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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공장 님의 서재입니다.

수십년만의 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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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스토리공장
작품등록일 :
2020.08.11 19:54
최근연재일 :
2021.02.0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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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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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57,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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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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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6 속삭임의 던전(5)

DUMMY

푸르딩딩한 던전에 붉은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회복한 마력 전부를 다시 쏟은 불은 숏다리 군단을 잠깐 물러서게 할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군단은 불 만난 늑대무리처럼 잠깐 물러났다.

상황이 나쁘게 흘러가지 않는데도, 정작 아리엔과 왕야의 표정은 시큰둥했다. 꼭 2% 부족한 음식을 먹는 듯한 표정이었다.


‘괜찮은 판단이야. 하지만 천장은 벽타기로 불가능해. 뛰어도 불이 닿을 리 만무하고.’


그녀로선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가늠이 잘되지 않았다. 물론, 감탄스러운 판단이기야 하지만,


빠악! 콰자작!

생각할 틈도 없었고 말이다. 아주 잠깐 물러났던 녀석들이 다시 덤벼들었다.


디폴트가 앞서서 횃불 휘두르듯 검을 휘둘렀다. 확실히 엄청난 불이긴 했다. 불에 직접적으로 닿은 녀석들이 그대로 녹아버렸으니까.

룬문자가 그걸 비웃듯 녹은 물조차 다시 얼려서 군단을 재생성하긴 했지만.


디폴트는 그런 것따윈 신경쓰지 않고 엉뚱한 질문을 했다.


“투창이 얼마나 있습니까!”

“디폴트 씨 생각보다 더 많을걸요! 하지만 뭐에 쓸려고요!”

“투창 좀 마구 날려주십쇼! 있는 대로 다! 아무데나 던져도 상관없습니다!”

“그거야 자신 있죠! 도박사의 손.”


아직 그녀와 왕야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미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눈모양 문양이 새겨진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녀는 그의 상황판단력을 신뢰했다. 왕야 역시 그녀에게 다가오려는 녀석들을 전부 산산조각냈다. 말 그대로.


슉 슉 슉 슉


그녀의 손이 보이지 않는 속도로 아이템을 뽑아냈다. 공중에 둥둥 뜬 푸른구가 투창으로 변할 때마다 그녀가 천장을 향해 던져댔다.


룬문자가 만들어내는 바람은 우습다는 식으로 계속 튕겨냈다. 투창 몇 자루가 바람에 튕겨 얼음 고블린이랑 코볼트를 부수긴 했지만, 룬문자가 건재하다면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오히려 투창이 바람에 날려 조금만 방향을 바꾸면 그들 스스로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둘은 디폴트의 판단을 믿었다.

왕야와 디폴트는 끊임없이 덤벼드는 숏다리 군단을 막고, 아리엔은 자신의 투척무기가 텅텅 빌 때까지 미친 듯이 투창을 던져댔다.


여전히 득점은 멀고 먼일이지만.


*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미친 정령 아바는 불안감을 느꼈다.


논리가 아닌 자연에서 태어난(설정의) 정령이 내보내는 감의 경고.


‘녀석들은 마을 놈들처럼 바보가 아냐. 나랑 소모전을 해봐야 의미 없다는 걸 알 터.’


아바는 오히려 웃었다.

뭘 보여줄지 궁금했다.


정령으로서의 자신과 자신을 이렇게 만든 계약의 주인공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둘 다 이런 괴팍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단 점이었다.


*


NPC나 몬스터가 몇 안 되게 유저보다 강한 면이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무기의 수납.

유저는 오로지 주무기를 한가지만 가지고 다닐 수 있다. 그러지 않았다면야 아리엔이 이 고장 잘 나는 버클러를 하나만 가지고 다닐 이유가 없었다.


다만 동시에 그 제한을 자유롭게 만드는 수단이 하나 있었다.

그게 바로 특수 무기였다.


투창, 클로, 소형석궁, 방패, 등등의 갖은 보조 무기군.

그것으로 유저들은 이 큰 패널티를 이겨나갔다. 더불어 이 보조무기들을 통해 보다 다양한 전술을 일궈나갔다.

오로지 유저이기에 쓸 수 있는 전략이었다.


다만, 이번 건 정말 무식하기 짝이 없었다.


아리엔이 총이 무색할 정도로 대단한 연사력으로 던져대는 투창이 공중을 뒤덮고 있었다. 적어도 수백 개는 족히 돼 보였다.


그중 하나가 일행에게 날아오자, 왕야가 손으로 가볍게 쳐냈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이럴 거면 왜 우리한테 무기 제한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편법이 있는데 말이다.”

“그딴 거 운영진한테나 따져.”

“흠, 따질 수 있었다면. 일단 이 망할 세계에서 빠져나가게 해달라고 말할 거다. 그건 그렇고 다 던졌나?”

“잠깐!”


그녀가 다시 손에 들린 투창 하나를 던졌다. 투창은 밴시 같은 비명을 지르며 천장으로 날아갔다.


쐐애애애액 텅!

이번에도 실패였다. 천장 근처도 못갔다.


“자, 끝! 이제 뭘 하면 돼요, 디폴트 씨!”

“요새로 가야 합니다!”

“그거 꽤 위험한 발언인 거 아시죠!”


지금, 그들이 굳이 요새로 가지 않는 이유는 단순했다. 끝장나니까! 제아무리 그들이 숨 한 번 쉬고 얼음 고블린이나 코볼트 하나 부시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지만. 그래도 위험했다.


룬문자는 전부 요새 천장에 있었고, 낮은 벽이라도 얼음 고블린과 코볼트가 퇴로를 차단해버리면 그들은 단박에 고립된다. 거기다 그들이 부순 녀석들이 공중에서 덮쳐올 것이다.


한 마디로 고립된다면 그걸로 끝. 전멸이다.


“압니다! 하지만 오브를 잡으려면 상대의 중심을 파고들어야 하잖습니까!”


디폴트의 말은 단순하고 정확했다.

둘은 그 이상 묻지 않고 행동으로 답했다.

둘은 이미 그를 믿기로 했다.


진정한 동료이자, 수십 년을 살아남은 베테랑 유저들은 한번 결정한 걸 번복하지 않는 법.


“벽은 높지 않다. 들어가는 건 쉽다.”


왕야가 정리했다. 셋은 옆을 보조하며 달려 나갔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자 키가 낮고 전투력이 약한 그들을 따돌리는 건 일도 아녔다.


그들은 순식간에 담벼락 넘듯 요새를 넘어갔다. 그러자 거대한 아이스월과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투창 수백 자루가 그들을 맞이 했다.


척 척 척

그들이 따돌린 군단이 원형으로 포위해왔다.

디폴트는 천천히 주위 바람을 살폈다.


‘풍향, 그리고 투창. 그래, 이쪽이다!’


“자, 갑니다!”


한창 꺼져가던 그의 검에서 다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불속성 인챈트 중엔 거대한 화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다만 인챈트가 제한 시간보다 일찍 풀립니다.>


“합니다!”


그러자 검에서 처음처럼 무시무시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심지어 그 불은 아까보다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아, 설마!”


아리엔이 드디어 그의 의도를 알아챘다. 강한 바람은 불을 꺼트린다. 하지만 제대로 된 방향에 태울 장작만 있다면······ 그 불을 막을 수 있는 건 없다.


지금 디폴트가 만든 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역이용당한 바람 마법, 장작 역할을 할 투창 수백 자루, 마력으로 인챈트 돼서 제한시간 전엔 꺼질 염려가 없는 불.

완벽히 불장난하기 좋은 구조였다.


안 그래도 바람에 점점 흩어지며 커지던 불이 투창까지 집어삼키자 순식간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거대한 바람은 화염 폭풍으로 변했다.


그 위력은 못해도 상급 불속성 마법에 근접할 수준이었다. 그의 몇 가지 센스와 꼼수로 마법을 만들어낸 셈이었다!


그 정도로 불이 커지니 단단했던 얼음들이 점차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천장에 녹은 물들이 룬문자에 닿자, 조금씩 닦여나갔다.


그러자 룬문자의 마법들이 힘없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바가 만든 얼음 왕국과 요새가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훌륭하다! 진짜 마법 같은 일이군! 진공정권!”


그 말과 함께, 왕야가 파동이 달린 주먹을 내질렀다. 거기에 그들을 포위하던 얼음 고블린과 코볼트가 일렬로 박살 났다.

어차피 룬문자가 사라지고 있으니 더는 조절할 이유도 없어졌다.


이제 닥치는 대로 부숴버리면 된다!


“제가 했던 짓을 따라할 줄은 몰랐어요. 것도 더 센스있게 말이죠.”

그녀도 감탄하며 남은 숏다리 군단을 갈아버리기 시작했다. 디폴트가 커진 불을 휘둘러 군단을 통째로 녹여버리며 말했다.


“배운 건 언제나 기억합니다.”


*


“룬문자가 원인이었군요.”

디폴트가 정상으로 돌아온 동굴 벽을 매만졌다. 룬문자가 안그래도 강력한 미친 정령의 얼음 마법을 더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탈바꿈시킨 거였다.

이 거대한 얼음 동굴도 그중 하나였다.


룬문자가 물에 번져 사라지자, 얼음으로 가득한 동굴은 순식간에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동굴이다 보니 여전히 서늘했지만, 아까에 비하면 최소한 자다 얼어 죽지는 않을 정도였다.


“내 기억대로 돌아왔다.”

“아이스월도 작아졌는데?”

“저게 원래 정상 크기 아닌가.”

“하긴 그러네. 아까 그게 무식하게 큰 거였지.”


얼음으로 된 요새와 숏다리 군단 전부 물이 되어 일행의 발을 적셨다. 아이스월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애초에 그런 거대한 얼음벽이 만들어진 것도 결국 룬문자의 도움이 덕분이었다. 지금 아이스월은 원래의 반의 반도 안 되는 크기였다.

어쩌면 그게 정상이었지만 말이다.


거기에 따른 대답이었는지, 아이스월이 무너졌다.

대신, 뒤에서 녹아가던 퇴로 차단용 아이스월이 다시 커져서 뒤를 막았다. 그것에 대해 놀라거나 두려워하기엔 이미 철이 지났지만.


오히려 셋은 태연히 미친 정령의 뜻을 해석했다.


“우릴 정말 죽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러게. 지금도 그닥 믿지 않으려 했는데. 이젠 뭐, 그놈인 걸 인정해야겠네.”

나름 한 방 먹인 셈인데. 둘의 수심은 여전히 어두워 보였다.


“그렇게 강합니까?”


디폴트의 질문에 그녀가 고개를 내저었다.


“보스몹으로 친다면야 사실 그럭저럭이죠. 이보다 무서운 녀석들이야 넘쳐나니까요.”

“이상하군요. 그런데 왜 유저 살인귀가 될 수 있었던 겁니까?”


디폴트의 의문은 타당했다. 유저가, 그것도 외부에서 활동하는 수십 년의 생존의 달인들이 어째서 그럭저럭을 못 이기고 살해당해왔단 말인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다 이유가 있는 법이죠. 녀석은······”


그녀의 설명에 디폴트는 침착하면서도 너무 불합리하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그거 너무 사기잖습니까?”


*


데비닌 촌장은 평온한 밤을 보내고 있었다. 이번에 처리한 일에 대해 스스로의 현명함을 자화자찬을 안주삼아 한잔 걸치고 있었다.


‘마을을 저 이방인에 미친 왕국 놈들로부터 지켰고, 그 골칫덩이들을 동굴로 보냈지. 일거양득인 셈이지, 허허. 녀석들이 그 동굴의 귀신을 처리해준다면 좋고. 죽어도 괜찮고.’


당연히 도망칠 경우를 대비해 바룬이 동굴 밖에 있으니 그들이 되돌아오려 한다면 왕국군에 연락해 고발하면 된다.

그러면 왕국군은 그 비밀통로에서 싸울 것이고, 마을은 여전히 안전하리라.


완벽한 계획이었다. 이제 조금의 시간만 지나면 이 망할 왕국군도 저 이방인들의 안식처를 포위하기 위해 떠나버릴 것이다. 자신의 완벽한 평화로운 마을 계획을 되짚어 정리를 마쳤다.


그러기 무섭게 누군가 갑자기 문을 열었다.


뭐랄까. 평범한 모험가 복장이었다. 애써 당황할 일은 아녔다. 여전히 다양한 목적을 가진 채, 유랑하는 NPC는 적지 않았다.


더러 그들 중엔 가끔 왕국군의 용병으로 참여하는 이들도 있었다. 외형으로 봐선 전형적인 성직자, 마법사, 도적, 성기사 조합으로 보이는 파티였다.


촌장은 지겹다는 식으로 손을 내저었다.


“누구요? 용병 계약이라면 이 늙은이가 아니라 왕국군 지휘관을 괴롭히시오. 여긴 일 없소.”

“뭐하러 충직한 애들을 괴롭히겠어? 눈앞에 괴롭힐 배신자가 떡하니 있는데?”

“뭐요! 아무리 촌구석이라도 촌장이외다. 감히 어디다 대고 모함을-”


그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맨 앞 모험가 파티의 리더로 보이는 여인의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게 왕국군이 매번 지껄여대던 스킬이라는 건가?


“내가 배신자 냄새 하난 기막히게 맡거든.”


그녀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촌장은 비틀거리며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몇 발자국 가지 못했다. 서 있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오들오들 떨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당신들 누구요, 대체!”

“쉿- 또 소리치면. 굳이 입 아프게 협박 안 해도 알지?”


그 말에 그는 절로 입을 다물었다.


‘이 늙은이는 그저 평화를 원하거늘. 어찌하여 이리 얄궂단 말씀입니까, 회생의 폐하시여!’


그는 그저 속으로 절규를 외쳤다.

항상 그들의 세계에서 평화는 적고 사건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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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10-3 지고한 종자(3) 21.02.03 21 0 12쪽
91 10-2 지고한 종자(2) 21.02.02 21 0 12쪽
90 10-1 지고한 종자 21.01.29 22 0 14쪽
89 9-5 반역의 거신(5) 21.01.28 27 0 16쪽
88 9-4 반역의 거신(4) 21.01.27 33 0 12쪽
87 9-3 반역의 거신(3) 21.01.26 28 0 12쪽
86 9-2 반역의 거신(2) 21.01.22 28 0 13쪽
85 9-1 반역의 거신 21.01.21 27 0 12쪽
84 8-4 하즈다르둠 공성전(4) 21.01.20 22 0 12쪽
83 8-3 하즈다르둠 공성전(3) 21.01.19 23 0 12쪽
82 8-2 하즈다르둠 공성전(2) 21.01.15 26 0 13쪽
81 8-1 하즈다르둠 공성전 21.01.14 32 0 15쪽
80 7-10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10) 21.01.13 25 0 17쪽
79 7-9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9) 21.01.12 50 0 14쪽
78 7-8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8) 21.01.08 29 0 14쪽
77 7-7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7) 21.01.07 30 0 12쪽
76 7-6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6) 21.01.06 28 0 12쪽
75 7-5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5) 21.01.05 26 0 12쪽
74 7-4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4) 21.01.01 42 0 16쪽
73 7-3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3) 20.12.31 47 0 12쪽
72 7-2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2) 20.12.30 24 0 13쪽
71 7-1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 20.12.29 27 0 13쪽
70 6-12 속삭임의 던전(11) 20.12.25 26 0 12쪽
69 6-11 속삭임의 던전(10) 20.12.25 26 0 14쪽
68 6-10 속삭임의 던전(9) 20.12.24 2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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