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727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2.06.16 17:20
조회
237
추천
4
글자
9쪽

진천 - 115화

DUMMY

"..."


이제는 아예 바닥에 납작 붙어버린 독고단을 보며 진천이 노기를 꾹꾹 억누르며 답했다.


"태상장로님. 저도 천마신교의 마인입니다. 말씀에 어폐가 있으십니다."


"어르신. 저는 어르신이. 아니, 모든 북인과 동인이 너무도 두렵습니다. 어르신께서 언제 변심을 하시어 본교를 멸하신다 해도 할말이 없겠으나, 그 전까지는 부디 저희가 스스로의 운명을..."


"네놈이 미쳤구나."


순간, 저 멀리서 들린 노기 섞인 목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라 돌아보자, 그 시선의 끝엔 독고단의 말을 끊은 염광이 엄청난 살기를 뿜어대며 독고단을 향해 외쳤다.


"네깟놈이 뭔데 감히 어르신께서 하시고자 하는 일을 정하느냐! 어르신께서 네놈들을 기껏 빙옥에서 꺼내주셨거늘 그새 미치기라도 한게야? 죽고 싶으면 내게 말해라. 잘게 다져서 돼지 먹이로 던져주마!!"


부르르르르...


"염광. 됐다."


진천의 목소리가 염광의 살기를 뚫고 쏘아지자 염광은 순식간에 노기를 거두고 진천을 향해 고개를 숙였고, 진천이 다시 독고단을 바라보며 물었다.


"독고단 태상장로님. 제가 천마신교나 마인들을 어찌 한다는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장로님 눈엔 제가 그들과 같은 괴물로 보이십니까?"


"... 그렇지 않아서 더 무섭습니다. 어르신들의 힘이란 실로 천지간에 비할 바가 없는것. 그저 어느 순간의 변심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실지는 모르는 일이옵니다. 어르신들이 생각하시는 인간의 생과 저희가 생각하는 인간의 생은 전혀 다릅니다. 실제로 어르신께서는 겨우 저와 풍전 둘을 구하기 위해 무공도 없는 20만 양민의 생을 거두셨다 들었습니다. 이것만 보아도..."


"뭣...!!"


진호와 장적소, 마영등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진천을 바라봤고, 범요가 당황하며 독고단을 향해 외쳤다.


"스승님! 그건 확실치 않은 일입니다! 교주가 그 조건을 받아들였는지는 아직...!!"


"그만!"


짧은 외침을 뱉은 진천이 눈을 질끈 감으며 그의 두터운 오른손으로 눈썹부터 입까지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맞습니다. 저는 두 분을 구하기 위해 20만의 생을 거뒀습니다."


"... 아버지!!"


"교, 교주님..."


사마의를 제외한 모두가 하나같이 놀라 자신을 바라보자 진천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 들어라. 나는 독고단과 풍전 태상장로를 구하기 위해 무공을 모르는 20만... 아니, 30만명의 생을 거두었다. 허나 본좌가 거둔것은 약자의 고혈을 빨아먹던 동영의 영주와 그 휘하에 있는 군병들. 오히려 우리가 지금까지 멸해왔고, 앞으로 멸할 무인들 보다 더욱 더러운 생이었다."


진천의 말이 끝나자 독고단이 죽음을 각오한 자의 초연한 눈빛을 자랑하듯 빛내며 다시 진천에게 말했다.


"어르신. 허나 그 군병들 대부분은 강제로 징집된 선량한 양민 아닙니까."


"..."


"아버지, 어찌..."


"교주님."


진천은 자신을 부르는 진호와 마영의 표정을 보고는 얼굴을 크게 일그러 뜨리며 울컥 올라오는 다시 섯구치는 분노를 억누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이번엔 잔월대주 염귀가 노기 가득한 얼굴로 좌중을 향해 큰 호통을 쳤다.


"이런 미친것들이!! 교주님께서 20만이 아니라 200만의 양민을 죽였다한들 그깟일로 교주님 앞에서 그런 무례한 표정을 지어대? 내가 모르는새에 천마신교가 정파라도 된것이냐?? 교주님께서 천만을 죽이라 명하시면 당장 뛰쳐나가 애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보이는 족족 도륙을 내야 할 마인들이!!"


"..."


독고단 만큼이나 오랜시간 천마신교에 몸담은 염귀의 훈계에 대부분의 대주들과 장로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웅성거리자, 진천이 손을 크게 휘두르며 낮지만 아주 묵직하게 울리는 음성을 흘렸다.


"모두 그만."


파바바박.


그에 좌중의 모두가 몸을 낮추며 순식간에 연회장 전체에 고요한 정적이 찾아왔다.


"오늘은 분위기가 영 그렇군. 이만 자리를 파한다. 형님, 이 일은 내일 다시 논해도 되겠습니까?"


"미안하다. 스승님께서 심신이 많이 상하신 터라..."


"난 멀쩡하다."


"스승님."


진천은 여전히 꼿꼿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독고단을 보자 왠지 헛웃음이 나와 터덜대는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독고단 태상장로님. 뭘 걱정하시는지, 그간 어떤걸 보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지금 천마신교의 교주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 입니다. 적어도 제 손으로 본교에 해가 되는 일을 하지는 않을테니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


독고단은 여전히 굳은 얼굴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고, 진천은 이제 됐다는 듯, 더 이상 신경쓰지 않겠다는 몸짓으로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고는 한결 부드러워진 얼굴로 구학영을 바라봤다.


"아 참, 동영 하니까 생각났는데, 거기서 지각이란 놈을 만났소. 백년 전엔가 형님이 시켜서 동영에서 개고생을 하고 있더만."


"지각?"


구학영이 고개를 갸웃하자 진천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며 재차 물었다.


"몇십년 전에도 형님이 직접 가서 만났다던데? 동영의 군세를 취합하여 중원을 치라고 준비시키지 않았소. 원래 본교의 특급살수 였다가..."


"...설마 월비 정살대 지각?"


"맞소."


"허어... 이봐 범요. 기억나느냐? 네놈이 하도 졸라서 보낸 그 특급살수 놈이다."


구학영의 말에 범요도 잠시 미간을 찌푸리다가 손바닥을 탁 치며 말했다.


"어엇! 그놈이 아직도 거기있다고? 왜 안돌아오고?"


"...돌아오라고 명하긴 했나?"


"아..."


"..."


진천이 황당한 얼굴로 입을 벌리고 둘을 쳐다보자 구학영이 범요의 귀를 잡아 당기며 입술을 이죽였다.


"네놈이 하도 졸라서 한 일 아니더냐. 뭐? 동영 백만양병설? 아무튼 네놈 헛소리는..."


"이이익! 사형도 좋다고 맞장구 칠때는 언제고, 아, 아! 놓으쇼. 나 경고했소."


"마인이 무슨 경고냐. 그냥 해봐라 이 자식아. 그 실력 좋은 놈 팔자 제대로 망쳐놓고 뭘 잘했다고..."


괜히 무거워진 분위기를 상쇄해보기 위한 구학영과 범의 노력에 진천도 피식 웃으며 둘을 말리고 들었다.


"됐소. 그만 하시오. 그 얘긴 나중에 자세히 들읍시다. 그러고 보니 형님은 그 먼 동영까지 다녀오시고도 잊고 계셨소?"


"크흠. 사실 동영엔 다른 일로 갔다가 마침 잠깐 떠올라서 찾아본 것 뿐이다. 이후엔 또 북적의 일로 정신이 없어서..."


"어이구, 지각 그놈 얼른 다시 불러 와야겠구만."


범요가 중얼거리자 진천이 범요의 어깨를 툭치며 말했다.


"아니다. 어차피 동영의 무인들도 멸해야 하니 조만간 지원과 병력을 보내 통솔하게 하자. 놈이 동영의 사정에 밝으니."


"엇. 네 교주님."


고개를 끄덕인 진천은 자신이 구학영과 한차례 가벼운 대화를 주고 받은 것으로 조금은 부드러워진 주변을 훑어보다가 진호를 불렀다.


"진호야."


"네, 아버지."


"동영군 20만에 관한 일은 혹여라도 네 어미에게 전하지 말거라. 다른 경로로도 알 수 없도록 조심하고. 괜히 걱정한다."


"네."


진호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자 진천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모두가 조금씩 자리에서 일어나며 한동안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진천을 비롯한 마교의 수뇌부는 모두들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차마 먼저 자리를 뜨지 못했는데, 그를 못마땅하게 노려보던 염광이 가장 먼저 움직여 진천의 앞으로 다가와 허리를 깊게 숙였다.


"어르신, 소인이 부족하여 어르신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습니다."


"괜찮다. 너도 앞으로는 본교의 율법에 맞게 본좌를 호칭하라. 여기는 북극이 아니라 천마신교다."


"네, 교주님."


"그래, 가봐라."


"존명."


염광이 포권하며 돌아서자 진천은 자신이 떠나야 나머지도 움직일 거란 생각에 그들을 쭉 둘러보며 말했다.


"본좌도 이만 가보마. 독고단 장로님, 풍전 장로님. 푹 쉬십시오."


"..."


진천은 여전히 자신을 노려보는 독고단과 말없이 고개를 숙이는 풍전을 바라보며 쓴입맛을 다시고는 몸을 돌렸는데, 상당한 취기를 아직까지 몰아내지 않은 진천의 걸음이 조금씩 비틀대자 그걸 본 진호가 후다닥 달려와 다시 진천의 옆을 부축했다.


"아버님, 제가 부축하겠습니다."


"음, 진호야. 아비가 좀 취했구나. 아, 맞아. 잠깐."


우뚝.


뭔가가 생각났는지 진천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진호와 마영의 이름을 한번씩 불렀다.


"진호야. 마영."


"네, 교주님."


"네, 아버지."


이 때 진천은 술기운이 확 올라왔는지 금새 얼굴이 더 빨갛게 달아 올라서는 반쯤 감긴 눈으로 미소 지으며 취기에 둔해진 혀로 웅얼거리듯 말했다.


"본좌가 남들 흉내 내는거 말이다. 그딴건 이미 오래전에 그만 뒀다."


"..."


"네, 교주님."


"크흐! 그래. 가자, 가자. 아들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6 진천 - 125화 22.06.16 246 4 10쪽
125 진천 - 124화 22.06.16 238 4 11쪽
124 진천 - 123화 22.06.16 241 4 9쪽
123 진천 - 122화 22.06.16 234 4 12쪽
122 진천 - 121화 22.06.16 236 4 14쪽
121 진천 - 120화 22.06.16 254 4 11쪽
120 진천 - 119화 22.06.16 248 5 9쪽
119 진천 - 118화 22.06.16 246 4 12쪽
118 진천 - 117화 22.06.16 253 4 14쪽
117 진천 - 116화 22.06.16 257 3 12쪽
» 진천 - 115화 22.06.16 238 4 9쪽
115 진천 - 114화 22.06.16 259 6 11쪽
114 진천 - 113화 22.06.16 254 5 14쪽
113 진천 - 112화 22.06.16 252 4 17쪽
112 진천 - 111화 22.06.16 265 4 12쪽
111 진천 - 110화 22.06.16 266 5 11쪽
110 진천 - 109화 22.06.16 273 4 12쪽
109 진천 - 108화 22.06.16 262 4 10쪽
108 진천 - 107화 22.06.16 258 4 13쪽
107 진천 - 106화 22.06.16 276 5 11쪽
106 진천 - 105화 22.06.16 293 3 17쪽
105 진천 - 104화 22.06.16 283 3 15쪽
104 진천 - 103화 22.06.16 278 4 16쪽
103 진천 - 102화 22.06.15 274 4 16쪽
102 진천 - 101화 22.06.15 283 3 18쪽
101 진천 - 100화 22.06.15 275 4 11쪽
100 진천 - 99화 22.06.15 268 4 13쪽
99 진천 - 98화 22.06.15 265 3 14쪽
98 진천 - 97화 22.06.15 265 5 15쪽
97 진천 - 96화 22.06.15 270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