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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31님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패륜아 공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기하학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4
최근연재일 :
2022.09.04 22:18
연재수 :
1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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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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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2
글자수 :
423,806

작성
22.05.1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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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2

DUMMY

1.


주인의 피에 흥분한 붉은 왕관이 손목에서 꿈틀거리며 요동쳤으나, 왕관의 힘을 사용하지 않자 통증은 곧 잠잠해졌다.


악마가 선물했다는 일곱 개의 왕관.


이 저주나 다름없는 축복은 아서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위험한 존재였으나, 그만큼 막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지금까지 그 존재에 대한 기록이나 언급이 세상에 남아있지 않은지 의아할 정도로.


일곱 가지 중, 단 하나인 지배의 힘만으로도 이정도인데 나머지 일곱 왕관을 모두 얻는다면..


“그야 말로 신, 아니 악마나 다름없는 존재 아닌가?”


막대한 리스크를 가진 전지전능한 힘이 어째서 우리 가문에게 내려졌고, 또 가주들의 비밀 서고를 제외하면 어째서 아무런 기록도 남지 않았는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숨겨진 진실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아서의 직감이 외치고 있었다.


“이번 전쟁이 끝나는 대로 확인해야겠군. 어쩌면.. 말 그대로 악마가 준 힘일지도.”


자신의 몸에 생긴 변수를 아서는 놔둘 생각이 없었다.


2.


출정을 앞둔 기사단의 지휘막사.


기사단의 각 기사대의 대장들과 고위기사, 그리고 각 봉신들이 보내온 지원군의 대표들이 출정 전 마지막 작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막사로 들어섰다.


“모두 왔군요. 그럼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아서의 선언에 막사에 모인 모두의 시선이 사령관이자 이번 회의를 소집한 장본인인 아서를 주목했다.


서른 명이 넘는 베테랑 기사들의 시선이 아서의 얼굴에 꽂혔음에도, 아서의 표정은 무척이나 태연하기만 했다.


‘아서, 잘 보렴. 언젠간 이들 모두의 시선이 너를 향해 주목될 거란다.’


애초에 스승 스틸리코가 중앙군의 지휘관으로서 수백, 수천이 넘는 병력 앞에서 당당히 연설하는 걸 바로 옆에서 지켜본 아서였다.


이 정도로는 긴장감도 느껴지지 않았고, 아군의 대전략을 설명하는 그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담담했다.


“우선 이번 전략에 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이번 전쟁의 원인과 쟁점부터 알려드리죠.”


‘나를 알고, 상대를 안다.’


아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였고, 이는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서도 해당됐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황제폐하는 귀족들의 아우성과 교황청과의 관계를 생각해 이번 전쟁을 최대한 빠르게 정리하길 바라고 있으나 상대는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총독의 폭정에 시달리던 농노들과 토착 종교를 무시하는 교회에 반발하여 들고 일어선 갈리폴리의 반란군은 진압을 위해 나선 총독의 지방군과 중앙군, 그리고 황제가 고용한 용병대를 연이어 패퇴시키며 점차 세를 불려나가고 있었다.


“농토와 종교의 자유를 목표로 뭉친 적들은 자슈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뭉쳤고, 수차례의 평원을 배경으로 벌어진 전투에서 전투마차를 방벽으로 삼아 핸드캐논과 석궁을 동원해 자신들보다 많은 수의 기사들을 격퇴했습니다.”


‘ 평원에서 자신들보다 다수의 기사들을 말입니까?“


“총독의 구원요청에 인근 대영주의 가신기사단이 주축이 된 지원군이 참가했다, 대패했다고 합니다.”


소수의 농노들이 다수의 기사들을 평원에서 이겨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는지 한 기사가 되묻었으나, 명백한 사실이었다.


탁 트인 평원에서야 핸드캐논과 석궁 따위로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중기병들의 돌격을 막아낼 수 없겠지만, 방벽이 존재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아무리 벽이 낮다 해도 기병은 성벽을 넘을 수 없었으니까.


“적 병력의 주축이 농노들이라곤 하나, 그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고 자슈카의 이름 아래 갈리폴리 각 지역에서 지원병들이 합류해 이제 그 수가 만이 넘는다고 합니다. 기병의 숫자가 거의 없다곤 하지만, 전투마차를 통해 자신들의 약점을 대처 했지요.”


징집병들의 가장 큰 문제가 동기 부족에 따른 빈약한 사기라는 걸 생각하면, 자유와 신앙을 지키기 위해 일어선 갈리폴리의 농노들은 무시해선 안됐다.


게다가 연이은 승전으로 기세 역시 심상치 않을 터.


아서는 정신적인 요소가 전쟁에 있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반면 우리 측 병력은 검은 날개와 가신기사단을 합쳐 180명의 중기병 그리고 종자와 견습 기사들로 이루어진 400명의 경기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략 육백 대 만의 차이. 물론 병력의 질적 차이가 있다곤 하나 무시 할 수 없는 숫자입니다.”


“중앙군과 용병대 또한 있지 않습니까?”


선봉돌격대의 대장 노아 경을 비롯한 일부가 기병만으로 전쟁을 치르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며 물어봤으나 아서는 고개를 저었다.


“중앙군은 이미 군대라 부르기 민망한 수준으로 사기가 무너졌고, 용병대는 보급선의 안전과 견제를 위해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아무리 기병의 힘이 막강하다고는 하나 기병은 망치가 되어줄 뿐, 결코 진형의 몸통이 될 수가 없다.


문제는 발렌베르의 농노들과 영지민들을 징집하기엔 그들을 보급해줄 여력도 안 될뿐더러 겨울밀들의 수확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을 징집하는 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어정쩡하게 징집을 시도하는 순간, 그나마 유지되던 밀농사마저 망칠지도 몰랐다.


아서의 논리 정연한 설명에 기사들 모두 납득 할 수밖에 없었다.


보병이 없이 전쟁을 치른다는 건 무척이나 불안한 일이었지만, 최소한 발렌베르에서 농민반란이 일어나는 것 보다는 나았다.


“상대가 수적 우위와 더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기동성을 바탕으로 한 기만전술로 상대를 끌어들여 각개격파를 노려야 합니다.”


막사에 놓인 갈리폴리 지도에 표기된 몇몇 거점들을 아서가 지목했다.


“핵심은 정면으로 상대를 분쇄하는 것이 아닌, 적들을 분열시키는 데 있습니다. 결국 적들의 주력은 농노들과 이단자들이고, 이들은 비슷한 목표를 꿈꾸고 있지만 결국 다른 미래를 보고 있죠. 이 둘의 사이를 확실하게 분열시키는 것!”


아서의 손이 농노들이 중심이 된 요백파의 본거지와 이단들의 대주교가 위치한 타르프시를 갈랐다.


“적들 스스로 무너지게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의 전략 목표입니다.”


단 20분이 지났을 뿐인데, 회의에 참석한 검은 날개는 물론 그를 좋지 않게 보던 기사들 까지 모두 저 젊은 공작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공작가의 봉신인 부르데 백작의 기사로서 소집된 잭슨은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그 아비에 그 아들이란 건가. 천재라 불리던 아비 못지않군. 인간적인 면은 부족 할지 몰라도.’


약 두 시간에 걸친 회의가 끝난 후, 자신을 바라보는 봉신 기사들의 눈에서 아서는 신뢰감을 느낄 수 있었다.


3.


갈리폴리의 푸르른 들판 위로 검은 물결이 파도처럼 흘러갔다.


제국 최대의 곡창 지대위에 나타난 낯선 파도의 정체는 검은 망토를 두른 발렌베르의 검은 날개 기사단이었다.


약 80년 전, 제국의 침략 아래 비옥한 토지와 신앙의 자유를 모두 잃은 상실의 아픔에 신음하는 드넓은 대지 위에 발을 들인 그들은 곧이어 두 갈래로 나뉘어 거침없는 진격을 이어갔다.


“공작님, 역시 호위가 너무 적은 건 아닌지..”


이미 사전에 합의가 다 끝난 상황이었음에도 아서의 부관인 월리엄 경은 그의 안전에 대한 걱정을 놓지 못했다.


“상대 역시도 발렌베르 공작의 목 정도는 돼야 함정에 낚여주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저는 우리 기사단원들의 실력을 믿고 있으니까요. 여차하면 월리엄 경이 저를 구해주실 거 아닙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아서의 말에도 월리엄 경의 걱정은 줄어들지 못했다.


하긴, 현재 아서와 함께 들판을 달리는 기사들의 숫자를 생각하면 그의 걱정은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었다.


중기병 30명에 경기병 100명만이 아서와 함께 들판을 달리고 있었고, 나머지 450명의 기사들은 모두 기사단장 올리버 경의 지휘 아래 갈리폴리 지역에서 생산된 밀들을 보관하고 있는 저장고 중 하나가 있는 마을 와트를 향해 진격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아서는 자신과 함께하는 경기병들의 정찰 능력을, 그리고 양동을 맡은 아군의 본대의 돌파력을 믿고 있었다.


‘올리버 경. 그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저희가 시선을 끄는 동안 적들이 장악한 창고를 처리하고 저희와 합류하는 것. 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각하. 맡겨만 주십쇼.’


양동 작전이나 다름없는 이번 작전의 본대를 맡아 주공을 이끌 인물에겐 전술적인 식견과 검은 날개와 봉신들의 군대를 휘어잡을 수 있을 만큼의 무게감, 그리고 아서가 믿고 맡길 수 있을 만한 신용이 필요했고, 그런 의미에서 올리버 경은 그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인선이었다.


그라면 휘하의 보르덴 자작과 봉신들을 잘 통제해 아서가 세운 전략의 핵심을 이행해 줄 수 있으리라.


작가의말

 고증을 신경 쓸가해서 관련 서적과 연구들을 찾아보면, 시대와 공간에 따라 생활 양식이 다르고 또 연구 시점에 따라 내용도 달라지더군요.


이것들을 신경쓰면서 글을 쓰니니, 그냥 적당히 개연성에 맞게 재미를 신경 쓰는 게 날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을 다 신경 써야하는 대역 작가분들에게 존경심이 들더군요...

++봄밀과는 다르게 가을 밀들은 초여름에 수확이더군요. 농번기 관련 내용은 수정했습니다.

 글을 찾아주신 독자 분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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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1. 가짜 전쟁 - 1 +1 22.06.02 384 8 9쪽
31 10. 꿈 - 2 +3 22.06.01 374 8 9쪽
30 10. 꿈 - 1 +3 22.05.31 393 8 10쪽
29 9. 새로운 물결 - 4 +3 22.05.30 392 7 9쪽
28 9. 새로운 물결 - 3 +3 22.05.30 398 10 9쪽
27 9. 새로운 물결 - 2 +1 22.05.29 427 8 9쪽
26 9. 새로운 물결 - 1 +3 22.05.28 449 7 9쪽
25 8. 결투는 신중히 - 1 +2 22.05.27 430 12 9쪽
24 7. 축배 - 3 +4 22.05.27 435 9 10쪽
23 7.축배 - 2 +7 22.05.26 446 9 9쪽
22 7. 축배 - 1 +5 22.05.25 471 9 10쪽
21 6. 집안 정리 - 2 +5 22.05.24 510 10 11쪽
20 6. 집안 정리 - 1 +3 22.05.23 515 10 10쪽
19 5. 부활의 신호탄 - 2 +1 22.05.22 498 9 10쪽
18 5. 부활의 신호탄 - 1 +1 22.05.21 495 12 9쪽
17 4. 매가 약이다. - 4 +1 22.05.20 479 9 10쪽
16 4. 매가 약이다. - 3 +4 22.05.19 484 9 9쪽
15 4. 매가 약이다. - 2 +3 22.05.17 504 12 11쪽
14 4. 매가 약이다. - 1 +1 22.05.17 525 10 12쪽
13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3 +2 22.05.16 536 13 10쪽
12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2 +4 22.05.16 541 14 11쪽
11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1 +2 22.05.15 578 12 10쪽
10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5 +3 22.05.14 585 13 11쪽
9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4 +1 22.05.14 595 13 11쪽
8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3 +1 22.05.13 636 11 10쪽
»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2 +1 22.05.13 718 11 9쪽
6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1 +5 22.05.12 830 18 11쪽
5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4 +4 22.05.11 960 22 10쪽
4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3 (내용 수정) +2 22.05.11 1,011 29 12쪽
3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2 +2 22.05.11 1,233 3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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