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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596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2.06.16 22:29
조회
234
추천
4
글자
11쪽

진천 - 124화

DUMMY

마찬가지로 다급하게 북극으로 이동한 진천은 곧장 호문을 찾아 기절한 악야를 호문의 품으로 밀어 넣었다.


"아버지. 잠시만 악야 좀 부탁하오."


"뭐? 이놈이 다짜고짜?"


"위험해서 그렇소. 아버지. 나 방금 서역의 인간들한테 죽을 뻔 하고 오는 길이오."


"뭐?"


호문의 얼굴이 확 일그러지자 진천은 눈을 내리깔곤 제 오른손 엄지로 괜히 다른 손가락들을 만지막거리며 말했다.


"아버지. 놈은 내 공격을 모두 막고 내게 큰 상처를 입혔소. 난 죽기 직전까지 몰리다가 겨우 탈출했고... 대체 뭐요? 인간은 날 해칠 수 없다면서요?"


"그게 무슨! 아무리 네놈이 힘을 못쓴다지만 그게 말이 되느냐!! 헛! 그놈들 인간 맞냐? 서역인라면 용족일 수도 있다."


"... 무슨. 내가 그 정도도 구별 못하진 않소. 분명히 인간이었소."


"허면 설마 용잡이?"


"뭐요?"


호문이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리 듯 말을 뱉곤 한동안 입을 다물자 진천이 그를 재촉하고 들었다.


"아, 뭐라 말좀 하시오. 용잡이가 뭐요?"


"...서역엔 드래곤 슬레이어라고 드래곤을 죽이는 인간 무리들이 있다. 아니, 있었지. 허나 그건 못해도 천년전의 일이야. 인간이 지금보다 곱절 이상은 강했을 때나 가능했던 일인데... 지금은 인간이 이렇게까지 약해졌는데 말이 안된다."


"...인간이 용을 잡는다고요?"


"옛날엔 있었지. 아마 지금은 있다 해도 헤츨링이나 웜급이 된지 얼마 안된 드래곤정도만 가능할거다. 하긴. 너는 그쪽으로 치면 웜급도 안되니..."


"미친!"


호문의 말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진천이 혼란스러운 머리속을 정리하기 위해 눈을 질끈 감았다.


'뭐야. 그 적룡놈을 없앨 수 있다고? 그게 가능해?'


진천이 동족을 치는것을 포기하게 만든 거대한 장벽.


대적불가 라고만 여겼던 적룡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안 진천은 가슴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뜨거운 것이 번지려는 것을 간신히 짓누른 후 눈을 떴다.


"아버지, 놈들 좀 잡아주쇼. 아버지는 식은 죽 먹기 아니요."


그말에 호문이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진천을 노려봤다.


"뭣? 이 못난놈이!! 나가 죽어 이놈아! 그깟 놈들이 무서워서 애비한테 팔을 밀어? 에라이!!"


철썩!


"아악!! 뭐요! 용도 잡는 놈들을 내가 무슨 수로 이겨!"


"이놈이! 니가 힘을 제대로 써보기나 했냐? 그렇게 철이 안드니까 여즉 못쓰는 거야! 당장 꺼져!"


후웅!!


"이익! 젠장!"


팍!


진짜 진천의 안면을 꿰뚫을 기세로 후려지는 호문의 주먹을 본 진천은 다급하게 몸을 꺼뜨려 다시 마교의 대전으로 돌아왔다.


"빌어먹을 노인네가!! 아들이 위험한데 옘병하고 진짜!!"


가뜩이나 불난 가슴에 기름을 들이 붓는 아비의 냉대에 입술을 짓이긴 진천이 거대한 태의에 털썩 몸을 던지자, 흑의인 하나가 몸을 날려 진천의 앞에 무릎을 꿇고 양손으로 단정하게 개어진 흑의를 올려 받쳤다.


후우우욱-


"교주님."


"... 됐다. 거기 두고 가라."


"존명."


후아아악!


흑의인이 다시 대전의 어느 한 곳으로 사라짐과 거의 동시에 구학영과 사마의가 다급하게 대전으로 몸을 날리며 들어왔고, 그 뒤로 염광도 따라 붙으며 나란히 진천의 태의 밑으로 멈춰섰다.


"천마신교의 지존을 뵈옵니다."


"진천. 괜찮나?"


구학영의 걱정어린 얼굴에 진천이 쓴웃음을 지으며 부러 몸을 반쯤 뉘이며 턱을 괴고 들었다.


"큭! 멀쩡한거 안보이오? 옷만 좀 상한거 가지고 뭘 그렇게."


"교주님..."


이 때 구학영과 사마의, 염광의 얼굴에는 걱정보다 더 큰 두려움이 묻어 있었다.


천마신교 뿐 아니라 전 중원, 전 대륙을 통틀어도 진천의 몸에 생채기 하나 내는 인간이 있을거라곤 상상도 못했던 그들이기에 진천이 넝마가 되어 나타났다는 그 말에 받은 충격은 말로 다 하기 어려울 정도였던것이다.


그리고 그건 그 셋에게 포터 일행과의 전투를 설명하기 시작한 진천도 마찬가지.


어느정도 진정 됐다고 생각했건만, 다시 아까의 전투와 상대의 기괴한 외형이 떠오른 진천은 점점 두려움으로 가슴이 뛰고 있었다.


'빌어먹을. 진정하자. 난 혼자가 아냐. 여기엔 신마가 5명이나 있다.'


그렇게 애써 포터의 무위를 현실의 범주로 끼워 맞추며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킨 진천이 설명을 마쳤고, 구학영과 사마의, 염광은 진천의 설명을 다 듣고도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멍한 얼굴로 각자의 생각에 잠겨있었다.


"용잡이라니... 그런..."


"됐다. 놈들이 서역의 기이한 술법을 걸기에 잠시 당했을 뿐, 본교에 신마가 몇이더냐. 잡기술을 쓰는 두놈만 묶어두면 그 짐승같이 생긴 대장놈은 일초지적이다."


"..."


"크크, 형님. 그래도 용족도 잡을 수 있다고 하지 않소. 이 기회에 놈들을 사로잡아 비결이나 들어 봅시다."


"...진천."


레드 드래곤 제노사이드의 본체를 본 구학영은 그 인간의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하고 경이롭기까지 한 그것을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은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진천. 용에게도 등급이 있다지 않았나. 내가 본 그 적룡은 도저히... 그리고 이제와서 굳이 적룡과 맞설 이유도 없다."


구학영의 말에 진천의 눈썹이 꿈틀하며 미간이 찌푸려졌다.


"음? 형님, 그게 무슨 말이오? 지금이야 어쩔 수 없이 동족 수장놈의 말에 벌벌 긴다지만 그 적룡만 없으면 동족 놈에게 한방 먹일 수 있소. 본교의 백만 마인들을 구할 수도 있는데 시도는 해봐야지."


그 말에 구학영과 사마의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진천을 바라보자 염광이 고개를 깊게 숙이며 진천의 눈치를 살폈다.


"저, 교주님. 제가 한말씀 올려도 되겠는지요."


"말해라."


"서역의 용잡이들은 보통 1천년 미만으로 산 웜급. 즉, 성체가 된지 얼마 안된 용들을 잡는다고 들었습니다. 이미 에이션트의 끝자락에 다다른 고룡인 적룡 어르신을 이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염광."


진천의 낮은 목소리가 염광의 말을 끊고 들어오자 염광이 숨을 삼키며 고개를 더욱 깊이 숙였다.


"네, 교주님."


"겨우 인간의 몸으로 웜인지 뭔지 하는 용을 잡는다면 본좌는 어떻겠나? 당장 어떻게 하겠다는게 아니라 방법을 알아 보겠다는 것이니 괜히 본좌의 심기를 건드리지 마라."


"... 존명."


이미 서역인들에게 당한 굴욕으로 자존심이 크게 상한데다 이 일을 구학영 등에게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진천은 상처입은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괜한 허세를 부리고 있었고, 그런 자신의 말을 되짚는 염광에게 큰 짜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아들아.]


[아버지?]


[며늘아가가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해서 일단 데려다 놨다.]


"뭣!!"


호문과 전음으로 대화하던 진천은 너무 놀라 육성으로 소리를 내질렀고, 그에 사마의와 염광도 덩달아 화들짝 놀라며 몸이 두어발자국 뒤로 튀어나갔다.


벌떡 일어난 진천의 머리속에 다시 호문의 전음이 들려왔다.


[깨자마자 울고불고 하도 난리를 쳐서 데려다 준 것이니 나한테 따지지 마라.]


"이익...젠장!!"


팍!


"여보!! 악야!!"


섬서의 가택으로 몸을 옮긴 진천은 어수선한 복도를 지나 악야의 이름을 외치며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폭발의 여파가 이곳엔 미미하게 닿았는지, 온갖 집기들과 창호문들이 바닥으로 나뒹굴고 있긴 했지만 딱 그만큼이었기에 모든 시비들과 일꾼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저택을 정리하고 있었다.


드륵-


"악야!!"


침실의 문을 열어 젖힌 진천이 악야를 발견하고는 따지듯이 물었다.


"악야, 대체 여긴 왜온거야? 위험하다고 했잖아!"


"가까이 오지 마!!"


"...!!"


"거기 있어요. 또 혼절하고 싶지 않으니까."


"...악야."


"왜 여기 있냐고? 여기가 내 집이니까. 무슨 일인지 정확하게 말해주기 전까진 난 내 집에서 한발자국도 안나갈 거야."


악야의 단호한 말에 진천의 얼굴이 사색이 되며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여보, 알았어. 알았으니까 일단 교로 가서 얘기하자. 여긴..."


"아니. 난 더 이상 천마신교 안에서 살지 않을거에요. 이제야 좀 사람 사는 것 같은데 내가 왜 숨어 살듯이 그런 외지에 쳐박혀 살아야 해요? 여기 친구들도 많고, 난 아무데도 안가요."


"여보, 대체 왜이래? 여긴 위험하다고. 당분간만이라도 좋으니까 제발..."


"그러니까 말을 해요. 당신이야 말로 왜 이래요? 뭐가 어떻게 위험한지 말을 해야 하는거 아니에요?"


"악야."


"난 당신 아내고 진호 엄마에요. 당신이나 진호가 위험한데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숨어만 있으라고? 그러다 당신이 죽기라도 하면, 나는 나중에야 당신 시체 끌어안고 울다가 당신이 어디서 왜 죽었는지 남한테 들으라 이거에요?"


"..."


으득.


악야의 날선 말에 순간 진천의 표정에 살기가 돌며 주변의 모든 것이 얼어 붙을 듯한 음기가 터져나왔다.


"...뭐?"


"...진천."


"뭐라고? 내가 죽어?"


"..."


악야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진천이 점점 다가오는 만큼 뒷걸음질을 쳤고, 무릎의 뒷관절이 침상의 턱에 걸리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며 그대로 침상 위로 풀썩 주저 앉았다.


"나는 안죽어. 당신이랑 진호 두고 내가 혼자 죽는다고? 하늘이 두쪽 나도 그럴일은 없어."


"...여보,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제발 진정..."


"아니. 진정할 건 내가 아니야 당신이야. 내가 누군지 몰라? 천마신교의 교주야. 하루아침에 이 명나라 땅에 있는 인간을 모조리 절멸시킬 수도 있다고. 크큭! 미친거야? 대체 어떻게 내가 죽는다는 생각을 해?"


"진천, 제발..."


"그러니까 똑바로 들어!! 내가 어떤놈하고 칼질을 하다가 한놈이 죽는다? 그게 날까? 아니!! 죽인 놈이 나야!! 나는 죽는 쪽이 아니라 죽이는 쪽이라고!! 상대가 누구든 죽이는건 나야!!!"


이미 반쯤 이성을 잃은 진천의 광기서린 눈과 독설에 악야는 온 몸이 떨리다 못해 이빨마저 따닥따닥 부딪치고 있었다.


"진천... 당신 진짜..."


오늘 진천이 포터에게 느낀 죽음의 공포, 그리고 그 이상으로 짓밟힌 진천의 자존심이 뒤섞이며 생긴 초조함이 그 스스로도 미처 눈치채지 못한새 그의 이성을 순식간에 무너뜨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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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진천 - 125화 22.06.16 246 4 10쪽
» 진천 - 124화 22.06.16 235 4 11쪽
124 진천 - 123화 22.06.16 240 4 9쪽
123 진천 - 122화 22.06.16 234 4 12쪽
122 진천 - 121화 22.06.16 236 4 14쪽
121 진천 - 120화 22.06.16 254 4 11쪽
120 진천 - 119화 22.06.16 248 5 9쪽
119 진천 - 118화 22.06.16 246 4 12쪽
118 진천 - 117화 22.06.16 252 4 14쪽
117 진천 - 116화 22.06.16 257 3 12쪽
116 진천 - 115화 22.06.16 237 4 9쪽
115 진천 - 114화 22.06.16 257 6 11쪽
114 진천 - 113화 22.06.16 254 5 14쪽
113 진천 - 112화 22.06.16 252 4 17쪽
112 진천 - 111화 22.06.16 264 4 12쪽
111 진천 - 110화 22.06.16 266 5 11쪽
110 진천 - 109화 22.06.16 272 4 12쪽
109 진천 - 108화 22.06.16 262 4 10쪽
108 진천 - 107화 22.06.16 258 4 13쪽
107 진천 - 106화 22.06.16 275 5 11쪽
106 진천 - 105화 22.06.16 293 3 17쪽
105 진천 - 104화 22.06.16 282 3 15쪽
104 진천 - 103화 22.06.16 278 4 16쪽
103 진천 - 102화 22.06.15 274 4 16쪽
102 진천 - 101화 22.06.15 283 3 18쪽
101 진천 - 100화 22.06.15 27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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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진천 - 98화 22.06.15 265 3 14쪽
98 진천 - 97화 22.06.15 263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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