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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쿨드워프의 서재입니다.

스팀펑크 속 엑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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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쿨드워프
작품등록일 :
2021.05.13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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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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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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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하즈판 크라이악(1)

DUMMY

다음 날이 지났다. 나는 매일 포션을 들고 오는 리레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오늘도 새 포션을 들고 왔답니다.”


리레는 싱긋 웃으면서 내게 포션을 건넸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플라스크에 담겨있다는 점.


그리고 아주 빨갛다는 점이었다. 누가 본다면 피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건···.”


리레가 눈을 뜨더니만 손을 절레절레 저으면서 말했다.


“아. 오빠가 난리를 쳐서 그만 색소가 물약에 들어갔지 뭐예요.”


팔짱을 끼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말한다.


“난데없이 집에 도둑이 들었다나 뭐라나···. 매일 정리하는 제가 볼 땐 단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거든요. 하여간···.”


“갈수록 맛이 가는 것 같아요.”


리레는 쯧 혀를 차고서 나를 바라보았다.


“아. 혹시 물약을 마시는 게 정 불안하시면 제가 마실까요?”


“아녜요. 애초에 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히 여겨야 하는걸요.”


나는 그 말을 증명하듯 포션을 한 입에 마셨다.


“효과는 어떤가요?”


나는 쩝쩝거리면서 말했다. 몸에서 솟아오르는 활기. 스태미너 포션인 것 같다.


음···.


“똑같은데요? 스태미너 포션인데 묘하게 저랑 더 잘 맞는 기분이네요.”


“아···. 그렇군요.”


그 순간 리레의 얼굴은 기이할 정도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혹시 문제라도 있나요?”


깜짝 놀라면서 손을 휘젓는 리레. 이내 다시 리레는 미소를 지었다.


“아니요. 이걸로 어느 정도 감을 잡은 것 같아서요. 맥스 씨의 능력에 대해.”


“그래요?”


“네. 점점 더 많은 결과가 도출되고 있어요. 며칠 이내에 좋은 소식을 들고 올게요.”


“아.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언제나 몸조심하세요. 맥스 씨.”


“수고하세요.”


리레는 손을 흔들면서 밝은 미소로 멀어졌다. 나는 리레를 보다가 턱을 매만졌다.


“내 능력이라···.”


저벅. 저벅.


나는 생각을 하다 익숙한 발걸음에 고갤 아래로 내렸다.


“어서 오세요. 그록씨.”


“그래. 반갑다.”


그록티그는 시가를 물고서 앞으로 걸어왔다. 평소와는 다르게.


“오늘은 웬일로 몰래 안 들어오시고 정정당당하게 들어오시네요?”


“시끄러워! 이놈아. 난 손님이잖냐. 애초에 몰래 들어 올 이유가 없다고.”


“그렇긴 하죠. 뭐로 드릴까요?”


“맥스의 샌드위치 하나 줘라.”


“드시고 가진 않고요?”


그록티그는 그 말에 연기를 내뿜고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실 내가 억지로 들어온 거지 단골은 아니잖냐.”


“그래도 들어오셔도 되는데요.”


그록티그는 고개를 저었다.


“됐다. 어차피 나도 할 일도 있고. 조만간 그 양반이 올 예정 아니냐.”


“그렇긴 하죠. 요새 매일 오시긴 해요.”


“그 인간은 매일 와서 하는 게 뭐가 있냐?”


“그냥 매일 팔짱을 끼고 앉아계시죠.”


“그리고?”


“그게 끝이에요.”


그록이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을 지었다.


“...겨우 그거 하나 하자고 계속해서 여길 찾아온다고?”


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걸 제가 어찌 알까요. 물어보시겠어요?”


“아니. 됐다.”


나는 샌드위치를 넘겨주면서 말했다.


“자 여기요. 마지막으로 물어보는 건데 정말로 안 들어오실 거예요?”


“그래!”


“그럼 수고하세요.”


“수고해라.”


그록은 손을 흔들면서 어디론가로 떠나버렸다. 나는 떠나는 그록을 보면서 생각했다.


암살자가 시가를 피운다고?


시가 냄새가 다 날 텐데?


그리고 앞서 보여준 행동들. 무언가 일이 있는 게 아닌 한 행동하지 않을 행동들이었다.


자살하기 전의 사람들의 행동이 갑자기 달라진다고 하질 않던가? 그록이 딱 그 상태였다.


갑자기 떠나는 건 그냥 말을 할 테고···. 아마 암살자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크라이악 경과 관련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런다고 할지라도 내게 이런 반응을 보일 이유는 없었다.


조만간 시험이 끝나면서 광신도들이 도시를 습격한다. 그리고 곧 크라이악 경의 암살이 시작된다.


아.


“알겠다.”


도시에 막 온 광신도들은 부족한 정보를 이 종족 암살자에게서 얻는다. 이 종족 암살자들은 광신도와 함께 크라이악 경을 암살한다.


아니더라도 서로 상호조약을 맺었겠지.


“이렇게 되면 날 습격하는 건 실상 기정사실이겠고···.”


역시 전화를 돌리길 잘한 것 같았다.


내가 비록 눈치는 없어도 클리셰적인 면에 있어선 빠삭했다.


그러니 한 번 클리셰라는 걸 눈치채면 연이어 터져 나오는 클리셰를 눈치채는 건 쉬웠다.


터벅. 터벅.


“시가 냄새가 나는군. 혹시 네가 핀 거냐?”


“그럴 리가요. 그록씨가 다녀가셨어요.”


“흠···. 안에 있나?”


“아뇨. 금방 가셨어요.”


“알았다.”


크라이악 경은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미리 준비한 샌드위치와 커피를 들어서 크라이악 경의 테이블에 놓았다.


크라이악 경은 의자에 앉아 팔짱을 끼다가 나를 바라보다 문득 물었다.


“그 드워프가 무슨 이야기를 하던?”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크라이악 경은 내게 물었다.


“여기 매일 와서 뭐 하시냐고 묻던데요.”


“뭐라고 대답했고?”


“매일 와서 하시는 행동 그대로 말씀드렸죠. 그러니까 대체 왜 여길 오냐고 물으셨었어요.”


“왜 여길 온다라···.”


그 말에 크라이악 경은 피식 웃더니만 눈을 감았다.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말았음에도, 알 수 없는 분위기에 나는 말을 걸 수가 없었다.


터벅. 터벅.


나는 조심히 나와 점심을 준비하기 위해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


점심시간이 끝나고. 나는 싱크대에 가득 들어 있는 설거짓거리들을 바라보았다.


“이걸 언제 다하냐.”


식기세척기를 구매하고 싶지만, 현대 기술이 아니어서 크기가 너무 컸다.


소규모도 당장에 냉장고 크기에. 책상 같은 높이를 가지고 있으니 뭔 말을 할까.


“조금 이따가 해야겠다.”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그건 지금의 내가 아니니까 괜찮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의자에 앉았다.


털썩.


“...”


그러고 보니까 지금쯤이면 크라이악 경이 식사를 다 마치실 때였다.

그래. 아무리 쉬고 싶어도 돈 많이 주시는 물주님을 불편하게 만들어선 안 되지.


끼익.


터벅. 터벅.


예상대로 커피는 다 드신 상태였다. 샌드위치가 조금 남아 있긴 했는데, 혹시나 샌드위치로도 모자라실 수 있으니 뜯어 먹을 수 있는 식빵을 갖다 놓았다.


탁. 달그락. 톡.


쪼르르륵.


커피를 따르고, 빵이 든 접시를 놓는다. 그리고 다 돌아간 음반을 새 음반으로 끼워서 다시 틀어 놓았다.


음악이 다시 틀어지자 크라이악 경은 눈을 뜨고서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만 입을 열었다.


“여기 앉아 보거라.”


나는 그 말에 얌전히 앉았다. 뭔가 거절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던 탓이었다.


“...”


크라이악 경은 무언가 하려는 말이 있었던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결국 말은 하지 않으셨다. 이윽고 크라이악 경은 다시 팔짱을 끼고 눈을 감기 시작했다.


눈을 감은 상태로 한참 동안 있는 크라이악. 그리고 가만히 앉아 있는 나.스륵..


무언가 말을 더 꺼내거나, 제지할 것 같지는 않아서 나는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저벅. 저벅.


점심에 손님이 많아서 설거지할 게 많다. 모처럼 할 것도 없으니 지금 해두는 게 좋았다.


절대로 크라이악 경이 부르셨을 때 변명할 핑계를 마련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게다가 난 아침마다 포션을 먹는다.


비록 한 입분이지만 나에게 있어 주체할 수 없는 힘을 주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나는 포션이 다 빠질 때까지 쉬지 않고 움직여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밤에 그만큼 몸을 격렬하게 움직여야 하니까.


실제로 포션을 먹고서 게으름을 부렸을 때, 잠이 오지 않아 눈물의 다락방 대청소를 하고 겨우 잠들 수 있었다.


오로라 기린은 깨끗해진 방을 보고 신나 “부우우~!”하고 울어댔지만 정작 나는 죽을 맛이었으니 무슨 말을 할까.


아무튼. 나는 그런 핑계들을 떠올리고서 설거지를 시작했다. 장갑을 끼고, 수세미에 세제를 묻히고.


보글 보글.


달그락. 달그락.


거품과 그릇이 섞인다.


끼릭. 끼익. 쏴아아아아-


수도꼭지가 물을 뿜어내고, 박박 닦은 프라이팬을 가볍게 물로 한 번 씻어준다.


집안이 어려워 반지하에 살았을 때 온 가족이 살았을 때. 이렇게 수도꼭지로 물을 틀어 설거지했었지.


내가 할 땐 그렇게 듣기 싫은 소음이었는데, 막상 어머니가 수도꼭지를 틀고, 설거지할 때만큼은 나쁘지 않은 소음이 되는 게 신기했다.


퀴퀴한 반지하. 낡은 수도꼭지. 달그락거리며 콧소리를 내곤 하는 어머니가 떠오른다.


그리고 콧소리와 설거지 소리 속에 천천히 잠드는 어린 내가.


가끔씩 떠오르곤···.


“...했다.”

부엌을 살짝 열어 두었는데, 틈 사이로 크라이악 경의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혹시나 나를 부른 걸까 귀를 기울였다.


“...는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사실 그렇게 화나지 않았다. 오히려 언젠가 벌어질 일이라고 생각했지.”


“제국이 원하는 건 전쟁이다. 하지만 아버님은 전쟁을 원하지 않으셨지. 엘프들이 원하는 건 평화다. 하지만 말로 이룩할 수 있는 평화는 없기에 위협이 필요했어.”


“자신들이 아직 건재하다는 위협을. 그리고 그 위협의 대상은 당연히 우리 같은 가문들이 되었지.”


“특히 내 가문은 암살해도 제국이 불편해하지 않았으며. 최전방을 지키는 변경백이라는 이름이 있었으니까. 더욱.”


"가장 암살하기 쉬웠다는 점도 있었겠지.”


나는 크라이악의 말을 들으면서 설거지를 멈추지 않았다. 크라이악은 현재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면서, 듣지 않길 바라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설거지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부모님은 암살당하셨다. 엘프들은 한 술 더 떠서 내 동생까지 포섭했지.”


허무한 한숨 소리가 방 안을 맴돌아 나의 귀까지 들어왔다.


“나는 그 순간 내가 증오로 얼룩지고 있음을 느꼈다. 동시에. 끝을 알 수 없을 공허한 허무감도 느꼈지.”


화가 난다. 너무나도. 그런데, 그래서. 내가 복수를 한들 무슨 의미가 있지?


“내가 여기서 화를 내면 모두가 상처 입는 것이 아닌가? 아버지는 엘프와 화합을 원하셨다.”


“그렇다면 이렇게라도 이룩한 평화를 깬다면, 죽은 아버지가 나를 미워하지 않을까.”


달그락. 달그락.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답을 찾아보려고 했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을 만한 답을···. 하지만 나는, 나는 답을 찾을 수가 없었어. 천재라고 불리던 내가. 그 어떤 노력을 해도···.”


손이 얼굴을 덮는 소리.


“그래서···. 나는 그냥 도망쳐버렸다. 나를 키워준 유모의 곁으로.”


이윽고 가볍지만 묵직하게 쓸어내리는 소리가 났다.


달각. 쏴아아아아- 달그락.


설거지가 끝났다. 이에 따라 크라이악의 목소리도 멈췄다. 나는 아무것도 못 들은 척 일부러 입을 열었다.


“혹시 커피가 모자라시나요?”


“..괜찮다. 할 일 하거라.”


크라이악은 아무렇지도 않은 어조로 대답했다. 만약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면 정말로 아무 일도 안 일어난 줄 알았을 정도로.


짧은 시간이 지나고. 크라이악은 식사를 다 마쳤는지 내게 다가왔다.


“수고하거라.”


“네. 크라이악 경도요.”


“그래.”


크라이악은 그 말을 끝으로 나가버렸다. 이번 크라이악 경의 등은, 너무나도 작고 슬슬 했으며 외로워 보였다.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합니아호..


사실 200분이나 봐주셔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아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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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드러난 능력(1) +24 21.07.15 2,121 105 12쪽
47 마피아 수장(2) +9 21.07.14 2,085 109 12쪽
46 마피아 수장(1) +7 21.07.13 2,148 102 12쪽
45 하즈판 크라이악(2) +19 21.07.12 2,202 108 12쪽
» 하즈판 크라이악(1) +19 21.07.09 2,380 131 12쪽
43 맥멀린과 공중도시(4) +18 21.07.08 2,274 107 12쪽
42 맥멀린과 공중도시(3) +15 21.06.20 2,606 117 12쪽
41 맥멀린과 공중도시(2) +8 21.06.19 2,569 117 12쪽
40 맥멀린과 공중도시(1) +8 21.06.18 2,724 115 14쪽
39 트로이라와 아카데미(3) +19 21.06.17 2,682 115 14쪽
38 트로이라와 아카데미(2) +8 21.06.16 2,754 113 12쪽
37 트로이라와 아카데미(1) +12 21.06.15 2,875 114 14쪽
36 축제와 스토롤링(2) +10 21.06.14 2,873 139 12쪽
35 축제와 스토롤링(1) +25 21.06.13 2,912 146 11쪽
34 축제 준비(3) +9 21.06.12 2,935 125 14쪽
33 축제 준비(2) +9 21.06.12 2,978 143 14쪽
32 축제 준비(1) +7 21.06.10 3,113 144 13쪽
31 수상한 건강검진(2) +8 21.06.09 3,103 14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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