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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461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2.06.15 18:05
조회
272
추천
4
글자
11쪽

진천 - 100화

DUMMY

"맹주."


"금문주."


2층으로 올라선 금영진이 홀로 술잔을 기울이던 무림맹주 천소청의 앞자리로 앉으며 크게 숨을 내쉬었다.


"후-! 힘들군. 거의 7천리 길을 돌아 왔소. 크흐!"


"고생하셨소. 어서 목좀 축이시오."


"음. 고맙소."


천소청이 따라주는 술잔을 받은 금영진이 잔을 곧장 목으로 넘기며 웃음을 흘렸다.


그는 지금 전 무림은 물론 황궁까지 벌벌 떨던 마교의 소교주를 납치하고 교주까지 일방적으로 몰아세운 전공에 대한 뿌듯함, 그리고 교주도 결국 상식선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는 사실에 상당히 격양되어 있었다.


"크크크! 교주놈 아주 안달이 났더군. 아무리 마귀라도 역시 제 새끼는 귀한가 보오."


"얘기 들었소. 꽤 심하게 몰아 붙였던데 괜찮겠소? 놈이 자식을 버리기라도 하면..."


"크으- 좋군. 걱정 마시오 맹주. 오늘 내 목숨을 걸고 확인해 보니 놈은 절대 제 새끼를 포기하지 못할 놈이오. 그래도 적당히 때마다 얼굴만 보여 주면서 고삐를 잡아봅시다."


금영진의 자신감 넘치는 장담에도 천소청은 얼굴에 가득한 걱정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허나 교주를 그리 단순하게 판단해도 될지... 그가 언제 돌변할지는 모르는 일이오."


"...맹주."


금영진이 진중한 눈빛으로 천소청의 눈을 바라봤다.


"놈이 돌변하면 뭐가 무섭소? 무림의 절멸? 소교주놈을 납치하기 전에도 원래 그놈들이 하려던 일이오. 지금은 이게 유일하게 놈들의 질주를 막을 방법이고."


"으으음..."


천소청의 침음성에 이어 정적이 흐르자, 금영진이 천소청의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오늘 소득이 많소. 교주 그놈이 쓰는 기이한 이동술의 한계도 확인했고, 보시오. 어쨋든 놈도 사람이잖소. 그놈 혼자서 우리 모두를 멸할 힘은 없소. 우리가 지금까지 지나치게 겁을 먹고 있었지."


"글쎄요. 그건 아직 모를 일 아닙니까."


"크흐. 어차피 다른 방법도 없지 않소. 피할 수 없는 적이라면 희망이라도 가집시다. 설령 전 무림인이 부지불식간에 사라지더라도 놈에게 한칼이라도 먹이고 죽어야지 않겠소?"


"그렇습니다."


금영진의 격려에도 천소청은 여전히 걱정이 한가득한 얼굴로 술잔을 넘기며 물었다.


"허면 소교주는 언제 데려올 것이오?"


"오일 후에 보여주기로 했으니 곧 데려와야지요."


"음."


"이미 내가 사천을 떠날 때 연락조가 출발했으니 지금 쯤 .... 에 도착 했겠지. "


금영진의 입에서 진호의 위치가 나온 그 순간.


번쩍.


"!!!"


전각 60장 높이의 공중에 있던 염광의 눈이 번쩍 뜨이며 그의 신형이 눈 깜짝 할 새에 100장 위로 쏘아져 올라갔다.


후아아아아아악!!!


이후 약 반시진이 지나 섬서성 인근의 야산으로 몸을 떨어뜨린 염광은 적당한 경공으로 섬서성에 진입한 후 평범한 걸음으로 속중표국으로 향했다.


"국주님은 어디 계신가?"


"안뜰에 계십니다."


염광이 표국 본관을 둘러 안쪽으로 들어서자, 잘 꾸며진 정원에 덩그러니 서있던 진천이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어르신."


슥-


"...염광."


기대와 긴장이 뒤섞인 묘한 눈빛으로 염광을 바라보자 그 시선을 받은 염광은 곧장 진천의 앞으로 한쪽 무릎을 꿇으며 나지막히 말했다.


"포달랍궁 입니다."


"마영."


진천은 염광에게 고개를 끄떡이며 옆쪽으로 오른손을 쭉 뻗었고, 곧 정원 끝쪽의 탁자에 앉아있던 마영이 금새 진천의 옆으로 날아와 진천이 뻗은 손에 자신의 어깨가 닿도록 자리를 잡았다.


"고생했다 염광. 먼저 군사를 보러 가자."


진천이 염광에게도 다가오라는 듯 손을 뻗었지만 염광은 움직이지 않고 무릎을 꿇은 자세 그대로 면을 아래로 숙이며 말했다.


"어르신, 놈은 사천을 떠난 후 6시진이 지나 아침이 될 동안 소교주의 근처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때마다 혈을 짚어야 한다는 것과 시전자가 그놈 하나뿐 이라는 것, 둘 중 하나는 거짓입니다."


그 말에 잠시 침묵하던 진천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고, 염광과 마영은 살갗을 저미는 그의 노기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일단 가자. "


"어르신."


흥분과 분노로 마음이 조급한 진천이 자꾸 말을 늘리는 염광을 짜증난 얼굴로 바라봤다.


평소라면 그 시선을 받고 고개를 조아렸을 염광이지만 왠일인지 지금은 진천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어르신, 왜 곧장 포달랍궁으로 가지 않으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진천의 얼굴에 짜증이 더해지며 퉁명스런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섣불리 움직이면 또 어떤 간계에 당할지 모르니 대비를 해야한다. 시간이 없으니 그런건 나중에 물어라."


말을 마친 다시 진천이 염광의 어깨에 손을 뻗으려는 찰나,


"어르신. 잠시만."


"이 새끼가!!"


팍!!


다시 한번 자신을 세우는 염광에게 화가 치밀어 오른 진천이 두터운 손을 휘둘러 그의 옷깃을 움켜 잡았다.


진천은 일단 대전으로 이동할 생각이었지만, 곧 들려온 염광의 말은 진천으로 하여금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하며 그 손아귀의 힘도 풀어내 버렸다.


"어르신, 그건 왕의 방식이 아닙니다."


"...뭐?"


"그런 계책이나 수싸움은 범인(凡人)들의 것. 어르신께는 불필요(不必要) 합니다."


"무슨 뜻이지?"


"왕이 걸으면 그곳이 곧 길. 그냥 포달랍궁으로 가셔서 소교주를 데려오시면 그것이 어르신께서 소교주를 구하는 길 입니다."


"함정이 있을지 모른다."


"어르신껜 함정이 될 수 없습니다."


그건 사실상 헛소리에 가까운 애매모한 말이었으나 진천은 왜인지 염광의 말에 알 수 없는 묘한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갑자기 이런 얘길 하는 이유가 뭐지?"


"소인이 주제를 넘고자 함은 아닙니다. 다만 위대한 분께서 하찮은 인간들에게 휘둘리시는 듯 하여...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상기 시켜 드릴 뿐 입니다. 어르신께선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하시면 됩니다."


"아버지와 똑같은 얘길 하는군."


"제 평생 모셨으니까요. 인세에 나오실 때면 항상 그리 하셨습니다."


"그러다 내 아들이나 수하들이 죽으면?"


"죽지 않도록 하시면 죽지 않습니다."


"크핫!!!"


'왕의 길... 왕도... 이방원에게서 느꼈던 그 묘한 패기(覇氣). 생각해보면 놈의 계책은 불확실 한 것 투성이었지. 하지만 놈은 제 힘으로 모든걸 뒤틀어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들어 맞췄다. 놈이 걷는 길엔 항상 피보라가 몰아치며 상황이 재배열 됐어.'


실제로 이방원이 잡은 계획이나 예상의 적중률은 겨우 반절. 하지만 그가 무언갈 행하면 틀림마저 맞음으로 바뀌는 일이 잦았다.


사실 그가 예측한 사람의 심리도 지나고 보면 오류 투성이었지만, 어떻게든 그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생각을 가지게 만드는 기운.


변방 소국의- 한줌의 무공도 없는 인간이었지만 이방원의 기운은 패도적이며 강렬했고, 진천도 아주 잠깐이나마 분명 이방원의 그 패기에 매료되어 있었다.


'왕도'라는 말에 자연스레 이방원을 떠올린 진천이 아무말도 없자 염광이 말을 이었다.


"왕도란 패도(覇道). 누구의 것 보다 강력하고 절대적인 의지 입니다. 어르신께선 아직 살아오신 세월이 짧은 탓에 힘을 쓰시는 폭이 너무 좁을 뿐 입니다."


"그래, 아버지한테도 비슷한 얘길 들었지."


"어르신께서는 그저 하시겠다 생각하시면 그리 됩니다. 어르신의 의지나 욕망을 참지 마십시오. 위대한 분들께서는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꺼리낌 없이 행할 때, 스스로의 자아가 완성된다 하셨습니다."


"욕망. 나의 자아라..."


잠시 뭔가에 격양되있는 듯 하던 진천이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눈을 게슴츠레 뜨며 염광을 바라봤다.


"허나 본좌는 아들의 위치도 모르고, 한번에 찾아 갈 수도 없다. 겨우 그 정도가 한계 아니냐?"


"대상의 위치에 대한 개념이나 정보가 없으면 어려운 일인 것은 맞습니다. 다만 어르신께서는 수하나 어르신의 정신을 묶어 과거로 돌려 보낸 후 소교주가 납치 당했을 시점부터 관찰하여 그 위치와 정확한 상태를 아실 수도 있었습니다. 또한 무영문주의 정신을 헤집어 자백을 받으실 수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는 일부 제혼술 종류의 무공이나 자백향, 고문으로도 가능한 범주입니다."


"그걸 왜 이제..."


"어르신께서 힘의 일부만 쓰신다는 것을 방금 느꼈습니다. 또한 말씀 드렸 듯, 지금 부터라도 원하시는 걸 행하시면 됩니다."


"...어려운 얘기다."


"결정은 어르신께서 하시는 것 입니다."


"..."


난데 없이 던져진 화두에 머리속이 꽉 찬 진천이 살며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의지, 욕망, 왕... 정말 그렇게 쉽게 될까? 진호를 고치는데 실패하거나 무림의 전세가 급변해 계획이 실패 하기라도 하면... 난 그런것은 원하지 않는데.'


진천은 자신도 모르게 눈썹을 꿈틀거리며 혓바닥을 날름거려 바짝 마른 입술을 적셨다.


'아니. 이런 생각 자체가 내 깨달음에 방해가 되는 것이다. 아직 나도 내 욕망이 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런 걱정에 안절부절 하는건 확실히 아니야. 좋아, 일단 진호를 악야에게 데려다 주자. 그게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 일이다.'


진천이 갑작스레 눈을 번쩍 뜨며 격양된 얼굴로 염광을 바라봤다.


"염광, 다녀온 후에 자세한 이야기를 듣자."


"네, 어르신."


픽.


진천이 사라지고 순식간에 둘만 남은 마영과 염광 사이에 잠시 어색한 기류가 흐르자, 염광이 슬쩍 미소 지으며 마영에게 말을 붙였다.


"마영이라 했나? 화경이라... 장하구나."


"본교에서는 천마라 칭합니다. 미천한 성취입니다."


염광은 마교에 적을 둔지 며칠도 채 되지 않았으나 마교는 무위순으로 상하를 결정하기에 현경의 고수인 염광은 입교와 동시에 3위의 서열을 받았다.


"그래, 나는 그간 화경의 고수 수십명이 현경으로 들어서는 것을 봤다. 그들의 심득과 단서도 모두 알고 있으니, 이번 일이 끝나면 전해주마. 그 중 네게 맞는 심득이 있을게다."


보통은 고수가 다음 경지로 오르며 얻은 심득은 절대 비밀로 취급되어 문파나 가문의 후계자에게만 전해진다.


하지만 염광이 자란 곳에선 염광같은 고수 수십, 수백을 모아놓고 수련에서 얻는 모든것을 공유하게 했다.


그들은 대부분이 천무지체인데다 워낙 강대한 주인들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화경이나 현경 정도의 심득 같은 것은 사소하게 여기며 그것을 아까워하거나 집착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심득을... 가, 감사합니다."


"크흐, 그래 그래."


자신을 향해 허리를 깊이 숙인 마영에게 미소 지은 염광이 걸음을 옮기던 그 때.


서장의 포달랍궁에선 하늘이 무너지는 굉음에 혼비백산한 라마승들과 연합군의 무사들이 본능으로 죽음을 느끼며 포달랍궁 입구의 평원으로 뛰쳐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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