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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쿨드워프의 서재입니다.

스팀펑크 속 엑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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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쿨드워프
작품등록일 :
2021.05.13 02:19
최근연재일 :
2021.07.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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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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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축제와 스토롤링(1)

DUMMY

로젤이었다. 혼혈 수인 마피아.


헌데 다 같이 온다고 해놓고서 정작 혼자만 온 상태였다.


“다들 어디 가고 너 혼자만 있어?”


“괜히 소란 피우지 말라고 해서 나만 왔어. 어디 보자···. 축제 메뉴 전부 열 개씩만 줘.”


“그렇게나 많이?”


로젤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것도 줄인 거야. 네 샌드위치 먹고 싶어 하는 건 아이들이 끝이 아니거든.”


어른들도 굉장히 많다 이 말이야.


“다들 내 샌드위치를 좋게 생각해주다니 고맙네.”


“네가 맛있게 만들었으니까 좋게 생각해주는 거지 뭘.”


“고마워. 한···. 1시간 30분 정도 걸릴 것 같은데 어디 좀 놀고 있지 그래?”


“아냐. 괜찮아. 괜히 일 벌이면 문제 생길 수도 있으니까 그냥 대기하는 게 나아.”


로젤은 그 말을 끝으로 등을 기대고 섰다. 나는 그런 로젤을 향해 말을 꺼냈다.


“정 그러면 안에서 좀 쉴래?”


“? 테이크 아웃 전문점 아니었어?”


“단골들이 쉴 자리는 있지.”


그 말에 로젤은 안색이 확 밝아지더니만 곧 호들갑을 떨며 문 앞에 섰다.


“야 진짜 다행이다. 사실 엄청나게 걱정했거든. 괜히 시비 걸릴까 봐. 잠깐, 이 종족 중에서 내가 첫 번째로 들어가는 거네? 대박.”


철컥.


문고리만 열어주고 다시 샌드위치를 만들기 시작한다. 나는 로젤을 향해 말을 꺼냈다.


“위층은 식당이 아니라 내 방이니까 들어가지마.”


“알았어. 그냥 앉아서 쉬고 있을게. 참. 거기 놔둔 박스에 샌드위치 넣어주면 돼.”


로젤은 그 말을 끝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왠지 모르게 좀 걱정이 되긴 한데 성격이 좋은 편에 속한 수인 중 한명이니 문제를 일으키진 않을거다.


터벅. 터벅.


로젤이 안으로 들어가니 또 다른 사람이 왔다.


“안녕하세요. 크라이악 경.”


“그래. 그런데 이 애매한 냄새는 뭐지?”


“혼혈 수인 친구가 한 명 들어가서 쉬고 있거든요.”


크라이악 경이 그 말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이상한 것들과 친해지는 재주 하난 기가 막히는군.”


그런걸 알아채는 게 더 대단한 것 같은데..


“칭찬 감사합니다. 그런데 모처럼의 축제인데 어디 놀러 가거나 그러진 않으세요?”


“그래. 난 여기가 편하다.”


크라이악은 말을 마치고 주먹을 뚜두둑 폈다.


“저녁까지만 있다 갈 생각이니 너무 걱정은 말거라.”


“아. 그건 좀 곤란할 것 같은데요···.”


“?”


나는 스토롤링과 저녁 약속이 있다는 것을 알렸다. 크라이악은 그 말에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말을 꺼냈다.


“인기가 많군.”


“음···. 감사합니다.”


“되었다. 그럼 네가 나갈 때 나도 나가마. 그 정도는 되겠지.”


“물론이죠.”


“샌드위치는 언제나 먹던 대로···.”


“아. 1시간 40분 정도 걸릴 것 같은데 괜찮으신가요?”


“?"


”친구가 축제 메뉴 각각 열 개씩 주문해서요.“


”...그래. 어차피 남아도는 건 시간이니. 문제없다.“


말을 약간 늦게 한 크라이악은 그 말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응? 뭐야. 당신 누군데···.“


”네가 신경 쓸 것 없다. 잠깐, 이 냄새는···. 잠시 네놈 좀 보자꾸나.“


스걱!


”...뭔···. 악! 미친! 죽여버린···!!“


”순혈 적랑족 놈들과 맛이 똑같은데···. 이런 걸 살려둔다고? 혼혈은 피를 제어하지 못해서 폭주하면 구역 하날 날려버릴 텐데 말이야.“


”어떻게···.“


”그 피 관리. 잘해야 할 거다. 몇 없는 적랑족을 죽이는 건 별로 재밌지 않으니.“


크라이악은 그 말을 끝으로 아무런 소리도 하지 않았다. 로젤은 무언가 더 물어보고 싶었는지 이것저것 물었지만, 침묵으로 일관하자 신경을 껐다.


나는 그런 크라이악과 로젤의 목소리를 듣고서 재차 확신했다.


훗날 도시에서 벌어질 참극 하나를 막아냈다는 걸.


그리고 크라이악 경은 이종족 감별기라는 것을 말이다. 어떻게 저런 걸 잘도 알아내는 거야?


...


시간은 어느새 흘러 저녁이 되었다.


나는 힘껏 놀다 졸아 떨어진 오로라 기린을 침대에 재워두고, 하얀 양복과 푸른 넥타이를 입은 상태로 천천히 식당으로 내려왔다.


원래라면 입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확실히 난 스토롤링 양보다 너무나도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렇다면 트로이라가 말한 대로 한 번, 반전 매력 포인트를 줘보는 것도 나쁘지 않단 생각이 들었다.


탁.


나는 주머니에 놓인 지갑 안에 들어 있는 편지를 확인했다.


쓱.


다시 맞선을 보는데 또 샌드위치를 드시게 할 순 없었다. 이번엔 고급진 레스토랑이라도 가서 스테이크라도 먹어야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넥타이를 조며 맸다. 푸른색 넥타이는 생각보다 구하기 쉬웠다.


그냥 근처에 있는 상점에 들어가니까 다 있더라. 심지어 꽃집에서도.


이해는 별로 가지 않지만 손쉽게 질 좋은 넥타이를 구할 수 있으니 되었다.


양복. 준비 완료. 구두 준비 완료.


넥타이 준비 완료했고. 데이트 코스도 짰으니 완벽하다.


터벅. 터벅.


기분이 좋아서 절로 콧소리가 나온다.


“~~♬”


터벅. 터벅.


콧소리에 휴식을 취하고 있던 크라이악 경이 눈을 뜨더니만 나를 바라보았다.


“...너 지금 그 옷으로 어딜 가는 거지?”


“아. 맞선이요.”


“맞선? 흠.. 스토롤링 그 여자가 그렇게도 싫었나?”


“? 아뇨. 오히려 저에게 과분한걸요. 또 오스트리 경감님의 딸 분이기도 하시고요.”


그 말에 크라이악은 진지하게 고민을 하다 천천히 말을 꺼냈다.


“혹시 그 노인네가 네게 마음에 드는 짓을 했더냐? 아니면 딸이 마음에 들지 않았더냐. 솔직히 말해보거라. 비밀로 해줄 테니.”


“무슨 소리세요. 이 도시에서 그 누구보다 저한테 잘해주시는 게 오스트리 경감님인데.”


“...??”


크라이악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 말을 꺼냈다.


“누가 그 옷을 입으라고 조언을 해줬지?”


“아. 트로이라가요.”


“...넌 혹시 트로이라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나?”


“친한 여동생이죠. 왜요?”


“당장 가서 벗고 오거라. 그 쓰레기 같은 넥타이는 당장 태워버리고.”


딱.


손가락이 튕겨지기 무섭게 푸른색 넥타이가 타들어 간다. 재도 안 남는 모습에 나는 흠칫 놀라다 크라이악을 보며 대답했다.


“이 넥타이 어제 산 건데···.”


“애초에 사면 안 되는 거였다. 그리고 그 양복에 각인된 톱니바퀴는 대체···.”


“아, 이거요? 원래 하얀 정장이었는데, 트로이라가 마법으로 색깔을 바꿔줬어요. 괜찮지 않나요?”


이거라면 사람들 눈에 누구보다 잘 띌 거예요.


그 말에 크라이악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


“...그래. 너무 눈에 잘 띄어서 문제일 것 같군.”


“독특하긴 하죠? 그래도 트로이라가 귀족들은 이런 걸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크라이악은 그 말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런 감정은 정말로···. 오랜만이군. 네게 감사를 해야 할지, 원망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벌떡.


“네 옷장으로 안내해라. 그 양복은···. 트로이아와 만날 때 입거나 해라. 네 옷은. 내가 골라주지.”


“음.”


크라이악은 반론 따위 듣지도 않겠다는 얼굴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그 얼굴에 어쩔 수 없이 다락방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참 오로라 기린은 바깥에서 보이지 않게끔 설계된 침대에서 자고 있어서 들킬 염려는 없었다.


...


“옷을 사준 건 그 늙은이가 맞나?”


“네. 오스트리 경감님이 사주셨어요.”


“안목은 괜찮군. 그런데 왜 이딴 옷이 있는 거지?”


“제가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강매를 당했거든요.”


“...이거면 어디 가서 무시 받지는 않을 거다. 참. 그리고 트로이라가 오면 이 쪽지를 전달해주거라.”


“이게 뭔데요?”


“트로이라가 네 맞선을 망치는 걸 막아 줄 거다.”


“봐도 될까요?”


크라이악은 고개를 끄덕였다.


슥.


{ 폴린 트로이라. 이 쪽지를 보면 적색 공원 구역으로 오려무나. 만약 오지 않고 맥스에게 머무르고 있으면, 네 양복의 비밀을 맥스에게 알려 주도록 하겠다.}


“비밀?”


크라이악은 고개를 끄덕였다.


“협박이니 신경 쓸 것 없다.”


“궁금한데요.”


크라이악은 그 말에 나를 내려다보았다.


“어차피 나중에 알게 될 거다. 양복을 입고 있다 보면 그 꼬맹이의 선물이 드러날 테니까.”


“비밀 쪽지라도 넣어 놨나요?”


“...비슷하다.”


크라이악은 그 말을 끝으로 마지막 남은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난 이만 가봐야겠다.”


“예. 수고하세요. 크라이악 경.”


크라이악은 고개를 짧게 끄덕이고서 바깥으로 나갔다.


...


똑똑.


짧은 시간이 지나고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나는 심호흡을 두어 번 하고서 문을 열었다.


“멋지네요. 맥스씨. 저를 위해서 차려입어 주신 거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스토롤링은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저도 맥스씨를 위해서 차려입었는데. 이걸로 공통점이 하나 생겼네요?”


나는 그 말에 스토롤링을 바라보았다.


검은색이 섞인 남색의 긴 머리카락.

시릴 정도로 차가운 푸른색 눈동자.

그와 대비되는 아름답게 수 놓인 하얀색 드레스.

하얀색 드레스에 살짝 걸쳐진 은색의 벨트와 고풍스러운 문양의 흰 장갑은 특별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화려하게 치장했으면서도 단련된 전사의 느낌이 풍겨온다. 그리고 그렇기에 스토롤링은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나는 헛기침을 하면서 편지를 꺼내 들었다. 오늘은 스테이크와 와인을 곁들이면서..


착.


“어머. 저도 식당 예약을 해놨는데.”


스토롤링은 하얀 편지를 꺼내 들면서 말을 이었다.


“이걸로 두 번째 공통점이 생겼네요. 우리.”


나는 그 말에 눈을 크게 뜨고 스토롤링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문을 닫고 그녀의 앞에 섰다.


“우선, 제가.”


탁.


?!


스토롤링이 벽을 손으로 치면서 내 움직임을 막는다. 내가 눈을 크게 뜨자 스토롤링은 미소를 지은 얼굴로 부드럽게 말했다.


“잠시만 이대로 있어요. 우리.”


말이 끝남과 동시에 스팀이 뿜어지고, 톱니바퀴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구역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지금 이대로 있으면. 바로 우리가 식사할 식당으로 가게 되니까.”


“...네. 네..”


나는 ‘네’를 두 번이나 했다는 것도 잊고 스토롤링을 바라보았다. 스토롤링은 내 턱을 들어 올려 나와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서 웃었다.


“그래요. 다 저한테 맡기세요. 제가 다 준비해놨으니까.”


끼잉. 철컥. 철커덕.


약간의 진동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그 특유의 느낌이 느껴진다.


버스를 탈 때의 느낌, 엘리베이터를 탈 때의 느낌.


오묘하면서도 익숙한 느낌. 나는 이 느낌에 온 감각을 집중하며 스토롤링을 피하려 애썼다.


하지만 코앞에서 느껴지는 숨소리에 도무지 그럴 수가 없었다.


끼잉···. 철컥! 철커덕! 푸쉬이이.!!


“...”


“이런. 벌써 도착했네요. 아쉬워라.”


스토롤링은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흐른 게 아쉽다는 듯 나를 바라보다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나는 반대로 1분이 1시간 같았기에 아무런 대답도 해줄 수 없었다.


슥.


스토롤링이 내 손을 붙잡고서 자연스럽게 나를 이끌기 시작한다.


“자. 그럼 가실까요.”


작가의말

공모전이 끝나면 5일 연재로 돌아가겠습니아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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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하즈판 크라이악(2) +19 21.07.12 2,207 109 12쪽
44 하즈판 크라이악(1) +19 21.07.09 2,385 132 12쪽
43 맥멀린과 공중도시(4) +18 21.07.08 2,278 108 12쪽
42 맥멀린과 공중도시(3) +15 21.06.20 2,610 118 12쪽
41 맥멀린과 공중도시(2) +8 21.06.19 2,573 118 12쪽
40 맥멀린과 공중도시(1) +8 21.06.18 2,728 116 14쪽
39 트로이라와 아카데미(3) +19 21.06.17 2,686 116 14쪽
38 트로이라와 아카데미(2) +8 21.06.16 2,758 114 12쪽
37 트로이라와 아카데미(1) +12 21.06.15 2,880 115 14쪽
36 축제와 스토롤링(2) +10 21.06.14 2,877 140 12쪽
» 축제와 스토롤링(1) +25 21.06.13 2,917 147 11쪽
34 축제 준비(3) +9 21.06.12 2,939 126 14쪽
33 축제 준비(2) +9 21.06.12 2,982 144 14쪽
32 축제 준비(1) +7 21.06.10 3,119 145 13쪽
31 수상한 건강검진(2) +8 21.06.09 3,107 14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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