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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31님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패륜아 공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기하학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4
최근연재일 :
2022.09.04 22:18
연재수 :
1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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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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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2
글자수 :
423,806

작성
22.05.14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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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4

DUMMY

1.


기병을 보병으로 포위한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조건이 갖춰진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자슈카는 알고 있었다.


“장군! 정찰대의 보고입니다. 남동쪽 4시 방향으로 향하던 적들이 서쪽으로 방향으로 틀었다 합니다.”


“동쪽에서 포위진을 좁히던 병력들과의 거리는?”


“보병들은 5시간, 전쟁마차들은 2시간 안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적들을 포위하기 위해 나선지 반나절 가량의 시간이 지난 시점, 적들이 위치한 지역 인근의 도시와 마을에 흩어져 있던 총 11000명의 병력들은 적들을 거대한 타원형 우리 안에 가두는 데 성공했다.


황제의 중앙군을 패퇴시킨 후, 자슈카의 농민군은 전리품으로서 상당수의 군마들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마상 전투는 고도의 숙련된 기술을 요구했기 때문에 기병을 운용하는 건 불가능 했으나, 말이라는 탈것의 존재 덕분에 말을 탈 수 있는 자들을 모아 전령 부대를 만든 자슈카는 빠르게 각 도시에 흩어져있던 병력들을 움직여 포위진을 만드는 데 성공 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정말 대단합니다. 장군. 정말로 장군의 말대로 적들이 움직이는 군요.”


“말이라는 동물의 특성상 기병의 행군 경로는 한정되어 있으니까. 그걸 예측하기란 어렵지 않지.”


야전의 핵심이자 꽃인 기병대는 관리에 있어서, 특히나 행군에 있어선 단점이 많은 병종이었다.


보병들 보단 행군 속도가 빠르다곤 하지만, 전투에 앞서 체력을 보존하기 위해 당연히 전력질주는 불가능 했고, 말이 갈 수 없는 지형들 역시 행군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말들의 목을 축이는 것 까지 생각하면 행군 경로는 더욱 좁혀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갈리폴리는 드넓은 평야 때문에 기병이 자유롭게 움직일 것 같지만 평야의 절반 이상은 많은 밭과 농지가 차지하고 있었고, 얼마 전 내린 비 때문에 진흙탕이 된 구역도 많았다.


이런 사실들을 대대로 살아온 주민들인 농민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그런 조건들을 생각한다면 결국 상대의 진로는 몇 가지로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각 병력들을 천천히 좁혀가고, 제일 중요한 건 전투마차들이다. 북쪽과 북동쪽, 그리고 남동쪽에 배치된 전투마차들에게 지금 즉시 적들을 추격하도록 연락해.”


“예. 장군.”


1000명 단위로 나뉘어 움직이고 있는 각각의 병력들 중 상당수가 이제 막 농민군에 합류한 신병이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들의 목적은 적들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포위망을 탈출하려는 적의 발을 붙잡아놓는 것일 뿐, 결국 적들을 제압하는 건 기병보다는 느리지만 기동성을 살려 적들을 추격 할 수 있는 전투마차들의 역할이었다.


각 도시에서 훈련 중이었던 신병들을 배치해 적들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특정 지역에 상대가 갇힌 순간 탈출하려는 적들을 사방에서 전투마차들로 포위 섬멸한다.


자슈카의 작전은 지금까지는 큰 문제없이 예상대로 흘러가는 듯 했다.


‘상대 척후병이 예상보다 훨씬 수준이 뛰어나군.’


비록 적들에게 일정 거리 이상 가까이 다가간 아군 정찰병들 모두가 연락이 끊겼으나, 이는 기마술과 정찰 임무에 익숙지 않은 탓에 상대의 척후에게 당한 거라 여긴 자슈카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허나, 그는 여기서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어야 했다.


그런 상당한 수준의 척후병들을 가진 공작과 기사들의 움직임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그들의 정보망에 포착되었는지.


‘공작이 100명을 간신히 넘어 보이는 병력만을 데리고 움직이고 있다.’라는 사실만이 자신들에게 들어온 게 누군가의 의도는 아니었는지.


갈리폴리에 있는 검은 날개가 100명밖에 없다는 거짓된 사실을 그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 공작이 일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아니었는지.


그러나 안도감에 빠진 자슈카는 깨닫지 못했다.


그 안일한 결정이, 그와 농민군을 절망으로 이끌었다.


2.


창고를 지키기 위해 배치되어 있던 농민군들로 북적이던 갈리폴리의 작은 마을 와트는 때아닌 적막에 빠졌다.


작년에 닥친 역대 최악의 흉년에 대다수의 노인들은 가족들을 위해 희생했고, 그나마 마을에 활기를 가져오던 젊은 청년들은 이대로는 살 수 없다며 농노반군에 참여했다.


그리고 마을에서 훈련 받던 그들 대부분이 갑작스럽게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마을에 남은 건 어린 소년들과 중년 남성들이 모인 자경단과 일부 농민군 소속 병사들뿐이었다.


“하암, 평화롭구만.”


“그게 좋은 거지. 옛날 같으면 지금쯤 일터에 끌려가 한숨도 쉬지 못하고 일이나 하고 있었을 텐데.”


마을의 한 가운데 위치한 식량 창고를 경비하고 있는 두 명의 중년 사내 역시, 그런 자경단 소속의 경비원들이었다.


사실 경비원이라고 하기엔, 무기 대신 가져온 쟁기를 옆에 던져둔 후 들판에 누워 한가롭게 햇볕이나 쬐고 있는 둘이었으나, 어차피 마을 외곽은 농민군이 지키고 있었고 노인과 아녀자들뿐인 마을 내엔 창고를 털만한 사람도 없었다.


만약 누군가가 창고에서 식량을 훔친다면 십중 팔고 범인은 그들이었겠으나, 둘 모두 작금의 평화에 만족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두..두...두..


그렇게 느긋하게 들판에 누워 휴식을 취하던 중, 들판을 흔드는 낯선 진동을 확인한 두 사람이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핀 순간, 마을을 향해 다가오는 검은 파도에 둘 모두 차갑게 얼어붙고 말았다.


“어?어?..”


“마..마을에 알려야..”


들판을 가득 매운 검은 파도가 마을을 향해 쇄도하고 있었다.


3.


본대가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마을을 둘러싼 목책 위에는 극히 일부의 병사들만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적이다! 적이 나타났다!”


검은 날개의 기사단이 나타나자 적들은 뒤늦게 반응하고 종을 울리며 목책 위로 올라오려 하고 있었으나, 기사단은 이미 지척까지 다가온 상태였다.


“궁기병대!”


기사단장 올리버경의 외침에 활을 맨 경기병들 일부가 곧바로 아군을 추월해 성벽을 향해 말을 이끌었고, 곧이어 백여 발의 화살이 하늘을 수놓았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죽음의 세례.


“크악!”

“방벽에 붙어! 아직 올라오지..켁..”


외적을 알리는 종소리에 간신히 엉성한 창과 농기구들을 챙겨 목책 위로 올라오려던 젊은 농민군들은 하늘에서 찾아온 죽음을 맞이하거나, 살기 위해 목책을 내려와 몸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카일!”


“예! 단장, 갑니다!”


단장의 말에 카일을 비롯한 선봉대 소속 기사들과 고위기사들이 포함된 10명의 경장을 한 기사들이 목책의 문을 향해 달려갔고, 그들을 엄호하기 위해 궁기병들의 제압사격이 이어지자 그 어떤 반군도 목책 위로 올라오지 못했다.


“흐읍!”


그 사이, 성인키의 두 배가 좀 넘는 목책 위에 갈고리를 던진 기사들은 민첩하게 목책을 타고 올라가 연이은 제압사격에 혼란에 빠진 반군들을 정리한 그들은 순식간에 성문을 개방했다.


“부기사단장, 봉신 기사단을 이끌고 반대편 성문을 열고 퇴로를 확보하시오1”


“알겠습니다. 단장.”


아서에게 반감을 드러냈던 보르덴 자작이었으나 작전 중 항명이나 불순한 마음을 드러낸 순간, 즉결 처형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자작은 곧바로 단장의 말에 따라 기사들을 이끌고 성벽의 반대편을 향해 달렸고, 목책을 향해 달리던 검은 물결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그리고 곧이어, 10명의 기사들이 장악한 목책의 성문아래 검은 파도가 들이닥쳤다.


3.


순식간에 마을로 들어 닥치는 300명의 검은 기사들은 성난 노도와 같은 기세로 마을 중심의 창고를 향해 돌격했다.


“건물을 끼고 막아! 창을 들어라, 우리의 이웃들을 지키기 위해 도망치지마라!”


농민군의 사령관은 이미 성벽을 지키기엔 늦었다 판단하고 마을에 남은 병사들을 이끌고 창고를 중심으로 시가전을 펼치려 하는 모양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상대는 기사라는 이름도 아까운 황제의 중앙군이 아닌 검은 날개의 중기병대였다.


두려움이 얼굴에 나타난 민병대 따위로 막을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었다.


“돌파해라!”


약 100명 정도의 창을 든 병사들이 좌우로 민가들을 끼고 돌격을 막고자 진형을 짰으나, 궁기병의 제압사격 후 곧바로 들이닥친 압도적인 질량의 중기병의 돌격에 진형 째로 갈려버리고 말았다.


쾅!!


“끄아악!”

“살려줘!”


장창을 앞세운 기병대의 돌격에 진형은 박살났고, 충격을 받아 쓰러진 병사들은 이후 들이닥친 기병들의 말발굽아래 깔려 죽음을 면치 못했다.


간신히 살아남은 병사들은 현장에서 도망치거나, 인근 민가로 들어갔고 마을에 들어 닥친 비극에 마을 곳곳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적을 쫒지 마라! 우리의 목표는 창고다! 무기를 버린 적들은 무시하고 곧바로 창고를 파괴한다!”


농민군을 이끌 유일한 사령관이 올리버의 검에 목이 잘려버린 순간, 마을 곳곳에 흩어진 채 중심을 향해 집결하려던 농민군들은 완전히 전의를 잃고 말았다.


무기를 버리고 살기위해 도망치는 적들과 상처를 입어 빌빌거리는 부상병들을.


‘확인 사살도 필요 없겠군.’


이미 상대의 눈에는 항전의 의지가 없었고, 이 이상 쓸데없는 희생을 내기엔 그들의 시간이 아까웠다.


주인이 명령한 건 창고를 부수는 거였지, 이미 공포에 떠는 적들을 학살해 농노들의 분노를 끌어올리라곤 하지 않았으니.


“무기를 버려라! 무기를 버린 자들은 죽이지 않겠다!”


전투의 흥분과 약탈을 통해 한 몫 벌어 보려는 용병 따위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엄격한 군기를 가진 기사단은 대장의 명령 아래 두려운 시선으로 자신들을 바라보는 아녀자들과 아이들을, 그리고 도망친 적병을 무시하고 곧 바로 마을 한 가운데 위치한 창고를 포위했다.


바닥에 엎드려 벌벌 떨고 있는 두 명의 주민을 무시한 채 창고 안에 들이닥친 기사들은 주민들이 먹을 극히 일부를 제외한 모든 곡식들을 태운 후, 보르덴 자작이 열어놓은 퇴로를 통해 사라졌다.


폭풍과도 같이 몰아친 기사단의 공격은 순식간에 끝났고, 그들이 사라진 마을에는 검은 연기를 뿜으며 불타오르는 창고와 상처 입은 몸을 이끌고 구슬픈 목소리로 흉작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진 가족들을 찾는 불쌍한 청년들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작가의말

 글을 쓰고, 자료를 조사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전쟁은 일어나선 안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전쟁은 정치의 연장선이란 유명한 말이 있듯이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이 사라질 날을 오지않을 것 같네요.


 그런 전쟁 속에서 아서는 어떻게 살아남아 가문을 위한 이득을 취할지..


오늘도 글을 찾아주신 독자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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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0. 꿈 - 1 +3 22.05.31 392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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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9. 새로운 물결 - 3 +3 22.05.30 398 10 9쪽
27 9. 새로운 물결 - 2 +1 22.05.29 427 8 9쪽
26 9. 새로운 물결 - 1 +3 22.05.28 448 7 9쪽
25 8. 결투는 신중히 - 1 +2 22.05.27 430 12 9쪽
24 7. 축배 - 3 +4 22.05.27 434 9 10쪽
23 7.축배 - 2 +7 22.05.26 445 9 9쪽
22 7. 축배 - 1 +5 22.05.25 471 9 10쪽
21 6. 집안 정리 - 2 +5 22.05.24 510 10 11쪽
20 6. 집안 정리 - 1 +3 22.05.23 515 10 10쪽
19 5. 부활의 신호탄 - 2 +1 22.05.22 497 9 10쪽
18 5. 부활의 신호탄 - 1 +1 22.05.21 494 12 9쪽
17 4. 매가 약이다. - 4 +1 22.05.20 479 9 10쪽
16 4. 매가 약이다. - 3 +4 22.05.19 484 9 9쪽
15 4. 매가 약이다. - 2 +3 22.05.17 503 12 11쪽
14 4. 매가 약이다. - 1 +1 22.05.17 524 10 12쪽
13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3 +2 22.05.16 536 13 10쪽
12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2 +4 22.05.16 540 14 11쪽
11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1 +2 22.05.15 577 12 10쪽
10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5 +3 22.05.14 584 13 11쪽
»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4 +1 22.05.14 595 13 11쪽
8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3 +1 22.05.13 635 11 10쪽
7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2 +1 22.05.13 717 11 9쪽
6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1 +5 22.05.12 829 18 11쪽
5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4 +4 22.05.11 959 22 10쪽
4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3 (내용 수정) +2 22.05.11 1,010 29 12쪽
3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2 +2 22.05.11 1,232 3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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