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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펑크 속 엑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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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쿨드워프
작품등록일 :
2021.05.13 02:19
최근연재일 :
2021.07.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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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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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트로이라와 아카데미(2)

DUMMY

나는 그 말에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곳에 보인 광경은.


“이것들은 다 뭐야?”


“모으느라 조금 힘들었어. 좋아한다고 했었지, 이런 것들?”


그 말대로였다. 오두막에 있는 것들은 하나같이 트로이라와 대화하면서 내가 좋아한다고 한 것들이었다.


아주 작은 오르골부터 시작해서, 음반. 읽고 싶은 책들과 구하기 어려운 조각상까지 있었다.


비록 열 가지 채 되지도 않았지만, 트로이라를 처음 만나면서 시시콜콜하게 나눴던 물품들까지 전부 기억하고 찾아낸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트로이라는 아주 사소한 이야기까지 전부 귀담아듣고 있었던 셈이었다.


트로이라는 어린 여우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원래 같으면 맥스의 생일 때 한 번에 주려고 했는데 그럼 너무 늦어버릴 것 같아서. 지금부터 천천히 주기로 마음먹었어.”


“단. 나와 데이트 할 때마다 한 번에 한 개씩.”


“음···.”


“물론 나를 기쁘게 해주면 데이트 한 번에 두 개씩.”


“나를 울리면 한 번에 세 개씩이야.”


“...”


트로이라는 말을 마치고 나서 나를 향해 환하게 웃어 보였다.


“지금 나를 기쁘게 했으니 두 개를 가져가도 좋아. 맥스.”


“..정말?”


“내가 거짓말하는 것 같아?”


트로이라를 바라보자, 특유의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짓고서 나를 바라본다. 나는 어떤 주제를 꺼내건 날 놀린다는 걸 깨닫고 입을 열었다.


“이것들은 다 어디서 구한 거야?”


“난 천재잖아? 게다가 미소녀고. 그러니까 구하기 쉬워.”


영 알 수 없는 말이다. 더 물어보고 싶었으나 트로이라는 그 말을 끝으로 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이런 것들을 공짜로 받는 게 미안해서 입을 열었다.


“힘들게 구한 거 같은데 그냥 가져도 되는 거야?”


트로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원래 맥스에게 주려고 찾은 거였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너무 미안한데···.”


그 말에 트로이라가 피식 웃는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고맙다고 하고 받아 갈 텐데 맥스는 나한테 뭔갈 더 줄 생각만 하네.”


“음···. 그냥 내 성격이 그렇거든.”“정 그러면. 오늘은 조금 늦게 들어가는 거 어때?”


“늦게? 얼마나?”


“달빛이 아름답게 떠서. 별빛이 안 보일 정도로?”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어.”“그냥 쉽게 말해서 나랑 잔뜩 놀아주면 돼. 대가는 그걸로 충분하니까.”


오로라 기린이 작게 불만스러운 음성을 냈다. 그러나 한 편으론 작게나마 기대하는 듯한 음성을 냈는데, 이곳이 어딘지. 또 내가 트로이라와 뭘 할지 궁금한 듯했다.


트로이라는 그 말을 끝으로 문 앞에 섰다. 내가 무언갈 가져가지 않으면 내보내지 않을 생각인 것 같았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음반과 책을 골랐다. 내가 초창기에 트로이라와 대화를 했던 것들.


이 음반은 현대 세상에서 듣던 것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음악이었다.


내 세상에선 이별 노래만큼 지겨운 것도 없지만, 막상 이곳에 오니 그 특유의 이별 노래가 굉장히 그립더라.


이 음반은 그런 특유의 감성이 담긴 노래가 들어 있었다. 괴짜 취급받고, 별로 많지도 않은 음반이라 딱 한 번 우연히 들어보고 포기했었는데 이렇게 찾게 될 줄이야.


또 이 책은 다른 책들에 비해 ‘사이다’라는게 있는 책이었다. 시원하게 악마들을 찾으며 머리를 빵빵 터트리는 악마 사냥꾼의 이야기였는데, 시원시원한 성격이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이것 역시 신문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읽진 못했던 책이었다.


트로이라는 내가 책과 음반을 쥐고서 히히덕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제 아카데미 구경이나 하러 가볼까?”


“좋지.”


그 전에 나는 주머니에 가까이 책과 음반을 놓았다.


음반이 사라지고, 책이 사라진다.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오로라 기린만의 전매특허 배달 기능이었다.


단 아직까진 책과 음반 정도의 무게가 다지만.


그래도 크면 클수록 점점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질 건 분명했다.


나는 트로이라를 따라서 발걸음을 옮겼다.


...


그 이후로 나는 트로이라와 이곳저곳을 구경 다녔다.


교실도 구경 다니고, 체육관도 구경하고. 정원도 구경하고, 강당과 식당.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하나하나 구경하면서 트로이라는 정성스럽게 건물들에 관해 설명해주었다. 간혹 놀리거나 짓궂은 장난을 칠 때도 있었지만 서로 웃고 넘어갔다.


아카데미의 전체적인 풍경은 굉장히 잘 만들어진 대학교를 보는 느낌이었다.


고등학교를 생각했는데 오히려 대학교 같은 느낌이라 적잖이 당황했는데, 아카데미가 최종 학력인 걸 생각하면 그리 이상한 것 같지도 않은 것 같다.


“내가 만약 좀 더 젊었다면 아카데미를 다녔을지도 모르겠네.”“괜찮아. 나이 많은 사람도 얼마든지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있어. 42세의 헬로트만 남작이라는 사람도 와서 수업을 받았는걸.”


“그래?”


“응. 애초에 아카데미는 배움의 터라서 나이 많으신 분들도 와서 배움을 추구하곤 해.”


“대단하네···.”


“맥스도 불가능한 건 아니니까 포기하지마. 그리고 정 다닐 거면 내년부터 다니는 게 어때?”


“왜?”


“내가 맥스의 선배가 될 수 있으니까. 내 라인 타게 해줄게.”


트로이라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나는 하하 웃으면서 말했다.


“하기야 트로이라 라인이라면 대단하겠네.”


“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유명한데. 내 이름을 모르는 생도는 없다고.”


트로이라는 앞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자. 이곳이 마지막이네.”


“벌써?”


“응. 아쉬우면 천천히 갈까?”


안 들른 곳이 있다고 쳐도, 지나치게 빠르게 끝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그러지 뭐.”


터벅. 터벅.

턱. 턱.


...


트로이라는 미소 지었다. 모든 게 완벽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맥스의 마음을 완벽히 사로잡을 준비는 끝났다.


제아무리 맥스라도 감히 이런 걸 예상이나 했을까?


트로이라는 굉장히 자신만만한 얼굴로 앞을 걸어갔.


우우웅!!


?!


끈적끈적한 검은색 마나가 몸을 휩쓰는 것이 느껴진다.


트로이라는 끈적끈적한 느낌에 눈을 찌푸렸다가 곧, 마나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소릴 질렀다.


“어둠의 정령? 어떻게?”


이곳에서?


말이 끝남과 동시에 어디선가 함성과 격렬한 전투를 벌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 --!!!”


트로이라는 함성이 친구들이 내는 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마나의 격류를 통해 어둠의 정령이 보통 정령이 아니라는 것도.


“ㅡ!!!”


알아차림과 동시에 친구들의 숫자를 파악하고, 마나 흐름을 통해 전투 상황을 계산한다.


다른 인간들은 모를지라도 선천적으로 뛰어난 트로이라는 가능한 일이었다.


순식간에 상황 파악을 끝낸 트로이라는 주머니에서 지팡이를 꺼내 든다.


“...”


어째서 이런 곳에 친구들이 있는지, 어둠의 정령은 어디에서 나온 건지 의문이 가득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란 걸 트로이라는 잘 알고 있었다.


우선 그들을 도와야만 했다. 본능적으로 그들이 밀리고 있다고 소리치고 있었으니까.


“..맥스. 미안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응?”


“할 일이 생겼어.”


맥스가 그 말에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러다 보통 상황이 아닌 것을 직감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내일 보자.”


“응.”


“다치지마. 트로이라.”


“걱정하지 마. 내가 누구야. 천재 마법사 트로이라 아니야.”


트로이라는 맥스가 떠나는 걸 확인하고 난 뒤 언덕을 향해 몸을 옮겼다.


...


“화려한 축제는 나 몰라라 해두고 잘도 내가 있는 곳을 찾아왔네?”


아 혹시 이거 때문이야?


여자는 까르르 웃으면서 펜던트를 들어 올렸다.


“친구들의 유대···. 겨우 그런 것 하나로 이렇게 으슥한 곳에 손수 모여주다니. 감동이라면 감동이야.”


“설마 했는데 네가 이런 짓을 벌일 줄은.”


“왜? 멍청하고 바보같이 웃기만 하는 내가, 이 왕국의 잘난 왕녀님을 납치하고 펜던트를 빼앗을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어?”


“참 순수하기도 하지. 왕녀처럼.”


여자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손길을 내밀었다. 황자는 짜증 난다는 얼굴로 말을 꺼냈다.


“됐고. 적이라는 거 아니야? 다들 칼 들어. 빨리 쓰러트리고 놀고 싶으니까.”


검성의 후예가 말했다.


“하지만. 어째서 이런 짓을 벌였는지 알아둬야 해.”


“멍청하긴. 볼에 있는 청색 눈물점도 안 보여? 저 녀석은 광신도였어.”


“광신도?”


“그래. 눈물의 신을 모시는 광신도. 지독하리만치 허무주의에 물든 놈들이지.”


여자는 그 말에 깔깔 웃었다.


“이 눈물점? 힘을 준다고 해서 한 것뿐. 난 그놈들과 만난 지 며칠 되지도 않았어.”


“그렇다면 너는 왜···.”


여자는 자신의 머릿결을 매만졌다. 머리는 푸석푸석하다. 피부는 제대로 관리조차 되지 못해 더럽기 그지없다. 더러운 옷. 어찌 보면 혐오감이 들 정도.


이렇게나 노력했는데, 태어나자마자 그렇게나 노력했는데.자신이 힘겹게 정복한 산은. 그저 저들에게 있어 간단한 언덕에 불과했다.


이 비루한 삶. 어떤 노력을 해도 결국 달라지는 건 없겠지.


어떤 노력을 해도 거대한 빚 속에, 목숨을 담보로 일하다 죽는 자신만이 보일 뿐이었다.


푸른 눈물점과 자신의 눈물이 맞닿는다. 여인은 웃으면서 말했다.


“결국 의미 없었다. 너희들은 이 말을 기억해?”


“광신도 놈들이 내뱉는 개소리.”


“너흰 그렇게 들리는구나? 있잖아. 나는 이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아.”


소녀는 자신의 손을 내보였다. 더럽고, 상처투성이. 진물이 나 있으며. 공장에서 다친, 다시는 치유되지 않는 흉터.


“결국 아무 의미 없었던 거야. 내가 하고자 했던 것, 이루고자 했던 것. 그 모든 것들.”


처음부터 끝까지···.


“이루어 낸다고 할지라도 결국 다른 누군가의 손짓 한 번에 허무하게 쓸려버리고 말겠지.”


바다의 모래성처럼.


“네 할 말은 다 끝났나?”


남부 왕자가 손가락을 딱 튕기면서 내부에 있는 톱니바퀴를 회전시켰다.


거대한 흙덩어리가 떠올라 뭉쳐지더니만 송곳 모양으로 변했다.


“그럼 이제 죽어라.”


여인은 남부 왕자를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그런 내가 할 수 있는 게 만약 있다면. 그건 뭘까? 이런 나라도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과연 그건 뭘까.”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며 모두를 바라본다.


“인정해. 저 돼지 새끼를 제외하곤, 너희들은 하나같이 세상에 큰 영향을 끼칠 자들이야. 어쩌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지.”


“이 시발새끼가···.”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


거듭되는 질문 속, 황자가 눈치를 챘는지 눈을 크게 뜨더니만 천천히 말을 꺼냈다.


“너···. 설마 우리를 전부 죽이려는 거냐? 그렇게 해서, 네 이름을 역사에 올리려는 거구나. 하지만. 어떻게?”


“그 답은 간단해.”


딱!


모든 불빛이 꺼지고, 그림자들이 하나로 합쳐 거대한 형체를 이룬다.


“중급 어둠의 정령. 트로이라가 있다면, 어쩌면 이길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었겠지.”


빛 마법을 쓸 수 있으니까.


“하지만 없어. 게다가 이 정령 안에는 왕녀도 있지. 만약 내 생명이 꺼질 때까지, 이 정령을 쓰러트리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이 미친 새끼가···.”


“전부 죽어버려.”


여인은 그대로 어둠의 정령에 몸을 던졌다.


어둠의 정령이 여인을 삼킨다. 거대한 가시가 삐죽삐죽 달린 눈물 모양의 정령이 눈을 뜨고선. 모두를 바라본다.


“...”


“우리 엿 된거 같은데?”


오크 왕녀가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일단 한 번 해보자고. 혹시 모르잖아?”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20분만 잔다는게 4시간을 자버렸습니다... 하루빨리 잠 시계를 원래대로 돌릴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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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도시 소동(2) +13 21.07.19 1,803 90 13쪽
50 도시 소동(1) +21 21.07.17 2,038 108 14쪽
49 드러난 능력(2) +10 21.07.16 2,080 98 13쪽
48 드러난 능력(1) +24 21.07.15 2,126 106 12쪽
47 마피아 수장(2) +9 21.07.14 2,092 110 12쪽
46 마피아 수장(1) +7 21.07.13 2,152 103 12쪽
45 하즈판 크라이악(2) +19 21.07.12 2,209 109 12쪽
44 하즈판 크라이악(1) +19 21.07.09 2,385 132 12쪽
43 맥멀린과 공중도시(4) +18 21.07.08 2,279 108 12쪽
42 맥멀린과 공중도시(3) +15 21.06.20 2,611 118 12쪽
41 맥멀린과 공중도시(2) +8 21.06.19 2,573 118 12쪽
40 맥멀린과 공중도시(1) +8 21.06.18 2,728 116 14쪽
39 트로이라와 아카데미(3) +19 21.06.17 2,687 116 14쪽
» 트로이라와 아카데미(2) +8 21.06.16 2,759 114 12쪽
37 트로이라와 아카데미(1) +12 21.06.15 2,881 115 14쪽
36 축제와 스토롤링(2) +10 21.06.14 2,878 140 12쪽
35 축제와 스토롤링(1) +25 21.06.13 2,917 147 11쪽
34 축제 준비(3) +9 21.06.12 2,939 126 14쪽
33 축제 준비(2) +9 21.06.12 2,982 144 14쪽
32 축제 준비(1) +7 21.06.10 3,119 145 13쪽
31 수상한 건강검진(2) +8 21.06.09 3,110 14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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