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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31님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패륜아 공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기하학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4
최근연재일 :
2022.09.04 22:18
연재수 :
1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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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09
추천수 :
862
글자수 :
423,806

작성
22.05.17 21:31
조회
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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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2쪽

4. 매가 약이다. - 1

DUMMY

1.


과거, 제국의 황제와 전대 공작 제임스는 대학의 동기로서 친구 사이였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황실에서 외톨이로 지내던 테레사를 제임스가 대신 챙겨줄 정도로 라니에와 발렌베르는 친목관계를 다져갔다.


그랬던 양 가문의 신뢰관계를 무너뜨린 건 제임스를 향한 황제의 열등감이었다.


아서와 테레사의 약혼파기부터 시작해, 황제는 점차 발렌베르를 조금씩 압박해왔고, 이에 대항하던 전대 공작마저 광증에 빠지자 양 측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야 말았다.


그랬기에 대부분의 귀족들은 이번 약혼 역시 이해관계에 따른 일시적인 동맹일 뿐, 진정한 의미의 약혼은 아닐 거라고 여기고 있었다.


글루터리스 역시, 그런 귀족 중 하나였다.


“등을 믿고 맡겨야 할 반려를 믿을 수 없다는 건 슬픈 일이죠. 테레사님이라면 더 잘 알고계시지 않습니까?”


“좋은 말씀이군요. 공작님. 저희 어머니와 같은 결말을 맞지 않기 위해서라면, 저도 조심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저는 아서 발렌베르를 제 인생의 동반자로 선택한 겁니다. 그는 명예와 양심을 모르는 어느 ‘두’ 귀족들과 같이 잠깐의 이득을 위해 같은 편을 배신하지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공주님. 제국에서 손꼽히는 지성과 미를 갖추신 공주님의 혼사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선 안 되지 않겠습니까.”


“제국에서 가장 많은 수의 노예를 운용하는 공작님이 이렇게 걱정을 해주실 줄이야, 감사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허허, 노신은 폐하를 알현해야 되서 그럼 이만, 안녕히 가십쇼. 공주님.”


‘외모와 그 얄팍한 머리를 빼면 볼 것도 없는 천한 년이 건방지긴.’


“말씀 감사했습니다. 공작. 꼭 명심하죠.”


‘명예라곤 찾아볼 수가 없는 빌어먹을 꼰대 같으니라고.’


공작과 헤어진 후,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 채 성큼성큼 황궁을 빠져나가는 주인을 향해 토머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테레사님, 공작의 말 역시 신뢰 할 수 없긴 합니다만, 확실히 발렌베르를 완전히 신뢰하는 건..”


“라니에가 발렌베르를 향해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을 한 건 맞지, 하지만 최소한 발렌베르는 한 번 맺은 약속을 어기는 짓 따윈 하지 않아. 안되겠어, 이렇게 된 이상, 지금 당장 만나러 가야겠다.”


“네? 갑자기 어디를...”


“갈리폴리! 저 구더기 같은 인간이 누굴 흔들려고! 약혼 선물은 좀 시간이 지난 후에 주려고 했지만...누나가 맡긴 일을 성실히 수행해준 착한 아이에겐 상을 주는 게 맞겠지.”


착한 아이라고 하기 에는 나이차이가 두 살 밖에 나지 않느냐는 토마스의 중얼거림은 통하지 않았다.


자신의 상관이 선대 공작의 일 때문인지, 발렌베르의 젊은 주인에게 필요 이상으로 너그러운 것 같다며 그가 한숨을 내쉬며 테레사의 개인 재산들을 빠르게 점검했다.


그녀가 상이라고 말 할 정도라면, 분명 심상치 않은 선물을 내줄 게 분명하다는 걸 충직한 부하는 잘 알고 있었다.


2.


공작과 테레사가 덕담을 가장한 악담을 나누는 동안, 글루터리스 가문의 사절 역시 아서를 향해 건방진 입을 놀리고 있었다.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여야 했지만, 황제는 전대 공작을 광증으로 몰아간 범인이나 다름없죠. 그리고 테레사 라니에는 그런 원수 같은 황제와 가장 닮았다는 평가를 듣는 비열한 여자이고요.”


“그래서, 우리 발렌베르에게 원수의 딸을 배신하고, 또 다른 원수의 자식에게 붙어라. 이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하하, 4황자님은 비인간적인 황제나 2황녀와는 다릅니다. 그 분은 자비를 베풀 줄 아는 분이시죠. 발렌베르가 저희를 도와 이번 일에서 손을 때고, 2황녀의 내부에서 그녀를 몰락시켜 준다면 후일 황제가 되신 후, 4황자님은 본인이 가지신 동부의 광산들과 동부의 직할령 일부를 대가로 선물해줄 생각이 있으십니다.


“아직 합의가 되지 않은 도시들을 향해 투구 뿔이 이동하고 있는 것도, 당신들이 꾸민 일입니까?”


“그렇습니다. 황제에게 아직 항복하지 않은 반역자들 따위, 발렌베르의 개입만 없다면 정리하는 거야 어렵지 않을 테고 후일 2황녀의 밑에 들어갈 놈들 따위, 살려둘 순 없겠죠. 어떻습니까? 저희의 손을 잡으신다면 발렌베르의 옛 영광을 되찾는 것 역시 무리가 아닙니다.”


“하..”


일부 마을들이 선택을 늦게 내릴수록, 자작과 같은 생각을 하는 작자들이 늘어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아직 이번 일을 담당한 검은 날개 기사단이 갈리폴리에서 떠나지도 않았는데 이런 짓거리를 벌이다니.


우리가 그깟 고기조각 몇 개를 약속 받으며 좋다고 고개를 숙일 거라 생각 한 건가?


너무나 당연하게 자신이 받아들일 거라 생각하고 있는 상대의 얼굴을 보며 아서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게다가 상식적으로, 각 가문 간에 이루어지는 중요한 밀약을 이렇게 대놓고 드러내면 안됐다.


‘그런데도 기사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런 제안을 건넨다는 건, 그만큼 발렌베르와 테라사를 우습게 여기고 있다는 거겠지.’


결과적으로 우리의 수락여부와 상관없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것만으로도 이미 테레사와 발렌베르의 사이의 신뢰관계에는 금이 갈 수밖에 없었고, 이번 일로 손해를 본 내가 글루터리스를 향해 원한을 가진다 한들,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재밌어. 참 재밌습니다.”


“예?..”


“하긴, 그럴 수 있죠. 살기위해 비굴하게 부모의 목을 바친 패륜아 따위, 제국 최대의 노예상인이 보기엔 우스울 수 있겠죠. 저 놈은 자존심도 없나 하고.”


“공작, 말을 삼가시오! 지금 누구보고 노예상인이라고..”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아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요. 당신들 말대로 우리는 살기 위해 추하게 원수에게 고개를 조아리고 자비를 구걸했습니다. 우리의 명예는 땅에 떨어져 더럽혀진지 오래입니다.”


에드먼드와 자작을 향해 다가가며 꺼낸 말에 장내의 기사들 모두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 모두, 가문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 걸 몸소 느끼고 있었기에.


그런 기사들을 바라보며 아서가 자작과 에드먼드를 향해 다가갔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람이 아무리 추해진다 한들, 지켜야 되는 선이라는 게 있습니다. 서로를 향한 신뢰관계. 당신들 같이 거짓말을 일삼는 작자들은 이해 할 수 없겠지만, 발렌베르라는 이름과 역사를 향해 사람들이 보내는 신뢰는 우리에게 있어 목숨과도 같아서 말입니다.”


한마디 한마디를 꺼낼 때 마다 아서의 분노에 반응 한 지배의 왕관이 거세게 날뛰며 사방에 힘을 쏟아냈다.


“살기 위해 개처럼 황제에게 머리를 박으니, 그깟 광선과 땅 따위에 발렌베르가 수백 년간 지켜온 이름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까?”


자작의 앞에 도달한 아서가 검을 뽑아 그의 목에 대자, 자신에게 쏟아지는 왕관의 힘에 짓눌린 자작의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자작, 발렌베르에게 있어서 신의란 무엇입니까.”


“공작님. 아니, 아서, 제발..어린 시절의 연을 생각해서라도 이번 한 번만..”


“보르덴 자작. 당신은 내 신뢰를 저버렸습니다. 그리고 검은 날개 기사단이 동료의 신뢰를 저버린 배신자가 내놓아야 할 대가는 오직 하나.”


그에 대한 대답은 아서의 입에서도, 자작의 입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기사에게 있어 명예란 평생에 걸쳐 쌓아야 할 미덕이요, 사람에게 있어 신의란 목숨과 같다!!!”””


어느새 재판장 주위로 모인 수많은 기사들의 입에서 선조로부터 내려온 기사단의 절대적인 규칙이 하늘에 울려 퍼졌다.


“자작.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스스로의 죄를 시인합니까?”


지배의 왕관의 권능이 자신을 집어삼킨 탐욕마저 벗겨내자, 자작은 끝내 스스로의 죄를 시인했다.


“...죄송합니다. 공작님.”


“지금 이곳에서, 배신자의 죄를 씻어내겠다.”


하늘로 올라간 검이 내리쳐지며 자작의 목을 잘라냄과 동시에 붉은 피가 아서의 얼굴을 적셨다.


과거 기사단의 떠오르는 신성으로서 제임스 발렌베르와 함께 전장에 나섰고, 끝내 부기사단장에 까지 오른 사람의 최후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이것으로 죄인 보르덴은 회개했다. 호위대. 자작의 시신을 정리하세요.”


“예.”


“에드먼드 공. 단 한글자도 놓치지 말고 잘 전하세요.”


바로 옆에서 사람의 목이 잘려나가고, 검에 묻은 피도 닦지 않은 공작이 어깨를 붙잡자 기겁한 에드먼드가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으나, 아서의 손길은 단호했다.


“아무리 우리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 한들, 권력에 미쳐 영혼을 판 너희만 할까? 다시 한 번 그딴 되도 않는 수작질에 우리 발렌베르를 이용하려 했다간, 발렌베르의 주인이 탐욕으로 가득 찬 너희들의 머리를 모조리 잘라주겠다고. 가서 그 늙은 벌레한테 전해라.”


“...”


“월리엄 경, 글루터리스의 사절이 볼일이 끝난 모양입니다. 진지 밖으로 안내해 주시죠.”


“예. 공작 각하.”


월리엄의 손짓에 두 기사가 에드먼드를 안내하기 위해 다가오자 정신을 차린 그가 간신히 말을 짜냈다.


“..그깟 거지들의 주인이 되었다고 세상이 우스운 가? 감히 글루터리스의 심기를 건드리고도 당신들이 무사할 것 같나?! 우리가 고용한 용병들의 앞에서도 당신이 그렇게 당당 할 수 있을 것 같나?”


간신히 짜낸 그의 협박에도 공작은 물론, 기사들 모두가 웃음만을 터뜨렸다.


“하하하, 무사할 것 같나? 기사들이여! 너희들은 글루터리스가 가진 부가, 그들이 고용한 수많은 용병들이 두려운가?”


“““아닙니다!”””


“글루터리스의 에드먼드라고 했나? 발렌베르 성에의 전리품 보관실에는 수백 개가 넘는 용병대의 깃발들이 보관되어있지요. 정말로 용병들 따위로 우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전장에서 만난다면 이렇게 친절하게 말로 설명해 주지 않을 테니까 말입니다.”


이윽고 아서가 검에 묻은 피를 정리하기 위해 검을 털어내자 겁먹은 에드먼드가 휘청거렸고, 그 모습을 보던 수많은 기사들이 비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젠장.”


간신히 꺼낸 협박에도 불구하고, 상대는 겁먹기는커녕 오히려 역으로 겁을 먹어 자존심이 상한 에드먼드는 뒤도 볼아 보지 않고 기사들의 안내를 따라 진영을 떠났다.


“괜찮겠습니까. 공작님.”


“월리엄 경. 저들이 내민 고기는 독이든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테라사 경이 우리를 동등한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면, 그들은 우리를 쓰고 버릴 사냥개로 여기고 있으니까요.”


사람에게 있어서도, 집단에게 있어서도 신뢰와 신용은 목숨과도 같았다.


그러나 몸집을 키워나가기 위해 기만과 배신을 일삼은 글루터리스는 믿을 수 없는 상대였다.


테레사를 배신하고, 저들이 내민 고기를 받아먹는 순간 우리는 영원히 저들의 사냥개로 목이 묶일 게 분명했다.


그리고 아서는 가문의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일어선 거였지, 한낱 사냥개로 끝나기 위해 검을 든 게 아니었다.


“그리고 저는 기사단의 힘을 믿고 있으니까요. 올리버 경. 용병대가 두렵습니까?”


“하하하, 공작님. 올해 들었던 농담 중 제일 재미있군요. 각하, 저희는 무려 황제에게 후원을 받는 황실의 용병대고 저들은 한낱 귀족가에 고용된 용병입니다. 용병에도 나름 급이 있습니다?”


작가의말

남을 생각해서 양보를 해주면, 바보라 그러는 줄 아는 사람들이 가끔 있죠.


재밌는 일입니다.

오늘도 글을 찾아주신 독자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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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10. 꿈 - 2 +3 22.06.01 374 8 9쪽
30 10. 꿈 - 1 +3 22.05.31 392 8 10쪽
29 9. 새로운 물결 - 4 +3 22.05.30 392 7 9쪽
28 9. 새로운 물결 - 3 +3 22.05.30 398 10 9쪽
27 9. 새로운 물결 - 2 +1 22.05.29 427 8 9쪽
26 9. 새로운 물결 - 1 +3 22.05.28 448 7 9쪽
25 8. 결투는 신중히 - 1 +2 22.05.27 430 12 9쪽
24 7. 축배 - 3 +4 22.05.27 434 9 10쪽
23 7.축배 - 2 +7 22.05.26 445 9 9쪽
22 7. 축배 - 1 +5 22.05.25 471 9 10쪽
21 6. 집안 정리 - 2 +5 22.05.24 510 10 11쪽
20 6. 집안 정리 - 1 +3 22.05.23 515 10 10쪽
19 5. 부활의 신호탄 - 2 +1 22.05.22 498 9 10쪽
18 5. 부활의 신호탄 - 1 +1 22.05.21 494 12 9쪽
17 4. 매가 약이다. - 4 +1 22.05.20 479 9 10쪽
16 4. 매가 약이다. - 3 +4 22.05.19 484 9 9쪽
15 4. 매가 약이다. - 2 +3 22.05.17 503 12 11쪽
» 4. 매가 약이다. - 1 +1 22.05.17 525 10 12쪽
13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3 +2 22.05.16 536 13 10쪽
12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2 +4 22.05.16 540 14 11쪽
11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1 +2 22.05.15 578 12 10쪽
10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5 +3 22.05.14 585 13 11쪽
9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4 +1 22.05.14 595 13 11쪽
8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3 +1 22.05.13 635 11 10쪽
7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2 +1 22.05.13 717 11 9쪽
6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1 +5 22.05.12 830 18 11쪽
5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4 +4 22.05.11 959 22 10쪽
4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3 (내용 수정) +2 22.05.11 1,010 29 12쪽
3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2 +2 22.05.11 1,233 3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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