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야기 - 불가항력
아, 굳이 급할 필요가 있을까?
오늘 안에 다 죽일 필요가 있을까?
딱 하나만 더 해보고 결과를 내일 확인하고 다시 실행에 옮겨야겠다.
원래는 오늘 모두 다 꿰뚫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영상에서 본 모든 것이 진짜인지 정말 죽은것인지 확인이 필요했다.
인형에서 난 피는 모든 것이 진짜임을 알려주었지만, 그것이 내가 한 행동과 얼마나 똑같이 되었는지도 확인이 필요했고 무엇보다 죽었는지는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다시 강령술을 할 인형을 집어넣고 처음 꺼내놓은 하나만 진행하기로 했다.
인형을 들고 생각했다.
나를 괴롭히는 일진 무리 중 내 표정만을 트집 잡으며 때렸던 덩치 큰 새끼가 있다.
이번엔 그 새끼를 생각하기로 했다.
눈을 감고 인형에 그 새끼를 대입시키던 중 나도 모르게 분함과 화가 동시에 올라오고 있었다.
그 놈의 일진놀이 지긋지긋하지도 않았나보다.
생각해보면 항상 그랬다.
어느순간부터 내 주변의 친구들은 하나 둘 나를 멀리했고, 그 원인을 찾기까지는 얼마 안걸렸다.
어제도 어김없이 골목으로 불러세워 날 때리고 할머니의 돈을 갈취해간 놈들.
그 놈들이 내 주변에 있는 친구들에게 언질을 했던것이다.
한 번은 친구들에게 찾아가 얘기를 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더이상 아는 척 하지 말아달라는 답이었다.
처음부터 얘네들을 안 것도 아니었다.
어느순간 우리 반의 일진이었던 놈이 자기 무리의 애들에게 말을했고 그 당시는 학기초 였기에 자기들의 장난감을 찾던 중 내가 목표가 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까지 오게 된거고 인형에 대입한 놈은, 나를 괴롭히는 애들 중 가장 아프게 했던 놈이다.
‘그 날 이후, 항상 있었지. 너는 내 앞에 서서 벌레보듯. 내가 살려달라고 빌면 죽이지는 않을거라며 아무렇지 않은 듯이 항상 재밌다는 표정으로 내 뺨을 갈겼지.’
회상을 잠깐 했을 뿐인데, 볼이 아려왔다.
화가 쌓이고 쌓여 가슴이 답답하고 숨 쉬기가 힘들어졌다.
나는 얼른 닭 피를 받았고, 종이에 피로 이름과 생일을 적어넣은 뒤 인형에 감았다.
그리고 들고 있던 칼을 인형의 복부에 꽂아 벽에 박았다.
천천히 주먹을 움켜쥐고 인형의 얼굴을 갈겼다.
봉제인형의 두께가 크지 않아서 내 손에도 통증이 있었지만 그런건 전혀 개의치 않았다.
3~4번 인형의 얼굴을 때렸을 때 인형의 얼굴은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피를 보자 다시 이상함을 느꼈다.
아니 신기한 호기심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산 건 일반적인 봉제인형일 뿐인데, 어떻게? 하고 말이다.
지금 하는 복수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 커터칼을 들고 인형을 난도질 했다.
상상 이상의 피가 흥건하게 고였다.
그 때, 밖에서 할머니가 나오는 소리를 들었고 나는 황급히 인형과 닭 그리고 준비했던 물품들을 급하게 침대 아래로 다 때려넣었다.
잠시 후 할머니가 내 방문을 조용히 열고 들어왔다.
아마 내가 자는지 확인하러 들어 온 거겠지.
할머니가 다가오는게 느껴졌다.
자는 척을 하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칼을 주워들었다.
커터칼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고 바닥에 둔 것이다.
“이게 왜 여기에 있을까..”
목소리에 걱정이 묻어났다.
곧 내 손목을 걷어올리시고 확인을 하더니 자해 흔적이 없는걸 보고는 칼을 들고 나가셨다.
큰일 날 뻔 했다.
죄송해요 할머니. 아직은 밝힐 수 없어요.
칼도 없어졌고 어쨋든 일단 급히 다 정리가 된 상태에서 두 놈에게 강령술을 시도해서 두 놈의 영혼을 담은 인형에 당한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해를 입혔다고 생각하고 자기로 했다.
시계를 보니 두 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벌써부터 내일이 기대가 된다.
.
.
.
악몽을 꿨다. 벌떡 일어나 잠에서 깬 나는 땀 범벅이 되어있었다.
내가 유체이탈을 하는 꿈이었다.
그런데, 유체이탈을 한 나를 붙잡으려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도망쳤고 그것들은 필사적으로 나를 잡으려 했다.
내 몸이 보였고, 나는 들어가기 위해서 내 몸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거의 다 왔는데, 바로 앞에서 손톱이 긴 그림자가 내 머리부터 목까지 긁어내려갔다.
그리고 그걸 본 내가 소리를 지르자, 그것이 뒤를 돌아봤다.
눈이 마주친것이 아니었다.
왜냐면 뒤를 돌아본 그 그림자는 내가 사 온 봉제인형이었으니까.
눈의 위치만 있을 뿐 눈은 없었다.
나는 끝도없이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다 꿈에서 깬 것이다.
좀 진정을 하고 시계를 봤다.
<PM 12:33>
배가 고픈것 같아서 주방으로 갔다.
할머니가 오늘 일 하러 가셨는지 집은 조용했고 주방 탁자 위엔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큰 대접에 반찬들을 담은 후 위에 밥을 퍼서 거실의 소파에 앉아서 밥을 퍼먹었다.
그리고 티비를 켠 뒤 뉴스를 보는데, 뉴스에 내가 아는 얼굴이 나왔다.
나를 샌드백 취급하던 새끼와 내 표정만으로 갈구던 덩치만 큰 새끼
이 두 놈들의 얼굴이 뉴스에 올라왔고 뉴스 데스크 속 아나운서가 말했다.
“너무도 극악무도한 사건입니다. 한 지역에서 고등학생 두 명이 살해 당한 일이 발생되었습니다. 두 명중, 한 명은 눈가에 총을 맞은 것 처럼 관통상이 있었다고 합니다. 나머지 한 명은 고문을 당한 듯이 얼굴이 뭉개져 있었고, 온 몸이 칼로 난도질 당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범인이 아직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하고 문단속도 철저히 해주셔야 겠습니다. 특이점은 이 두 학생은 서로 친구관계였다는 겁니다. /...”
곧 모자이크 처리 된 사진이 올라왔고, 나는 어느새 밥을 퍼던 숟가락을 내려놓은 채 뉴스만을 보고 있었다.
시작은 괴로워서 복수하고 싶어서, 찾아보고 실행 한 강령술 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비현실적인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게, 설마 했는데 진짜로 내가 인형에 한 행동대로 그 새끼들이 죽었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아니, 이상하게도 희열을 느꼈다.
실제로 그 새끼들을 보지않고 폭력을 가했고, 실제로 그들은 똑같이 당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었지만 이 비현실적인 상황은 아직 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도 복수를 성공했다는 앞으로 남은 네 명에게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희열이 느껴졌다.
경찰 관계자들이 확인했을 때 살인사건으로 보고 있다고 뉴스보도가 나왔고, 해당 사건의 범인을 수색중이라고 했다.
뭔가, 무언가 신이 된 기분이었다.
앞으로 남은 네 명은 자신의 운명도 모른 채 내가 행하는 천벌을 피하지 못할것이다.
점심을 먹고 나는 몰래 비상금을 숨겨놓았던 서랍을 열어 비상금을 꺼내들고 좀 더 큰 인형을 사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 작가의말
태풍이 지나갔어요. 제가 지내는 곳은 정전이 되서 상당히 불편했네요.
다들 피해없이 무사히 지내셨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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