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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죽어도 글 써야지.

괴담의 기억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중·단편

완결

이가네
작품등록일 :
2019.07.21 19:20
최근연재일 :
2019.09.29 20:4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197
추천수 :
81
글자수 :
67,721

작성
19.08.07 18:31
조회
72
추천
4
글자
10쪽

그 후 -하-

DUMMY

악몽을 다시 꾼 나는 어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방에서 창문을 열고 부적을 꺼냈다.


그리고 그 부적을 태우려고 가방에서 라이터를 꺼내는데 라이터가 기름이 바닥이 나있었다.

그 날 나는 그냥 쓴 지 오래되서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안방 서랍을 뒤져 라이터 두 개를 더 찾았다


그런데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모든 라이터의 기름이 없어진것인데.. 쓴 것이라기에는 서랍에 넣어둘 필요가 없을것이고

모두 하나같이 증발한것처럼 말끔히 기름만 없는것이다.

우연의 일치라기엔 너무 황당한 일이지 않은가.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되려 악몽을 다시 꾸고 나니까 이젠 지긋지긋했다.

옷을 챙겨입고 급하게 집 앞 편의점으로 갔다. 라이터를 구매한 후 집에 돌아와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부적을 들고 불을 붙이려 할 때였다.


-쿵 쿠쿵 쿵


열어놓은 창문에 까마귀 세마리가 차례로 머리를 박았다.

유리가 깨지기 직전이었다.(우리 집은 모든 유리가 이중창으로 설계되어있다.)

너무 놀라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바닥을 바라보니 집 뒤 공동정원에 까마귀 세마리가 목이 꺾인 채 퍼덕이며 죽어가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니 머릿속에서 기억이 오버랩 되어 더이상 이건 우연이 아닌것 같았다.

세마리의 목이 꺾인 까마귀.

할머니댁 기도방에서의 목이 잘린 세명의 신.


나는 덜컥 겁을 먹고 말았고 결국 자신이 없어졌다. 부적에 불을 붙이는 순간 더 험한 일들이 일어날까봐 그게 꿈이 아닌 현실에서 일어나는 그것이 너무 무서웠다.

어머니께 연락을 급히 했는데 어머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다이치 안그래도 전화 걸려고 했는데, 지금 교통사고가 나서 아버지 입원하셨단다. 주소 보내줄테니까 얼른 와!”

“어.. 어머니 잠시만요!”

“우선 와서 이야기하자. 아버지 상태 많이 안좋다고 병원에서 연락이 와서 엄마도 가고 있으니까.”


그렇게 통화가 끊어졌고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을 했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교통사고 소식. 어버니의 다급함. 지금 바로 병원으로 간다면 부적을 태우지 못한다. 태우지 못하고 나갈 경우 나는 더한 악재에 휩싸이게 되는것이 아닐까?

나는 병원에 가서 어머니와 얘기를 하고 부적을 태우기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상태가 몹시 걱정되었다.

누군가 이걸 본다면 분명 우스울것이다. 그냥 태우고 병원에 가면 되지 않은가 생각할것이다.

내 상황이라면 그럴 수 없다는것을 알 수 있다. 이 모든 상황이 우연이 아닌 것과 이어지는 악몽 속에서 서서히 나를 옭아매는 그것들. 부적 태우는것 조차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병원에 도착한 나는 어머니께 어떻게 된 일인지 들었다.

어이가 없었다. 과속을 한 트럭이 교차로에서 아버지의 차를 들이받았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의식이 없는 상태이고 수술은 한시간 뒤 진행된다고 한다.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시며, 정신이 없어 보이셨다.

나는 이 상황에서 이런 어머니께 부적과 악몽에 대해 말씀드릴 수 없다 판단하여 집에 들렀다가 오겠다 말한 후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기 전 혹시 몰라 라이터를 사고 집에 들어갔다.

시간대가 늦은 저녁을 향해 가고있었고 야속하게도 오늘만큼은 해가 빨리지는것 같았다.

아까 산 라이터를 찾는데 라이터가 보이지 않는다.

도둑이 들었다고 해도 라이터만 없어지는건 말이 되지 않았다.

문득 집 자체에서 불길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 느낌이 싫어서 무서워서 방에 들어가서 불을 켜고 부적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부적에 불을 붙여 태웠는데, 부적이 다 탈 때 쯔음 어머니께 연락이 왔다.


“네 어머니.”

“다이치...... 아버지가.....”


정신이 멍해졌다.

내가 일찍 부적을 태웠다면, 아니 처음부터 잘못된것이다. 내가 할머니의 말씀과 어머니의 경고를 무시했기 때문에 악귀에 들린것이고 집안이 줄줄이 초상이 나는것이다. 왜일까? 왜 하필 나였을까.

급하게 병원으로 갔다.

어머니는 계속 우셨는지 얼굴이 핼쑥해지셨다. 아버지는 결국 돌아가셨다. 교통사고로 인한 장기파열이 원인이라고 하는데, 그 운전자는 사고 이후 경찰서로 가서 진술을 작성하느라 아직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게 할머니를 보내드린지 얼마 되지않은 시간, 아버지의 장례를 치렀다.

장례를 치른 후 집에 어머니와 함께 돌아와 거실에서 얘기를 나눴다.


“어머니..”

“다이치... 괜찮아 엄마는.. 사고였잖니.. 엄마는 이제 너만 남았어 다이치.”


그 말을 끝으로 어머니는 다시 눈물을 흘리셨고 나는 어머니를 안고 다독여주는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어머니가 좀 진정이 되셨을 때 나는 꿈 이야기를 했고, 목이 부러진 까마귀와 할머니 댁의 그림 그리고 부적을 태운 이야기까지 했다.

그런데 어머니도 의외의 이야기를 하셨다.


“사실 엄마도 꿈을 꿨어. 집에서 내가 자고 있는걸 내가 보고 있었거든. 그런데 누군가 길목에서 걸어오는게 보이기 시작하는거야. 그렇게 한참을 걸어오는것만 보였어. 그런데 걸어오던 시점의 누군가가 중간에 멈춰서서 벽을 긁기 시작하더라. 손톱이 부러지고 피가 나는데도 멈추질 않았어. 그 장면을 보는데 너무 징그럽고 겁이나서 나는 그만하라고 소리를 질렀는데, 갑자기 하던 행동을 멈추고 팔을 들어 손가락으로 어느 위치를 가르키는걸 보고 꿈에서 깨게됬어. 엄마는 악몽이라는걸 어릴 때 이후로 처음 꿔서 그런건지 온 몸이 떨리더구나. 돌아가신 할머니 말씀대로 바로 부적을 태웠는데, 너도 엄마도 꿈을 꿨다면 분명 너희 아버지도 꿈을 꿨을거야.”


“그럼.. 아버지는 부적을 태웠나요?”


“그걸 찾아볼 생각이야”


안방으로 향해서 어머니와 함께 부적을 찾기 시작했다.

한참을 찾다가 어머니가 장롱 앞에서 소리를 지르셨다. 바로 달려갔는데 부적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 색은 어머니와 나 둘 다 말 안해도 무엇으로 물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집 전체가 으스스하게 느껴졌다. 적막을 깬 건 나였다.


“아버지도 역시 꿈을 꾸셨어요. 그런데 부적을 태우지 않으셔서 그런 사고가 일어난게 ...”

“그만. 다이치 그만해. 그건 사고였고 꿈은 꿈이야. 현실이랑 이어질 수 없어. 엄마가 내일 이 부적 들고가서 절에 가볼거야. 넌 어떻게 할거니?”

“저는 못가겠어요 어머니.”

“그럼 그렇게 해. 우선은 밤이 늦었으니까 자러 들어가렴.”


화가 났다. 절이든 무당이든 찾아갔을 때 나에게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말들을 할까봐 겁이나서 가지 못하겠는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어머니는 어머니도 아버지를 보내고 잔뜩 겁에 질리셨을거다. 그런데 나는 어머니가 내는 용기에 절반도 못하다는 것에 너무 화가났다.


방에 들어와 누워서 잠들기 직전에 생각했다.

내일 어머니와 함께 가야겠다고.


그렇게 잠에 들었다. 꿈이란 얘기를 하고 공유를 하면 이어지는것도 잊은 채.


골목이다. 골목을 걷고 있다.

한참을 걸어서 집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손으로 위를 가르키더니 아파트 단지 뒤로 돌아간다.

정원이었다. 아무것도 없다. 땅을 파기 시작한다.

까마귀 세마리가 나왔다. 하나같이 목이 없다.


꿈에서 깼다.

나는 바로 엄마의 꿈과 이어진 꿈이란것을 알았다.

그것이 우리 집으로 들어오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것일까..


내가 꾼 이후 어머니는 한동안 꿈을 꾸지 않았고 어머니는 용하다는 절과 무당집에 찾아갔다.

찾아갈 때 마다 무당집에서는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고 절에서는 손을 쓸 수 없는 악신이 끼어있다고 했다. 그러나 조상이 령이되어 우리를 보호하고 있다고 했다. 할머니다.

그렇게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의 시점을 체험한 꿈을 꾼 이후 또 다시 한동안 꿈을 꾸지 않았다.

내 생각에 할머니의 말씀대로 부적을 태웠기 때문에 어머니와 나는 무사할 수 있었던것 같다.


어머니는 그 후로도 계속해서 수소문하여 방법을 모색하고 계셨고, 나는 점차 진정이되어 현재의 상황에 적응하고 천천히 조금씩 평범해져가고 있는듯 했었다.


이제 마지막 기록이다.

이 글을 쓰기 삼일 전부터 다시 꿈을 꿨다.

누군가의 시야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것은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꿈 속이면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갑작스러운 가슴통증을 느꼈다.

공유하는 시야를 통해 피를 토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피를 토하고 천천히 천천히.. 발을 끌며 멀리 보이는 내가 사는 아파트를 향해 갔고, 어제의 꿈에서는 현관앞 까지 도착했었다.


어머니는 한동안 찾다가 그만두실 줄 알았는데 심각함을 인지한 순간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아에 밖에서 지내시면서까지 전국을 헤매고 계신다. 악신이 꼈다고 말한 그 절에서는 말했었다.

이 신을 떼어내려면 제물이 필요하다고. 그 제물은 인간일지 돼지일지 알 수 없다 했다.


나는 지금 이 기록을 마지막으로 작성하고 오늘도 꿈을 꾸겠지.

아마 오늘은 꿈에서 그것의 시야를 통해 나를 보게 될 것 같다.

희생량이 내가 되고 어머니가 무사하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나는 아직도 현실과 꿈이 모호하다.

이런 나의 상황이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혹시 누구라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면, 그런 악몽이 연속되어진다면 가볍게 여기지 않길 바란다.


돌아가신 할머니와 아버지께 죄송하다는 글을 남기며, 어머니가 꼭 무사하시길 기도한다.


작가의말

아... 처음 인사드리네요. 안녕하세요 (이가네)입니다! 첫 작품의 첫번째 이야기가 끝이 났습니다. 

아쉬운 부분도 많긴하네요...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고 두번째 세번째 에피소드까지 재밌게 읽어주시기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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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세 번째 이야기 - 강령술 19.09.01 68 3 6쪽
17 두번째 이야기 - 종장 19.08.31 53 3 7쪽
16 두번째 이야기 - 정체 19.08.30 51 3 11쪽
15 8/28 휴재공지 19.08.28 49 3 1쪽
14 두번째 이야기 - 원흉 (하) 19.08.25 56 3 9쪽
13 두번째 이야기 - 원흉 (중) 19.08.21 58 3 5쪽
12 두번째 이야기 - 원흉 (상) 19.08.18 87 3 7쪽
11 두번째 이야기 - 소유품 (하) 19.08.14 63 3 6쪽
10 두번째 이야기- 소유품 (상) 19.08.11 67 3 6쪽
9 첫번째 이야기 - 종장 19.08.10 68 3 4쪽
» 그 후 -하- 19.08.07 73 4 10쪽
7 그 후 -상- 19.08.04 68 3 10쪽
6 세번째 꿈 -하- 19.07.31 97 3 10쪽
5 세번째 꿈 -상- +2 19.07.28 117 4 8쪽
4 두번째 꿈 19.07.24 146 4 6쪽
3 첫번째 꿈 19.07.21 222 4 4쪽
2 서장 19.07.21 222 4 3쪽
1 세가지 괴담 +2 19.07.21 303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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