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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724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2.06.16 17:15
조회
258
추천
6
글자
11쪽

진천 - 114화

DUMMY

독고단과 풍전의 환영회는 실로 성대하게 막을 열었다.


모든 장로와 대주들를 포함한 400위 내의 고수들이 참여하며 내성의 대연회장을 비롯한 고내 10여개의 연회장이 모두 꽉 찼고, 내,외성의 모든 교인은 물론 하부문파에까지 술과 고기가 내려져 마교 역사상 최대규모의 연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가장 들뜬 얼굴의 범요가 진천에게 살짝 고개를 숙인 후, 대연회장에 모인 1천여명의 고수들을 향해 술잔을 높이 치켜들었다.


"모두 들으라. 마정대전 이후 쭉 공석이었던 태상장로직에 오늘 새로이 두분을 모시게 되었다. 독고단 태상장로는 나와 전대 교주의 스승이시자 마정대전에서 천마신교 주력대의 전멸을 막은 구교의 영웅. 풍전 태상장로 또한 나의 사형으로써 오랜시간 본교를 위해 평생을 희생한 모든 마인의 귀감이다. 두분 모두 신마를 이룬 최강의 고수. 앞으로 너희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실 것이다."


마정대전 당시 태상장로 대부분이 전사했고, 살아남은 이들도 모두 회복할 수 없는 부상으로 서서히 앓다 병상에서 죽음을 맞이했기에 지금의 마교엔 그저 현역에서 퇴역한 마인들을 위한 원로원만 존재 할 뿐, 극마 이상의 원로에게 주어지는 태상장로직은 쭉 비어있는 상태였다.


특히 태상장로직은 권한이 없는 명예직이자 서열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마교에서 교주가 존대를 하는 유일한 자리로써, 여러가지로 오랜 기간의 공적을 예우받는 자리였다.


"네! 부교주님!!"


"또한, 이 두분께서 북적의 마수에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하늘 위의 하늘 같으신 교주님의 은혜. 너희들은 조만간 다가올 마도천하의 그날까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수련하여 교주님께 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할것이다. 마도천하!!"


"천마지존!!"


"마도천하!! 천마지존!!"


"마도천하!! 천마지존!!"


"크흐! 자자, 그만!"


범요가 연회장을 무너뜨릴 듯한 우렁찬 함성을 진정시키며 진천을 향해 두손을 공손히 포갰다.


"교주님, 한 말씀 해주셔야지요."


"음? 그럴까."


잠시 당황했던 진천이 기분 좋은 얼굴로 일어나 좌중을 천천히 훑어보자, 평소 진천을 볼 일이 거의 없었던 20위 밖의 고수들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마교 역사상 최강이라는 진천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기 시작했다.


"오늘은 본교에 큰 어른을 모신 기쁜 날이다. 태상장로라 하면 뒷방 늙은이라 생각하기 쉽겠다만, 두 분은 신마를 이룬 인외의 고수. 어떻게든 잘 보여서 경지의 끝자락이라도 붙잡아 보거라. 허나 오늘은 전쟁 따위는 잊고 진탕 마시고!!"


"와아아아아아!!!"


"천마지존!!! 마도천하!!!"


"천마지존!!! 마도천하!!!"


"크흐!"


"흐흐, 진천이 이제 제법 진짜 천마신교의 교주다워졌구나."


흐뭇하게 웃는 장적소의 옆에서 진호도 미소를 지으며 말을 받았다.


"스승님. 사실 아버지가 스승님의 흉내를 내는 것입니다."


"응? 내 흉내라니? 그게 무슨소리냐?"


"크크, 아버지께서 위엄을 보이시기 위해 스스로 부교주나 구학영 스승님, 스승님이 되었다고 생각해 언행을 따라하곤 하십니다."


"헛! 그래? 제법 잘 하지 않느냐? 30년 전 까지만 해도 어리버리 촌부였는데."


옆에 있던 마영이 둘의 대화에 끼어들며 장적소의 잔에 술을 채웠다.


"저도 몇번 직접 보았는데 교주님께서 연기에 아주 능하십니다."


"크흐흐! 무공에 그런 재능까지...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이렇게 없구나. 영락 없는 천치로만 여겼거늘."


"스승님, 제 흉을 보고 계십니까?"


"오, 진천."


"교주님."


마영과 그 옆자리에 있던 광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깊게 숙이자 진천이 마영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편히 앉아라."


다시 고개를 숙이며 마영이 자리에 앉자 진천도 장적소와 진호, 마영과 광영을 앞에 두고 의자 하나를 끌어와 대충 걸터 앉았고, 장적소가 잔잔한 미소를 띄우며 진천을 바라봤다.


"진천, 정말 큰 일을 했구나. 마인으로써 못할 말이지만 너희를 만나게 해준 하늘에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날 스승님이 아니셨으면 악야가 어찌 되었을지 모를 일 아닙니까. 자, 제 술 받으십시오."


"그래."


진천은 물론 진호와 장적소 등은 모두 축제날이라 그런지 공력으로 술기운을 몰아내지 않고 점점 쌓이는 주기에 몸을 맡기며 눈이 풀리고 입이 헤벌쭉 벌어지기 시작했다.


마영과 진호, 장적소와 함께 처음 마교에 온 날을 회상하며 연거푸 잔을 들이키던 진천이 문득 광영을 보고는 잔을 쭉 내밀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광영. 흐흐! 예전엔 사범님이라고 불렀는데. 그땐 네가 그렇게 태산 같이 크고 무섭게 보였지."


"그 시절을 속하 평생에 가장 영광스러운 일로 품고 있습니다."


"놈! 그때 본좌를 귀찮아 하면서 육방합검만 대충 가르쳐줘 놓고는?"


"크흠! 그건 저..."


"크흐흐! 안다. 그나저나, 듣자니 원래는 네가 우호법이 될 예정이었다지?"


진천의 핀잔에 광영이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며 답했다.


"아닙니다 교주님. 그저 장적소 대주의 예상이었을 뿐 속하는 그릇이 되지 못합니다."


"무슨. 본좌와 소교주 때문에 검을 놓았다고 마영에게 다 들었다. 지금이라도 마음을 다잡았으니 다행이구나. 처음 본교로 와서 너에게 많은 것을 배웠으니,. 이제 나와 진호가 너를 이끌어주마."


"...속하 하늘 같은 은혜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이 한몸 교주님을 위해 마지막 피 한방울까지 쥐어 짜고 죽겠습니다."


"크하하!! 이놈아 죽긴 왜 죽나? 마영에게도 항상 말하지만 죽을 생각 하지마라. 설령 대패를 하는 일이 있어도 일단 살아와서 본좌에게 혼이 나던지 해라. 알았느냐?"


"명심하겠습니다."


어느새 무릎을 꿇고 앉은 광영이 술상을 앞에두고 쑥 내려가며 부복하자 진천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주변을 둘러봤다.


"음? 그러고 보니 우호법과 좌호법이 안보이는구나, 소성비 있느냐?"


후아아아악!!


턱.


시커먼 흑의를 입은 소성비가 경공을 펼쳐 내려앉으며 진천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찾으셨습니까."


"오! 그래. 우호법. 이 좋은날 뭐하는건가? 와서 한잔해라. 호법을 서는 놈들도 모두 연회를 즐기라 하고."


"안될 말씀입니다 교주님. 저희 호법원은 단 한시도 교주님의 곁에서 눈을 놓을 수 없습니다."


"허허! 괜찮다. 괜찮으니 일어나서 편히 즐기거라. 자, 어서."


"... 교주님."


계속되는 진천의 재촉에 소성비가 곤란해하고 있던 와중, 그를 본 사마의가 다가와 진천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교주님. 호법원은 단 한시의 빈틈도 없이 교주님을 지키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만큼 가벼이 술 한잔을 내리시고 임무로 복귀케 하시지요."


"으음. 사마의."


취기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진천이 인상을 찌푸리며 나지막이 물었다.


"누구로부터?"


"..."


"본좌를 누구로부터 지키냔 말이다."


"교주님..."


진천의 차가운 목소리에 순간 그 근처에 있던 50여명의 수뇌부가 동시에 긴장하자, 사마의가 번개같은 움직임으로 바닥에 엎드리며 고개를 조아렸다.


"교주님! 죄송합니다! 속하 짧은 생각에 실언을 하였습니다!"


"소성비."


"네, 교주님."


"당장 연회에 참여하고 호법대 전원에게 술과 고기를 즐기게 하라."


"존명!"


후아아악!!


대연회장, 특히 진천의 근처에 있던 자들은 살기도, 투기도 아닌 그 묘한 진천의 노기에 당황하여 진천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천이 몸을 일으켜 못마땅한 표정으로 상석을 향해 비틀대는 걸음을 옮겼고, 진호가 곧장 진천의 옆으로 붙으며 그의 팔을 부축했다.


"아버지, 노기를 거두시지요. 다들..."


"음?"


그제야 취기 가득한 눈을 돌려 주변을 바라본 진천은 코를 한번 훌쩍이고는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팔을 휘저었다.


"아, 미안하구나. 본좌가 취기가 올라 잠시 말이 딱딱했어. 자, 괜찮으니 어서 마셔라! 기분이 아주 좋구나!!"


"하하, 네, 교주님!"


만마대주 연지광의 우렁찬 대답과 함께 다시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시작됐고, 구학영과 범요, 장적소, 마영, 이혁도, 서문헌 등 진천의 성정을 잘 알고 있는 고수들은 묘한 긴장감을 가지고 진천을 살피고 있었다.


훅.


"??"


"스승님?"


그 순간. 구학영의 옆에 앉았던 독고단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진천에게 다가가자 그에 깜짝 놀란 구학영과 범요, 진호가 따라 붙으며 서로 눈빛을 주고 받았다.


"위대한 분이시여. 제가 한잔 올리겠습니다."


"...음??"


갑자기 자신의 앞에 와 무릎을 꿇고 술병을 내미는 독고단을 본 진천이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잔을 내밀었다.


"크흐, 태상장로님. 저는 천마신교의 교주입니다. 허니 본교의 율법에 따라 하대를 하십시오."


쪼르르륵.


"으음."


쭈욱-


이 때 진천의 잔을 조심스럽게 채운 독고단이 병을 내려놓자 진천은 그것을 단숨에 술을 목에 털어넣었고 독고단이 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당치 않습니다. 어르신께서는 본교의 교주이기 이전에 위대한 북인의 일족. 한낱 인간인 제가 감히 본교의 율법 따위를 대어 하대하는 것은 안 될 말입니다."


"헛, 거 참..."


천마신교의 마인. 그것도 200여년이 넘는 생을 마교를 위해 바친 독고단의 입에서 마교를 폄하하는 말이 나오자 진천도 민망했는지 입맛을 다시며 독고단의 옆으로 따라 붙은 구학영을 바라봤다.


"쩝, 형님. 이거 원... 태상장로님께 말씀 좀 잘 해주십시오. 제가 민망합니다."


"스승님."


진천의 말에 구학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독고단의 어깨를 부축하려 했지만, 독고단은 그 팔을 뿌리치며 심상치 않은 눈빛으로 진천을 바라봤다.


"어르신. 어르신께서 구해주신 목숨 지금 거두신다고 하셔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전에 이 미천한놈이 한가지만 청하게 해주십시오."


"..."


그 묘한 말에 잠시 침묵한 진천이 얼굴을 굳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보십시오."


"위대한 분이시여. 어르신께서 저희 천마신교를 위해 은혜를 베풀어 주신 많은 일들에 대해 들었나이다. 소인이 뒤늦게나마 그 하해와 같은 은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


"다만... 앞으로 있을 본교의 일은 저희 마인들끼리 감당케 해주시옵소서."


"뭐?"


"스승님!!"


진천의 눈썹이 꿈틀거림과 동시에 구학영이 독고단을 보며 외쳤지만, 독고단은 아랑곳도 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어르신께는 그저 한때의 유희일지 모르나 저희 천마신교 120만 마인에게는 생이 걸린 숙명과도 같은 일 입니다. 소인이 막으려 했던 침략을 막아주신 은혜. 이 하찮은 목숨 만번을 고쳐 죽는다 한들 갚을 길이 없겠으나 후대의 마인들을 위해 교주위를 물려주시고 더 높은 곳에서 저희를 보살펴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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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진천 - 116화 22.06.16 257 3 12쪽
116 진천 - 115화 22.06.16 237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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