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쿨쿨드워프의 서재입니다.

스팀펑크 속 엑스트라

웹소설 > 작가연재 > SF, 판타지

쿨쿨드워프
작품등록일 :
2021.05.13 02:19
최근연재일 :
2021.07.23 20:24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89,924
추천수 :
8,498
글자수 :
314,336

작성
21.06.14 19:17
조회
2,877
추천
140
글자
12쪽

축제와 스토롤링(2)

DUMMY

스토롤링의 걸음에 맞추어 천천히 걷는다. 스토롤링은 내 손을 붙잡고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맥스씨는 이곳에서 처음 맞아보는 축제죠?”


“네.”


“저는 수십 년을 이곳에서 살아서, 어떻게 해야 축제를 잘 즐길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데~”


스토롤링은 활짝 웃었다. 그와 동시에 폭죽이 하늘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어때요? 저랑 또 노시는 건?”


“저는···.”


“괜찮아요. 대낮부터 끌고 나올 생각은 없으니까.”


스토롤링은 그 말을 끝으로 사람들이 내놓은 축제 표지판에 등을 기댔다.


“축제는 원래 밤일 때 더욱 고조되기 마련이죠. 오히려 대낮부터 같이 축제를 돌아다니면 가장 중요할 때 흥이 빠져버릴걸요.”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는···.”


“좋아요. 이틀 뒤로 결정. 어때요?”


“...”


“그만큼 맥스씨가 보고 싶어서 그런 거니 너무 뭐라 하지 말아주세요.”


“그럴 의도는···. 없었습니다.”


스토롤링이 눈웃음을 지으면서 앞으로 걸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터벅. 터벅.

또각. 또각.


“맥스! 이렇게 어여쁜 미인 분과 어딜 가는 건가?”


그 말에 스토롤링이 대신 대답한다.


“데이트랍니다.”


“데이트라! 허허허! 좋은 하루 보내시게!”


“이미 좋은 하루를 보내고 있는걸요!”


또각. 또각.

저벅. 저벅.


“맥스. 벌써 식당 문을 닫았나?”


“네. 제가 지금.”

“데이트하고 있거든요. 저랑.”


“아···. 크흠. 수고하시게. 방해해서 미안하네.”


신사는 내게 눈을 찡긋거리고서 멀찍이 물러났다. 스토롤링은 신난다는 듯 발랄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또각. 또각.

터벅. 터벅.


“숙녀분. 정말로 아름다우시군요. 혹시 시간이 있으시면···.”


“미안하지만 여기 제 남자랑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그렇다면.”


“죄송한데 당신은 제 취향은 아니라서요. 좋은 인연 찾아뵈세요.”


터벅. 터벅.

저벅. 저벅.


몇 명의 인사와 스토롤링의 대답이 이어지고 끝난다. 예상대로 스토롤링은 굉장히 아름다워서 주변에서 수많은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스토롤링은 여지조차 주지 않고 날카롭게 거절했다. 워낙 단호한 거절에 몇몇 남자는 힘을 쓰려고 들었는데,


단 한 번의 발차기로 제압한 것은 물론. 강해 보이는 남자는 공중에 띄우고서 정권 지르기로 끝내버렸다.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남자에겐 손 키스를 날리면서 “빨리해주실래요?”라고 여유로운 표정을 보여주는 건 보너스였다.


그렇게 모두를 물리치며 걷던 스토롤링은 발걸음을 멈췄다.


“자. 도착했네요!”


내가 예약한 레스토랑이 아니라 자신이 예약한 레스토랑으로 이끈 스토롤링.


레스토랑은 웅장하면서도 부드러운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하얀 돌로 이루어진 벽과 곳곳에 널린 푸른 천들은, 성을 작게 축소해 레스토랑으로 만든 것 같았다.


웨이터들은 하나같이 품위가 있었으며 동작에는 절제가 담겨 있었다.

식사하는 이들 또한 하나같이 기품이 가득했고, 귀족이 아닌 자가 없었다.

게다가 테이블마다 있는 수많은 음식은 흘겨보는 것만으로 침샘을 자극했다.


“자. 안으로 들어가죠.”


나는 머뭇거렸다. 정말로 이런 곳을 들어가도 되는 건가? 귀족들만 받는 레스토랑이 아닐까.


그러자 스토롤링은 내 손을 잡고 앞으로 이끌었다.


“괜찮아요. 맥스. 무슨 일이 있든 간에."


제가 다 해결할 수 있어요.


스토롤링은 그렇게 말하고서 먼저 식당의 문에 서서 문지기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편지를 주고, 문지기들이 편지를 펼쳐보더니만 아주 공손히 스토롤링과 나를 모시기 시작했다.


이런 식당에서 이런 대우는 처음이라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는데, 스토롤링은 아무렇지 않은 듯 내 손을 잡으며 걷고 있었다.


도리어 내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이것저것 설명해주는 것은 보너스였고.


문득 오스트리 경감의 말이 떠오른다.


[ 자네가 맞선 볼 여인은 아주 강하거든. 그녀와 같이 지낸다면 자네가 위험할 일은 없겠지. ]


어쩌면 이 말은 단순히 육체가 아니라 마음 또한 의미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터벅. 터벅.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오른다. 걸어가면서 보인 흰색과 금색의 샹들리에, 뮤지컬에서나 봤던 고급스러운 계단은 밟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대리석 바닥을 밟으며 예약된 식탁에 앉는다. 나는 미리 놓인 수프와 식기들을 보다 스토롤링을 바라보았다.


“그럼 본격적으로 식사를 하기 전에 우리 다시 자기소개부터 할까요?”


“우선 제 이름은 오스트리 스토롤링. 애칭은 달링 스토롤링! 이랍니다. 따라 해보시겠어요?”


“...”


내가 침묵하자 스토롤링이 까르르 웃고서 나를 바라본다. 시선에 마지못해 대답해주자.


“..달링 스토롤링.”


더욱 웃음을 터트리더니 말을 꺼냈다.


“‘롤링’을 말할 때 힘을 팍 줘서 말해줘야 해요. 자 다시!”


“...달링 스토롤링!”


화끈. 화끈.


스토롤링은 하하 웃었다.


“좋아요! 잘 따라 하시네요.”


말을 마치고서 오른쪽 눈을 감으며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이걸로 끝나면 섭하죠. 그렇지 않나요?”


“...”


“전 오른 필츠로이 공작 저하의 기사단. 검은 독수리의 부단장이라고 합니다. 아버지께 들어 보셨죠?”


“어느 기사단의 부단장이라는 것까지만 알고 있었어요.”


그 말에 스토롤링이 눈을 크게 뜨더니만 곧 천천히 눈웃음을 짓는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


“그럼 이제 제가 얼마나 더 뛰어난 사람인지 아셨을 테니까요.”


스토롤링은 그렇게 말하고 부드럽게 웃었다.


“...네.”


“하지만 맥스씨도 저만큼 대단하시다고 들었어요. 아버지께 많은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스토롤링은 얼굴을 가까이하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전 역시 본인한테 듣는 게 좋네요.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어요?”


나는 스토롤링의 요청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


식사가 오고 나서도 이야기는 진행되었다.


이야기를 진행하며 스토롤링은 자연스럽게 식사를 권유했고 나도 거절하지 않았다.


수프를 먹고, 한 입 거리로 나온 여러 요리들을 맛보기도 하고.


요리를 먹으면서 스토롤링의 설명을 들었는데, 이야기에 담긴 갖가지 비화와 자신의 경험을 곁들여서 생각하니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던 도중에 잠깐잠깐 기사단의 이야기를 알려주기도 했는데 굉장히 흥미로웠다.


“기계로 된 말들을 타고 기사들은 돌격해요. 병사들은 총알을 가지고 기사들에게 납탄을 쏟아부으며, 비공정은 위에서 수많은 폭탄과 마법을 흩뿌리죠.”


“기병이 아직도 있을 수 있나요?”


“네. 자동차 속도의 말이, 그것도 온갖 마법 저항 톱니바퀴를 단 상태로 돌격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게다가 말을 탄 기사는 총알도 안 먹히는 갑옷을 입고, 끔찍한 오러를 휘두르며 싸우고요!”


“와...”


“비공정이 승리의 수단은 될 수 있어도, 결국에 승리의 깃발을 꽂는 건 지상에 있는 병사들이니까요. 그리고 가장 먼저 깃발을 꽂은 게 바로 저였답니다!”


스토롤링은 까르르 웃었다.


예상대로 스토롤링은 굉장히 유능하고 인기가 많은 사람이었다.


고백을 기사부터 시작해서 병사들까지. 심지어 고위 귀족에게까지 받아봤으니 말을 다 할까.


그런데도 나같은 사람과 맞선을 본다고 하는 거에 잠시 축 처지기도 했지만, 귀신같이 분위기를 파악한 스토롤링이 위로를 해주었다.


“하지만 맥스 씨에겐 다른 사람들에겐 없는 매력이 있어서 좋았어요.”


“바로 삶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앞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점. 자신이 할 수 있는 내에서 끊임없이 선행을 행하는 점.”


무엇보다.


“결혼하면 절 아껴주고, 누구보다 가정적일 것 같은 점이 좋았답니다.”


“...”


“또 전쟁 같은 것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도 좋았어요. 관련이 없으니 위험해질 일도 없고, 죽을 일도 없잖아요?”


스토롤링은 쓸쓸하게 웃었다.


“전 소중한 사람을 그렇게 쉽게 잃고 싶지 않거든요. 그런 건 너무 많이 봐서···. 아. 죄송해요. 분위기를 축 치게 하려는 건 아니었는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왜 저와 맞선을 보시려나 했는데, 이걸로 이유가 명확해져서 저도 한결 마음이 편해졌는걸요.”


나를 단순한 이유로 만나보기로 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


그 말에 스토롤링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아. 이제 쓸쓸한 이야기 하지 말고 우리 즐거운 이야기나 할까요?”


“좋죠.”


웨이터가 메인 요리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나와 스토롤링은 서로에 대해 사사로운 잡담을 해가며 식사를 했다.


“그런 일도 있었어요? 저도 기사단에서 한번 재밌는 일이 있었어요. 다름 아니라 저희 단장님이 다른 단장님과 싸움이 났는데···.”


“저는 아는 연금술사 아저씨의 공방에 초대받아서 들어갔다가···.”


“그리고 최근에···.”


“포션이···.”


다들 품위를 지키며 식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나와 스토롤링만이 서로를 향해 웃고, 떠들면서 스테이크를 제 마음 가는 대로 썰어댔다.


몇몇 사람들이 쯧 혀를 차도. 시선이 집중되어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녀가 나를 지켜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으니까.


나는 빠지듯 그녀와 대화를 이어갔다.


...


“아! 즐거웠어요. 식사는 괜찮았나요?”


“완벽했어요. 하지만 아깝긴 하네요.”


“뭔가요?”


“이 식사권이요.”


“흐음···. 그럼 그거 저 주실래요?”


“?”


스토롤링은 내게 뺏어가듯 식사권을 받고서 웃었다.


“맥스씨가 제게 주신 첫 번째 선물이나 다름없으니. 간직하려고요.”


“...”


“받아 가도 되죠?”


“당연히요.”


“다행이다.”


스토롤링은 그렇게 말하고서 내 손을 붙잡았다.


“다음에 만나면 단순히 손잡는 걸로 안 끝날 테니 각오하세요.”


“그럼···.”


“대로변에서 춤도 출 거예요. 아니면 움직이는 발판 속에서 같이 춤출까요? 아 그건. 춤추는 대상이 바뀌니 제가 별로겠네요.”


“아니면 그냥 온종일 대로변을 걸어 다니기만 해볼까요? 성벽을 걸어가며 폭죽놀이를 구경해볼까요. 어느 것을 택하든.”


즐거울 것 같네요.


스토롤링은 그렇게 말하고서 발걸음을 멈췄다.


“아쉬워라. 벌써 헤어질 시간이에요.”


그 말에 주변을 둘러본다. 어느새 내 식당 바로 앞까지 와 있었다.


“오늘 맞선 즐거웠어요. 맥스씨. 돌아가서도 제 생각해 주셔야 해요.”


“저. 혹시 좀 더..”


“다음에 봐요!”


스토롤링은 내가 멈춰 세워도 멈추지 않고 발을 내디뎠다.


또각. 또각


겉으로 보면 걷는 것 같아 보였으나, 눈을 뜨고 나면 어느새 거리가 훅 멀어져 있다.


눈을 한 번 더 깜박거리고 발걸음을 내딛자. 어느새 스토롤링은 사라져 있었다.


“...”


나는 확 하고 등장했다가 휙 하고 사라진 스토롤링이 있던 곳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그러다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터벅. 터벅. 터벅.


“부우우?”


오로라 기린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나를 반겨준다. 나는 오로라 기린의 등을 긁어주면서 입을 열었다.


“오늘 나 맞선 봤다. 기린아.”


“부우?”


“과분할 정도의 여자라서 같이 마주 보는 것도 미안할 정도였어.”


“부우.”


“그러고 보니 네 이름도 못 지어줬네···.”


오로라 기린은 그 말에 다리를 움직여 내 어깨에 섰다. 나는 오로라 기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암컷인지 수컷인지 모르다 보니까 어떻게 이름을 지어줄지 모르겠다. 혹시 생각한 거라도 있어?”


오로라 기린은 지능이 굉장히 높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자신의 이름을 생각해뒀을지도 몰랐다.


오로라 기린이 그 말에 어디론가로 달려 나가더니 상자에서 무언가를 꺼내온다.


단어가 적힌 종이 두 개.


[ 오린 ]


“오린? 나쁘지 않은 이름이네.”


오로라 기린. 오린.


단순하지만 그만큼 잘 어울리기도 한다.


그 말에 오린은 내 손가락을 핥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오린을 쓰다듬어 주다가 침대에 누웠다.


“자자. 내일도 일해야지.”


“부우우”


오린이 내 머리 옆에 눕는다. 나는 그런 오린을 귀여워해 주다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조금 늦었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스팀펑크 속 엑스트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흉악한 오로라기린 +6 21.06.06 2,065 0 -
공지 트로일라의 일러스트가 완성되었습니다!! +4 21.06.03 1,799 0 -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 21.05.26 422 0 -
공지 5일 연재&내일부터 20:20분에 올라갑니다! +1 21.05.14 3,062 0 -
56 후기 +104 21.07.23 2,247 86 1쪽
55 에필로그 +17 21.07.23 1,830 94 16쪽
54 도시 소동(5) +8 21.07.22 1,741 91 14쪽
53 도시 소동(4) +3 21.07.21 1,686 91 11쪽
52 도시 소동(3) +11 21.07.20 1,755 98 12쪽
51 도시 소동(2) +13 21.07.19 1,803 90 13쪽
50 도시 소동(1) +21 21.07.17 2,038 108 14쪽
49 드러난 능력(2) +10 21.07.16 2,080 98 13쪽
48 드러난 능력(1) +24 21.07.15 2,126 106 12쪽
47 마피아 수장(2) +9 21.07.14 2,092 110 12쪽
46 마피아 수장(1) +7 21.07.13 2,152 103 12쪽
45 하즈판 크라이악(2) +19 21.07.12 2,209 109 12쪽
44 하즈판 크라이악(1) +19 21.07.09 2,385 132 12쪽
43 맥멀린과 공중도시(4) +18 21.07.08 2,278 108 12쪽
42 맥멀린과 공중도시(3) +15 21.06.20 2,610 118 12쪽
41 맥멀린과 공중도시(2) +8 21.06.19 2,573 118 12쪽
40 맥멀린과 공중도시(1) +8 21.06.18 2,728 116 14쪽
39 트로이라와 아카데미(3) +19 21.06.17 2,686 116 14쪽
38 트로이라와 아카데미(2) +8 21.06.16 2,758 114 12쪽
37 트로이라와 아카데미(1) +12 21.06.15 2,880 115 14쪽
» 축제와 스토롤링(2) +10 21.06.14 2,878 140 12쪽
35 축제와 스토롤링(1) +25 21.06.13 2,917 147 11쪽
34 축제 준비(3) +9 21.06.12 2,939 126 14쪽
33 축제 준비(2) +9 21.06.12 2,982 144 14쪽
32 축제 준비(1) +7 21.06.10 3,119 145 13쪽
31 수상한 건강검진(2) +8 21.06.09 3,109 14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