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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죽어도 글 써야지.

괴담의 기억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중·단편

완결

이가네
작품등록일 :
2019.07.21 19:20
최근연재일 :
2019.09.29 20:4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219
추천수 :
81
글자수 :
67,721

작성
19.07.31 08:00
조회
97
추천
3
글자
10쪽

세번째 꿈 -하-

DUMMY

나는 주방으로 가서 물을 꺼내 마신 후 다시 시간을 확인 했다.


<AM 3:48>


꿈과 시간은 다르지만 지금 물을 마시고 시간을 확인하는 것 까지 꿈 속 내 행동과 일치하여 오싹함이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서 다시 생각을 가다듬었다.


'어째서 다시 악몽을 꾸게 된걸까? 문제가 있었던걸까? 잘 생각해보자 다이치..'


그렇게 내 자신을 어루고 달래며 생각을 해보려고 했으나 생각이 도무지 나지를 않았다.

답이 없다. 시침이 4로 향하고 있을 때 나는 주방 불을 끄고 바로 내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불이 다 꺼져있는 상태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감으로 천천히 발을 옮기고 있는데 방문 앞에 섰을 때 무언가 문턱 그러니까 문지방에 서있는것을 느꼈다.


'설마 아직도 꿈.....'


꿈 속에서 꿈을 꾸는것이 말이 되는것인가? 가능하기는 한 것인가?

하지만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면 이것은 무엇인가?

여러 생각들이 오가며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그것을 보았다.

보통 문은 사람의 머리가 문 모서리에 닿지 않게끔 설계가 되어 왠만큼 키가 크지 않은이상 문에 머리가 딱 닿을 사람은 없을것이다.

더군다나 우리 가족 평균 키는 작은편이기에 더욱 그렇다. (내가 제일 큰 편이다.)

그런데 그것은 그 정도로 키가 컸고 마치 그 형상은 문지기 같았다.


'침착하자. 꿈에서 깼고 나는 피곤해서 헛것을 보는거야. 눈 앞에 있는 이것은 뭐가 되었든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없어.'


"누구신데 내 방 아니, 그 전에 우리 집에는 어떻게 들어왔어요 ?"


최대한 침착한 어조로 그것에게 말을 걸었으나, 목소리 끝이 가늘게 떨렸다.

계속해서 정면만 바라보는 것 같던 장승같이 큰 그것은 내 목소리를 듣고 천천히 아래를 내려다 봤다. 어둠속에 있어서 잘 보지 못했는데. 내려다 봄과 동시에 눈도 서서히 적응을 해서 어둠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이 마주쳤다.

꿈 속 부모님의 행세를 하던 그것들과 같은 모습이었다. 아니면 모든 악몽 속 그것들의 원흉일 수 있을것 같을정도로 상당히 음산한 기운이었다.

턱은 비정상적으로 어긋나 있었고, 눈은 흰자가 보이지 않는 새까만 흑막만 존재했다.

나는 놀라는것도 잊고 굳어버렸다. 그 표현보다 적절한 것은 없을것이다.

굳었다. 2초 정도 지났을 짧은 시간에 정신을 차리고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아니라 눈 앞의 흉측한 모습의 그것이.


- 흐히히히히 -끼히히히히 -...


한 놈이 아니었다. 그것은 여러 곳에서 비웃고있다. 확실했다. 그런데 쇠로 긁는듯한 듣기 싫은 소리가 겹쳐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방 문마다 문이 열려있었고, 문지방에는 얼굴을 알아 볼 수 없을정도로 망가진 흉측한 몰골의 그것과 입이 찢어져 있는채 웃고 있는 그것 괴이한 형태로 방문 마다 서있었다. 순간적으로 다리에 힘이풀려 쓰러질뻔 했다.


“이... 이것도 꿈이야... 나한테 왜 이러는거야!!”


나는 악몽에서 악몽으로 넘어와서 결국 아직도 꿈이라는 것에 사고가 마비되어 소리를 지르며 주변을 둘러봤다.


부모님의 방과 현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본능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안방으로 달려가서 문을 열어재꼈다.

-덜컥

내가 문 여는 소리에 어머니는 깨셨고 아버지도 깨셔서 앉으셨다.

나는 그것들을 뒤로하고 방에 들어서려는데 소름끼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꿈... 이건 악몽인데... 부모님의 모습을 한 저것들은 과연 진짜 부모님일까?’


그 때 부모님이 먼저 입을 여셨다.


“다이치! 얼른 이쪽으로 오렴!” 어머니가 화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뭘 망설이는거야? 다이치 거기 있으면 위험하다! 얼른 들어와!”

이어서 아버지 또한 화난 표정으로 부추기듯 말씀하셨다. 내 생각이 맞지 않길 바랬다..

그런데 안방에서 다른 방들을 보려면 거실로 나와야하고 거실은 안방에서 ㄱ자로 나와야 하기 때문에

방 문을 열었다고 해서 보이지 않는다. 내가, 여기가 위험한건 어떻게 알았지?

저건 이전 꿈에서 나왔던 그것들이다. 이걸로 확실해졌다.

나는 부모님의 모습을 한 그것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조심스럽게 현관쪽으로 나가려고 했다.

천천히 뒷걸음으로 한걸음.. 한걸음..


-턱..


나는 미쳐버릴뻔 했다. 뒤의 그것들을 생각 안하고 있었다. 이 집은 이미 내 집이 아닌것을 망각하고 있었다. 어느새 내 뒤까지 와 있었다. 나는 문뜩 할머니가 내가 어릴적 해주신 말이 떠올랐다.


“다이치 귀신이나 죽은 혼들은 말이다. 관심을 필요로 해. 그러니 가위에 눌리든 악몽을 꾸든 그것들에게 큰 관심을 주지 않으면 너에게 아무런 짓도 못할거란다.”


뒤만 돌아보지 않는다면 이 장승같이 큰 괴물들이 나를 해코지 하지 못할거라 생각하고 뛰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동시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보고있은 저것들은 .. 그럼.. 곧..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몸을 괴기스럽게 우두둑 우둑 꺾더니 나에게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씨.... 씨발.... 니들 뭐냐고 이 새끼들아!!!”


마지막 발악이었다. 한계다. 두려움이 몸을 지배했고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다가오는 것을 보고있는데 눈 앞에 검은 무언가가 서서히 내려왔다. 내 뒤의 그것이 고개를 숙여 나와 눈을 마주쳤다.


-흐읍!!


그 순간 숨이 멎을 뻔 했다. 이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나는 필사적으로 현관으로 달렸고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문을 열어 나갔다.


바깥도 안이랑 다를 바 없었다. 계단 칸칸 마다 거꾸로 선 자세로 빌라 사람들이 서 있었고, 입으로는 쉴새없이 무언가 속삭였다. 나는 결국 주저앉았다.

눈을 감고 엎드린채 머리를 땅에 세게 반복해서 박았다.

‘꿈이니까, 한 번의 큰 충격으로 깰 수 있을거야.. 꿈에서 하는 행동은 현실의 몸에도 차곡차곡 쌓이니까.. 제발 깨어줘라.. 부탁이야..’

최후의 방법이었다.


“그런다고.. 우리를 안 볼 수 있을거 같아?”


귓가에 쇠를 긁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발목이 보여야 할 높이에 거꾸로 선 주민들의 핏기 없는 까만 눈동자의 얼굴들이 보였고 나를 중심으로 그것들이 둘러 싼 채 곧 달려들것만 같았다.


‘ 누구라도 제발 부탁이니까 나 좀 깨워줘.. 꿈에서 깨게 해줘..’


그것들이 나에게 손을 뻗어 잡으려 하고 있었다. 눈을 감았다.


-삐삐삐삐 -삐삐삐삐 -삐삐삐삐


천천히 손 끝을 움직여봤다. 꽉 쥐어봤다. 아프다.

깨어났다. 알람소리를 들었지만 나는 눈을 감은채 온 몸을 떨며 움직이지 않았다.

눈을 뜨면 아직도 그것들이 주변에 있을것 같았고 움직이면 금방이라도 나를 잡을것만 같았다.

그 때 방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고 익숙한 목소리도 들렸다.


“얘, 다이치 알람 울리잖니. 안일어나고 뭐해?”


그제서야 눈을 떴다. <AM 7:02>였다.

“다이치 울었니? 무슨일이야 어디 아파?”

나를 걱정하는 표정으로 말씀하시는 진짜 어머니를 보고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고 나는 너무나 다행이라며 어머니 앞에서 울고 말았다.


“왜그러니 다이치.. 몸이 안좋은거야? 악몽을 꿨니?”

“ ... 네 너무 무서운 꿈이었어요.. 잠 드는게 무서울정도로 심한 악몽이었어요..”

“괜찮아 다이치, 엄마 여기 있잖니 엄마랑 할머니 댁 가보자꾸나.”

“어머니, 출장 가셔야 하잖아요.”

“괜찮아 다이치, 네 아버지는 이미 나가셨고 엄마는 시간이 늦춰졌는데 그냥 출장 날짜를 미루면 되니까”

어머니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너무 좋았다.

할머니께 꿈의 내용에 대해 말씀 드리기로 했다.


“우선 나와서 밥 먹고, 할머니댁으로 가자”

“네 어머니. 금방 나갈게요 걱정끼쳐드려 죄송해요.”

어머니는 괜찮다며 나가셨고, 나는 내 얼굴을 만져봤다.

온통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그 후 간단히 식사 후 할머니 댁으로 향했고 꿈에 대해 자세히 말씀 드렸다.


“노히코, 내가 분명히 당부했을텐데 네가 조금만 더 신경을 썼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저도 일 때문에 바빠서 어쩔수가...”

“이미 저질러진건 어쩔 수 없으니 핑계는 됐다. 다이치 네 엄마가 준 부적 갖고 있지? 꺼내보거라.”


내 꿈 얘기를 들은 할머니는 한번도 보여준 적 없는 화난 표정으로 어머니와 나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부적을 떼서 보여드렸는데 할머니께서는 위에 물을 뿌리고 노란 종이로 닦아내는 행동을 하셨다.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는데 부적의 글자가 온데간데 없고 붉은 글씨로 또렷하게 ‘죽을 사’가 그려져 있었다. 그만 나는 헉 하고 숨을 들이마시고 말았다.


할머니는 나에게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다고 하며 다시 말씀해주셨고 그제서야 내가 이전에 학원에 가기위해 저지른 행동이 이번 꿈의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할머니는 나와 어머니께 각각의 부적을 하나씩 써주셨고 변해버린 부적은 직접 태우셨다.


그 후 한참을 대화하다가 할머니 댁에서 본가로 올라온 나는 대학평가시험까지 아무 일도 없었고 꿈도 꾸지 않았다. 물론 문지방도 절대 밟고 다니지 않았다. 다 괜찮아진걸까?

나는 그렇게 앞으로도 괜찮을줄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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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세 번째 이야기 - 인형 19.09.04 56 4 7쪽
18 세 번째 이야기 - 강령술 19.09.01 68 3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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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두번째 이야기 - 정체 19.08.30 52 3 11쪽
15 8/28 휴재공지 19.08.28 50 3 1쪽
14 두번째 이야기 - 원흉 (하) 19.08.25 56 3 9쪽
13 두번째 이야기 - 원흉 (중) 19.08.21 58 3 5쪽
12 두번째 이야기 - 원흉 (상) 19.08.18 87 3 7쪽
11 두번째 이야기 - 소유품 (하) 19.08.14 64 3 6쪽
10 두번째 이야기- 소유품 (상) 19.08.11 67 3 6쪽
9 첫번째 이야기 - 종장 19.08.10 69 3 4쪽
8 그 후 -하- 19.08.07 73 4 10쪽
7 그 후 -상- 19.08.04 69 3 10쪽
» 세번째 꿈 -하- 19.07.31 98 3 10쪽
5 세번째 꿈 -상- +2 19.07.28 117 4 8쪽
4 두번째 꿈 19.07.24 149 4 6쪽
3 첫번째 꿈 19.07.21 224 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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