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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31님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패륜아 공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기하학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4
최근연재일 :
2022.09.04 22:18
연재수 :
1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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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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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806

작성
22.05.31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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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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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0쪽

10. 꿈 - 1

DUMMY

1.


아버지를 죽인 패륜아.


아서에 대한 악명은 제국 전역을 넘어 이곳 네피아에 까지 전해져있었고, 아버지를 그리워하던 도시의 시민들은 외부인이자 원수나 다름없는 아서가 접근하자 불편해 하거나, 일부는 아예 대놓고 적의를 드러냈다.


“잠시 대학교에 대해 말씀 좀 여쭈어 봐도 괜찮겠습니까?”

“무슨 일이십니까 공작님. 저 같은 평민 나부랭이 따위에게 말도 걸어 주시 다니.”


명백한 적의와 혐오가 담긴 시선과 대답.


제국의 자유민들과는 달리, 귀족들의 보복으로부터 자유로운 도시의 시민들은 아서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물론 이 정도는 이미 예상했던 바였고, 이에 대한 대처 역시 준비되어있었다.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후우, 아버지의 흔적을 찾을 마지막 기회가..”

“흐음?”


‘걸려들었군.’


도시 시민들 사이에서 아서에 대한 인식은 아버지를 죽인 상종 못할 패륜아였으나, 그와 동시에 그리운 친우 제임스 발렌베르가 남기고 간 자식이라는 점 역시 존재했다.


그 말은, 앞뒤 맥락에 따라 친족을 살해한 극악무도한 범죄자에서, 주위의 압박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친족을 살해해야만 했던 불쌍한 자식이라는 인식 역시 주입 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무언가 찾는 거라도 있습니까? 제임스의 물건은 전부 그의 영지로 보냈을텐데.”

“하아-, 그것이..황제가 반역자의 물건이라며 아버지의 흔적이 묻어있던 모든 걸 강탈해가서..”

“하, 반역자라니! 제임스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거늘!”


아버지를 시기한 황제의 압박, 그리고 주위 봉신들의 배신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아버지를 죽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과 거짓이 교묘하게 섞인 아서의 말에 그를 혐오하던 상대방의 표정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아서의 간사한 혀와 지배의 왕관.


이 두 가지가 결합되자 평범한 도시의 시민들을 현혹시키는 건 그리 힘든 일이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서를 향해 흉흉한 분위기를 내뿜던 대학교의 시설관리인은 그의 말에 완전히 넘어가 힘내라는 표정으로 아서를 바라보며 그를 위로했다.


“어린나이에 참으로 힘든 시련을 겪으셨군요. 가족을 위해서라지만..”

“괜찮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고, 그것이 귀족으로서 가진 특권에 따른 의무니까요.”


이후 그와 적당히 이야기를 나누며 아서는 지난 10년 간 카틀레치의 통치 하에서 도시의 변화와 아수스 가문과 다른 귀족들 사이의 권력 다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시장 때문에 도시의 시민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셔야 했군요.”

“놈은 스스로 시민들의 지지를 받아 시장이 됐다 하지만, 그 말이 거짓이란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후우..20년 전, 제임스 그 친구와의 약속도 지키지 못하고.”

“아버지와의 약속 말씀이십니까?”

“네. 제임스가 그러더군요. 네피아와 비슷하게 자신의 영지도 현재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고. 그러니 두 지역이 함께 힘을 합쳐 닥친 위기를 극복하자고.”

“그렇군요..”

“공작이라는 신분과 뛰어난 재능까지. 도시의 모두가 제임스라면 가문을 되살리는 것도, 도시를 되살리는 것도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고,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다니.”

“...”


곧이어 도시의 미래에 대해 한탄을 내뱉기 시작한 상대로부터 아서는 적당히 빠져나왔다.


‘네피아와 발렌베르의 상생이라..’


“코너 경은 오랜 시간 아버지와 함께 했죠.”

“제임스님이 25살이던 시절부터 종자 일을 시작 했으니, 확실히 오래 근무했군요.”


아서의 질문에 그의 뒤에서 호위를 위해 따라오던 선봉대의 대장 코너 경이 곧바로 대답해왔다.


“아버지가 정말로 저런 생각을 꿈꾸고 계셨습니까?”

“예. 제임스님은 은근히 낭만적인 부분이 있던 주인이셨으니까요.”

“하, 말 그대로 낭만일 뿐이군요.”


제임스 발렌베르, 아서의 아버지는 가장으로서 가정에 충실한 사람이었고, 공작으로서도 훌륭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무너져가는 가문을 되돌리기에는, 의심병에 걸린 황제의 밑에서 살아남기엔 부족한 사람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결국 아버지는 발렌베르 가문의 부흥을 이루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힘을 합쳐 도시와 가문을 부흥시킨다니, 가문을 섬기는 봉신들조차 완전히 휘어잡는 게 불가능 했는데 그런 게 가능할 리가.”

“그렇군요.”


아서의 말에 코너 경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2,


시설관리인에 이어 도시 내부 사정에 좀 더 정통한 교수들에게 역시 접근한 아서는 간교한 혀와 왕관을 통해 정보를 얻어냈다.


아까 전과는 다르게, 이번 대상은 제국의 정세에 대해 좀 더 정통했기 때문에 그를 속이는 건 더욱 어렵지 않았다.


제국의 정세에 대해 알면 알수록, 현 황제가 얼마나 더러운 방법으로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황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역시, 북부 사령관을 말도 안 되는 역모로 몰아가 처형시켰을 때부터 알아봤다네, 그 빌어먹을 황제놈!”


아서의 설득에 점차 사람들의 머릿속에 황제에 대한 혐오감과 더불어 그의 딸인 테레사님에 대한 적의 역시 늘고 있었으나, 정보 수집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공작님은 제임스의 흔적을 찾기 위해 대학에 단기 입학하고 싶다는 말씀입니까?”

“예. 괜찮겠습니까?”


한 번 열린 빗장의 틈으로 들어가 그에게서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는 건 아서에게 있어선 쉬운 일이었다.


그렇게 그를 시작으로 연이어 8명의 도시 시민들에게서 정보를 얻어내자 어느새 하늘에는 붉은 노을이 수놓아져 있었다.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군요. 공작님. 이만 들어가시겠습니까?”

“한 명만 더 조사해보죠.”


총 10명의 사람들에게 얻어낸 정보를 통해, 도시의 현 상황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아수스 가문이 권력을 유지하고 사업을 확장시키기 위해 많은 수의 정적들을 불법적으로 제거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제 아서에게 필요한 건 현 시장과 다른 도시 사이의 불법적인 밀약 관계에 대한 정황증거 뿐.


마지막 남은 퍼즐을 찾아내기 위해 아서는 도시 제일의 조선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3.


아서의 예상대로, 조선소의 장인들에게서 아서는 필요한 정보들을 얻어낼 수 있었다.


“흐음, 확실히 최근 들어 다른 도시의 장인들이나 상인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것 같긴 하군.”

“그렇습니까?”

“과거에는 이렇게 까지 많이 방문하진 않았거든요. 게다가 도시의 기밀인 선박제조 기술이 유출 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에 외국의 상인들은 조선소 내부로 들어오는 것도 금지되어있었는데, 어느새 자연스럽게 방문하고 있었네요.”

“혹시 조선소에서 일하던 종자들이 갑자기 그만두거나 하진 않았습니까?”

“음..그러고 보니 최근 들어 갑자기 사라지는 제자들이 늘은 것 같긴 합니다. 일이 힘들어서 도망칠 친구들이 아닌데 말이죠. 애초에 그런 친구들은 제자로 받아주지도 않았고.”


이어진 장인의 말에 아서는 이미 조선소의 지분 중 상당수가 타 도시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


‘정말 뻔한 수법이군.’


“참, 선박이야기가 나오니까 하는 말인데 제임스의 꿈에 대해 공작님도 알고계십니까?”

“꿈 말씀이십니까?”

“옛날에 제임스가 우리 조선소에 와서 그런 말을 한 적 있습니다. 언젠가 가문을 다시 일으키게 되면 우리 네페아의 조선소를 자기가 사들인 후에 함대를 만들어 바다를 정복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모든 바다를 제패 할 수 있는 최고의 함선을 만들어달라고.”

“..참 말도 안 되는 소리군요. 기사단 조차 간신히 유지하는 발렌베르가 함대라니.”

“하하하, 그렇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때는 다들 뭐에 홀렸는지 그의 말에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어떤 배를 만들어야 전 세계의 모든 바다를 정복 할 수 있을지.”


참으로 허무맹랑한 말이었으나, 이 사람 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지금까지 만나왔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서의 아버지와 친분을 맺었었고, 아버지가 품은 말도 안 되는 약속을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장인이 떠난 후, 부둣가에 홀로 남은 아서는 홀로 노을에 붉게 물든 남동해의 바다를 쳐다보았다.


끼룩-끼룩-


과거, 네피아의 전성기 시절 항구를 드나들던 수많은 배들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에 절반도 못 미치는 배들만이 적막한 항구를 채울 뿐이었다.


아버지는 정말로 이 몰락해가는 도시를 자신의 힘으로 되살릴 수 있다고 믿었던 걸까?


발렌베르조차 부활시키지 못했으면서?


“불가능해.”

“하하, 공작님의 꿈이 좀 많이 크긴 하셨죠. 네피아 뿐만 아니라 공작령 인근의 지역들도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싶어 하셨으니까요.”

“코너경.”

“공작님 역시 잘 알고 계셨습니다. 자신의 능력으론 단 하나도 벅차다는 걸.”

“..”

“하지만, 그 분은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의 아들이라면, 나 같은 가짜가 아닌 진짜 천재인 아서라면 그 꿈을 현실로 이루어낼 수 있을 거라고.”

“아버지가 그런 말씀을?..”

“공작님. 무엇이 두려 우신 겁니까?”


코너경의 담담한 말에 아서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무심한 갈매기의 울음소리만이 항구에 울려 퍼졌다.


작가의말

현실과 꿈의 괴리 앞에서 주저앉는 사람들이 많죠. 


오늘도 글을 읽어주신 독자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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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1. 가짜 전쟁 - 1 +1 22.06.02 384 8 9쪽
31 10. 꿈 - 2 +3 22.06.01 374 8 9쪽
» 10. 꿈 - 1 +3 22.05.31 393 8 10쪽
29 9. 새로운 물결 - 4 +3 22.05.30 392 7 9쪽
28 9. 새로운 물결 - 3 +3 22.05.30 398 10 9쪽
27 9. 새로운 물결 - 2 +1 22.05.29 427 8 9쪽
26 9. 새로운 물결 - 1 +3 22.05.28 448 7 9쪽
25 8. 결투는 신중히 - 1 +2 22.05.27 430 12 9쪽
24 7. 축배 - 3 +4 22.05.27 435 9 10쪽
23 7.축배 - 2 +7 22.05.26 445 9 9쪽
22 7. 축배 - 1 +5 22.05.25 471 9 10쪽
21 6. 집안 정리 - 2 +5 22.05.24 510 10 11쪽
20 6. 집안 정리 - 1 +3 22.05.23 515 10 10쪽
19 5. 부활의 신호탄 - 2 +1 22.05.22 498 9 10쪽
18 5. 부활의 신호탄 - 1 +1 22.05.21 494 12 9쪽
17 4. 매가 약이다. - 4 +1 22.05.20 479 9 10쪽
16 4. 매가 약이다. - 3 +4 22.05.19 484 9 9쪽
15 4. 매가 약이다. - 2 +3 22.05.17 503 12 11쪽
14 4. 매가 약이다. - 1 +1 22.05.17 525 10 12쪽
13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3 +2 22.05.16 536 13 10쪽
12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2 +4 22.05.16 540 14 11쪽
11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1 +2 22.05.15 578 12 10쪽
10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5 +3 22.05.14 585 13 11쪽
9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4 +1 22.05.14 595 13 11쪽
8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3 +1 22.05.13 635 11 10쪽
7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2 +1 22.05.13 717 11 9쪽
6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1 +5 22.05.12 830 18 11쪽
5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4 +4 22.05.11 959 22 10쪽
4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3 (내용 수정) +2 22.05.11 1,010 29 12쪽
3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2 +2 22.05.11 1,233 3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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