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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457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2.06.16 20:44
조회
247
추천
5
글자
9쪽

진천 - 119화

DUMMY

'이렇...게 죽다니...'


그렇게 서서히 죽음을 맞는 정건이 완전한 어둠속에 잠기려 할 때, 그의 흐려지는 정신을 뚫고 포터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쩝, 많이 아픈가? 미안하군. 이정도는 해야 내 실력의 일부라도 보여줄까 싶어서 말이야. 라빈!!"


"네, 대장!!"


터덥.


"리스토어."


후아아아악!


순간, 이미 완전히 감겼던 정건의 눈꺼풀 위로 따스한 햇빛이 느껴졌다.


'빛? 내 몸이...'


곧이어 고통이 사라지고 공력 차오르는 것을 느낀 정건.


"윽!"


본능적으로 뜬 눈앞에 가득 퍼진 금빛에 눈살을 확 찌푸렸던 정건은, 라빈이라고 불린 붉은 머리의 서역인이 천소청과 이성조, 남궁후의 몸에도 금빛의 무언가를 두르는 것을 보곤 자신의 몸 여기저기를 더듬었다.


"이건..."


"정문주!"


떨어져 나갔던 팔이 어느새 멀쩡하게 회복된 천소청이 정건을 향해 달려와 그의 어깨를 덥썩 움켜쥐었다.


"문주! 이건... 교주의 것과..."


"세상에..."


모두가 정신을 차린 듯 하자 포터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크크! 이정도면 만족하겠나? 참고로 난 내 힘의 10분의 1도 다 안썼다. 그리고... 라빈, 이들에게 파워와 웨이트 스펠을 써줘라."


"네, 대장."


스스-


"인첸트."


라빈이 천소청을 비롯한 넷을 향해 양팔을 내밀자, 그의 양손 앞에 기이한 빛을 내는 문자들이 커다란 원형을 이루며 휘몰아치다가 그들의 몸으로 쑤욱 들어가버렸다.


"헙!"


"이, 이게 무슨..."


"헛!! 맹주, 맹주의 몸에..."


"무,문주, 그대도..."


천소청과 정건등은 모두 서로의 몸에 둘러진 미약한, 강기는 절대 아닌 그 기묘한 빛에 놀라다가 곧 몸 내부의 변화에 기겁을 하게 됐다.


"몸이 가벼워졌소."


"나도 그렇소. 게다가 힘도..."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이미 화경의 경지를 이룬지 수십년에서 백년 가까이 된 그들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육체의 힘에 상당히 격양되어 검을 이리저리 휘두르거나 엄청난 속도로 경공을 펼쳤다가 돌아오는 등, 마치 처음 단전을 만들고 공력을 써본 초급 무사들처럼 흥분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


"이건 설마 현경의?"


"환골탈태를 이루고 육체의 능력은 더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했거늘. 이정도라면 우리도 어쩌면..."


"크하하하핫! 미안하지만 그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겨우 한시간 정도지. 그래도 굉장하지? 크크!! 우리가 할 수 있는건 다 나열하기도 힘들다. 드래곤 슬레이어, 너희 말로 용잡이라는 칭호는 그냥 생기는게 아니야."


"..."


"아..."


사아아아아-


포터의 말에 모두의 얼굴에 실망감이 어리며 잠시간 정적이 흐르자 포터가 슬그머니 다시 말을 꺼냈다.


"이런. 실망했다면 미안하군. 놀리려고 한건 아니다. 그럴일은 없겠지만 정말 만에 하나 내게 벅찬 상대라 해도 라빈과 싱어의 서포트... 음, 지원? 조력? 아무튼, 저 둘이 있다면 잡지 못할 괴물은 없디. 그걸 알려주려고 했을 뿐이다."


포터의 말에 라빈이 씨익 웃으며 싱어를 가르켰다.


"크큭! 나는 마법사고, 저기 싱어놈은 궁수야. 음, 뭐랄까. 엄~~청 멀리 있는 목표도 순식간에... 에라! 어이, 싱어! 그냥 보여줘라!"


"음? 나까지?"


"크흐! 그래, 화끈하게 한번 보여줘라. 우리 용병단 역사상 최대의 고객이잖냐."


"끄응... 대장이 시킨다면야."


파악!!!


순식간에 싱어의 손에 나타난 거대한 활 형상의 빛무리.


1장은 쉽게 넘어보이는 그 거대한 활은 실체가 없이 이글거리는 청색의 강기 같은 것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싱어가 빈 손으로 활시위를 당기자 놀랍게도 형형색색의 화살 5개가 시위에 올려지며 점점 그 크기가 거대해졌다.


"저, 저게 무슨..."


이내 화살 하나가 쇠뇌살과 비슷한 크기로 커지자, 싱어는 활을 바로 위의 상공으로 들어 올려 잘 보라는 듯한 표정으로 천소청 일행을 바라보고는 팽팽하게 당겨진 활 시위를 그대로 튕겨 보냈다.


파바박!!!


후우우우우웅!!


"오오..."


쿠우우우우우....


오색의 찬란한 거대 화살은 쏘아져 나간지도 모를 만큼 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천지를 울리는 그 파공음만으로도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할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크크! 아직 시작도 안했다."


스윽.


싱어의 다음 시범을 본 천소청과 모두는 경악성을 참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는 새에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지를 수 밖에 없었다.


파바바바바바바바바바박!!!!!!!


"미친!!!"


"어억!!!"


우웅-우웅-웅-웅-웅


싱어의 손에서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속도를 넘는- 눈 한번 깜박할 그 사이에 수십, 어쩌면 수백번의 살이 상공으로 쏘아지고 있는 것 아닌가.


싱어의 손은 마치 간질환자가 발작을 일으키는 것 처럼 기이하게 떨리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손이 남기는 잔상과 진동이었다.


"인간이 어찌 저런..."


이성조의 중얼거림에 라빈이 다시 샐쭉 웃으며 대꾸했다.


"흐흐! 저건 그냥 잔기술이고. 싱어! 마무리 해라!"


"오케이 대장!!!"


쿠르르르르르르릉


"크크, 저게 바로 아스카 영지에서 실버드래곤의 목을 꿰뚫었던 우리 용병단의 자랑. 엔딩 애로우(ending arrow) 다."


어느새 더 커진 싱어의 활.


그리고 그 시위에는 초대형 전작의 기둥만한, 5장 길이에 지름은 반장은 되어 보이는 거대한 살이 엄청난 기세로 몰아치는 전격을 머금은 채 시위를 팽팽하게 당기고 있었다.


투웅-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으헛!!!"


싱어의 손에서 쏘아져 나간 살은 그 충격파만으로도 모두의 호신강기를 산산조각 내버렸다.


그에 천소청 일행은 기겁을 하며 급하게 공력을 끌어 올리고 팔을 이(二)자로 앞세워 전력을 다해 버텼지만, 그럼에도 상당한 거리를 뒤로 밀려나가는 바람에 그 초거살(超巨殺)이 쏘아져 나가는 것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주변이 고요해지자 모두의 몸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고,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공력을 끌어올려 운기를 해야할 만큼 몸과 마음에 동시에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가... 이건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


그렇게 그들이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한 아주 잠깐의 시간이 흐르자 포터가 다시 호탕하게 웃으며 땅에 떨어져 있던 자신의 검을 들어 올렸다.


"크흐! 어떠냐? 이정도면 우리가 너희들의 의뢰를 받을만한 자격이 있나? 대체 어떤 놈이길래 너희만한 그랜드... 고수들이 그토록 두려워 하는지 궁금해 미치겠군!"


"아, 시간끌지 말고 얼른 말해! 어차피 우리 대장한텐 그냥 똑같은 사냥감일 뿐이야. 나중되면 지금 이렇게 호들갑 떤게 민망해질 정도로 쉽게 끝난다니까?"


"..."


라빈의 말이 끝나자 천소청이 멍한 표정으로 포터를 바라보며 홀로 중얼거렸다.


"이정도면..."


"맹주."


묵직한 정건의 부름에 천소청이 고개를 돌리자, 남궁후와 이성조도 비장한 눈빛으로 천소청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됩니다."


"되겠소."


그들을 따라 고개를 짧게 끄덕인 천소청은, 순간 무언가가 복받쳐 올랐는지 이성조의 팔뚝을 덥썩 움켜쥐며 고개를 떨구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크흐흑..."


"맹주."


어느새 땅으로 주저앉은 천소청의 흐느낌은 그가 수십년간 마교로 인해 얼마나 많은 정신적 고통을 받아 왔는지를 알리고 싶다는 듯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만큼 진천의 힘은 그 존재만으로도 적들이 지속적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하는 것이었다.


'언제 교주가 변심하여 무림을 멸할지 모른다.'


'당장 내일 교주가 무림을 침범하면 무림맹은 막을 힘이 없다.'


이런 무림맹의 참담한 현실속에서 공포와 불안이 쌓일대로 쌓인 거파들의 분열은 날이 갈 수록 극심해져 갔고, 무림맹주의 자리에서 그것을 홀로 감당하던 천소청의 고통은 오랜시간 청아하기 그지 없었던 그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맹주. 일어나시오. 그간 얼마나 힘드셨소."


"끄흐흐흑!! 장문인... 끄흑!! 흐흐흐흐흐... 드디어..."


"소청아..."


천소청이 절정고수였던 시절부터 화경의 고수이자 무림의 선배로써 활동하던 정건이 80여년만에 그의 이름을 부르며 어깨를 다독이자 천소청은 흙바닥을 짚고있던 손을 꽉 말아쥐고 일어나 포터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엉? 갑자기 왜 우냐? 너만한 강자가 이렇게 우는 것도 또 다른 구경거리긴 하다만! 크크크!!"


"흐흐흐흐!!"


포터의 말에 눈물 범벅이된 얼굴로 한바탕 크게 웃은 청소청은 곧 그의 앞에 우뚝 멈춰서 붉어진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천마신교의 교주 백진천. 그대가 죽여야 할 자의 이름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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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진천 - 122화 22.06.16 234 4 12쪽
122 진천 - 121화 22.06.16 235 4 14쪽
121 진천 - 120화 22.06.16 254 4 11쪽
» 진천 - 119화 22.06.16 248 5 9쪽
119 진천 - 118화 22.06.16 245 4 12쪽
118 진천 - 117화 22.06.16 251 4 14쪽
117 진천 - 116화 22.06.16 255 3 12쪽
116 진천 - 115화 22.06.16 236 4 9쪽
115 진천 - 114화 22.06.16 256 6 11쪽
114 진천 - 113화 22.06.16 253 5 14쪽
113 진천 - 112화 22.06.16 251 4 17쪽
112 진천 - 111화 22.06.16 263 4 12쪽
111 진천 - 110화 22.06.16 265 5 11쪽
110 진천 - 109화 22.06.16 27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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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진천 - 107화 22.06.16 257 4 13쪽
107 진천 - 106화 22.06.16 273 5 11쪽
106 진천 - 105화 22.06.16 292 3 17쪽
105 진천 - 104화 22.06.16 281 3 15쪽
104 진천 - 103화 22.06.16 277 4 16쪽
103 진천 - 102화 22.06.15 273 4 16쪽
102 진천 - 101화 22.06.15 282 3 18쪽
101 진천 - 100화 22.06.15 272 4 11쪽
100 진천 - 99화 22.06.15 267 4 13쪽
99 진천 - 98화 22.06.15 264 3 14쪽
98 진천 - 97화 22.06.15 262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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