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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죽어도 글 써야지.

괴담의 기억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중·단편

완결

이가네
작품등록일 :
2019.07.21 19:20
최근연재일 :
2019.09.29 20:4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192
추천수 :
81
글자수 :
67,721

작성
19.09.22 20:38
조회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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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세 번째 이야기 - 후회 (하)

DUMMY

"그게, 거실에 이상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지 뭐니"

"그림자요?"


바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달빛과 가로등 불빛만 거실을 밝히고 있었다.

할머니는 이어서 말씀하셨다.


"네가 방문을 열고 나오자, 그 그림자도 없어졌단다."

"에이, 농담을 무슨 진지하게 하고 그래요. 이제 주무실거 아니에요?"

"아니, 진짜로 거실에 그림자가 있었데도."

"알겠어요 할머니. 그렇다 해도 지금은 없잖아요. 그렇죠?"

"음, 이상하다. 아까는 분명히 사람 그림자가 있었는데."


할머니는, 이상하다며 분명히 봤다며 혼잣말로 되새기시다 나더러 빨리 자라고 하며 방에 들어가셨다.

방에 들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나도 방으로 돌아왔는데 할머니의 그 얘기를 듣고 뭔가 연상되었다.

'혹시?'


나는 노트북을 켜서 딥웹으로 들어갔다.

접속을 하자마자 어떻게 알았는지 바로 메시지창이 열렸다.


알 수 없음: 안녕, 오랜만이네. 아 오랜만은 아닌가? 아무튼.

나: 뭐야? 분명히 차단했을텐데. 어떻게 연락한거야?

알 수 없음: 그걸 알면 재미가 없지. 가장 쉽게 생각해보면 계정이 여러 개일까?

나: 메시지 보내지마.

알 수 없음: 또 차단하게? 오늘 너네 집을 봤는데,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어! 나 봤을텐데.

나:


나는 뭐라고 보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마지막 메시지를 바라보며 벙 쪄있었다.

혹시 하고 생각했던게, 가정이 사실이 되는게 이렇게까지 서늘할지 몰랐다.

그 서늘함은 소름을 넘어서 나를 굳게 만들었다.

어떻게 가능한거지? 어떻게? 그것도 딥웹에서 어떻게 가능한거지?

혼란에 빠져있을 때 모니터에서 입력중 이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알 수 없음: 무서워? 아니면 혼란스러운건가?

나: 너 뭐하는 자식이야.

알 수 없음: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약골이 인터넷에서는 이렇게나 대담하네.

나: 나에대해 뭘 안다고 그래?

알 수 없음: 너는 내 영상을 내 주술을 필요로 했어. 그걸로 충분해.

나: 이상한 소리 하지말고 대답해. 넌 누구고, 뭐 때문에 내 주변에 있는거야?

알 수 없음: 니 주변에만 있는게 아니야. 내가 누군지는 나중에 알게될거야. 복수 안 해?

나: 닥쳐! 내가 알아서 할거니까!

알 수 없음: 내가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아. 그러니까, 서둘러주면 좋겠어 친구!

나: 내가 ㄴ..

- 대화가 종료되었습니다. -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초자연적인 존재인것일까?

그럴 수 없다는것을 머리로는 알고있지만 이건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다 그만두고 싶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것도 있지만 너무 겁이났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마무리짓고 싶었다.

내가 그만둔다고 해도 그자식들은 그만두지 않을걸 아니까.

자기와 같이 다니는 친구들이 하나 둘씩 죽어나가는데도 아랑곳 하지않고 나를 괴롭힌 그녀석들을 나는 저주하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딥웹 속 그것의 말대로 끝까지 복수를 해야하는건지, 아니면 그만두고 다시 괴로운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혼란스러워 할수록 그것은 나에게 더 흥미를 가지고 재밌어할까?


핸드폰에서 알람소리가 울렸다.

자정을 알리는 소리였다.


어차피 이미 시작한 일이었다. 각오 한 일이었다.

나는 침대 구석의 봉지에 있는 봉제인형 3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모든 준비를 끝낸 뒤 차례대로 종이에 피로 월일과 이름을 적어 인형에 붙였다.


오늘 밤, 다 끝내는거야.


첫 번째 인형을 바라보았다.

'니들 중 너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유형이었어. 내가 어디에 있든 찾아내서 나를 끌고갔지. 한참을 두들겨맞고 쓰러져있던 내게 침을 뱉고 더러운새끼, 거지새끼 라며 나를 욕했었지. 너의 그 행동들이 내가 오늘 너를 죽일 수 있게 만들어준거야.'


니퍼를 꺼내 인형의 양 손목을 잘라냈다.

그리고 바늘을 꺼내 다시 손목을 꿰매었다.

이어서, 두 다리를 네 번 엮어서 발을 묶어버렸다.

알 수 없는 느낌이 속에서 다시 꿈틀대고 있었다.

인형을 바라보는데 인형이 내게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미 멈출 수 없다.


마지막으로 배를 조금 찢어내고 그 안에 솜을 빼고 모래를 가득 담았다.

이 인형에 담긴 녀석은 똑같이 죽었을것이다.

첫 번째 인형을 두고 남은 두 개의 봉제 인형을 꺼냈다.


그런데 문득 그런 궁금증이 들었다.

만약 녀석들이 잠을 자는 상태가 아니라면?

그러면 어떻게 되는것일까.

실패일까? 아무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걸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진행해보는 것 밖에 답이 없다.

두 개의 인형을 한 번에 처리하기 위해서 종이를 붙이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번에 복수 할 녀석들이 내게 했던 일들을 회상했다.

잊지않았다. 잊을 수 없다. 너희가 한 짓이 나를 얼마나 화나게 했는지 너희는 알 수 없을것이다.


‘너희는 우리 부모님이 없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약점 삼아 나를 괴롭혔었던걸 나는 잊을 수 없어. 거기까지만 했어야지. 거기서 우리 할머니마저 욕하고 우리 할머니를 죽이겠다고 협박까지한 니들을 나는 용서할 수 없어. 절대로.’


증오심이 오르고 올라 머리 끝까지 차올랐을 땐 오히려 침착해졌다.

침착해지니까 죽이는 것 보다 어떤 방식으로 복수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이 되었다.


손과 발을 잘라서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이다.

그렇게 하려 생각하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곧장 인형의 손목과 발목을 커터칼로 잘라내었다.

그리고, 남은 인형의 입을 찢어서 그 안에 넣었다.


바닥이 피로 흥건했다.


이제 다 끝났다.

이걸로 끝이 났다.

그런데, 왜 어째서 이런 기분이 드는걸까.

처음엔 알 수 없는 감정이 복받쳐 올라와서 기분이 좋았다.

하면 할수록 내가 내가 아닌것처럼 느껴졌다.

모든게 끝난 지금은 증오와 분노가 허무로 돌아갔다.


“허탈해..”


혼자 속삭였다.

멀리 남은 앉혀져 있는 큰 인형이 보였다.

아까 나를 불러세운 그 자식을 담을 그릇이었다.

순간적인 감정으로 인해 원래의 인형에 담아버렸지만.


갑자기 피로가 몰려와서 시계를 보니 3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뒷정리를 하고 노트북을 끄려고 했다.

메시지가 와있었다.


알 수 없음: 이제 좀 후련해?

나: 너는 도대체 뭐야?

알 수 없음: 이제 다 끝났으니까 찾아갈게.

나: 뭐?


대화는 종료되지 않았는데 읽지를 않았다.

그 때 방에 있는 창문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나는 놀래서 벌떡 일어나서 창문을 주시했다.

그림자는 서서히 손을 들었는데 어딘가를 가르키는 것 같았다.

손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돌아봤는데, 인형이었다.


마지막 남은 큰 인형.


“뭘.. 보라는거야?”


혼자 여유로운 척 말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대화상대의 정체는 정말 초자연적인 것이었으니까.

다시 창문을 봤는데, 여전히 그대로였다.

커튼을 걷을 자신은 없어서 다시 인형을 봤다.


달라진 부분이 있었다.

인형의 왼쪽 팔과 오른쪽 팔에 각각의 종이가 쥐어져 있었다.

나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다가가서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펼쳤다.


내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힌 종이와 할머니의 이름과 생면월일이 적힌 종이 두 장이었다.

두 장은 모두 피로 적혀있었다.


나는 몸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었고, 노트북에서 알림소리가 나서 다시 돌아보니 메시지가 와있었다.


알 수 없음:선택해.

나: ㅁ..ㅝ뭐를 ㅓㄴ택하라는거야.


손이 도저히 진정이 되지 않아 오타가 남발했다.


알 수 없음: 너를 희생할건지, 니 할머니를 희생할건지.

나: 무슨 소리야.

알 수 없음: 난 분명하게 말했어. 부작용이 존재할거라고.

나: 부작용...?

알 수 없음: 잠들지 않은 존재를 강제로 강령술하는 것은 주술자의 잠 든 주변인을 댓가로 하지. 그게 본인이 되기도 하고. 이제 선택해.


무슨 소린가 하고 한참을 들여다 봤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런데 납득이 간다.

창가에 서 있는 저 그림자는 허상이 아닐테니까.

혹시 겁주는 것이 아닐까?


알 수 없음: 시간 다 됐어.

나: 자..잠깐만!

알 수 없음: 나는..

나: 할머니..

-대화가 종료되었습니다-


“뭐야?”


내 몸은 어느새 진정되어 있었고 종료된 대화창을 바라보다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림자가 사라졌다.


역시 장난이었나 하고 생각하는데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순간적인 생각이 머리를 꽉 채웠고 나는 고민도 안하고 바로 방 문을 열고 뛰쳐나가서 할머니 방을 열었다.


검은 그림자가 아귀같이 큰 입을 벌리고 할머니를 먹고 있었다.


순식간이었다.


할머니는 온데간데 없고 그 자리에는 그것만이 서있었다.


웃으면서.


“하... 할머니?... 꿈이지? 꿈일거야..”


나는 내 뺨을 수없이 갈겼다.

얼얼하고 아팠다. 꿈이 아니었다.

차라리 기절이라도 하면 나을것을 마음대로 되는것이 없었다.


그것을 향해 할머니를 돌려달라고 소리치며 달려갔다.


손 닿을 거리로 좁혀지자 그것은 정말 서서히 사라졌다.


나만 남았다.


나 때문에 할머니가 죽었다.

수십분을 울다, 할머니의 방에서 혼자 지쳐쓰러져 잠들었다.


날이 밝고 눈이 부셔서 잠에서 깼다.


“할머니.”


반사적으로 말했지만 어디서도 할머니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다시 눈물이 났다.

꿈인 줄 알았는데, 꿈이 아니었다.


혹시 몰라 노트북을 켰다.

인터넷을 들어갔다.

메인 뉴스에 동네 연쇄 살인사건이 핫토픽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어제 내가 한 그대로 나를 괴롭히던 무리들이 모두 죽었다.

저 사건은 영원히 미제 사건으로 남을것이다.


딥웹에 접속했다.

나는 눈이 동그래져서 화면을 바라보았다.

메시지가 하나 와 있었다.


알 수 없음: 후회해도 소용없어. 재밌었어 친구.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복수도 다 끝냈는데, 이제 남은게 없다. 아무도 없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자신이 없다. 후회만 늘었다.

다시 얼굴에 눈물이 흐르는것을 느꼈다.


진짜, 나만 남아버렸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파일이 누락되어서 올라간 것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ㅠㅠ

이제 마지막 이야기가 끝났네요. 이야기 종장과 최종장으로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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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의 기억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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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괴담의 기억 19.09.29 63 4 9쪽
» 세 번째 이야기 - 후회 (하) 19.09.22 59 3 10쪽
22 세 번째 이야기 - 후회 (중) 19.09.15 46 3 4쪽
21 세 번째 이야기 - 후회 (상) 19.09.10 54 3 6쪽
20 세 번째 이야기 - 불가항력 19.09.08 52 3 7쪽
19 세 번째 이야기 - 인형 19.09.04 55 4 7쪽
18 세 번째 이야기 - 강령술 19.09.01 67 3 6쪽
17 두번째 이야기 - 종장 19.08.31 53 3 7쪽
16 두번째 이야기 - 정체 19.08.30 51 3 11쪽
15 8/28 휴재공지 19.08.28 49 3 1쪽
14 두번째 이야기 - 원흉 (하) 19.08.25 55 3 9쪽
13 두번째 이야기 - 원흉 (중) 19.08.21 58 3 5쪽
12 두번째 이야기 - 원흉 (상) 19.08.18 87 3 7쪽
11 두번째 이야기 - 소유품 (하) 19.08.14 63 3 6쪽
10 두번째 이야기- 소유품 (상) 19.08.11 67 3 6쪽
9 첫번째 이야기 - 종장 19.08.10 68 3 4쪽
8 그 후 -하- 19.08.07 72 4 10쪽
7 그 후 -상- 19.08.04 68 3 10쪽
6 세번째 꿈 -하- 19.07.31 97 3 10쪽
5 세번째 꿈 -상- +2 19.07.28 117 4 8쪽
4 두번째 꿈 19.07.24 146 4 6쪽
3 첫번째 꿈 19.07.21 221 4 4쪽
2 서장 19.07.21 222 4 3쪽
1 세가지 괴담 +2 19.07.21 303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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