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가늘비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후 먼치킨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가늘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6
최근연재일 :
2022.05.30 16: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61,049
추천수 :
6,680
글자수 :
109,868

작성
22.05.11 22:05
조회
10,949
추천
403
글자
9쪽

누나

DUMMY

나는 피 묻은 손을 털며 크라카타우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참 둔감한 녀석이었다.

놈의 상위호환 격 마물인 마계의 수문장 케르베로스는 눈치가 빨라서 마주치자마자 바닥에 드러누워 배를 보이고 복종을 맹세했는데.

크라카타우는 지구라는 온실 속에서 화초처럼 자라서 그런지 판단이 느렸다.


뭐, 그건 그거고.

눈앞의 장애물도 치웠겠다.

이젠 헌터들과의 문제를 해결할 차례다.

나는 내 목에 칼을 들이밀었던 장민욱에게 물었다.


"제가 정체를 숨긴 마물이 아닌가 의심된다 이 말이죠?"


귀찮지만 피를 보지 않더라도 마물이 아님을 증명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아, 아닙니다-!"


그런데 그새 장민욱의 태도가 바뀌었다.


"무례를 저질러 죄송합니다-!"


잔뜩 겁을 집어먹은 모습으로 90도로 허리를 숙인다.

어째서 그러는지 그 이유는 명확했다.

내가 이들이 감당 못할 마물을 가볍게 제압한 탓이다.


"그리고 그렇게 강하신데, 나쁜 마음먹으셨으면 진작 저흴 해치셨겠죠.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미안해요, 선우 씨···”

“저도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곳 B구역에는 사람의 모습으로 둔갑하는 능력을 지닌 도플갱어라는 마물이 서식한다고 한다.

내 상황이 워낙 수상하다 보니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장민욱이 변명했다.

필드에서 일어나는 변수는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실례를 저질렀다며 거듭 사과해왔다.


"알겠습니다. 앞으론 조심하시고요."


내가 이성적인 사람이었으니 망정이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장민욱이 검을 휘두른 순간 숨통을 끊어놨을 것이다.


"그런데··· 진선우 님이라고 하셨나요?"

"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혹시 소속이 어디시죠? 아. 혹시 사정이 있으셔서 밝힐 수 없으시면, 헌터 등급이라도 알 수 있을까요?"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는데 그런 거 없습니다. 지금 막 지구로 돌아온 몸이라서."

"그, 그게 정말이었나요?!"


일관되게 주장해왔는데 왜 사람 말을 믿지 못하는 걸까.

나도 모르게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는지 장민욱이 화들짝 놀라며 화제를 돌렸다.


"그, 그보단 정말 대단하십니다. 크라카타우를 일격에 쓰러뜨리실 줄은···”


고작 들개 새끼 한 마리 잡은 게 이렇게 호들갑 떨 일인지 모르겠다.


"대단한 일인가요."

"그렇죠! 크라카타우가 어떤 마물인데! 크라카타우는,"

"됐고. 이제 슬슬 나가죠."


한시라도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집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그냥 택시비만 빌려줘도 되는데.

장민욱은 기어이 집 앞까지 차로 데려다주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 호의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



"감사합니다."


알고 보니 B구역에서 우리집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오늘 정말 죄송했습니다."


수진과 동호 두 남녀는 진작 내렸고.

우리 둘만 남은 상황에서 장민욱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그리고 구해주신 것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은혜를 잊는다면 그건 짐승이나 다름없죠. 제 명함입니다. 꼭 한번 연락 주세요. 밥 한 끼 대접해드리고 싶습니다."


첫인상이 좋진 않았지만 마무리는 나쁘지 않았고.

나도 지구에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 입장인 만큼 인맥을 쌓을 겸 명함은 받아두기로 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눈 뒤 헤어졌고.

차에서 내린 나는 눈앞에 있는 주택을 바라보았다.


우편함을 열어보니 ‘진선화’라는 이름 앞으로 도착한 고지서가 있었다.

누나가 이사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나는 대문 도어락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띡띡.


내 생년월일이라 기억에 남아있었다.

현관문 도어락 비밀번호는 누나 생년월일이었지.

입력을 마치고 집안에 들어서니 익숙한 풍경이 나를 반겼다.


정말.

놀랄 만큼 변한 게 없네.


거실 티비 옆에 자리를 차지한 큰 액자.

그 안에 환히 웃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

그리고 그 옆에 째깍째깍 소리를 내며 작동하고 있는 오래된 뻐꾸기시계.

다용도 선반 위에 올려진, 어릴 적 체험 학습 때 빚은 도자기까지.

변함없는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었다.


어릴 적 기억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았다.

눈을 감고 그때 그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나왔어.


능력을 각성한 이후 매일 힘든 하루 보내고 집에 돌아오는 나날의 반복.


-밥은 먹었어?


그런 나를 반겨주는 누나의 모습.


"...선우야?"


이내 들려온 목소리에 생각이 끊어졌고.

나는 조심스레 눈을 떴다.


“......”


조금 전 기억 속에 떠올랐던 누나의 모습과 같은 모습을 한,

조금도 늙지 않은 현실의 누나가 나를 반겨주었다.


“선우야-!”


누나는 나를 향해 달려들었고.

나는 그런 누나를 안아주었다.




***



“선우야. 진짜 선우 맞지?!”

“그래. 나 맞아.”

“선우야아···”


누나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어디 있다가! 뭐하다가 이제 온 거야! 흐흑.”


3년이라는 세월 동안 행방불명되었던,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가족이 살아 돌아왔는데 무덤덤하게 반겨주는 쪽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나는 누나 등을 두드리며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진짜 어떻게 된 거야?”


두 눈이 퉁퉁 불고서야 간신히 감정을 추스른 누나가 내 손을 만지작거렸다.

일단 앉을 수 있게 거실로 이동했다.

소파에 앉아, 그간 마계에서 겪었던 일들을 누나에게 얘기해주었다.

제법 정리했는데도 자그마치 세 시간이 걸렸다.


“안 믿기지?”

“아니. 믿어.”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누나이기에.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 눈빛이었다.


“고생 많았어. 앞으론 좋은 일만 있을 거야.”


누나는 다시 한번 나를 보듬어주었다.


“계속 얘기만 하느라 목 마르지? 잠깐 기다려 봐. 마실 거 가져올게.”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거실로 향하는 누나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남들은 형제자매지간에 치고받고 싸우느라 난리도 아니라는데 우리집은 좀 달랐다.

내가 열 살 때 부모님은 사고로 돌아가셨고,

나보다 다섯 살 많은 누나는 어린 나를 보살피기 위해 이른 나이부터 철이 들어야 했었다.

부모님 역할을 대신해 나를 업어 키우다시피 했었지.

그런 만큼 누나를 생각하는 내 마음은 각별했다.

자기 몸을 챙기지 못해 잔병치레가 잦았던 누나에게 항상 미안했다.


‘고생 많았어.’


단 하나뿐인 가족을 생각하며 지옥 같은 마계에서 살아남았다.

이젠 내가 누나를 챙길 차례다.


“오래 기다렸지? 포트기가 오래돼서 말을 잘 안 듣네. 유자차 끓여왔어. 뜨거우니까 호호 불어 마셔.”

“.......”


그렇게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데 무언가 내 시야에 아른거렸다.


“선우야?”


이전까지는 감정이 격앙되어 잘 몰랐는데,

정신을 집중해 보니 누나의 몸 주위로 불안하게 마력이 요동치고 있었다.


“왜 그래? 어디 불편해?”

“아니.”


나는 누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물었다.


“누나도 혹시 각성했어?”

“아니?”

“그럼 지금 어디 아픈 곳은 없고?”

“......”


능력을 각성하지 않은 일반인 몸에서 왜 저렇게 마력이 요동치는지 모르겠다.

고민하던 나는 문득 옛날 기억을 떠올렸다.

누나는 잠깐 질병을 앓았었다.

세계가 격변하고 능력자들이 생겨난 이후 10년쯤 뒤 발병했던 희귀병이다.


능력을 각성하지 않은 일반인들은 마력에 노출되더라도 몸 밖으로 마력이 배출되었는데 모종의 이유로 그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느린 사람들이 있었다.

누나가 바로 그에 해당하는 특이 체질이었다.

당연히 일반인의 몸으로는 마력을 통제할 수 없었고 매일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다행히 이른 시일 내에 문제를 해결할 약이 개발되어 그 약을 먹고 호전됐었는데.

그때와 지금이 비슷해 보였다.


다만 그때는 이 정도로 심하지 않았다.

지금 누나의 몸 안에는 주먹만 한 양의 마력이 종양처럼 있었다.


“사실···”


누나는 숨길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했는지 문제를 털어놓았다.


“그러니까.”


내가 실종된 이후 지난 3년간 걷잡을 수 없이 병세가 악화되어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는 얘기였다.


“근데 엄청 심하지는 않아~ 약 먹고 나면 참을 만해!”


나를 안심시켜주기 위해 웃으며 말을 내뱉는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누나.”


지금이라도 지구로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었다.


“많이 아팠지? 고생 많았어. 내가 치료해줄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환 후 먼치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입니다. +3 22.05.31 1,078 0 -
22 마물 길들이기 +8 22.05.30 3,479 215 9쪽
21 성장 +9 22.05.29 4,291 242 12쪽
20 라미아 공방 (2) +10 22.05.28 4,339 256 12쪽
19 라미아 공방 (1) +8 22.05.27 4,695 245 15쪽
18 증명 +8 22.05.26 5,172 290 12쪽
17 간담회 (2) +8 22.05.25 5,269 264 11쪽
16 간담회 (1) +10 22.05.24 5,649 258 11쪽
15 레드 게이트 (4) +4 22.05.23 5,710 263 9쪽
14 레드 게이트 (3) +4 22.05.22 5,912 249 10쪽
13 레드 게이트 (2) +8 22.05.21 6,068 258 13쪽
12 레드 게이트 (1) +5 22.05.20 6,409 247 11쪽
11 훈련 +6 22.05.19 7,236 251 13쪽
10 한성 길드 (2) +10 22.05.18 7,419 290 11쪽
9 한성 길드 (1) +14 22.05.17 7,692 266 11쪽
8 사냥 +6 22.05.16 8,001 293 11쪽
7 뒷처리는 확실하게 (2) +5 22.05.15 8,818 302 12쪽
6 뒷처리는 확실하게 (1) +16 22.05.14 8,926 317 10쪽
5 던전 +5 22.05.13 9,394 327 12쪽
4 옛 동료 +5 22.05.12 10,202 394 13쪽
» 누나 +5 22.05.11 10,950 403 9쪽
2 귀환 +10 22.05.11 11,995 487 11쪽
1 프롤로그 +7 22.05.11 13,390 563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