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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31님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패륜아 공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기하학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4
최근연재일 :
2022.09.04 22:18
연재수 :
1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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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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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2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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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 부활의 신호탄 - 2

DUMMY

1.


무너져가던 발렌베르의 새 주인이 이뤄낸 첫 승리.


이에 대한 속보는 갈리폴리 내에 있던 첩자들에 의해 곧 제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순식간에 퍼진 소식은 제국을 지켜온 천년의 도읍, 로드 알베올의 중심이자 황제가 기거하는 고귀한 황궁에 까지 도달했다.


“폐하, 갈리폴리에서 보내온 첩보입니다. 글루터리스의 병력이 살레지아 공성전 중 발렌베르 공작의 병력에 패해 항복했다고 합니다.”


글루터리스 공작과의 독대를 위해 분명 접견실 출입을 금지한다고 했음에도 다급한 표정으로 들어온 전령에 표정을 찌푸렸던 노년의 황제, 헨리 라니에의 얼굴에 흥미로운 기색이 깃들였다.


“흐음, 글루터리스가 턴 마을이 몇 개라고?”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최대 3개를 넘지 못한 걸로 파악했습니다.”


전령의 귓속말에 황제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자신에게 반기를 든 노예들의 몰살 따위, 그에게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


다만, 그깟 노예 몇 따위를 죽이기 위해 저 괘씸한 공작이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는 사실만이 황제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었다.


“크흠, 왜 그러십니까. 황제 폐하?”

“아, 글루터리스 경. 내가 재미있는 소식을 접해서 말이요.”

“재미있는 소식 말씀이십니까?”


황제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저 늙은 공작은 자신의 사위를 황제로 옹립하기 위해 상당한 도박수를 던졌다.


막대한 수의 용병을 고용하고, 또 농노들의 전 주인에게 이번 ‘청소’에 대한 허락을 받기 위해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했었다.


4황자의 강력한 정적인 2황녀의 힘을 크게 약화시키기 위해서라지만 이런 막대한 투자는 공작가가 가진 재력으로도 무리한 일이었고, 재무부의 조사 결과 이번 일을 진행시키기 위해 글루터리스는 보유하고 있던 여유자산과 더불어 가지고 있던 사업 몇 가지를 매각해야만 했다.


최근 교황청의 방침과 더불어, 시들어가는 노예무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돈줄을 찾으려는 그들로서는, 이번 실패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일이었다.


“제임스가 자신의 아들을 잘 키운 모양이야. 발렌베르 공작이 갈리폴리에서 날뛰던 도적들을 완전히 소탕했다더군.”

“크흠, 그것 참 다행이군요.”

“참 부러워. 나도 저런 후계자가 있었다면 걱정이 없겠는데 말이야.”

“...”


황제가 지칭한 도적 때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황제도, 공작도 잘 알고 있었다.


헨리의 치세이래, 사사건건 그를 방해한 늙은 여우는 자신이 던진 도박수가 박살났다는 황제의 말에 충격이 컸는지 이제는 표정관리 조차 못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재미있게 됐군.’


황제의 머릿속에서 발렌베르는 수명이 다한 사냥개였다.


놔두기에는 불안하고, 그렇다고 버리자니 아까운 계륵 같은 존재.


그랬기에 그들을 제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였던 거였고, 계획을 망친 2황녀 테레사의 행동은 괘씸하기 짝이 없는 짓이었다.


설령 그녀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옳았다고 한들, 감히 황제의 말에 반기를 든 건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이번 일은 헨리에게도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서 발렌베르라..”


무너져가던 과거의 망령이 제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대가문에게 한 방 먹인 이번 사건은 제국의 정치판을 요동치게 만들 발단이 될 게 분명했다.


“과연, 아들은 어떤 전철을 밟을지, 꿈을 이룰 것인가, 아비와 같이 무너질 것인가.”


아서의 아버지, 제임스를 망가뜨린 황제의 시선이 아서라는 존재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2.


살레지아 전투가 마무리 된 후, 갈리폴리는 빠르게 정상화 되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발렌베르의 군대가 용병군의 마수로부터 살레지아 시를 구한 순간, 갈리폴리의 반역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타르코프파는 자신들의 본거지에 박혀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고, 항복을 고민하거나 거부하던 대부분의 마을과 도시들은 발렌베르가 보여준 힘과 새롭게 총독으로 부임할 테레사의 명성에 혹해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때마침 도착한 동부 총독이자 갈리폴리의 신임 총독이 될 테레사 라니에는 등장과 동시에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그 결과, 아서는 테레사와 함께 살레지아의 거리를 행진해야 했다.


3.


와아아-


살레지아의 거리를 거니는 아서의 머리 위로 꽃잎과 함께 주민들의 환호가 들려왔다.


살레지아의 거리를 가로지르는 테레사와 아서, 발렌베르 기사단 그리고 농민군의 개선 행진에 도시의 시민들이 열렬한 환호를 보내왔다.


행진의 주역인 테레사가 그들이 증오한 황제의 딸이며, 바로 옆에 위치한 게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들이 일으킨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찾아온 황제의 대리인이라는 걸 생각하면 꽤나 놀라운 일이었다.


허나 살레지아 앞에서 벌어지 단 한 번의 대승리가 모든 것을 바꾸었다.


황제가 보낸 공포의 기사들을 악마와 같은 용병들로부터 모두가 외면한 자신들을 구해준 무적의 기사단이 되었고, 신임 총독 테레사에 대한 것 역시 동부 직할령에서의 보여준 능력과 미담들이 퍼지며 호의적인 시선들이 늘고 있었다.


“후우! 다들 생각 이상인데? 그런데 왜 이렇게 죽상이야. 아서. 좀 기뻐하라고. 네가 구한 사람들이 이렇게 기뻐하고 있는데 호응 좀 해주는 게 어때?”

“저는 대가를 받고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니까요. 물론 이를 통해 발렌베르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아, 아서. 항상 그렇게 진지하게 살면 제명에 살 수 없다고. 쉴 때는 좀 쉬어주고 그래야지.”


그녀의 말에도 아서의 표정이 풀리지 않자 테레사는 한숨과 함께 설득하는 걸 포기했다.


이 과묵한 약혼자는 어린 시절부터 매사에 진지한 사람이었다는 걸 잘 아는 그녀였다.


가문의 명성과 얼굴만 보고 다가온 다른 가문의 영애들조차 그 과묵하고 재미없는 태도에 질려 떠나갈 정도였으니, 지금 그녀가 뭐라 한들 바뀔 리가 없었다.


더욱이 자신의 아버지, 황제 때문에 가문이 이렇게 까지 몰락한 상황에서라면.


“그나저나, 언제 이렇게 사람을 풀어 소문을 조장한 겁니까?”

“흐음? 그게 무슨 말이야. 아서.”

“아무리 도시를 구해줬다고 해도, 이렇게 갑자기 분위기가 바뀔 순 없으니까요. 필시 테레사님이 바람잡이들을 풀어 우리 쪽에 호의적인 분위기를 만든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 역시 아서를 속일 순 없네. 맞아. 네 승전소식을 확인하자마자 각 도시마다 선동가들을 보내놓았지. 사악한 도적 때에 맞서 농민군과 함께 도시를 구한 발렌베르 기사단.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 이것보다 좋은 소재는 없으니까 말이야.”


황제와 가장 많이 닮았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테레사는 똑똑한 사람이었고 지배자로서 사람들을 휘어잡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둘 모두 라니에 가문답게 돈과 재물로써 사람들을 다스리는데 능숙함을 보여, 아비는 수십년 간 강력한 왕권을 유지했고, 딸은 아무런 기반도 없이 동부로 떠나 자신의 세력을 일궈냈으니 말이다.


다만 황제가 자신의 부하들에게 권력과 부를 나눠준 후, 그들을 하나,하나 갈라놓아 감히 배반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한 고압적인 주인이라면, 테레사는 부하들에게 명확한 상과 벌을 제공함으로써 상대가 자연스럽게 그녀를 따르게 만드는 동시에 부하들을 하나의 집단으로서 묶어내 자신의 세력을 만들었다는 큰 차이가 있었다.


그랬기에 아서가 테레사를 믿을 수 있었던 것이었고.


“참, 테레사님? 농민병들에게 줄 보상 말입니다. 제가 글루터리스로부터 받기로 한 대가로 지불해도 괜찮겠습니까?”

“음? 무슨 소리야. 그거야 당연히 갈리폴리를 지킬 의무가 있는 내가 감당해야지.”

“제 마음대로 농노들을 징집하고, 보상을 약속했으니까요.”

“하하, 걱정하지마. 이 땅의 지배자로 임명된 순간, 의무 역시 내가 짊어지는 거잖아? 너희는 그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나선 거고, 그것보다 아서 너는 어떤 상을 받고 싶니?”

“상이라니요.”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어리둥절하고 있는 아서에게 테레사가 기특하다는 듯 아서의 등을 두드렸다.


“최소한의 피해로 반란을 끝낸 것도 모자라, 심지어 우리 재수 없는 4황자님과 글루터리스의 얼간이들에게 엿을 먹여줬잖아.”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만..”

“걱정 말고 다 말해봐. 어지간한 건 다 들어줄 수 있으니까 말이야.”


자존심 강한 대귀족의 후계자들이었다면 약혼녀에게 이런 취급을 받는 걸 용납하지 못했겠지만, 아서는 상당한 실리주의자였다.

안 그래도 부족하지 않은 게 거의 없는 발렌베르의 사정에 원하는 걸 말해보라는 제안을 아서는 마다하지 않았다.


“고민이군요. 우리 가문에 필요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니..”

“그럼 내가 한 번 추천해 볼까? 아서, 발렌베르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부족한 돈줄이지?”

“맞습니다. 가문에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도, 기사단 유지비로 영지의 소득 대부분이 빠져나가니 영지는 항상 그 상태로 정체돼 있죠.”

“이번에 얻을 수익 역시, 결국 가문과 기사단의 부채를 갚는데 사용될 테고, 그래서 말인데, 혹시 발렌베르에는 항구도시가 필요하지 않니?”

“항구도시 말입니까? 있으면 당연히 좋긴 하겠습니다만.”


아서가 알기로 테레사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부동산 중 항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말씀인 걸까.


의문스러운 감정이 담긴 아서의 얼굴을 바라보며 테레사가 미소를 지었다.


작가의말

심시티 시작!


글을 찾아주신 독자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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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0. 꿈 - 1 +3 22.05.31 392 8 10쪽
29 9. 새로운 물결 - 4 +3 22.05.30 392 7 9쪽
28 9. 새로운 물결 - 3 +3 22.05.30 398 10 9쪽
27 9. 새로운 물결 - 2 +1 22.05.29 427 8 9쪽
26 9. 새로운 물결 - 1 +3 22.05.28 448 7 9쪽
25 8. 결투는 신중히 - 1 +2 22.05.27 430 12 9쪽
24 7. 축배 - 3 +4 22.05.27 434 9 10쪽
23 7.축배 - 2 +7 22.05.26 445 9 9쪽
22 7. 축배 - 1 +5 22.05.25 471 9 10쪽
21 6. 집안 정리 - 2 +5 22.05.24 510 10 11쪽
20 6. 집안 정리 - 1 +3 22.05.23 515 10 10쪽
» 5. 부활의 신호탄 - 2 +1 22.05.22 498 9 10쪽
18 5. 부활의 신호탄 - 1 +1 22.05.21 494 12 9쪽
17 4. 매가 약이다. - 4 +1 22.05.20 479 9 10쪽
16 4. 매가 약이다. - 3 +4 22.05.19 484 9 9쪽
15 4. 매가 약이다. - 2 +3 22.05.17 503 12 11쪽
14 4. 매가 약이다. - 1 +1 22.05.17 524 10 12쪽
13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3 +2 22.05.16 536 13 10쪽
12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2 +4 22.05.16 540 14 11쪽
11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1 +2 22.05.15 577 12 10쪽
10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5 +3 22.05.14 585 13 11쪽
9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4 +1 22.05.14 595 13 11쪽
8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3 +1 22.05.13 635 11 10쪽
7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2 +1 22.05.13 717 11 9쪽
6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1 +5 22.05.12 829 18 11쪽
5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4 +4 22.05.11 959 22 10쪽
4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3 (내용 수정) +2 22.05.11 1,010 29 12쪽
3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2 +2 22.05.11 1,232 3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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