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가늘비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후 먼치킨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가늘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6
최근연재일 :
2022.05.30 16: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61,050
추천수 :
6,680
글자수 :
109,868

작성
22.05.30 16:05
조회
3,479
추천
215
글자
9쪽

마물 길들이기

DUMMY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는 으슥한 골목길에 작은 균열이 발생했다.


콰드득.


인간들이 게이트라고 이름 붙인 이 통로는 이세계의 마물을 지구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게이트 중에는 독특한 성질을 지닌 돌연변이 게이트가 존재했는데,

지금 이 골목길에 발생한 사일런트 게이트 또한 그중 하나였다.


아무런 전조 증상 없이 마력 반응조차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쉬익-


그 안에서 작은 생명체 하나가 빠져나왔다.

겉보기엔 마물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애매한 모양새였다.


쉬익-


윤기 나는 초록색 비늘.

흑요석을 닮은 검은 눈동자.

두 갈래로 갈라진 붉은 혀.

뱀과 유사한 모습의 이 생명체는 7급 위험종에 해당하는 강력한 마물이었다.

평범한 인간은 독니에 스치기만 해도 1초 이내에 비명횡사했고,

A급 수준의 헌터도 놈에게 물리면 10분을 버티지 못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바로 높은 지능.

상황에 따라서 인간을 향한 살의를 조절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지능을 보유하고 있었다.


스르륵.


당장 이곳에서 날뛴다면 최소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조용히 인간들을 학살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했다.


뱀은 하수구라는 최적의 이동 수단을 이용해 번화가를 벗어나 햇빛 아래에 모습을 드러냈다.


“......”


그런데 몸 위로 어둠이 드리웠다.

뱀의 시선이 위를 향했다.

웬 인간이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뱀은 곧바로 비늘을 곤두세우며 사냥감을 녹여버리려고 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행동을 멈추었다.


쉬이익···


과거의 경험이 떠올랐다.

생태계 정점의 포식자를 만났던 때.

그때 느꼈던 죽음의 공포가 본능을 짓밟았다.


쉬이익.


몸이 움츠러들었다.


“......”


눈앞의 인간, 아니 인간의 모습을 한 괴물은 여전히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쉬, 쉬이익?


괴물의 입가에 소름 끼치는 미소가 떠올랐다.


“선우야~ 거기서 뭐 해?”

“별거 아냐. 갈게.”


괴물의 손이 이쪽을 향했다.


털썩.


뱀은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



“재밌네.”


누나와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상한 마력을 감지했다.

마물임은 분명한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지 않고 은밀하게 기척을 죽인 마력이었다.


하수구에서 빠져나온 뱀 형태의 마물을 발견했다.

지능이 높고 눈치도 빨라 보여 제법 흥미가 갔다.

전부터 실험해보고 싶었던 게 하나 있어서 녀석을 잡아 와 집 마당에 풀어놓았다.


“일어나라.”


사람으로 치면 뺨이라고 할 수 있는 부위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정신 차리고 있는 거 다 알아. 내 말 알아듣는 것도.”

“......”

“안 움직이면 죽인다.”


그제야 벌떡 몸을 일으킨다.

역시 내가 예상한 수준의, 또는 그 이상의 지능을 보유하고 있었다.

정신 차린 뱀은 강아지를 흉내 내듯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었다.

몸 안에서 느껴지는 마력은 B구역의 수문장 크라카타우 수준인데 하는 짓은 영락없는 여우였다.


쉬이익~


마물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다른 헌터들을 대하는 태도와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호기심이 생겼다.

잘만 하면 이놈들을 길들여서 펫처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검은 마력을 손에 머금고서 녀석을 움켜쥐었다.


쉭, 쉬이익!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피하면 죽는다는 사실을 인지했는지 발버둥 치지는 않았다.


나는 마력의 성질을 변환해 가며 뱀의 몸 안에 주입했다.

이내 식도 부근에 작은 마력 덩어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나는 원격으로 이 마력을 컨트롤할 수 있다.


움찔!


이를테면 충격을 줘서 터트려버린다거나 말이다.

살짝 기운을 건드리니 뱀 녀석이 기겁한다.

자신의 생살여탈권을 내가 손에 쥐고 있다는 사실을 완벽히 인지했을 것이다.


“걱정 마. 안 죽일 거니까.”

쉬이익-!


내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값이 나온다면 파트너가 될 수 있을지도.

마물을 서서히 세뇌하며 길들여 봐야겠다.

일단 마물이 자주 등장하는 대전의 중구 같은 곳에 지킴이로 활용해 볼 생각이다.


“말 잘 듣자?”


끄덕끄덕.


뱀 마물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추후 결과물이 기대된다.




***



“......”


김현성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고양이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의자에 앉아있었다.


톡톡.


한 손으로는 연신 책상을 두들겼다.

평상시에도 표정이 밝을 때는 거의 없었는데 오늘따라 한층 더 심기가 불편해 보인다.


‘흐음. 요즘 왜 이렇게 설치는 새끼들이 많아졌지?’


근래 모습을 드러낸 기라성 같은 헌터들 때문이었다.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역시, 자신이 아끼는 부하 직원 둘을 직접 끊어내게 만든 씹어먹을 새끼, 한성 길드의 이혜성이었다.

국적은커녕 성별도 알 수 없는 게 딱 봐도 뒤가 구린 놈이다.


‘하필 또 윤세영 그 계집애 물건이란 말이지.’


김현성은 국내 주요 길드마다 첩자를 심어두었지만 윤세영 팀은 관할 밖이었다.

사실상 후계 경쟁에서 밀려난 퇴물로 간주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 때문에 이혜성이라는 놈팽이의 정보를 캐내기 힘들었다.


‘조만간 찾아내서 박살 내고 만다.’


그다음으로는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진선우란 녀석.

정말 땅에서 솟아난 듯 모습을 드러낸 놈이다.

S급 헌터인 것도 신기한데 이혜성이란 놈과 마찬가지로 세계 레벨의 무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상하단 말이야. 한 놈만 나타나도 말도 안 되는 것들이 어떻게 비슷한 시기에 두 놈이나 생겨난 거지?’


강수호만 하더라도 머리가 아파 죽겠는데.

이대로는 한국 헌터계를 장악하려는 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었다.


‘안 되겠어.’


웬만해선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았는데 혼자서는 무리였다.


김현성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이내 휴대폰 너머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용 언어는 영어였지만 통역 아이템 덕분에 대화에는 지장이 없었다.


김현성은 꿀꺽 침을 삼키며 말했다.


“접니다, 선생님.”


이강민과 함께 가르침을 받았던 스승이 있었지만, 김현성은 이젠 더 이상 그 늙은이를 선생님이라 칭하지 않았다.

2년 전에 만난, 그의 인생을 바꿔준 다른 사람을 선생님이라 불렀다.


“무슨 일이지.”

“저 그게···”


제아무리 김현성이라도 이분 앞에서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

한국 내에서는 공포의 대명사로 군림하고 있지만 우물 안 개구리이기에 그럴 수 있었다.

만약 선생님의 심기를 거스른다면 이틀 안에 목이 달아날 것이다.


“혹시 도움을 주실 수 있으십니까?”

“도움을? 갑자기? 이전에는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말하지 않았나?”


선생님의 말마따나 한국쯤은 충분히 혼자서도 정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이혜성과 진선우라는 빌어먹을 새끼들이 나타나기 전에는 말이다.


“변수가 개입했습니다···”

“진선우라는 헌터를 말하는 건가?”


진선우의 SS급 던전 솔로 클리어 영상은 입소문을 타며 해외로 퍼져나갔다.


“그 정도는 너 혼자서도 감당할 수 있지 않나?”

“그렇긴 한데···”


지금껏 한번도 드러내지 않았던, 그 힘을 사용하면 가능하리라 생각하는데.


“다른 놈이 한 명 더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한성 길드의 이혜성이었다.

진선우와 달리 놈에 관한 정보는 해외로 퍼지지 않았다.

처음 이혜성과 엮였던 김현성은 놈이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강한 힘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진선우보다 더 높게 치고 있었다.


“흐음.”


이혜성에 관한 설명을 전해 들은 선생님은.


“알겠다.”


김현성에게 긍정적인 대답을 들려주었다.


“조만간 사람을 한 명 보내주지.”

“... 혹시 누군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선생님은 현재 눈엣가시인 몇 개의 나라를 무너뜨리기 위해 전력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제대로 된 지원은 어려운 거라 생각했는데.


“다크 서번트가 갈 거다.”

“......!”


선생님의 말에 김현성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다크 서번트는 전 세계에 악명을 떨치고 있는 빌런.

세간에 알려진 정보만 하더라도 한국의 이레귤러 강수호급의 실력자였다.

그리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선생님이 심어주신 그 힘을 사용한다면 감히 상상하기도 힘든 힘을 발휘할 것이다.


그런 자가 한국에 온다?


“감사합니다!”


고민거리가 해결될 것이다.

김현성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환 후 먼치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입니다. +3 22.05.31 1,078 0 -
» 마물 길들이기 +8 22.05.30 3,480 215 9쪽
21 성장 +9 22.05.29 4,291 242 12쪽
20 라미아 공방 (2) +10 22.05.28 4,339 256 12쪽
19 라미아 공방 (1) +8 22.05.27 4,695 245 15쪽
18 증명 +8 22.05.26 5,172 290 12쪽
17 간담회 (2) +8 22.05.25 5,269 264 11쪽
16 간담회 (1) +10 22.05.24 5,649 258 11쪽
15 레드 게이트 (4) +4 22.05.23 5,710 263 9쪽
14 레드 게이트 (3) +4 22.05.22 5,912 249 10쪽
13 레드 게이트 (2) +8 22.05.21 6,068 258 13쪽
12 레드 게이트 (1) +5 22.05.20 6,409 247 11쪽
11 훈련 +6 22.05.19 7,236 251 13쪽
10 한성 길드 (2) +10 22.05.18 7,419 290 11쪽
9 한성 길드 (1) +14 22.05.17 7,692 266 11쪽
8 사냥 +6 22.05.16 8,001 293 11쪽
7 뒷처리는 확실하게 (2) +5 22.05.15 8,818 302 12쪽
6 뒷처리는 확실하게 (1) +16 22.05.14 8,926 317 10쪽
5 던전 +5 22.05.13 9,394 327 12쪽
4 옛 동료 +5 22.05.12 10,202 394 13쪽
3 누나 +5 22.05.11 10,950 403 9쪽
2 귀환 +10 22.05.11 11,995 487 11쪽
1 프롤로그 +7 22.05.11 13,390 563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