +1 22.05.13 717 11 9쪽
6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1 +5 22.05.12 830 18 11쪽
5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4 +4 22.05.11 960 22 10쪽
»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3 (내용 수정) +2 22.05.11 1,011 29 12쪽
3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2 +2 22.05.11 1,233 3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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