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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31님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패륜아 공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기하학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4
최근연재일 :
2022.09.0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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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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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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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1

DUMMY

1.


대부분의 대가문의 자식이 그렇듯 아서 역시 부모가 붙여준 선생 밑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으며 자라왔다.


그럼에도 아서 발렌베르가 동년배들은 물론, 어지간한 야전 지휘관들보다도 더 뛰어난 경험과 실력을 갖춘 건, 그를 가르친 스승과 배운 환경의 몫이 가장 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남들이 은퇴한 전 지휘관들을 초청해 책상에 앉아 병법서를 공부할 때, 아서는 검은 날개의 전 기사단장이자 전설적인 명장, 플리우스 스틸리코의 종자로서 현장을 경험했다.


동부 식민지 출신 노예였으나, 제임스 발렌베르의 눈에 떠 기사단장에까지 오른 그는 자신의 제자이자 대자인 아서를 데리고 수많은 전장을 누비며 전쟁의 모든 것을 가르쳐 주었다.


‘아서야. 전쟁은 결국 정치의 연속이자, 이념과 이념의 대결이란다. 최소한 패배하지 않기 위해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단다.’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을 전장에 내보낸 전대 공작의 도박, 그 위험천만한 모험 끝에 아서가 가진 재능은 활짝 만개했고 그의 도박은 대성공으로 끝이 났다.


명가가 배출한 세기의 천재. 아서 발렌베르


그런 아서가 배운 전쟁의 기본.


‘나를 알고, 적을 안다면 백 번을 싸워도 백 번을 이긴다.’


선현과 스승의 가르침을 아서는 잊지 않았다.


2.


“역시 정찰 기사대군요. 대단합니다.”


사람들은 검은 날개의 기사들과 중기병에 대해 주목하나, 검은 날개의 무패의 전설의 숨은 공신에는 그들을 뒷받침하는 경기병들이 있었다.


궁기병과 추격, 정찰, 그리고 정보 수집까지.


갈리폴리로의 원정이 결정된 후, 정찰 기사들은 임무가 떨어지자마자 갈리폴리 인근 마을과 행상인, 그리고 정보조직들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한 끝에 단 4일 만에 아서가 만족할 만한 보고를 들고 왔다.


“4일 이란 시간이 길진 않았을 텐데, 필요로 하던 정보들을 거의 다 수집했군요. 수고하셨습니다. 칼 경.”


“아닙니다. 각하. 더 세세한 정보들을 가져다드렸어야 했는데, 갈리폴리 외각에서만 정보를 수집해..”


“그 안쪽은 농민군이 장악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죠. 정찰대에도 수고했다 전해주세요.”


“감사합니다. 각하.”


주인에게 보고를 올린 정찰 기사대 대장 칼 경이 물러 난 후, 아서는 그가 가져온 정보와 갈리폴리의 지도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벌집이나 다름없군.”


자세한 전략은 각 기사대의 대장들과 기사단의 고위기사들과 회의해야겠지만, 적들을 격파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교회의 개혁을 위해 들고 일어선 개혁파와 자유와 농지 해방을 위해 봉기한 농노들의 연합은 겉으로 보기엔 단단해 보였으나, 이들이 서로 비슷하지만 다른 꿈을 꾸고 있었기에 흔드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문제를 끝낸 뒤 뒤처리를 어떻게 하느냐 인데..’


복잡한 매듭을 풀 방법이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에서, 월리엄 경이 봉신들이 보낸 지원군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아서에게 전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나가죠.”


지원군이라고 해봐야 인륜을 저버린 패륜아를 고깝게 보는 기사들 밖에 없겠지만, 그런 이들이라도 쓰임새에 따라 사용 할 방법이 있는 법이고 봉신들의 체면도 걸려있었기에 아서는 환영을 위해 자신의 천막을 나섰다.


지원 병력 마침내 도착했으니, 이제 갈리폴리를 향해 떠날 시간이었다.


3.


투구 뿔 용병대는 제국 내에서 나름 명성이 있는 대형 용병대였다.


한 귀족 가문의 삼남 출신 리암 볼보르가 이끄는 용병대는 150명의 기병대와 600명의 중장보병이 포함된 총 2000명 규모의 대형 용병대였던 만큼, 갈리폴리의 반역자들을 정리하라는 황제의 의뢰를 받자 용병대장 리암은 자신만만하게 갈리폴리를 향해 병력을 움직였다.


허나, 갈리폴리의 마란 평원에서 그들이 대패 하자, 황제는 곧바로 그들에 대한 기대를 거두었다.


물론 리암은 고용주에게 아직 완전히 패배한 것은 아니라 변명했으나, 황제는 단호했다.


아서 발렌베르와 그의 검은 날개 기사단에 갈리폴리 전역의 문제를 위임 한 후, 용병대를 중앙군을 도울 보급부대 호위역할로 내린 것이다.


그러나 야심만만한 리암은 자신의 명성에 먹칠을 한 채로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특히나 19살 밖에 안 된 애송이 패륜아 놈에게는.


그것이 바로 용병대와 중앙군,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검은 날개 기사단이 머무르고 있는 황제군 진영에서 소란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였다.


“보급을 내줄 수 없다는 게 무슨 소리입니까!”


“글쎄 나는 들은 게 없다니깐 그러네? 불만이 있으면 황제 폐하의 칙서를 들고 오던가.”


검은 망토를 두른 8명의 기사들이 자신을 노려보는 상황은 많은 전장을 해쳐온 리암이라 해도 충분히 두려웠으나, 이곳에서 물러나는 순간 용병대 내에서 그의 체면은 박살이 날 터.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용병들의 시선에 용기를 낸 리암이 물러서지 않았다.


“아무튼, 황제 폐하의 명령서가 없다면 보급물품은 줄 수 없다네.”


“이러니..!”


답답함에 화를 내려는 젊은 견습 기사를 선임기사가 말리고 나섰다.


“그만, 검은 날개의 일원은 말로 싸우지 않는다, 우리는 오직 행동으로 보여 줄 뿐.”


“죄송합니다. 스승님..”


견습 기사를 대신해 앞으로 나선 선임기사가 힐끗, 중앙군 사령관을 바라보았으나 그는 시선을 회피할 뿐, 아무런 참견도 하지 않았다.


‘뒷돈을 먹었거나. 우릴 견제하려는 건가. 하여간 중앙군은 변하질 않는군.’


“당신, 뒷감당은 생각하고 이런 짓을 하는 겁니까?”


아무런 감정조차 담기지 않은 차가운 선임기사의 시선이 자신에게 꽂혀왔으나, 중앙군 사령관의 외면에 용기를 얻은 리암은 물러서지 않았다.


“뭐래, 정신 나간 애비나, 아비도 몰라보는 놈을 주인이랍시고 섬기며 발가락이나 핥는 주제에 폼은.”


“푸흐흡!”

“하하하!”


그 말에 곁에 있던 용병들은 물론, 중앙군 역시 비웃음을 터뜨렸나, 검은 날개의 그 누구도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영내에 발생한 소란을 확인하고자 아서 발렌베르가 나타난 순간, 그들의 모든 신경은 자신들의 주인에게 향하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기사단의 보급관 케이든 경과 수석 부관 월리엄 경을 대동한 채 나타난 아서의 물음에 리암과 대치하던 8명의 기사가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사정을 객관적으로 설명했다.


“여러분의 잘못도 아닌데 고개 숙일 것 없습니다.”


자신들을 완전히 없는 사람 취급하는 애송이의 모습에 리암은 분노했으나, 자신의 부하들은 그 전설적인 발렌베르의 주인이자 무려 공작이라는 고위귀족이 나타나자 겁먹었는지, 잔뜩 움츠러들였다.


하지만 리암이 이렇게 자존심을 부린 것도 다 근거가 있는 행동이었다.


‘흥, 그래봤자 이빨 빠진 호랑이지.’


그 드높은 명성과는 다르게 중앙 정계에 참여하지 못하는 발렌베르는 점차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고 천재라 이름 높았던 전대 공작의 손길 아래 반등하나 싶었으나, 결국 공작가는 황제의 견제에 추락하고 말았다.


게다가 다른 대귀족들 역시 그 난리를 겪고도 황제의 개로 남아있는 발렌베르를 탐탁지 않아 하고 있었고, 이번 원정에서의 실패로 그들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고 추락하길 원하고 있었기에 리암은 상대가 공작이라 한들 두렵지 않았다.


게다가 귀족 출신 용병단장으로서 수많은 대귀족들을 만나본 리암이었기에 이런 경험 없는 애송이 따위 손쉽게 요리 할 수 있다 자신했으나, 안타깝게도 그는 상대를 잘 못 골랐다.


상대는 평범한 귀족이 아닌, 악마의 축복을 받은 지배의 왕관의 주인이었다.


“반갑습니다. 발렌베르의 새로운 공작. 나는 볼보르 가문의..”


“당신은 황제폐하의 뜻이 우스운 겁니까? 아니면 종교 개혁을 주장하는 이단들의 첩자 입니까?”


“뭐? 아니, 나는”


“그런데 왜 황제의 칙명을 받아 극악무도한 반역자들을 처리하러 가는 우리를 막아서는지, 나는 다른 이유를 떠올릴 수 없군요. 중앙군 사령관, 당신 역시 적들의 첩자입니까?”


아서가 고개를 돌려 노려보자, 아서의 몸에서 내뿜어지는 지배의 왕관의 힘과 반역자라는 말에 잔뜩 겁먹은 사령관이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지배의 왕관이 상대의 태도나 개인의 심리상태에 따라 그 효과가 급감하는 문제가 존재했으나, 사령관과 같은 간신배들을 조종하기엔 문제가 없었다.


“반역자라 몰린 전대 공작이 누구의 손에 죽었는지 아주 잘 아시는 것 같은데, 여러분도 그와 같은 반역자의 최후를 맞기 싫다면 칙명을 이행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아, 알겠습니다. 공작. 그러니 황제폐하께는..”


‘도대체 뭐야?’


자신을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을 찍어 누르는 듯한 저 존재감이 정말로 19살에게서 나오는 거라니? 당황한 리암이 변명을 내뱉으려던 순간, 자신을 관통하는 아서의 시선에 압도당한 그는 아서가 자신을 향해 다가올 때까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이윽고 그의 귓가에 다가간 아서가 그에게만 들리도록 속삭였다.


“발렌베르의 이름이 땅에 떨어지고, 귀족들이 우리를 업신여긴다 해서 놈들을 등에 업는 다 해서 당신 같은 들개 따위가 공작가를 건드려도 무사 할 것 같습니까? 그 멍청한 대가리를 보존하고 싶다면 그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그 잘난 대귀족들, 그리고 황제조차도 발렌베르의 칼날로부터 당신을 지켜 줄 순 없을 테니까.”


제국 최고의 기사단의 주인이 내뱉은 암살 협박에 등골이 오싹해진 리암이 주저앉았으나, 아서는 신경 쓰지 않고 돌아서며 말했다.


“당신들이 보급선을 어떻게 유지하는지, 지켜보겠습니다. 우리의 악명 중 하나가 무엇인지 기억하길.”


그 말을 끝으로 검은 갑주를 입은 젊은 공작이자 용병 학살자로 악명 높은 검은 날개의 주인은 자리에서 떠났다.


허나 아서가 남긴 압박감은 그가 떠난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리암을 짓눌렀고, 30분이 더 지나서야 그는 주춤거리며 자리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단 한 번의 사건으로 영내의 그 누구도 발렌베르의 이름을 건드리지 못했다.


4.


부하들과 함께 아서의 개인 천막으로 들어온 그는 모두가 사라지자 더 이상 올라오려는 핏물을 참지 않았다.


“커헉..”


가족과 가문에 대한 모욕에 분노한 그의 감정에 호응하여 더욱 날뛰는 지배의 왕관은 굴복을 넘어 복종의 힘을 사방에 폭발시키려 했다.


다행히 이번엔 간신히 참아낼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더욱 감정 조절에 있어 조심해야 했다.


왕관의 힘을 남용한 대가가 무엇인지.


그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니까.


작가의말

폐륜아 사태. 


작가가 최우선으로 해야 할 건 독자의 가독성이란 걸 까먹네요.


다시 한 번 독자의 마음으로 글을 써보겠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독일의 후스 항쟁과 관련해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용병대와 관련한 설정도 많이 고민했는데, 역시 그냥 적당히 개연성을 챙기는 선에서 창작하는 게 괜찮을 것 같네요.


글을 찾아주신 모든 독자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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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0. 꿈 - 1 +3 22.05.31 392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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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9. 새로운 물결 - 3 +3 22.05.30 398 10 9쪽
27 9. 새로운 물결 - 2 +1 22.05.29 427 8 9쪽
26 9. 새로운 물결 - 1 +3 22.05.28 448 7 9쪽
25 8. 결투는 신중히 - 1 +2 22.05.27 430 12 9쪽
24 7. 축배 - 3 +4 22.05.27 434 9 10쪽
23 7.축배 - 2 +7 22.05.26 445 9 9쪽
22 7. 축배 - 1 +5 22.05.25 471 9 10쪽
21 6. 집안 정리 - 2 +5 22.05.24 510 10 11쪽
20 6. 집안 정리 - 1 +3 22.05.23 515 10 10쪽
19 5. 부활의 신호탄 - 2 +1 22.05.22 498 9 10쪽
18 5. 부활의 신호탄 - 1 +1 22.05.21 494 12 9쪽
17 4. 매가 약이다. - 4 +1 22.05.20 479 9 10쪽
16 4. 매가 약이다. - 3 +4 22.05.19 484 9 9쪽
15 4. 매가 약이다. - 2 +3 22.05.17 503 12 11쪽
14 4. 매가 약이다. - 1 +1 22.05.17 524 10 12쪽
13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3 +2 22.05.16 536 13 10쪽
12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2 +4 22.05.16 540 14 11쪽
11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1 +2 22.05.15 577 12 10쪽
10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5 +3 22.05.14 585 13 11쪽
9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4 +1 22.05.14 595 13 11쪽
8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3 +1 22.05.13 635 11 10쪽
7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2 +1 22.05.13 717 11 9쪽
»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1 +5 22.05.12 830 18 11쪽
5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4 +4 22.05.11 959 22 10쪽
4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3 (내용 수정) +2 22.05.11 1,010 29 12쪽
3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2 +2 22.05.11 1,233 3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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