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459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2.06.16 17:47
조회
255
추천
3
글자
12쪽

진천 - 116화

DUMMY

진천이 대연회장을 떠난 그 시각 중원.


무림맹주 천소청은 단 두명의 호위무사만을 대동한 채 어둠을 틈타 은밀하게 경공을 펼쳐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약 반시진 가량의 경공 끝에 사천성 외곽 산자락 깊이 숨겨진 작은 초가에 도착한 천소청이 조심스럽게 낡은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곳엔 하오문주 정건, 남궁세가 가주 남궁후, 종남파의 이성조가 조금의 빛도 없는 어둠속에서 천소청을 기다리고 있었다.


"맹주님 오셨소."


"오셨습니까."


"오랜만이오."


진천과 사마의가 굴욕적인 협정 조건을 던져 놓은지 한달.


무림맹은 그간 그 조건의 수락여부를 두고 양측으로 나뉘어 거의 매일을 싸움에 가까운 분쟁을 이어오던 참이었다.


마교의 준동 앞에서도 분열과 견제를 멈추지 못하는 거대 문파들을 중재 해오던 천소청은 그 한달새에 눈밑이 시커멓게 죽고 얼굴살이 쏙 빠져 광대가 툭 튀어나온 몰골로 자리에 앉으며 남궁후에게 물었다.


"무슨일로 이리 은밀하게 부른 것이오?"


"먼저 얘기를 들어보시지요."


이성조가 사뭇 결연한 얼굴로 말하자 이어 정건이 천소청에게 말했다.


"맹주님. 저희가 왜 마교의 조건을 수락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여러번 말씀드렸지요."


이성조와 정건은 맹의 회의마다 지속적으로 마교의 조건을 받아 들이자고 주장해왔기에, 그들이 다른 장로들의 방해가 없는 이곳에서 따로 자신을 설득하려 한다고 생각한 천소청은 이골이 난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잠깐. 날 설득 하려거든 모두가 있는 회의자리에서 하시오. 어찌 구파일방의 수장이라는 분들이 이런식으로..."


"맹주, 말을 끝까지 들어보시오."


"..."


"나와 당문가주가 마교의 제안을 수락 하자고 한 이유는 교주와의 인연에 얽매여서가 아니었소. 우리가 수락을 하든 말든 어차피 우리 무림은 마교 앞에서 풍전등화. 이런 와중 재물에 눈이 멀어 무를 포기 할만큼 의지가 약한 이들은 그냥 놓아주고 시간이라도 벌자는 것이었소. 허나..."


말끝을 흐린 이성조가 남궁후를 바라보자, 남궁후가 비장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이어 받듯 천소청에게 말했다.


"만약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어떻겠소?"


"...다른 선택?"


"우리가 수십년간 마교 앞에서 단결하지 못하고 우리끼리 자중지란을 일으킨 것은 교주를 포함한 마교 수뇌부들의 가공할 무위에 맞설 힘이 없었기 때문. 사실 마교가 그만한 힘을 가지고도 지금껏 무림을 침략하지 않은 것이 천운이지."


"..."


"맹주. 어쩌면 우리에게 교주를 제거하는 선택안이 생길 수도 있소."


"뭐... 뭣!!!"


덜컥!!


남궁후의 그 짧은 한마디에 기겁을 한 천소청은 터질듯한 심장박동을 느끼며 덜덜 떨리는 손을 꾹 눌러 쥐었다.


"미친 소리!!! 여기서 더 그를 자극하면 8년 후의 전쟁이 내일 당장 일어날 수도 있거늘!!"


"맹주!!"


텅!!!


"진정 하시오!!! 그저 말만 꺼냈을 뿐인데 그 무슨 추태요!! 대명제국의 황제에게도 검을 휘두른 우리거늘!! 천자보다 교주가 더 두렵다 이거요?!"


남궁후의 외침에 천소청의 얼굴이 기이하게 일그러지며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크흐흐! 천자? 지금 천자 따위와 교주를 비교하겠다고? 전 중원의 고수를 긁어 모은다고 한들 마교 전력의 4할이나 깎아 먹으면 그것이 기적이오!!"


"맹주. 진정하시오. 마교 전체가 아니라 교주와 소교주를 비롯한 수뇌부 몇명만 쳐내자는거요. 그리고 그럴만한 고수들을 찾았고."


"..."


이성조의 그 말에 천소청은 순간 크게 당황하며 실성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그 무슨 말도 안되는... 아니 잠깐, 고수들? 그런 고수가 여럿이란 얘기요? 그런 자들이 지금껏 어디에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왔단 말인가?"


"서역이오."


"...!!"


그 상상도 못한 급작스런 말에 천소청이 입을 못다물고 있자 정건이 말을 이었다.


"얼마전 무영문의 부문주가 나를 찾아왔소. 금영진이 마교의 소교주를 잡기 위해 서장으로 떠나기 전에 추진하던 일이 있는데, 그가 마교에게 납치되어 사천성에서 굴욕을 당한 후 사라지자 내게 그 일을 이어달라며 부탁하더군. 맹주도 알겠지만 서역에도 기사라 불리는 무인들이 있소. 그리고 그들은 공력대신 마나, 우리 말로는 마법(魔法) 이라는 기이한 힘을 사용하지."


"마법??"


"한자로 번역이 그리 될 뿐 마교와는 상관 없소. 지금은 그 수가 상당히 적어지긴 했으나 무영문도들이 그곳 최강의 고수들을 찾아 의뢰를 했다더군."


"교주도 중원 최고의 고수요. 단순히 서역의 최강이라는 것으로 그가 교주보다 강하다는 확신을 할 수 있소?"


"맹주. 허면 그대는 교주의 무위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소?"


"모르오. 그래서 더 무섭소. 그 기세의 편린만 마주해도 고양의 앞의 쥐새끼가 된 것 마냥 힘이 쭉 빠지니까. 흐흐..."


평생을 무림의 기재로 추앙받으며 무인들의 하늘이라는 화경까지 이룬 천소청의 눈빛이 금새 슬픔과 절망에 잠기는 듯 했다.


그만큼 진천의 무위는 미지의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었고, 천소청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막연하고 거대한 진천의 힘을 진심으로 두려워 하고 있었다.


"무영문주는 치밀하고 철저한 사람이오. 수십년간 중원 각지에서 교주가 보인 무위를 종합하여 그 위력과 범위를 정확하게 정리했더이다. 그를 기반으로 서역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서역의 용병무리를 찾았소. 그들 말로는 그정도 수준의 고수라면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장담 했다더군."


정건의 말이 끝나자 남궁후가 말을 이었다.


"모두 6명인 용병조요. 나도 보고로만 들은 것이지만, 교주가 사용하는 능력은 물론 그 이상의 기이한 능력들도 사용한다더군. 게다가 서역에는 용이 실제하는데 그들은 그 용을 무려 두번이나 잡았다고 하오. 아무리 교주라도 용보다야 강하겠소? 또 우리가 직접 실력을 확인해 볼 생각이오."


"흐흐! 용이라니. 그런 헛소문을 믿는 것이오? 그리고 만에하나 그것이 사실이라 한들 그만한 고수들이 이 먼 중원까지 와서 우리의 싸움을 거들 이유가 뭐요?"


"용병이라 하지 않았소. 서역에선 자신의 무위로 재물을 얻는 것을 당연하다 여기는 모양이오. 대가로 무영문과 우리 하오문, 남궁세가, 종남파가 분담하여 황금 400만냥을 지급하기로 했소."


정건의 자세한 설명에도 천소청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정문주. 만약 그들이 실패하면 어쩔 것이오? 우리의 판단착오로 오백만 무림 동도들의 목숨이 하루 아침에 끊어질 수도 있소."


"최대한 우리와의 연결을 감추고 위장하여 처리할 것 이지만... 만약 들킨다 해도 뭐 어떻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전 무림은 8년 후 꼼짝 없이 마도천하의 재물이 될 것인데. 또한 그대가 어떤 입장을 내놓든 우리는 강행할 것이오. 이 자리는 그저 지금껏 무림맹을 위해 많은것을 희생한 그대를 예우하기 위해 만든 것."


남궁후의 단호한 말에 천소청이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크흐. 더 들을 것도 없군. 마음대로 하시오. 단, 그들이 중원 땅을 밟는다면 내가 직접 마교로 찾아가 교주에게 말할 것이오. 우리는 관계없으니 그 대가를 무림맹에 묻지 말라고."


"천소청!!!"


"맹주, 그 무슨!!!"


모두가 노기를 발산하며 언성을 높이자 천소청도 거리낌 없이 노호성을 터뜨렸다.


"도대체 무슨 생각들이오! 전 무림의 명운이 걸린일을 이렇게 독단적으로 처리 하겠다니!! 그럼 일이 틀어졌을 때 이 일에 관여하지도, 책임도 없는 자들의 피해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타 문파를 설득할 자신이 없으니 이리 나를 은밀하게 불러내어 당위성을 얻고자 하려는 것 아니오!!"


"허면 마교의 칼질 앞에서 얌전히 목이나 내어줄 생각입니까? 뭐라도 해야지! 무영문주가 소교주에게 그런 짓을 했음에도 아직 무림이 무사한 것은 단순한 교주의 변덕! 먼저 치지 않으면 저항 한번 못해보고 목이 떨어질게 자명한 일이거늘!!"


정건의 외침에 천소청이 정건과 이성조를 번갈아가며 바라보다가 잠시 흥분한 마음을 가다듬고는 다시 말을 꺼냈다.


"그러니 무림맹과 연합군 장로들의 동의를 얻자는 것 아니오? 그러고 보니 그대들은 마교의 제안을 받아 들이자고 주장하지 않았던가? 왜 갑자기 바뀐건지는 모르지만 그토록 마교와 싸우고 싶어하던 팽가와 곤륜이 알면 쌍수들고 반기지 않겠소이다. 다수결로 표결하면 될 일을 왜 내게 이러는지 알 수가 없군."


천소청의 말에 이성조가 짧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아니. 그들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저 적의 하나만으로 모두의 위험을 초래하려 한 자들. 그런 이들을 믿고 이 일을 퍼뜨릴 수는 없소. 이건 절대 극비로 진행해야하는 일이오."


"마음대로 하시오. 나도 마음대로 할 테니."


질렸다는 얼굴로 한숨을 크게 내쉰 천소청이 자리에서 일어나 초가를 나서려 하자 정건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를 붙잡았다.


"맹주. 아까도 말했지만 서역의 용병들이 절강에 도착하면 우리가 직접 그들과 대련을 해볼 생각이오. 한번만 나를 믿고 함께 갑시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우리 넷은 모두 화경. 우리의 합공을 이겨내고 우리를 제압한다면 쓸 것이고, 비등하기만 해도 적당한 재물을 주고 다시 돌려보내면 되지 않겠소? 그 정도는 맹주 그대도 납득할 수 있을 터. 맹주, 부디 이 늙은 선배의 청을 한번만 들어주시오."


천소청은 앉은 채로 탁자에 양손을 짚고 이마가 닿도록 고개를 숙이는 정건을 보고는 마음이 약해져 마지못한 얼굴로 물었다.


"... 그게 언제입니까."


"앞으로 20일 후. 미리 언질을 넣겠소."


"맹주."


"맹주. 함께 하십시다. 그들이 오기 전까지는 일단 마교의 제안을 수락하고 시간을 벌어 놓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확실한 희망이오."


"..."


달빛에 비친 그들의 간곡한 눈빛을 본 천소청은 잠시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한껏 가슴을 부풀려 크게 숨을 내쉬고는, 무언갈 결심한 듯 단호한 목소리로 답했다.


"좋소. 그렇게 합시다."


"오오. 고맙소."


"잘 생각하셨소 맹주."


"아니. 나는 그대들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오. 그저 그들의 실력을 확인만 하는 것이니. 그나저나 무영문주는 대체 언제 그런 일을 혼자서..."


"무서운 사람이오. 그토록 고강한 무를 이루고 지략까지 천하에 상대할 자가 없으니. 난 사실 그가 현경에 오른 마교의 소교주를 생포 했다는게 아직도 믿기지가 않소."


남궁후의 말에 천소청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소. 허나 그런 그의 지략도 교주 앞에선 무용 하지 않더이까."


"..."


순식간에 무거워진 공기가 그들을 엄습했지만, 천소청이 눈치가 없어 그런 말을 꺼낸것이 아님을 다들 알기에 각자 헛기침을 하거나 괜한 옷 매무새를 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다들 흩어집시다. 내일부턴 내부의 적을 상대해야 할테니."


다음날 오전, 마교의 제안을 수락하겠다는 서신을 든 무림맹의 전령이 신강으로 떠났다.


그리고 천소청과 정건, 남궁후, 이성조는 이를 알아챈 반대파의 거센 항의에 맞서며 서역의 고수들이 도착할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6 진천 - 125화 22.06.16 246 4 10쪽
125 진천 - 124화 22.06.16 234 4 11쪽
124 진천 - 123화 22.06.16 240 4 9쪽
123 진천 - 122화 22.06.16 234 4 12쪽
122 진천 - 121화 22.06.16 235 4 14쪽
121 진천 - 120화 22.06.16 254 4 11쪽
120 진천 - 119화 22.06.16 248 5 9쪽
119 진천 - 118화 22.06.16 245 4 12쪽
118 진천 - 117화 22.06.16 251 4 14쪽
» 진천 - 116화 22.06.16 256 3 12쪽
116 진천 - 115화 22.06.16 236 4 9쪽
115 진천 - 114화 22.06.16 256 6 11쪽
114 진천 - 113화 22.06.16 253 5 14쪽
113 진천 - 112화 22.06.16 251 4 17쪽
112 진천 - 111화 22.06.16 263 4 12쪽
111 진천 - 110화 22.06.16 265 5 11쪽
110 진천 - 109화 22.06.16 271 4 12쪽
109 진천 - 108화 22.06.16 261 4 10쪽
108 진천 - 107화 22.06.16 257 4 13쪽
107 진천 - 106화 22.06.16 274 5 11쪽
106 진천 - 105화 22.06.16 292 3 17쪽
105 진천 - 104화 22.06.16 281 3 15쪽
104 진천 - 103화 22.06.16 277 4 16쪽
103 진천 - 102화 22.06.15 273 4 16쪽
102 진천 - 101화 22.06.15 282 3 18쪽
101 진천 - 100화 22.06.15 272 4 11쪽
100 진천 - 99화 22.06.15 267 4 13쪽
99 진천 - 98화 22.06.15 264 3 14쪽
98 진천 - 97화 22.06.15 262 5 15쪽
97 진천 - 96화 22.06.15 269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