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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731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2.06.15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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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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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8쪽

진천 - 101화

DUMMY

상공에 떠있던 진천의 몸이 땅으로 쏘아지자, 듣는 이의 온 몸이 찢어질 듯한 파공음에 이어 엄청난 충격파가 터지며 포달랍궁을 뒤흔들었다.


쿠구구구구구구-!


꽈아아아아앙!!!


쿠르르르르...


"!!!"


"뭐, 뭐야!!!"


그에 경계를 서던 연합군의 무사들은 한참이나 계속된 진동이 가라 앉은 후에야 겨우 몸을 일으켜 평원의 한가운데에 생긴 거대한 구덩이를 보았다.


그리고 곧 구덩이의 한가운데서 서서히 떠오르는 진천의 모습을 확인한 그들은 본능으로 부터의 죽음을 느끼며 전신을 벌벌 떨기 시작했다.


6척5촌의 키에 두툼한 몸, 짙은 눈썹과 다부진 이목구비.


1장 높이로 전신에 일렁이는 마기와 검은 무복은 돌덩이 같은 몸의 근육을 따라 굴곡져 있었고, 그 오른손에 들린 흑룡검에는 청색의 강기와 화염이 함께 몰아치며 기이한 소리로 울부 짖고 있었다.


가아아아아아-


"!!!다들 정신차려!!"


그 절망 가득한 모습을 넋놓고 바라보던 청의 무사 하나가 번뜩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반치 정도 돌려 자신의 뒤쪽을 향해 외쳤다.


"사천에 알려라! 사지가 잘려도 기어가서 말을 전하고 죽어!!"


"..."


그리고 그 말을 받은 무인 6명은 아무 말 없이 서로 비장한 눈빛만 주고 받곤 곧장 몸을 날려 사방으로 흩어졌다.


후욱-!


바로 다음 순간, 멀어지는 그들의 등을 바라보던 청의 무사가 자신의 검을 뽑아들고 어느새 궁밖으로 나와 진천을 경계하고 있는 오백여 명의 도사들을 향해 외쳤다.


"전원 만파필사진을 전개하라! 필살! 동귀어진의 각오로 천마(天魔)를 참한다!!"


아무리 만마필사진이 마인을 잡는데 특화된 천라지망이라고 해도 상대는 현 무림. 아니, 현세 최강이라는 마교의 교주.


소교주를 잡는데도 천명의 도사 절반이 튕겨져 나가기 직전까지 몰렸는데, 겨우 오백으로는 사실 일말의 가능성도 없었다.


하지만 이곳 포달랍궁엔 수만의 라마승이 있었기에 그들은 그것에 한줄기 희망을 품고 각자의 위치로 몸을 날렸다.


파바바바박!!!


순식간에 어느정도의 진형을 갖춘 도사들이 내뿜은 공력의 그물이 진천을 향해 서서히 펼쳐지던 순간.


스윽-


미동도 없이 서있던 진천의 오른팔이 들리더니 그의 입에서 비릿한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크흐! 안되지. 동료들이 싸우는데 몸을 빼면 쓰나."


"...!!"


슌간, 비장한 각오로 제 검을 뽑아 들었던 청의 무사는 자신의 명으로 전장을 떠났던 무사들의 신형이 공중에 붕 뜬 채로 진천의 앞으로 끌려 들어오는 것을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후우우욱-


뻐어어억!!


빠드득.


툭,투두두둑.


진천의 지척으로 끌려온 6인의 몸은 정말 눈 깜짝할 새에 기왓장 크기로 조각나며 뒤섞였고, 이젠 누가 누구인지 알아 볼 수 없게된 육편들이 한곳에 쌓이며 작은 시체탑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흑룡검에만 서려있던 강기가 진천의 전신으로 번지며 살기 가득한 그의 음성이 포달랍궁 전체에 울려퍼졌다.


"소교주를 데려와라."


우웅 우웅 우웅-


"크흑!!"


그 살기에 대부분의 도사들이 귀를 부여잡고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함과 동시에 포달랍궁의 라마승 500여명이 엄청난 투기를 발산하며 진천에게 다가섰다.


'저게 승려라고?'


진천은 라마승들의 신기한 외형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도 느긋하게 검을 휘두르며 낮지만 아주 선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교주를"


후웅-!


뻐어억!!!


"끄아아아아..."


툭, 후두둑..


"데려와라."


후웅-!


뻐걱!


진천이 그 한마디를 하는 사이 휘둘러진 두번의 검격은 수백개의 강기다발로 변해 200에 가까운 도사들을 넝마로 만들었다.


도사들은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창백한 얼굴이었지만, 진천의 지척까지 다가간 라마승들 덕분인지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떨면서도 진에 공력을 더하고 있었다.


"멈추시오!"


진천은 자신의 앞에 선 노승을 보고는 잠시 검을 내리며 아주 평온한 목소리로 물었다.


"제 아들 놈이 여기있다던데. 만나게 해주시겠습니까?"


노승은 공손한 말투와는 전혀 다른 진천의 살기를 느끼고 살며시 눈을 감으며 합장을 했다.


"실로 경악스러운 무위... 시주께서는 부디 살생을 멈추시오."


"..."


진천은 다시 검을 들어 오른쪽의 허공으로 서너번의 검격을 쳐내고는 노승에게 말했다.


"제 아들을 보게 해주십시오."


퍼버버벅!


"끄아아아아악!!!"


방금 쳐낸 진천의 검격에 또 다시 백여명의 생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오자, 노승은 울컥 오르는 화를 참는 듯 몸을 움찔하다가 괴로운 얼굴로 염주를 어루만졌다.


"미안하오. 우리 포달랍의 승려들은 그대들에 맞서 중원을 구하기로 결정했소."


쩌어엉!!


노승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500여명의 승려들의 몸이 휘황찬란한 금빛의 막에 둘러 쌓였고, 곧 그들이 동시에 외우는 우렁찬 밥호가 이어졌다.


"마하반야 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


"..."


그들을 멀뚱히 바라보던 진천의 미간이 구겨지며 그의 오른손이 노승을 향해 뻗어나갔다.


후욱!!!


터덥.


"커헉!!!"


"...!!!"


2장 거리에 있던 노승의 목이 순식간에 진천의 손아귀로 빨려들어가자, 황금빛 장막안의 승려들은 눈을 질끈 감으며 더 힘차게 법호를 외쳤다.


"시- 조견오온개공도 일체고액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점점 커지는 라마승들의 공력에도 진천은 편안한 얼굴로 노승의 울대를 움켜쥐고 보라빛으로 변해가는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승려를 해하는 건 어려울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일의 본질도 모르고 인질이나 쓰는 너 같은건..."


스윽 -


순간 진천의 흑룡검이 공중에 둥실 뜨더니, 노승을 지나쳐 뒤쪽의 승려들에게 쏘아져 나가 홀로 칼춤을 추기 시작했다.


후우웅-


서걱!


"...어,어검술!!!"


뚜두둑...


"끄아아악!!"


"아악!!!"


라마승들의 살이 찢어지고 뼈가 끊기는 소리와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진천이 다시 한번 노승을 향해 물었다.


"내 아들은 어딨나."


진천의 두터운 손 끝에 매달린 노승은 잿빛이 된 얼굴로 힘겹게 말을 뱉었다.


"우리는... 무림을 지켜야...커헉!"


"... 무림의 편을 드는건 중원 양민들을 학살 하겠다는 얘기와 같다."


"끄륵... 그대들이 돕는다면 아라사 제국을 막아낼 수...있..."


뚜둑.


노승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둔탁한 소리가 울리며 그의 목이 힘없이 꺾이자 진천은 시체를 그대로 떨어뜨리고는 저 멀리서 혼자 칼춤을 추는 흑룡검을 오른손으로 빨아들였다.


"리... 릿카 라마!!"


"릿카!!!"


"으극!!"


노승의 시체가 땅으로 무너져 내리자 라마승들의 얼굴이 도깨비처럼 변하며 황금막이 크게 일렁였고, 각자 염주를 휘감은 주먹과 목탁을 휘두르며 진천을 향해 쏟아져 들어왔다.


후우웅-!


뻐걱!


"으그그극!!"


"죽어라!!! 이 악귀!!"


퍼벅. 퍼버버버벅!


슥-


수백의 라마승들을 하나 둘 쳐내던 진천이 금새 귀찮아진 얼굴로 손을 하늘 위로 뻗자니 곧 그의 손에서 쏘아져 올라간 거대한 뇌전 한다발이 수백가닥으로 변하며 대지를 강타했다.


퍼억! 퍼어억!!


퍽! 파지지직!!


슈우우우-


정말 찰나의 순간.


500여명의 라마승들이 시커먼 통구이가 되어 새하얀 연기를 내뿜는 시체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말 그대로 눈 한번 깜짝 할 딱 그만큼의 시간이었다.


"미친!!"


"금 장로!!"


"크으윽..."


이곳 포달랍에서 진호의 신병을 감시하던 무영문의 장로이자 문주 금영진의 동생 금영학은 오금이 저려오는 진천의 무위를 보며 온몸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젠장!! 진이 제대로 발동하는 것 맞나? 왜 아무런 영향도 없는 것 같지?"


"소교주보다 놈의 무위가 더 높다지 않소. 조금만 더 시간을 번다면 분명 반응이 올거요!"


"미친! 현경인 소교주놈도 1각에 꼬꾸라졌는데!! 저놈이 설마 생사경을..."


"그럴리는 없소! 조금만 더 버팁시다. 아직 포달랍궁의 승려들은 수만이 남았소."


"제발... 저놈이 그때까지 우리에게 눈을 돌리지 말아야 할텐데..."


쿠가가가가가각!


그때, 금영학의 바람에 화답이라도 하듯 포탈랍궁의 여기저기에서 3만에 달하는 라마승들이 각자 법호를 외우며 뛰쳐나왔다.


그만한 인원이 모두 공력을 실어 외치는 법호의 합은 대지를 진동시키며 천지를 뒤덮었고, 그 기세에 연합군의 도사들까지 영향을 받았는지 몸을 휘청이는 자들이 적지 않았다.


"악귀!!!"


쿠과과과가각!!


거대한 해일처럼 몰아치는 라마승들의 공격이 시작되자 금새 뿌연 흙먼지와 사방으로 튀는 돌덩이, 장력과 강기로 뒤덮여 진천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었다.


후우웅-


퍼버버벙


콰앙!!


그런 시야가 답답했던 진천이 크게 검을 전방으로 휘두르자 곧바로 흑룡검에서 어른 머리통만한 자성빛 덩어리가 쏘아져나갔다.


우웅-


뻐어어어엉!!!


진천의 바로 앞에 있던 승려의 몸과 충돌한 강기덩어리는 공기가 폭발하는 기이한 소리를 내며 100장이 넘는 범위로 번쩍였고, 그에 승려 수천명의 몸이 순식간에 형체도 없이 갈갈이 찢어지며 진천의 눈 앞에 상당히 넓은 빈 공간을 만들어냈다.


"훨씬 낫군.'


"..."


"괴, 괴물... 으아아아악!! 죽어어어엇!!!"


절망에 울부짖으며 진천에게 달려들던 승려는 바로 다음 순간, 진천의 좌완에 복부가 뚫려 허공에서 발을 버둥대다 이내 몸이 축 쳐졌다.


"...쯧."


진천은 팔을 내려 그의 몸통을 빼내는 듯 하더니 주먹이 거의 다 빠져나왔을 때 쯤 그의 복부 거죽을 움켜잡고 씨익 웃었다.


화르르륵!


바로 이어 진천의 손에서 부글부글 끓는 용암물이 튀어 오르자 곧 시뻘건 화염에 휩쌓인 라마승의 시체.


진천이 그를 뒤로 확 제꼈다가 힘차게 앞으로 던지자 그의 몸에 붙어있던 불이 어느새 3장 지름으로 커져 그 경로에 있던 라마승들을 진액으로 녹여내며 거침없이 전장을 헤집고 다녔다.


"아직도 너무 많은데."


진천은 여전히 전장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는 라마승들을 보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원래 볼일이 급해도 그런다.


당장 터질 것 같더라도 아예 볼일을 볼 수 없을 땐 최대한 침착하게 참아보려 노력하지만, 일을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면 실제 뇨기보다 더 극심한 초조함과 불안함을 느낀다.


지금껏 진천이 침착 하고자 했던 것은 그래야만 안전하게 진호를 구할 수 있었기 때문.


이제 참을 이유가 없어진 진천은 점점 다급해지는 손을 억누르지 않기로 결심했다.


화아아아아악!


'구룡검.'


'화연십검.'


'뇌영천마.'


쿠르르르르르...


진천의 검에서 쏟아져 나온 9마리의 흑룡은 그 하나의 몸뚱이가 반경 6장, 길이가 50여장에 달했고, 그 시커먼 운무의 몸뚱이 안에는 뇌전이 끝도 없이 몰아치며 몸밖으로 뇌전을 튕겨내고 있었다.


구룡이 그 살벌한 몸뚱이에 새빨간 화염까지 덮어쓰고는 수만의 라마승 사이를 향해 어마어마한 속도로 몸을 비척대며 파고들자, 전장은 순식간에 살이 썩고 타는 냄새와 처절한 비명소리로 뒤덮이며 보기에 너무도 끔찍한 지옥도를 그려냈다.


"..."


잠깐사이에 절반이 넘는 라마승들이 한줌의 재나 썩은 고기덩어리가 되어 사라졌지만 진천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의 흑룡검을 지긋이 바라봤다.


'아냐. 이렇게 무공만 쓸게 아니라...'


철컥.


순간, 흑룡검을 검집에 집어넣은 진천은 텅빈 양손을 앞으로 내밀어 그 앞에 기이한 모양의 돌풍을 만들어냈다.


후웅-후웅- 기이이이잉!!!!


후우우우우웅-


진천의 손을 떠난 돌풍은 구룡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따라가며 점점 그 몸집을 불리다가, 종래엔 30장 높이의 소용돌이가 되어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끄...끄아아아아악!!!"


"젠장! 천라지망...이... 아무 소용도... 끄아아아아아악!!!"


구룡의 유영에도 살아남은 절반의 라마승들과 금영학을 포함한 연합군 무인들이 허무하게 진천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자, 백색의 바람으로 이루어져 있던 소용돌이가 점점 핏빛으로 물들며 짙은 피비린내와 피보라를 사방으로 흩뿌렸다.


"음."


포달랍궁 앞 평원이 붉게 물들며 여기저기 살조각과 뼛조각이 돌맹이 처럼 널부러졌고, 그 참상을 만든 소용돌이가 점차 잦아들자 이제 그곳엔 진천이 일부러 살려 둔 2명의 승려를 제외하고 살아 있는 것은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후욱!


잠시 눈을 감고 이 고요함을 만족스러운 얼굴로 느끼던 진천이 크게 호흡을 내쉬며 20장 거리 밖에 있던 승려의 앞으로 순식간에 몸을 날렸다.


터더덕!!


"소교주에게 안내해라."


"생과 사..."


"뭐?"


"나의 모든것...을 보타...락가에."


왼팔이 어깨부터 찢겨나간 채 멍하니 서있던 라마승은 진천의 목소리를 듣자 마자 오른손에 황금빛 강기를 뭉치며 기습에 가까운 장을 쏟아냈다.


후악!!


뻐억!!


"..."


"소교주에게 안내해라."


... 털썩.


라마승은 자신의 전생을 실은 장을 맞고도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한 진천을 보자 한순간에 정신이 나가 아무말도 하지 못했고, 잠시 그의 반응을 기다리던 진천은 우수를 들어 그의 머리통을 움켜잡았다.


"잠깐!!"


"..."


"내, 내가 말하겠다. 놓아라!!"


"...앞서라."


툭,


덩치가 상당하고 꽤 젊은 라마승. 진호를 상당히 압박했던 아타의 말에 진천이 손에 쥐었던 머리통을 놓아주자 아타가 거대한 등을 돌려 따라오라는 듯한 눈빛을 흘리곤 그대로 경공을 펼쳐 포달랍궁의 내부로 향했다.


궁의 내부로 들어서며 경공의 속도를 줄인 아타가 적기 가득한 눈빛으로 진천을 흘겨봤다.


"붓다께서 네놈의 악행을 일벌백계 하실 것이다."


그말에 진천은 순간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오며 실소를 흘렸다.


"크흐!! 허면 네놈들도 벌하시나? 수천만 중원인들을 죽게 하려던 죄로?"


"개소리 하지 마라."


"혹시 모르니 본좌가 먼저 네놈들을 벌한것이다. 달게 여겨라."


"..."


이를 바득바득 갈며 경공을 펼치는 아타를 따라간지 얼마 안되어 무림인 50여명이 복도에서 서성이는 것이 보였고, 아타가 그들의 뒤쪽으로 있는 방문을 가르키며 말했다.


"저곳이다."


"..."


진천이 천천히 방문을 향해 걷자, 무림인들은 사색이된 얼굴로 미동도 하지 못한채 마른침을 삼키며 땅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방문의 고리를 잡고 당기려다가 잠시 멈칫한 진천이 무림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너희들은 살려줄 생각이다. 단, 한놈이라도 몸을 빼면 그 순간 몰살임을 알아라."


"...!!"


"땡중, 너도 마찬가지다."


"..."


끼이익.


말을 마친 진천이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방안으로 들어섰다.


"...지,지..."


진호를 발견한 진천은 그 기괴한 광경에 미처 진호의 이름 한자도 부르지 못하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승려들의 침소였던 듯 한 그곳은 묘한 색의 휘장과 바닥깔개로 조잡하게 꾸며져 있었고 탁자와 자개장 위엔 향초 수십개가 난잡하게 불빛을 태우고 있었다.


이어 향초와 꽃잎들의 향에 뒤섞인 지독한 방사(房事)의 체취가 진천의 코를 찔러 들어왔다.


그 역한 냄새가 가득한 방의 정중앙에는 거대한 침상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곳엔 양팔은 물론 발목 아래로 양발이 잘린 진호가 쇠사슬에 허리춤이 묶인 채 초점없는 눈으로 천장을 향해 누워있었다.


더듬거리는 걸음으로 그런 진호에게 다가간 진천은 사시나무 마냥 덜덜 떨리는 손으로 진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지, 지..."


도저히 진호라고는 알아볼 수 없는, 피골이 상접하고 핏기가 전혀 없는 시체 같은 얼굴은 가뭄맞은 땅처럼 메말라 있었다.


"진호야..."


진천은 진기가 모두 빨려나간 듯한 진호의 얼굴을 보고는 침상 아래에 뒹굴고 있는 수십개의 작은 약병을 바라봤다.


"설마..."


최음향.


연합군, 정확히는 금영진이 도기(度氣)로 진호의 모든 혈을 막아놓고는 그간 수십명의 여인과 정사를 나누게 해 천무지체의 씨를 얻으려 했던 것이다.


"..."


진천은 이 광기서린 광경에 잠시 할말을 잃었지만, 곧장 정신을 차리고는 시체에 가까운 진호의 몸을 어루만졌다.


스스스-


진호의 양팔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을 시작으로 잘린 양발과 몸통이 점점 단단한 근육으로 불어났고 얼굴 또한 금새 살이 차올라 밝은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우웅-


그리고 곧이어 진천의 손에서 녹색의 연기가 진호의 명치로 들어가자, 동시에 상당한 양의 자연진기가 쏟아져 들어가 전신의 혈을 뚫고 순환하며 진호의 호흡이 점차 안정을 찾았다.


스륵.


"...아버지?"


"괜찮냐?"


"..."


아무일도 없었던 수개월 전으로 몸이 돌아간데다 상당량의 자연진기 까지 받은 진호는 오히려 전 보다 더 건장해진 팔에 청색의 강기와 새빨간 화염을 둘러보고는 진천에게 답했다.


"기력이 넘칩니다."


"어서 어미에게 가자."


"...아버지, 저놈들은..."


"저놈들은 내가 따로 쓸데가 있다. 일단 어미에게 먼저 가자."


"... 네."


픽.


진호의 몸을 섬서의 가택으로 옮긴 진천이 진호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네 어미는 전정혈을 짚으면 곧바로 일어날거다. 내가 다시 올 때 까지 한시도 떠나지 말고 옆을 지켜라."


"네."


픽!


진호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포달랍궁으로 몸을 옮긴 진천은, 방금 전 자신이 갑자기 사라진 것에 당황해 고개를 두리번 거리던 아타와 무림인들을 향해 끓어오르는 노기를 억누르며 말했다.


"이곳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모아라. 단 한놈이라도 빼먹는 날엔 네놈들 전부 눈알을 뽑아서 씹어먹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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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진천 - 117화 22.06.16 253 4 14쪽
117 진천 - 116화 22.06.16 257 3 12쪽
116 진천 - 115화 22.06.16 238 4 9쪽
115 진천 - 114화 22.06.16 259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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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진천 - 104화 22.06.16 283 3 15쪽
104 진천 - 103화 22.06.16 279 4 16쪽
103 진천 - 102화 22.06.15 274 4 16쪽
» 진천 - 101화 22.06.15 284 3 18쪽
101 진천 - 100화 22.06.15 275 4 11쪽
100 진천 - 99화 22.06.15 268 4 13쪽
99 진천 - 98화 22.06.15 265 3 14쪽
98 진천 - 97화 22.06.15 265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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