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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죽어도 글 써야지.

괴담의 기억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중·단편

완결

이가네
작품등록일 :
2019.07.21 19:20
최근연재일 :
2019.09.29 20:4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205
추천수 :
81
글자수 :
67,721

작성
19.08.04 15:43
조회
68
추천
3
글자
10쪽

그 후 -상-

DUMMY

세번째 악몽을 꾼 이후 아무 일 없이 무사히 D 대학에 붙었고, 그렇게 평범한 일상을 보낼 줄 알았다.


21살 때 할머니의 몸이 급속도로 나빠지셔서 의식을 잃은 채 큰 병원에 입원을 하셨고 우리 가족은 자주 병원을 가게 되었었다.병원에서는 할머니의 건강이 갑작스레 손 쓸 수 없을정도로 나빠진 상태라 하며 원인을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에게 의사는 말했다.

아마, 이상태가 지속된다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거라고.

20살 이후, 나는 내 생활이 바빠지면서 할머니를 자주 못뵈었었고 어머니에게 듣기론 입원 전 할머니는 상당히 건강하셨다고 한다.

할머니는 병상으로 옮겨지기 전 어머니께 전화 한 통을 하셨는데 내용은 이러하다.


"노히코, 갑자기 전화해서 미안하구나. 지금 시간이 없어 용건만 말할테니 잘 들으렴."


"네 어머니, 무슨일이세요?"


"이 통화를 끊고 내가 다음 날 까지 연락이 없다면 나를 찾으러 내 집으로 와주렴. 이유는 묻지말거라. 그건 내가 괜찮아지면 설명 해주도록 할테니."


"어머님? 어머님?"


그렇게 할머니는 그 통화를 끝으로 연락이 없으셨고 어머니는 할머니의 말씀을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셨다. 그런데 자꾸만 불안한 예감, 그리고 할머니의 알 수 없는 말씀 하루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도 길게 느껴지셨다고 한다.


아버지의 업무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셨을 때, 어머니는 바로 통화내용을 말씀드렸고 그렇게 할머니 댁에 다음날 출발해서 할머니 댁 안으로 들어갔다.

할머니 댁 안은 쥐 죽은듯이 고요한 상태였다고 하셨다.

그 때문인지 어머니는 그 고요함 자체가 불안하여 서둘러 할머니를 찾기 시작했는데, 방마다 문을 다 열어보고 마지막으로 남은 기도방 문을 열었을 때 할머니는 벽에 걸린 그림 앞에 쓰러져 계셨다고 한다.

그 때 어머니는 아버지를 급히 부르셨고 다른 방에 계시던 아버지는 할머니를 보고 얼른 업고 차로 옮기셨고, 남아있던 어머니는 뭔 가 이상해서 벽에 걸린 그림을 보고 불길한 것을 느꼈다고 하셨다.


기도방에 있는 그림은 4개인데, 입구에서 들어오면 정면으로 보이는 영신(英神)단지와 초,향 등이 있고 그 뒤에 다문천왕과 도깨비장군이 있다.


그리고 동쪽과 서쪽 입구쪽인 남쪽에 각각 지국천왕 광목천왕 증장천왕의 그림이 있는데 (앞의 사천왕은 불교의 석가모니를 수호하는 사방신인데, 우리 할머니는 무속신앙이면서 사천왕의 아래인 신을 받으셨기 때문에 불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셨다.) 신주단지 뒷편의 다문천왕과 도깨비장군의 그림을 제외한 나머지동쪽,서쪽,남쪽의 그림들이 모두 머리만 뜯어진 채 벽에 걸려있었다고 한다.


우선은 할머니의 후송이 더 급한 상황이기에 어머니는 그 방에서 나오며 문을닫았다.

어머니는 그 때 생각하셨다고 한다.

할머니가 정정하실 때는 그래도 무당집이니까, 그런 분위기 일 수 있다 싶었는데 지금 이 방은 상당히 기이하며 어둡다고.


그렇게 할머니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모시고 병원에 오게 된 것이다.

그 후 할머니가 입원한지 두 달 정도 지났을 때, 할머니의 의식이 돌아오셨다.

병실에는 나와 어머니 뿐이었고 아버지는 역시 일 때문에 바쁘셔서 일주일에 1~2번 정도 오셨었다.

어머니는 급하게 간호사를 호출했고, 간호사가 와서 할머니의 상태를 체크하더니 전문의가 곧 들어와서 다시금 체크를 했다.


할머니는 의식이 돌아온 후 목이 마르다 하시고, 물을 달라 요청하고 어머니와 나를 제외한 나머지 간호사와 의사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할머니는 그렇게 침대에 앉은 채 물을 한 잔 마시고나서 옆 선반에 컵을 올려 놓고 한동안 나와 어머니를 지긋이 바라보셨다.


그 때 내가 느낀 할머니의 눈은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이 서려있는 것 같았다.

적막. 그 적막을 깨고 할머니께서 먼저 말을 꺼내셨다.


"평범히 살 수 있었음에도 평범하지 않은 집안으로 시집을 와서 평범히 살 수 없었겠구나. 정말로 미안하고 고생했다 노히코"


"어머님, 무슨 말씀이세요. 남편도 잘해주고 또 어머님이 친어머니 처럼 잘해주셔서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음.. 이 자리에 아비가 없는게 아쉽구나. 노히코 그리고 다이치, 오늘 내가 의식을 되찾은건 내 몸에 담긴 영신 덕분이란다.


나는 아마 내일 일어나진 못할 것 같구나. 내가 죽고나면 우리 집의 기도방에 있는 영신단지가 있을게다. 그 안에 편지와 마지막으로 부적을 넣어놨으니 확인하렴."


" ··· 어머님.. 지금이라도 바로 남편 부를게요."


바로 휴대전화를 꺼내서 전화를 걸려고 하는 어머니의 팔을 할머니가 붙잡고 고개를 천천히 저으셨다.

어머니는 할머니의 야윈 얼굴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그 때 나는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할머니가 의식을 찾았고 내일 당장 돌아가신다고 하는데 이 자체도 실감이 나지 않아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도 나는 그 때가 살면서 가장 미련했던 때인것 같다.


그렇게 다음날 새벽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소식을 접한 아버지는 한달음에 달려오셨다. 바로 장례를 이어서 치렀고 장례를 마친 후 할머니의 유언대로 어머니와 함께 할머니댁 영신단지를 찾으러 갔다.

기도방에 들어서는 순간 어머니와 나는 역한 냄새와 기분 나쁜 서늘함 때문에 인상을 찡그렸다.


초와 향 사이에 있는 영신단지를 열어보니, 안에 두 장의 편지와 부적 세 개가 있었고 그걸 꺼내들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어머니는 편지를 먼저 읽으셨다.


어머니가 밖으로 나갔을 때 따라 나가면서 문을 닫는데 문득 정면이 눈에 들어왔다. 영신단지 뒷 편의 다문천왕과 도깨비장군의 그림을, 그릇이 없는 신과 장군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저 그림들마저 공허해 하는것 처럼 보였다.


문을 닫고 나와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어머니가 나에게 물어보았다.


"다이치 너 악몽을 처음 꾼 게 언제니?"


어머니는 마지막 악몽만을 알고계시기 때문에 첫번째와 두번째 꿈을 꾼 사실은 모르고 계셨을거다.

그런데 표정을 보니 어머니는 알고 물어보시는것 같았다.

나는 물어본 질문에 대해 16살 때의 첫 꿈부터 이야기를 다 말씀드렸다.

내가 얘기하는동안 움직이시지도 않고 얘기를 집중해서 들으신 어머니는 얘기가 끝나자 부적을 건네며 말씀하셨다.


"마지막으로 할머니가 쓰신 부적이야. 할머니는 네가 첫 꿈을 꾸고 할머니댁에 들어섰을 때 이미 다 알고계셨던것 같구나. 지금은 잠잠할지 몰라도 다음 악몽을 꾸게 되면 일어나자 마자 이 부적을 태우렴. 꿈을 꾼 그 장소에서"


소름이 돋았다.

사실 무당이라고 해도 다 알진 못할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아무말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이며 부적을 지갑에 챙겨넣고 어머니를 차에 태우고 집으로 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문제가 생긴 최근이다. 22살이 되던 해였다.


그 날은 비가 거세게 내리던 날이었고 어릴 적 할머니께 들은 말로는 비오는 날이면 음기가 가득해진다고 했다.


나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술을 마시며 회포를 풀고 오후 11시쯤 집에 들어와 잠을 잤던것 같다.


꿈..


꿈을 꿨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한동안 꿈을 꾸지 않았던 나는 꿈인줄도 몰랐다.분명 내 방에서 잠이 들었고 잠에 든 지 꽤 지난것 같았다.


그런데 정신이 깨어있는 느낌에 눈을 떴다. 이상했다.


시간은 내가 잠이 들었다는걸 확인이라도 시켜주듯이 새벽2시30분을 가르키고 있었고, 나는 다시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았는데 문뜩 잊고있었던 악몽들이 뇌리를 스쳐 기억을 되살리고 있었다. 동시에 내 몸도 점점 땀으로 젖어가는게 느껴졌다. 이 생각과 느낌이 지속되다가 나는 끝내 소름끼치는 생각을 해버렸다.


'지금 이 상황이 꿈인라면? 이 방에 나만 누워있는것이 나만 있는것이 아니라면?'


나는 그럴리없다며 스스로 생각을 떨쳐내려 다른 생각을 하려고 했다.

다른 생각을 하려고만 하면 자꾸만 할머니의 마지막 편지에 써진 그 내용과 할머니 댁 기도방의 벽 그림이 떠올랐다.


그렇게 몸의 느낌으로 5~15분정도 지났을 때였을까. 감은 눈꺼풀 속에서 뭔가 지나가는게 보였다.

그럴리가 없다. 악몽은 꿈이었다. 그치만 이건 현실이지 않은가. 가위에 눌리는것인가?

생각하기를 멈추고 시체처럼 미동도 않은 채 필사적으로 자려고 노력했다. 아니 자는 척을 했다.


···뚝... 투둑... 뚝..


물소리.. 그것이 코앞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


"ㄴ...너... 지켜주던.. 짜증나는 니 할미도.. 죽었네? 이제 ㄴ.. 너···"


이어서 쇠를 긁는듯한 목소리로 내게 얘기를 했다.


그런데 나는 다시 시작된 악몽 속에서 각인되어 있던 공포가 되살아나, 첫마디를 제외한 나머지 얘기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때였다. 몸 아래서 한기가 느껴졌고,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고 말았다.


그 순간 목을 꽉 조르는 느낌에 신음을 토하며 눈을 떴다.


검은 눈동자에 턱이 반쯤 날아갔고, 날아간 부분에서 피를 뚝 뚝 흘리며 나의 목을 조르는 그것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숨이 안쉬어지는 고통에 몸부림 치다 정신을 잃었고 눈을 떠보니 낮이었다.


일어나서 다시 악몽이 시작됬다는 사실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말 미치게 만드는것은 느낌만은 현실이었고 지금 깬 이순간 마저도 꿈인것 같이 느껴져서 점점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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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두번째 이야기 - 정체 19.08.30 51 3 11쪽
15 8/28 휴재공지 19.08.28 49 3 1쪽
14 두번째 이야기 - 원흉 (하) 19.08.25 56 3 9쪽
13 두번째 이야기 - 원흉 (중) 19.08.21 58 3 5쪽
12 두번째 이야기 - 원흉 (상) 19.08.18 87 3 7쪽
11 두번째 이야기 - 소유품 (하) 19.08.14 64 3 6쪽
10 두번째 이야기- 소유품 (상) 19.08.11 67 3 6쪽
9 첫번째 이야기 - 종장 19.08.10 69 3 4쪽
8 그 후 -하- 19.08.07 73 4 10쪽
» 그 후 -상- 19.08.04 69 3 10쪽
6 세번째 꿈 -하- 19.07.31 97 3 10쪽
5 세번째 꿈 -상- +2 19.07.28 117 4 8쪽
4 두번째 꿈 19.07.24 146 4 6쪽
3 첫번째 꿈 19.07.21 222 4 4쪽
2 서장 19.07.21 223 4 3쪽
1 세가지 괴담 +2 19.07.21 304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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