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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454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2.06.16 16:39
조회
262
추천
4
글자
12쪽

진천 - 111화

DUMMY

노인의 유창한 중원어에 진천이 만족스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반갑다. 내 몇가지 말을 묻고자 하는데 쓸만한 정보가 있으면 금괴 두개를 주마. 아는게 없다면 알만한 자를 찾아 통역을 해라."


"...좋소이다."


"그래, 여긴 좀 어수선하니 조용한데로 가볼까."


진천이 노인의 앙상한 몸을 들춰메고 몸을 날리자 그 파공음과 함께 어느새 오백은 넘게 모인 동영인들의 감탄성이 성내에 가득 울려퍼졌다.


노인을 데리고 꽤나 험준한 산의 끝자락에 오른 진천이 적당한 평지에 그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중원어는 어디서 배웠나?"


"10년쯤 안휘성에서 산 적이 있소. 무역을 하러 자주 오가기도 했고."


"상인인가?"


"그렇소."


"나이는 몇이지?"


"올해 여든둘이오."


"음, 나는 보기엔 젋겠으나 백오세쯤 됐다. 중원에 살았다니 무슨 말인지 알겠지?"


진천이 또 괜한 죄책감에 쓸데없는 나이 허세를 부리자 힘 없이 쳐져있던 노인의 눈꺼풀이 잠시나마 선명해지며 경외심이 잔뜩 묻은 감탄성이 흘러 나왔다.


"헛! 허면 화, 화경의 고수!"


"뭐 비슷하지. 그나저나 이 동영땅에 전쟁터가 있나? 되도록 규모가 큰쪽으로."


에둘러 말을 돌리는 진천의 물음에 고개를 깊게 숙이며 답하는 노인의 말투는 방금전과는 달리 상당히 공손하게 변해있었다.


"전쟁이야 항상 있지요. 이곳 에가와 성도 10년 째 주변의 영지들과 전쟁 중입니다."


"음? 오면서 전장은 못봤는데? 성내 분위기도 평시 아니었던가?"


"지금은 곡식이 부족한 겨울이기에 잠시 쉬어가는 시기입니다. 곧 날이 풀려 모종때가 되면 작년에 비축해둔 식량을 소비하며 다시 전투가 시작될 것입니다."


"전투의 규모는 얼마나 되지?"


"보통 한 영주가 거느리고 있는 군세는 30만... 가장 큰 에도성 같은 경우는 60만에 이릅니다."


"호오, 그럼 그 에도성이라는 곳과 적대 관계인 곳은 어디냐?"


진천의 말에 노인은 알 수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 하고는 답했다.


"히메지성 입니다."


"좋아. 대충 길을 설명해봐라."


"... 혹 히메지성에 몸을 위탁하시려 하십니까?"


"그렇다."


"히메지성의 성주 겐시로는 아주 악독한 자로써 성민의 고혈을 빨고 사람의 목숨을 우스이 여기는 자 입니다. 중원으로 비유하자면 마도문파의 수장 같은 존재인데 다른곳을..."


그 말에 진천이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노인의 말을 끊었다.


"크흐! 됐다. 그런건 내가 알아서 할테니 길이나 설명해라. 그곳엔 중원어를 할 줄 아는 자가 있나?"


"글쎄요, 그건 저도 잘... 재물을 조금 더 주신다면 제가 길을 잡고 통역도 해드리겠습니다."


의외의 말에 이번엔 진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나이도 있어 보이는데 괜찮겠느냐? 그 정도면 오늘내일 할 나인데."


"아직은 괜찮습니다. 또 나으리를 따라가면 지루한 삶을 사는 이 늙은이가 재밌는 일을 볼 수도 있을 듯 하여..."


"흐! 눈치가 빠르구나. 좋다. 거리는 얼마나 되지?"


"동북쪽으로 말을 타고 반나절을 조금 더 갑니다."


"동북이라... 좋아. 속도를 맞춰줄 테니 적당한 경공으로 가자."


진천의 말에 노인이 잠시 멈칫하더니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저, 나으리. 저는 무공을 모르는지라..."


'음?'


순간 진천은 자신이 잘못봤나 싶어 다시 유심히 노인의 복부를 들여다봤다.


'이상하군. 분명 단전에 내공이 있는데. 못해도 절정고수... 그러고 보면 절정고수 치고는 지나치게 늙었어. 말 한 것 보다 실제 나이는 더 많을 수도 있겠구나. 자세히 보니 기감의 흐름이 거의 없군. 반박귀진을 쓰고있나?'


노인이 유지하고 있는 반박귀진은 실제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는데, 진호나 구학영이라고 해도 상당히 자세히 봐야 겨우 눈치를 챌 만큼 정교하고 두텁게 그의 내공을 묻어두고 있었다.


'가만 누운것도 아니고 말하고 움직이면서 반박귀진이라... 뭐, 세상 사연이 한둘도 아니고.'


거짓임이 분명했지만 진천은 딱히 자신과 상관없다고 여겼기에 부러 멋쩍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미안하군, 하도 무인들만 상대 하다보니 모든 이를 무인으로 생각할 때가 있다."


"하하, 괜찮습니다."


"음. 가자."


텁.


후욱-!


진천이 노인을 다시 들춰메고 상공으로 붕 떠오른 진천은 부러 본래의 무위가 아닌 절정 조금 못미치는 수준의 경공을 펼쳐 능선을 내달렸다.


약 이각 남짓한 시간이 지나 히메지성에 도착한 진천이 노인을 내려 놓곤 물었다.


"그러고 보니 이름을 못들었군."


"지각이라 불러 주십시오. 중원에서 쓰던 이름 입니다."


"음. 앞서라."


그렇게 진천이 지각의 뒤를 따라 히메지성으로 들어선 순간.


진천의 얼굴이 괴상하게 일그러지며 그의 입에서 욕짓거리가 튀어나왔다.


"윽! 이런 미친..."


성문의 안쪽으로는 꽤나 널찍한 길이 영주성까지 일자로 이어져 있었는데, 대나무를 엮어 만든 갑주를 입은 군사들의 감시하에 피골이 상접한 수백의 사람들이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얼굴로 병장기와 돌, 곡식자루 등을 나누고 있었다.


"꾸물대지 마라!"


쉬이이익!


철썩!


"꺼억!!"


군사들의 채찍에 한 노인의 등살이 한치는 떨어져 나가며 뻘건 속살이 쩍 벌어졌지만, 군사는 아랑곳 않고 노인의 등에 더 거센 채찍질을 가했다.


쩌억! 쩌억!


"일어나!!"


"끄...끄륵..."


"쳇, 너! 이놈을 치워라!"


군사의 외침에 후다닥 달려나온 15세 남짓한 소년은 쓰러진 노인의 양발을 잡고 대로의 한켠으로 끌어내 몇구의 시체가 있는 더미위로 올려놓고 다시 원래의 자리로 쏜살같이 달려 돌아갔다.


"..."


그 광경을 바라보던 진천이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미 길 곳곳에는 어른의 키만큼 쌓여 썩어가고 있는 시체더미가 수십개는 모여 말로 하기 힘든 악취와 시독을 뿜어대고 있었다.


그 중엔 아직 몸이 채 여물지도 않은 어린아이의 시체로만 이루어진 더미와 완전 나체의 여인들의 시체만 있는 더미도 적지 않았다.


특히 진천의 눈에 띈건 여인들의 시체가 쌓여있는 더미들이었는데, 그 옆에는 어린 아이 몇몇이 여기저기 쭈그려 앉아 멍한 얼굴로 각자 시체 하나씩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이 죽은 제 어미의 곁을 지키는 듯 했다.


"말씀드렸듯 이곳의 영주는 악독하고 괴팍하기로 유명합니다."


"... 이곳의 모든 주민들이 이렇게 사나?"


"네. 이곳은 영주의 말이 곧 율법. 어떻게든 에도성을 이기기 위해 영주민의 모든것을 쥐어짜서 전쟁을 준비 중입니다. 세금이란 명목으로 빼앗은 모든것을 군대에 투자하지요. 더 이상 낼것이 없는 영주민은 저렇게 노예로 부리고, 여인들은 군사들의 노리개로 삼다가 죽으면 내다 버립니다."


"그런데도 여기에 산다고?"


"이곳은 다른 영지와 다르게 밖으로의 출입이나 무역이 자유롭지 못합니다. 도망가려다 잡히기라도 하면 말로 다 못할 고문을 받고 참수되는지라... 또 어릴적부터 이곳 영주를 신격화에 가깝게 세뇌를 시키다 보니 이곳의 영민들에겐 일상이자 세상의 전부지요."


"무역을 안하면 어떻게 살아가지? 게다가 우린 별일 없이 들어오지 않았나."


"아까 처음뵀던 에가와 성은 이곳과 우호적인 관계로 다양한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성문을 바로 통과한 것은 제가 상인시절 받은 통관용 명패를 보여서 그렇습니다."


"이런놈들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다고?"


"에가와 성엔 두개의 세력이 있는데 현 영주와 그를 따르는 세력이 이곳에 우호적입니다."


"...이곳의 군병도 30만 정도인가?"


"겨울을 나며 조금 더 늘었을 것입니다."


"그놈들 중 무공을 익힌 놈은 얼마나 되지?"


"3할 정도긴 하나 대부분 중원의 이류급도 되지 않습니다."


"3할... 9만이라. 허면 무공이 없는 놈들은 21만... 얼추 맞는군."


"어떤 말씀이신지..."


"계획을 바꾼다. 이곳의 군병과 영주놈을 참할 것이니 넌 적당히 피해 있어라."


"네? 그게 무슨... 혹 따로 이끄시는 부대가 있으십니까?"


스릉-


진천이 천천히 검을 뽑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런거 필요 없다."


후아아악!!!


꽈아아아아아앙!!


꽈앙!!!


퍼버버버버벙!!!


"기습이다!!!!"


땡!땡!땡!!


영주성을 향해 몸을 날린 진천의 검에서 자성빛 강기다발이 끊임 없이 쏟아지며 군부로 보이는 모든 건물들을 무너뜨렸고, 이에 몰려나온 수천의 영주군을 본 진천은 더 빠른 속도로 그들 사이를 파고들며 눈 한번 깜짝할 새에 수십번의 검격을 휘둘렀다.


후우웅! 후웅!


뿌드득.


뻐벅!


대나무로 만든 갑주가 터져나가는 생소한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퍼졌다.


진천의 주변이 청색과 자성빛의 검로로 둘러쌓이자, 그 범위내에 있는 영주군은 물론 반경 2장내의 군사들 까지 모두 종이장 처럼 몸이 찢겨나가기 시작했다.


'혹시 모르니 마기는 쓰지 말자. 극마 정도의 공력만 써도 충분하겠지.'


적당히 공력을 조절한 진천이지만 겨우 두어걸음의 보법을 밟을 때 마다 수십, 수백의 몸이 갈라지고 터져나갔고 어느순간 진천의 반경 20장 내엔 시체만 나뒹굴 뿐, 아까보다 더 많이 모여들어 일만에 가까워진 영주군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멀리서 사시나무 마냥 몸을 떨고 있었다.


후악!!


뻐버버버벅!


"영주놈 나오라!"


짧은 한마디를 외친 진천이 다시 엄청난 기세로 검을 휘두르자 그 풍압만으로도 목이나 얼굴이 찢겨나가는 이가 생길만큼 엄청난 강기의 폭풍이 영주군을 덮쳤고, 동시에 진천이 삼보를 밟는 사이 오백여명의 군사가 시신이 되어 스러졌다.


터덕!


까앙!!


대부분 무 잘리듯 숭덩숭덩 잘리는 영주군들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한두번씩 자신의 검이 튕겨져 나오거나 묵직한 느낌을 받은 진천은 약간의 공력을 더 실어 검격을 이어갔다.


'무공을 익힌놈들이군. 젠장, 이런놈들은 죽여봐야... 아니, 어차피 나중에 쓸 손이니 미리 죽여둬서 나쁠건 없지.'


무인이라고 해봐야 대부분 2급 언저리에 간간히 1급이 섞인 정도였기에 진천에게는 무공을 모르는 일반인들과 별 차이도 없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괜히 손이 걸리는 느낌이 싫었는지 적당히 절정 수준의 공력만 사용하던 진천이 검에 조금 더 강한 강기를 불어넣은 그 순간.


덜컥


"..."


진천이 흑룡검 대신 가지고온 검은 보검에 준하는 상품검이었는데, 진천의 강기에 실린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어느새 검신과 칼날받이 사이에 유격이 생겨 검날이 빠지기 직전의 이처럼 흔들거리고 있었다.


'너무 막 들고 왔나?'


눈밑을 찡그린 진천이 들고있던 검을 내던지고는 영주군의 시체가 떨어뜨린 검 한자루를 둥실 띄워 손으로 끌어 쥐었다.


"묵직하군."


후웅- 후웅-


새로운 검을 쥔 진천이 홀로 허공에 검을 몇번 휘두르자 성의 병력 전체가 본능적으로 죽음을 느끼며 눈을 질끈 감았고,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는 듯 다시 진천의 검격이 그들을 집어삼켰다.


쿠구구구구구


뻐걱!!


퍼버버벅!!!


후아아아악!!!


"이 검은 뼈를 끊는 검이구나."


동영의 검은 중원의 검에 비해 상당히 무겁고 단단했는데, 베거나 찌르는 것을 시작으로 검기나 강기를 다루기 좋은 중원의 검과는 달리 육체의 힘으로 상대의 근육과 뼈를 절단하는 것이 주 목적인 듯 했다.


신선한 느낌으로 휘두르는 진천의 마구잡이식 검격 한번에 수십명씩 찢겨죽던 군병들은 어느새 절반이상이 도주를 하기 시작했고, 그를 본 진천이 속력을 더욱 높여 팔이 떨어져 나갈 기세로 검을 휘둘러 강기를 흩뿌려댔으나 워낙 성내의 여기저기서 사방으로 흩어지는 터라 이미 수백 이상이 빠져나간 이후였다.


'젠장! 잔챙이들이 너무 많아. 아직 1만도 채 못죽였다. 여유부릴 때가 아니다.'


마음이 조급해진 진천이 60장 밖으로 도주하는 무리를 향해 어검술을 내보내려던 그 순간.


까아앙!!


스으으으으-


"??"


공중에 붕 떠서 이제 막 쏘아져 나가려던 진천의 검이 난데없이 휘둘러진 강검에 의해 반으로 쪼개진 채로 땅으로 쳐박혔고, 그와 동시에 진천의 목에 칼날의 싸늘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만, 이만하면 됐다."


"... 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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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진천 - 121화 22.06.16 235 4 14쪽
121 진천 - 120화 22.06.16 253 4 11쪽
120 진천 - 119화 22.06.16 247 5 9쪽
119 진천 - 118화 22.06.16 245 4 12쪽
118 진천 - 117화 22.06.16 251 4 14쪽
117 진천 - 116화 22.06.16 255 3 12쪽
116 진천 - 115화 22.06.16 236 4 9쪽
115 진천 - 114화 22.06.16 256 6 11쪽
114 진천 - 113화 22.06.16 253 5 14쪽
113 진천 - 112화 22.06.16 251 4 17쪽
» 진천 - 111화 22.06.16 263 4 12쪽
111 진천 - 110화 22.06.16 265 5 11쪽
110 진천 - 109화 22.06.16 271 4 12쪽
109 진천 - 108화 22.06.16 261 4 10쪽
108 진천 - 107화 22.06.16 257 4 13쪽
107 진천 - 106화 22.06.16 273 5 11쪽
106 진천 - 105화 22.06.16 292 3 17쪽
105 진천 - 104화 22.06.16 281 3 15쪽
104 진천 - 103화 22.06.16 277 4 16쪽
103 진천 - 102화 22.06.15 272 4 16쪽
102 진천 - 101화 22.06.15 282 3 18쪽
101 진천 - 100화 22.06.15 27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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