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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펑크 속 엑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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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쿨드워프
작품등록일 :
2021.05.13 02:19
최근연재일 :
2021.07.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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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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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맥멀린과 공중도시(2)

DUMMY

오스트리 경감은 나를 데리고 가장 먼저 비공정에서 내렸다.


그러자 많은 귀족이 눈살을 찌푸렸는데 오스트리 경감은 무언가를 코트에 붙이는 걸로 대답을 마쳤다.


“검은 독수리···. 오른 필츠로이 공작 저하의 제2 기사단을 뜻하는 게 아닌가?”


“잘 보게. 황금 월계관이 있어.”


“그렇단 건···. 단장직? 왜 여기에?”


“멍청하긴. 눈이 삐었나? 월계관이 머리가 아니라 꼬리에 있잖나. 은퇴했다는 뜻일세.”


“그리고 저 남자를 보게나. 정말로 누군지 모르겠어?”


“..오스트리 경감.”


“그래. 가장 높은 위치에 올라설 수 있음에도, 경감으로 만족하는 남자지. 괜히 자극하지 말게나.”


괜히 괴물을 건들었다간 뼈도 못 추릴 테니.


"..."

저벅. 저벅.


슥.


내가 멈춰있자 오스트리 경감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뭐하나 맥스? 가지 않고?”


“아. 잠시 주변을 둘러보느라요.”


턱. 턱. 턱. 턱.

저벅. 저벅.


오스트리 경감이 관광객 가이드가 아닌, 반대쪽으로 발을 옮긴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경비병이 총을 들었다.


“죄송하지만 관광객분들은 정해진 길 외에는···.”


“나와 저 친구는 괜찮네.”


“그건···.”


흘긋.


오스트리 경감이 코트에 달린 배지를 보여준다.


“자네 상관에게 이 배지를 단 사람이 왔다고 하면 해결될걸세.”


경비병이 그 말에 배지를 쳐다보고, 귀족들을 쳐다본다. 앞서 귀족들의 이야기를 들었는지 경비병은 창을 크게 들고서 소리쳤다.


“알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내 친구에게 안부 전해주게나.”


“옙!”


“안부‘만’ 전해주게.”


“예!”


경비병은 충성! 하고서 물러났다. 나는 오스트리 경감님을 보면서 생각했다.


대단한 사람인 줄은 알겠지만. 이 정도로 대단한 사람인 줄은 몰랐다.


그저 뛰어난 기사 출신인 줄 알았는데.


무려 검은 독수리의 단장직이나 맡으실 줄이야.


“자. 가지.”


“대단하시네요. 오스트리 경감님.”


“그리 대단한 것도 없네. 이젠 쓰지 않는 이름일 뿐이니.”


오스트리 경감은 프록코트를 벗어서 어깨에만 걸쳐 놓는 식으로 바꾸었다.


“자. 가세나.”


“넵.”


오스트리 경감은 길을 걸었다. 나는 아래에 펼쳐진 수많은 도시의 광경, 그리고 하늘과 점 같은 땅을 보면서 발을 옮겼다.


...


처음으로 오스트리 경감님이 데리고 가신 곳은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성벽이었다.


성벽에 선 수많은 병사와 기사들이 보인다.


그들은 소수를 제외하곤 누가 오던 신경 쓰지 않고 성벽 바깥을 바라보며 감시를 하고 있었다.


주변은 모두 하늘, 땅은 까마득하게 아래에 있어 실상 아무것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는데도 불구하고.


기사 몇몇은 오스트리 경감님에게 다가오곤 했는데, 대부분 오스트리 경감님에게 가이드를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말에 단호히 고개를 젓는 오스트리 경감.


“괜찮네. 나도 일전에 이곳에 와본 적이 있어.”


“하지만···.”


“더 이상의 대답은 듣지 않지. 그리고 무전기로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을 봤네. 보나 마나 내 친구의 입김이 닿아 있는 것 아닌가?”


“...부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분명 하던 것 내려놓고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겠군.”


“...”


기사가 침묵을 유지한다. 오스트리 경감은 한숨을 쉬고서 말을 이었다.


“난 지금 이 친구와 도시를 돌아다니고 있네. 괜히 분위기 망치지 말아 달라고 해주게나.”


“옙. 알겠습니다.”


“수고하게.”


“자. 가지. 미안하네. 맥스.”


“아닙니다.”


오스트리 경감은 내 앞으로 걸으면서 코트 주머니에서 안경을 꺼내 걸쳤다.


단순히 안경을 꼈을 뿐인데도 굉장히 지적이게 변한 오스트리 경감님. 게다가 어깨에 걸쳐진 프록코트와 함께 어우러지면서 마치 화보를 보는 듯하다.


오스트리 경감님은 성벽을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저기 보이나? 맥스?”


“네.”


나는 오스트리 경감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거대한 도시의 풍경이 한눈에 확 담긴다.


자세히 보면 도시들이 공중에 떠 있다는 걸 증명하듯, 구역들이 조금씩 올라갔다 내려가며 부유하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인다.


비공정에서 봤지만 역시 대단한 풍경이었다.


“이제 슬슬 시간이군. 자 여기 앉게나.”


오스트리 경감이 성벽 위에 털썩 앉는다. 나는 주변의 눈치를 살피고서 그 옆에 앉았다.


“여기에 앉으면 도시 풍경이 한눈에 보이지.”


물론 구역이 움직일 때 잘못하면 떨어지지만 말이야.


“...”


“걱정하지 말게. 내가 있잖나. 정 불안하면 내 손을 잡고 있게나.”


오스트리 경감님이 손을 내민다. 나는 거절하지 않고 경감님의 손을 잡았다.


두두두두두···.


진동이 울리기 시작한다. 톱니바퀴 도시가 땅에만 진동이 울렸다면. 이번 진동은 땅이 아닌 공기까지 진동이 퍼진 상태였다.


“무슨 일이···.”


“똑바로 잘 보게.”


거대한 구역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톱니바퀴 도시처럼 단순히 움직이는 게 아니다.


수많은 구역들이 제각기 공중에 떠오르고, 아래로 내려가고, 제자리를 유지하고.


거대한 스팀과 불꽃을 뿜으면서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마치 세계가 재배열되는 걸 실시간으로 보는 느낌이다.


수많은 타이쿤 게임에서. 만약 지형을 수정하고, 건물의 위치를 바꾸는 과정을 눈앞에서 보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가장 맨 아래에서 작은 물줄기를 흘려보내던 저택은 어느새 가장 위로 배치되어, 강물을 흘려보내는 저택이 되었다.


누구보다 높게 서서 자신을 뽐내던 푸른 마탑은, 그런 강물을 받으며 거대한 호수 역할을 하고 있었다.


호수 역할을 하던 거대한 그릇이 꽉 차자, 마탑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하는 물줄기들.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마탑을 따라 흘러내리는 광경은 경이에 가까웠다.


수많은 고층 건물들은 어느새 계단처럼 되어 발을 내디디면 오를 수 있을 것만 같았으며.


날카롭고 형형한 분위기를 풍기던 적색 마탑은 정원 아래로 내려가 어느새 꽃잎으로 가득한 마탑이 되고 말았다.


그저 배치가 바뀐 것뿐인데.


단순히 분위기만이 아닌 역할 자체가 바뀌어 버렸다.


마구잡이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조화를 이루며, 어디로 가든 간에 항상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이건 정말로···.


“...”


“절경이지? 이곳에서 근무하는 자들만이 볼 수 있는 풍경일세.”


“대단···하네요.”


오스트리 경감이 픽 웃었다.


“관광객 가이드를 따라가면 이 장면의 편린밖에 못 보지. 하지만 자넨 그걸 원하지 않지 않나?”


"네."


“그래서 다소 무리하더라도 친구 이름을 팔아 자네에게 이걸 구경시켜 주고 싶었네.”


“감사합니다. 정말로요.”


“자네 덕분에 이 풍경을 구경하게 되었는데 뭘. 감사 인사는 접어두게나.”


스륵.


“일어서게.”


나는 오스트리 경감님의 손을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오스트리 경감님은 단순히 도시 구경을 시켜주려고 성벽에 온 게 아니었는지, 성벽에 나를 가까이하고서 입을 열었다.


“한 번 이렇게 도시를 보게나. 느낌이 색다를 걸세.”


그 말에 나는 성벽 바깥의 하늘을 바라보았다가, 도시를 바라보았다.


시퍼렇게 파란 하늘. 옆에는 아름다운 도시. 하늘이라는 바다로 이루어진. 바다 위에 놓인 도시를 구경하는 느낌이었다.


“대단해요···.”


내 말솜씨가 수려했다면 더 좋은 표현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것 말고도 내 감정을 표현할 단어가 없었다.


오스트리 경감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자. 가지. 아직 구경할 것이 많으니.”


“넵.”


...


오스트리 경감님과 나는 그 이후로 많은 곳을 나돌아다녔다.


첫 번째로 간 곳은 자그마한 물줄기에서 강물을 흘러내리는 저택이었다.


“정말로 대단하네요. 강물의 근원지도 안 보이는데.”


“스팀과 구름을 재활용하는 거지. 저택에 있는 시스템이 물을 만들어내는 걸세.”


“대단하네요.”


두 번째로 간 곳은 계단처럼 된 고층 건물들이었다. 비록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안쪽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다들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세 번째로 간 곳은 공중 정원이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살까 싶었는데, 절벽 같은 곳에서 자라는 꽃들을 기르고 있다고 한다.


희귀한 꽃들인 만큼 이 정원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그만큼 짭짤하다는 말도 들었다.


네 번째로 간 곳은.


똑. 딱.


“바로 내 자랑스러운 병사들과 단원들이 있는 곳이지!”


오스트리 경감이 눈살을 찌푸린다.


“오지 말라고 했거늘. 기어코 왔는가?”


“그래! 자네의 절친한 친우 기어코 등장이요!”


올빼미 같은 눈. 기다랗고 화려한 눈썹. 오스트리 경감님과는 다르게 회색과 하얀 머리를 가지고 있다.


“...”


“자넨 몇 년 만에 만나는 친우를 이렇게 홀대하는 건가? 너무하구먼.”


“본론이나 말하게나.”


“쌀쌀하군. 우리가 옛적에 같이 이곳에 놀러 왔을 땐 날 열심히 챙겨줬으면서.”


“본론.”


“크흠. 그래. 자네들 너무 관광에만 집중한 것 아닌가? 곧 톱니바퀴 도시의 퍼레이드가 시작된다고.”


!


“겨우 그 소리 하려고 온 건가?”


“그럴 리가! 내 절친한 친우 한 번 만나서 길게 이야기하고자 왔지!”


“...”


남자가 물러서면서 소개하듯 손을 펼쳤다.


"무려 퍼레이드를 잘 구경할 수 있는 소형 비공정과 함께 말이야!”


“...”


쓱.


오스트리 경감과 내 눈이 마주친다. 오스트리 경감은 말똥말똥한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름을 팔아먹었으니. 대화 정도는 해주겠네.”


“홀홀. 자 타세나.”


다른 비공정들과는 다르게, 어째 이미지가 바이오쇼크 x피니트에 나올 것 같은 이미지다.


컴퓨탁이 타고 있던 그 보트 비공정.


“홀홀. 궁금한가? 공중도시에서만 탈 수 있는 이동 수단 중 하나지! 이걸로 도시를 나돌아다닐 수 있다고!”


갈매기 콧수염을 잡아당기면서 자랑을 연이어간다.


“물론 4~8시간 밖에 가동 못 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반대로 이런 구경에는 최고라는 소리!”


“자 타세나! 같이 놀러 가자고!”


나는 그 말에 망설임 없이 올라탔다. 오스트리 경감은 자신의 친구를 빤히 쳐다보더니만 한숨을 쉬었다.


“미리 말하는데 난 이곳에 온 이유는, 이 친구를 관광시켜주기 위함일세. 그것을 기억해두게나.”


“물론! 방해가 안 가게 같이 조종석에서 대화하자고!”


“끙.”


“자 출발하도록 하지!”


남자는 조종석으로 들어가더니만 무언가를 끼릭 끼릭 만지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


아마도 마석을 갈아서 쓰나 보다. 불꽃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갈린 마석들이 재가 되어 사라지고 있는 광경이었다.


이런 식으로도 에너지원을 쓰는구나.


나는 재가 되어 사라지는 마석을 보다가 울타리를 잡았다. 게임에선 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이던데 실제로는 꽤 진동이 심했다.


“출바알!!”


자그마한 미니 비공정이 상승기류를 타고 올라가기 시작한다. 도시 곳곳에는 상승기류와 하강기류가 자연스레 만들어져 있었다.


이 기류를 타면 그래서 다른 것들보다 더욱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듯했다.


위로 한참 올라가서, 벽을 넘는다.


커다란 비공정과 다르게 중형 보트 크기의 비공정을 타는 건 꽤 무섭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울타리를 잡고 환호성을 지르느라 무섭다는 것도 잊고 말았다.


“홀홀. 멋진 친구를 두었구먼? 보통이라면 떨어질까 두려워할 텐데 말이야.”


“자네처럼 말인가?”


“커흠. 자넨 그동안 어찌 지냈는가?”


“나는 항상 똑같지. 자네는?”


남자는 갈매기 수염을 쭉 잡아당기면서 말했다.


“엄청나게 많은 일이 있었지. 하나같이 자네가 깜짝 놀랄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 어디부터 들려줘야 할까..”


“...”


별로 궁금하지 않다는 얼굴을 짓는 오스트리 경감. 그 얼굴을 봤는지 못 봤는지 남자는 조종대를 잡고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우선 운전에 집중부터 하겠네. 이게 단순해보여도 의외로 조종하기 힘들거든!"


“수고해주게.”


작가의말

내일이면 공모전의 마지막 날이군요.


공모전이 끝남과 동시에 공지 하나를 올릴 예정입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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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도시 소동(4) +3 21.07.21 1,682 90 11쪽
52 도시 소동(3) +11 21.07.20 1,751 97 12쪽
51 도시 소동(2) +13 21.07.19 1,798 89 13쪽
50 도시 소동(1) +21 21.07.17 2,033 107 14쪽
49 드러난 능력(2) +10 21.07.16 2,076 97 13쪽
48 드러난 능력(1) +24 21.07.15 2,121 105 12쪽
47 마피아 수장(2) +9 21.07.14 2,085 109 12쪽
46 마피아 수장(1) +7 21.07.13 2,148 102 12쪽
45 하즈판 크라이악(2) +19 21.07.12 2,202 108 12쪽
44 하즈판 크라이악(1) +19 21.07.09 2,379 131 12쪽
43 맥멀린과 공중도시(4) +18 21.07.08 2,274 107 12쪽
42 맥멀린과 공중도시(3) +15 21.06.20 2,606 117 12쪽
» 맥멀린과 공중도시(2) +8 21.06.19 2,569 117 12쪽
40 맥멀린과 공중도시(1) +8 21.06.18 2,724 115 14쪽
39 트로이라와 아카데미(3) +19 21.06.17 2,682 115 14쪽
38 트로이라와 아카데미(2) +8 21.06.16 2,754 113 12쪽
37 트로이라와 아카데미(1) +12 21.06.15 2,875 114 14쪽
36 축제와 스토롤링(2) +10 21.06.14 2,873 139 12쪽
35 축제와 스토롤링(1) +25 21.06.13 2,912 146 11쪽
34 축제 준비(3) +9 21.06.12 2,935 125 14쪽
33 축제 준비(2) +9 21.06.12 2,978 143 14쪽
32 축제 준비(1) +7 21.06.10 3,113 144 13쪽
31 수상한 건강검진(2) +8 21.06.09 3,103 14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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