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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730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2.06.16 13:17
조회
293
추천
3
글자
17쪽

진천 - 105화

DUMMY

"피해는?"


피범벅이 된 옷을 불만스러운 얼굴로 훑어 본 진호의 물음에 마뇌 척살대 대주 장조휘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사망 백이십, 부상 이백가량 입니다."


"젠장."


곤륜 전체의 수보다 두배에 가까운 수로 한 새벽의 기습, 거기에 무려 신마와 천마의 고수가 가장 앞에서 수천의 적을 베었음을 감안한다면 믿기지 않을 만큼 큰 피해였다.


"부상자는 모두 섬서로 복귀 시켜라."


"존명."


장조휘가 몸을 빼자 사마의가 진호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소교주님, 무영문은 하남과 산서, 호북, 호남 이 네곳에 있는 20여개의 지부만 멸하시라 명 받았습니다."


"알았다. 가까운 곳 부터 가나?"


"아닙니다. 무영문은 무력이 뛰어난 고수는 많지 않으나 다수의 약자가 소수의 강자를 감당하기 위한 합격진을 주로 연마하고 경공이 뛰어나기 때문에 소식이 알려지면 대응이 빠를 것 입니다. 각지에서 동시에 습격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마의의 말을 들은 진호의 표정이 더욱 떨떠름하게 변했다.


조를 나눈다면 자신이나 열건이 있는 곳은 별 문제 없겠지만 나머지는 피해가 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진호가 뭔가 다른 방안을 생각해보려는 사이, 이를 눈치챈 사마의가 빙긋 미소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소교주님. 무영문은 곤륜처럼 도가계열의 무공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지금 나와있는 정예만으로도 충분히 속전속결이 가능하니 너무 염려치 마시지요."


"허나 지금은 평시가 아닌 전시 아닌가. 가뜩이나 성문 마다 무영문주의 신체를 걸어놓은 것으로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오히려 그렇기에 지금이 적기입니다. 모두 청해와 서안쪽에서 본교가 밀고 내려온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설마 각지에서 각개격파를 할 것이라곤 생각치 않을 것 입니다. 또한 무영문의 지부는 정보거래가 목적이기에 일반 문파와 다르게 무사의 수가 많지 않습니다. 많아봐야 한 지부당 100여명. 지금의 전력을 열로 나눠도 충분합니다."


"... 그래, 나보다는 군사의 생각이 옳겠지. 조를 나눠라."


"존명."


사마의의 지시에 따라 진호가 조장인 1조가 천명, 열건이 조장인 2조가 2천명, 장조휘가 조장인 3조가 4천명, 그리고 월비정살대 부대주 합건이 조장인 4조가 7천명으로 편성되고 각 지역마다 3~6개 까지 흩어져 있는 무영문 지부의 지도가 분배됐다.


"무사의 수가 많지는 않으나 습격이 알려지면 주변의 구파일방이나 정파소속 무인들이 지원을 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3조와 4조는 전세가 기울기 전에 최대한 빠르게 몸을 빼야하고, 소교주님이나 열건 부대주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후퇴하십시오."


"알았다."


해가 뜨기 시작하자 1만 5천의 마인들은 각 조에 맞춰 일사분란하게 산등성이를 따라 사방으로 흩어졌다.


가장 먼저 목표지에 도착한 것은 하남으로 출발한 진호의 1조.


그들은 곧장 섬서와의 경계에 있는 무영문의 하남 1지부로 몰려들어가 그곳의 무인들을 참했는데, 그들이 그곳의 전부를 멸하는데 걸린 시간은 겨우 2각 남짓이었다.


애초에 그곳의 적들도 60여명 밖에 안되었기에 왠지 김이 빠진 진호는 모든 전각에 불을 지른 후 지체없이 다음 목표를 향해 몸을 날렸다.


"괜히 걱정했군. 3지부 부터 5지부 까지 세곳은 본좌 혼자 처리할테니 남은 2지부는 너희끼리 정리하고 산서성으로 집결하라."


"존명."


홀로 몸을 뺀 진호는 소림과 가까운 3지부는 미뤄두고 나머지 두 지부를 찾아 도합 300여명의 무영문도를 몰살한 후 곧장 숭산으로 방향을 잡았다.


'설마 소림에서 튀어나오진 않겠지. 최대한 빨리...'


진호는 직접 '칼질'을 했던 다른 지부와 달리 이번엔 30장 위의 상공에 뜬 채로 손에서 아주 작은, 손바닥 크기의 반도 안되는 자주빛 진기 구슬을 무영문 지부의 중심으로 떨어뜨렸다.


후우우웅-


그것은 신마를 이루며 터득한 가공할만한 위력의 공격이었지만 적의 검을 막고, 살을 베고, 뼈를 끊는 전투의 쾌감이 전혀 없었기에 지금까지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방법이었다.


꾸웅...


잠시 후, 진호가 뽑아낸 진기와 대지에 스며들어 있던 자연진기가 충돌하며 짧고 묵직한 진동음이 올라오던 그 순간.


뻐어어어어어어엉!!!


"큭!"


과장 조금 보태서 지름이 4리는 되는 부지내의 모든것이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여파는 무려 2리 주변의 대지까지 사정 없이 뒤흔들어댔다.


"끄으으으윽..."


쿠구구구구구-


이제 무영문의 지부가 있던 자리에 남아있는 것이라곤 주변의 하늘에서 뿌옇게 내리는 마른 먼지안개 뿐.


어느정도 여진이 가라 앉고서야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사방에 희뿌옇게 날리는 나무와 돌가루 등에 눈쌀을 찌푸리며 기침을 해대다가, 이내 사람의 몸에서 나온것이 분명한 핏빛 안개와 살과 내장, 뼈조각 등이 땅에 널부러져 있는 걸 보고는 기겁을 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직 점심때도 되지않은 아침 댓바람부터 일어난 이 대폭발로 그 거대하던 무영문의 지부가 있던 자리에는 지름 50장의 구덩이와 전각들의 기둥을 받치던 주춧돌 몇개만이 흉흉하게 들어나며 마치 오래된 선사시대의 유적지를 연상케했다.


지척거리에 있는 소림을 지나치게 의식한 탓에 오히려 다른 지부보다 더 화려하고 요란하게 3지부를 몰살시킨 진호는 대폭발이 일어나자마자 누구보다 혼비백산 하며 까마득히 높은 상공으로 솟구쳐 올라 산서를 향해 전력으로 몸을 날렸다.







***







성벽에 메달려있던 금영진과 함께 마교의 전병력이 각 성문에서 사라진지 겨우 하루.


그 하루새에 마교의 동시다발적인 습격으로 무영문의 지부 20여개의 몰살 당하고 곤륜은 총 전력대비 7할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


이에 무림맹의 수뇌부는 분명 소교주의 납치를 주도한 세 문파 중 남은 하나인 무당파가 다음 목표라고 판단하고 연합군의 전력 2할과 무림맹의 전력 3할을 무당산이 있는 양양성에 급파한다.


무당의 미래라고 불리는 무당 10검 전원이 섬서와 맞닿은 양양성의 북문에 배치되었고, 같은 지역에 자리잡은 호북팽가의 장로들이 합류하며 전선을 더욱 두텁게 했다.


"젠장. 코 앞에서 무영문의 지부들이 몰살 당하는데 우린 도대체 뭘 한건지!"


무당 10검 중 셋째인 태손이 입술을 짓이기자 그 옆에 있던 거한의 사내가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매끄럽게 정돈된 수염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신경쓰지 마라. 야습도 아니고 아침 댓바람 부터 마교놈들이 쳐들어 올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


"후! 사형. 아무튼 이번엔 나를 말리지 마시오. 지금껏 하도 놈들이 무섭다 무섭다 귀에 딱지가 앉게 들었지만, 내 오늘 죽더라도 기필코 최소 이백은 저승길 동무 삼아 갈테니."


"이놈아, 우리 모두 같은 심정이다. 혼자 튀어나가다가 허무하게 죽지만 마라."


"크흐..."


하지만 양양성엔 하루, 이틀, 삼일... 무려 5일이 지날 때 까지 마인은 커녕 그 엇비슷한 것도 나타나지 않았고, 슬슬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연합군과 맹의 무사들은 하나둘 전선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의 오후, 호북팽가의 장로 하나가 무당10검이 자리 잡은 성곽 위로 올라와 괜한 헛기침을 하며 말을 붙였다.


"크흠! 송장로. 아무래도 마교가 무당산에는 오지 않으려나 보오."


"팽숙운 장로님. 안녕하십니까."


무당 10검 중 1검이자 무당파의 장로인 송지협의 포권에 가볍게 미소로 화답한 팽숙운이 말을 이었다.


"아 그렇지. 내 듣기로 얼마전 마교의 소교주가 대낮에 무림맹으로 걸어들어가 공진을 만났다고 하던데... 혹 들은 얘기가 없소? 그대들의 선배 아니오."


"..."


묘한 표정으로 말하는 팽숙운의 말에 송지협이 움찔하자, 옆에 있던 태손이 얼굴을 붉히며 언성을 높혔다.


"팽장로님 그 무슨! 공진 장로는 이미 수십년 전에 파문을 당한 외부인사입니다! 그 일을 왜 저희에게 물으십니까!"


"태손! 말을 삼가라!!"


"사형!!"


태손의 언성이 점점 높아지자 그를 가만히 듣고 있던 팽숙운은 짐짓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양 손바닥을 올려 보였다.


"아아, 이거 미안하게 됐소. 내가 괜한 말을 꺼냈군. 난 그저 정말 만에 하나 마교와 무당이 어떤 협약이라도 맺지 않았을까 하..."


"팽장로님!!!"


쿠우우우...


이번엔 송지협이 화를 참지 못하고 온몸에 공력을 끌어 올리고는 팽숙운을 노려보며 노기 어린 음성을 흘렸다.


"우리 무당파는 대 장삼봉 진인의 혼을 이어받은 태극의 후예입니다. 그런 우리가 마교와 협약이라니요. 이는 우리 무당을 모욕하는 언사요, 또한 아무리 파문 당했다고는 하나 공진 장로 또한 마교와 더러운 협약따위를 맺을 분이 아니오. 더 이상 근거없는 추측으로 본문을 비방한다면 본도는 이를 묵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점차 퍼져나가는 그의 공력은 고요하면서도 날카롭게 주변을 잠식하기 시작했고, 그 살기를 느낀 팽숙운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입에서 날선 비웃음이 흘러 나왔다.


"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정신이 나갔구나. 감히 나에게 이빨을 드러 내고도 멀쩡할 줄 아느냐?"


"뭐라!!"


후욱!!!


지이이잉-


챙!


송지협의 검에 이어 팽숙운의 검도 순식간에 뽑혀져 나오자 그 투기를 느낀- 지난 며칠간 김이 팍 빠져 무료함에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던 수백의 무사들이 쌍수를 들고 모여들어 그들의 싸움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쌓이고 쌓여 사방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시선을 느낀 태손이 입 꼬리를 올리며 팽숙운을 노려봤다.


"사형. 사형까지 나설 것도 없소. 우리가 왜 무당 10검인지 내 직접 알게 해 드리지."


"뭐라? 이런 애송이 놈이!!"


자신보다 30년은 어린 태손의 도발에 팽숙운은 화를 참지 못하고 곧장 검을 위로 치켜들었고, 그와 동시에 쏘아져 나간 태손의 장력이 팽숙운의 복부를 강타하며 엄청난 굉음을 퍼뜨렸다.


뚜우우우우웅-!


"커헉!!"


퍼버버버버버버버버버벅!!!!!


내가공법의 묘리를 담은 태손의 태극권은 순식간에 팽숙운의 오장육부를 뒤틀며 그가 미동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떠엉!!!


그리고 곧이어 팽숙운의 가슴팍을 후려치며 10장 뒤까지 날려 보낸 태손의 권 수십타는 이내 그를 성벽 아래로까지 추락시켰다.


쿠웅!!


너무도 빠르고 일방적으로 끝난 승부.


"허어! 분명 둘의 경지는 비슷 할텐데 어찌 이토록 차이가..."


"그렇지가 않은가봅니다. 역시 무당이라고 해야할지. 겨우 불혹의 나이에 저만큼 패도적인 무공을 연마한 저 아이의 무재가 뛰어난건지 모르겠군요. 허허. 그나저나 재밌는 구경이 싱겁게 끝나버렸습니다 그려."


둘의 무위는 모두 절정을 목전에 둔 신검합일이었기에 관중 모두가 화려하고 치밀한 공방을 기대했지만 이렇게 그들의 싸움은 겨우 두수로 허무하게 끝나 버렸다.


이에 김이 빠진 수백의 무사들은 순식간에 원래의 위치로 흩어졌고, 팽가의 무사들 몇명이 달려와 무당파의 도사들을 노려보며 팽숙운을 부축해 몸을 뺐다.


무당 10검은 자신들을 모함 하려한 팽가의 장로에게 망신을 줬다는 사실에 뿌듯해 하며 어깨를 으쓱했지만, 이대로 일단락 될 것 같았던 이 잠깐의 무용담은 무당 10검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날 타문파 수백의 무인들 앞에서 무당파의 후기지수에게 치욕을 당한 팽숙운의 작심 선동으로 인해 남궁세가, 점창파의 장로들까지 마교와 무당파의 관계에 대한 의심을 내놓기 시작했고, 결국 이것이 한달도 안되어 무림맹 수뇌부들의 회의장에서 까지 거론되게 된 것이다.


"공진이 그날 소교주와 무슨 말을 주고 받았는지 확인을 해야하오."


"이미 확인하지 않았소? 소교주가 공진의 배신을 용서 한다고..."


"아, 그건 공진의 말일 뿐이지. 그를 용서 한것도 사실 이해하기 어렵지만 어찌어찌 그렇다고 쳐도, 무당파까지 저리 온전하게 두는 것은 분명 이상한 일 아니오?"


무림맹과 구파일방의 장로들이 모두 한마디씩 거들자 천소청이 상황을 정리 하기 위해 진중하고 묵직한 음성을 내보냈다.


"모두 들어주시오."


"맹주."


"공진은 이미 과거 그 일로 무당에서 파문당한 후 오랜 떠돌이 생활을 해왔소. 그가 맹의 부장에 오른 후 황궁과의 전쟁은 물론 이번 천축국에서 세운 공로는 결코 작지 않은 것. 나는 그가 소교주와 뭔가를 획책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소. 만약 둘이 뭔가를 꾸몄다면 그렇게 대낮에 대놓고 맹의 본부로 왔을리가 없지 않소."


"오히려 그것이 계책일 수도 있지요. 밤에 몰래 밀회를 하다 발각되면 그길로 끝이니, 놈들이 대담하게 상황을 만든 것 아니겠습니까?"


팽가의 장로 하나가 그 말에 반문하며 나서자 천소청이 답했다.


"그리 따지자면 세상에 의심스럽지 않은 것이 뭐가 있겠소? 오히려 마교가 우리 맹과 무당을 이간 시키려고 일부러 보란듯 찾아온 것일수도 있지않소? 그리고 그런것이라면 아주 성공적이고."


"헛..."


천소청의 탐탁치 않은 표정과 비꼬는 말투에 좌중의 모두는 당황하며 헛기침을 하거나 괜히 찻잔을 들어 한모금씩 넘기기 시작했다.


"어차피 지금 하는 유추는 모두 근거 없는 상상에 의한것. 나는 공진을 믿기로 결정을 했고 그러지 못할 증거나 정황도 없으니 앞으로 장로님들께서도 괜한 분란과 이간을 제기하지 마시고 혼연일체가 되어 주시오. 마교라는 거적 앞에서 무림의 명숙이란 분들의 처사는 모든 후학들의 귀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천소청.


그는 본디 전진파의 제자였으나 그의 무재를 질투한 직계 사형의 끝 없는 괴롭힘과 모함으로 스스로 전진의 적을 지우고 강호를 떠돌던 낭인이었다.


타고난 무재로 홀로 신검합일에 오른 후 소림에 몸을 위탁해 심성을 갈고 닦았고, 종래엔 종남파의 도리까지 흡수하며 50세에 절정을, 65세의 나이에 화경을 이룬 불세출의 고수.


그는 호탕하기로 유명한 전진파 출신임에도 고요하고 온화한 심성의 소유자였고, 거기에 딱히 어느 문파에도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인 인물이었기에 무림맹 장로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무림맹주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워낙에 분쟁을 싫어하고 정치와 모략에 질색하던 그는 지난 세월 문파들간의 치사하고 추악한 정치싸움을 격으며 그들의 무인답지 않은 행태에 대한 혐오감이 극도로 치닫던 상태였다.


심지어 근 40년간 마교와 황실에 치이며 무림의 존폐가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무림의 장로들은 모략과 의심을 멈출 줄을 몰랐고, 진천이라는 공포 그 자체인 거악에 의해 심신이 벼랑 끝까지 몰린 천소청은 점점 마음의 여유를 잃어가고 있었다.


평소 불가의 자애로움과 도가의 지혜, 평온함을 두루 갖춘 성인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천소청의 변화는 그가 마교로 인해 느끼는 조급함과 공포심에 무림에 대한 회의가 더해져 급속도로 가속화 되고 있었다.


"맹주. 허면 그냥 이대로 두고 보자는 말이오?"


누군가의 질문에 천소청은 눈을 감으며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어찌해야 좋을지 의견들을 내보시지요."


"..."


잠시 좌중에 흐르던 침묵은 얼마 안가 당문의 장로에 의해 깨졌다.


"일단 공진을 심문하십시다. 진실을 알아내지 않는 이상 우리는 적을 뒤에 두고 싸우는 꼴인데 어떻게 덮어 놓고 믿으라 하십니까. 이제 마교가 선포한 전쟁이 9년 남짓 남았는데..."


"그렇게 하시지요 맹주. 태천심법을 익힌 공진에게 제령술은 통하지 않겠지만 자백향을 쓴다면 빠른 시일내에 진실을 알아낼 수 있소."


"..."


드륵


'이 자들은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다.'


천소청이 다시 침묵을 택하자 영 불편한 정적이 장내를 감돌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난 천소청은 그대로 문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장로님들의 뜻대로 하시지요.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맹주님."


"음?"


나지막한 부름에 회장의 문을 열려던 천소청이 뒤를 돌아보자, 재진대사가 두손을 모으며 인자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오. 신축년의 첫날 아니오."


"신축년... 벌써 날이 그렇게 되었습니까."


마교가 전쟁을 선포한지 5년.


그간 누구보다 치열한,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며 평범한 나날에서 멀어져 있던 천소청은 자신이 세월의 흐름도 잊고 있었음을 깨닫고 씁쓸한 미소로 좌중을 둘러보다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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