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가늘비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후 먼치킨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가늘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6
최근연재일 :
2022.05.30 16: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61,032
추천수 :
6,680
글자수 :
109,868

작성
22.05.26 10:05
조회
5,171
추천
290
글자
12쪽

증명

DUMMY

“졌습니다.”


최윤준은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내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난 그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이길 줄 알고 내기 거신 거였네요.”

“그쪽도 당연히 이길 줄 알고 제안에 응하신 거 아니었나요?”

“하하··· 그렇게 얘기하시면 할 말 없네요.”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최윤준이 입을 열었다.


“근데.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만큼 진선우 헌터님이 말도 안 되는 케이스인 건 아시죠?”

“처음엔 몰랐는데. 계속 지내고 보니 그런 거 같더라고요.”

“F급 헌터가 고작 3년 만에 이 정도로 성장했다니··· 이거 앞으로 해외 시장이 떠들썩해지겠는데요.”


최윤준이 대뜸 내게 악수를 청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뭘요?”

“돌아가서 길드장한테 얘기할 거거든요. 무슨 일이 있어도 온새미로 길드랑은 척을 지지 말자고요. 잘 좀 봐주세요.”


웃는 얼굴로 손을 맞잡아주었다.


“아무튼 내기는 내기니까. 조만간 일정 정리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지구로 귀환한 이례 처음 이루어진 간담회는 기분 좋게 끝을 맺었다.




***



-F급 헌터 진선우. 화제의 중심인물. 집중 취재.

-생태계 교란종의 등장? 한국 헌터 서열의 판도가 뒤바뀐다!


대훈이 형과 다혜. 그리고 승원이는 인터넷 뉴스 기사를 보다가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왜?”


아까부터 우와. 세상에. 맙소사. 같은 감탄사만 계속 터트려댄다.


“계속 보지만 말고 말을 해.”

“대단해서.”

“그걸 이제 알았어?”

“알았는데. 볼 때마다 새로워서.”


승원이가 꿀꺽 침을 삼키고는 물었다.


“형. 우리도 3년 동안 수련하면 그만큼 강해질 수 있는 거예요?”

“나처럼?”


음. 아무래도 무리지 않을까.

애초에 나랑 비슷한 수준으로 굴리지를 않았으니까.

최대한 비슷하게 환경을 조성하고는 있다만.

이들은 은연중에 위험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내게 구조받을 거라는 믿음을 품고 있었다.

아무래도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구력이 약했다.

엄살인지 정말 한계에 봉착했는지 딱 보면 아는데 이들은 내가 상정한 시간만큼을 버티지 못하고 그로기 상태에 빠져들었다.


“그건 힘들겠지.”


그 말에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스스로들 느끼고 있을 거다.

지금 얼마나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정체됐던 구간을 뛰어넘게 해준 이후 눈에 띄게 강해지고 있었다.


“한국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는 가능할 거야.”

“””......!”””

“그러니까 열심히들 하라고. 요령 피울 생각만 하지 말고.”

“요즘은 안 그러잖아요!”

“그래요!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는데!”

“이젠 할만하다고!”


그거 놀라운데.


“정말? 할만해?”


얼굴을 들이밀며 묻자 셋은 당황한 표정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럼 강도 좀 더 높여도 되겠네.”


“...어, 얼마든지!”

“바라던 바다!”


피식 웃음을 흘리다가 승원이와 눈이 마주쳤다.


“......?”


그래도 확실히 쟤는 기대해볼 만하다.

처음 초감각을 익혔던 때도 그렇고.

뭔가 나사 하나 빠진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잘 적응한단 말이지.

어쩌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왜요?”

“기특해서.”


오늘 오후에는 한성 길드에서 물자를 보내주기로 했다.

형이랑 애들도 잘 성장하고 있겠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갔다.


이젠 남들만 챙길 게 아니라 나도 좀 움직여야지.

지구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내 포지션에 대해 고민했다.

딱히 명예욕은 없어서 최대한 트러블 만들지 않고 적당히 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건 아닌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중간하게 있으면 날파리들이 계속 꼬일 거다.

시비를 걸고 승복시키려 들겠지.

그러나 압도적인 힘으로 모두를 굴복시키면 제정신 박힌 놈들은 귀찮게 굴지 않을 거다.


한 번에 내 힘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적절한 무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일정 조율을 위해 윤세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



진선우가 한국 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초인 둘을 격파한 이후.

미디어는 물론이고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난리가 났다.


-나 진선우 고등학교 동창이다. 걔 일진이었음. 질문받는다

-ㅈㄹ 걔 뒷자리에서 조용히 책만 읽던 애였는데. 어그로 먹이 ㄴㄴ


유명 연예인이나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보다 헌터가 훨씬 더 주목받는 세상이었다.


-근데 혼자서 최윤준이랑 강찬웅 차례대로 팼으면 강수호급 아님?

-ㅋㅋㅋ 강수호 ㅇㅈㄹ

-비빌 걸 비벼라. 강수호는 한꺼번에 덤벼도 이기겠다 ㅋㅋㅋ

-그리고 사람만 잘 패면 단가. 각성자를 왜 헌터라고 부르겠냐. 마물을 잘 잡아야지. 걔가 뭐 던전 깬 거 있음?


연신 진선우에 관한 얘기로 인터넷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가운데.


-속보. 진선우 SS급 던전 아포칼립스 솔로 클리어 선언함 ㅋㅋㅋ

-ㅁㅊ?


진선우의 행보가 결정되었다.


공략 당일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었다.

메이저 방송사에서도 특종을 다루기 위해 기자들을 파견했다.


“이거. 아무리 그래도 아포칼립스 솔로 클리어는 너무 막 지른 거 같은데.”

“그러게. 강수호도 다른 S급 헌터들이랑 넷이서 돌았는데.”

“근데 그때는 반년 전이었잖아. 지금은 다르지 않을까?”


의견이 분분했지만 진선우 스스로 호언장담한 만큼 뭔가 엄청난 걸 보여줄 거라고 다들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 확신이 없었다면 밝은 미래가 보장된 헌터가 자기 이미지를 나락으로 보내는 이런 서커스를 벌이지는 않았을 테니까.


“왔다!”


모두의 관심 속에서 진선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 하루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해줄 각성자 출신의 카메라맨이 동행했다.


“···시작한다!”


한국에서 SS급 던전 공략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건 이번이 처음.

전 국민이 진선우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었다.




***



“대박이네요.”


이레귤러 길드의 간부급 헌터들도 한곳에 모여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현재 집계된 시청률은 80%.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그나저나 행보가 대단하네요. 고작 이틀 전에 처음 미디어에 노출됐으면서 일을 이렇게까지 벌이다니···”


최윤준이 말끝을 흐리며 서준기의 얼굴을 흘끗 바라보았다.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국내에서 자기가 통제하지 못하는 인물이 발생한 탓이다.

그리고 그 옆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젊은 청년.


“저 사람이구나.”


한국 최강의 헌터 강수호는 서준기와 달리 흥미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 사람이 그렇게 강해요?”

“···부끄럽지만 저희와는 격이 달랐습니다.”

“얼마나요?”

“설명을 잘 못하겠는데. 화면으로라도 보시면 대충 아시지 않을까요?”


진선우의 던전 공략이 시작되고 있었다.

아포칼립스 던전의 입구를 지키는 수문장 카오스 가디언이 모습을 드러냈다.

측정 등급 9급에 해당하는 마물.

놈의 단단한 외피는 공격력에 특화된 S급 헌터가 아니라면 유효타를 주기 힘들었다.


그런데 녀석을 바라보던 진선우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콰앙-!


순간 이동에 버금가는 속도로 거리를 좁히고는 배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허윽.”


고통에 가득 찬 신음이 터져 나왔다.


“””......?”””


모니터가 아닌 바로 옆에서.

이레귤러의 헌터들이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강찬웅이 식은땀을 흘리며 배를 부여잡고 있었다.


“나, 나도 모르게···”


이틀 전의 기억이 떠오른 탓이다.

고통을 잘 느끼지 못하는 강찬웅이었기에 그 당시의 공포가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길드장 서준기는 강찬웅을 찌릿 노려보고는 다시 TV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콰앙, 콰앙-!


진선우가 카오스 가디언에게 맹공을 퍼붓고 있었다.

A급 헌터인 서준기로서는 그 공격을 눈에 담지 못했다.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원래는 강맹한 공격들을 몸으로 받아내며 달려드는 터프한 마물이 카오스 가디언이었는데.

화면 너머로 보이는 녀석은 한방 한방 데미지를 해소하기조차 버거운지 뒤로 물러나며 연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쿠웅-!


마침내 거구가 바닥에 허물어졌다.

배에는 거대한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확실히··· 범상치 않은 신체 능력이네요.”


천하의 강수호조차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임팩트 있는 전투였다.

진선우는 휴식 없이 다음 필드로 넘어갔다.


캬아악-!


인간의 기척을 감지한 마물들이 괴성을 지르며 모여들었다.

일대가 어둠으로 뒤덮였다.

짐승의 형상을 한 마물.

인간과 유사한 모습의 마물.

육신을 탐하는 괴물들이 군침을 흘리며 다가왔다.


키익?


자신들이 식사 자리라고 생각한 이곳이 사실은 함정이라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서 말이다.

마물들이 일정 반경 안에 들어오자 진선우의 기세가 일변하더니.

갈무리되었던 어둠의 마력이 폭발하며 흘러나왔다.


캬아아악-!


그 기운에 노출된 마물들은 뒤늦게 깨달았다.

자신들이 생태계 정점에 있는 포식자의 심기를 건드렸음을.

황급히 달아나는 놈들이 있었고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는 놈들도 있었다.


콰드드득-!


그리고 그 모든 존재를 가리지 않고 한꺼번에 꿰뚫어버리는 검은 가시가 있었다.

100미터 반경.

진선우가 컨트롤할 수 있는 넓이.

그곳에 자연 발생하듯 생성된 수백 개의 가시가 마물들을 공격한 것이다.


케엑. 케에에엑!


발버둥 쳐보지만 떨쳐낼 수 없었다.

어둠의 마력은 게걸스럽게 사냥감들을 집어삼켰다.

필드 전체가 정리될 때까지 진선우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의지를 이용한 마력 컨트롤만으로 대학살을 자행한 것이다.


“······”


강수호를 비롯한 이레귤러의 헌터들은 할 말을 잃고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기술을 숨기고 있었다고?’


분명 무투파 헌터라고 치부했는데 웬만한 대마법사를 방불케하는 광역 계열 마법 스킬을 사용할 줄 알았다.

특히 최윤준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니지. 숨긴 게 아니라 우리는 능력을 끌어낼 역량조차 되지 않았던 건가?’


손바닥에서 땀이 흐르고 있었다.

사무실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다들 이어지는 장면을 조금도 놓칠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티비를 시청하고 있었다.


진선우가 걸음을 옮기자 카메라맨이 귀신에 홀린듯 그 뒤를 따라붙었다.

이들은 금방 최종 보스방에 도달할 수 있었다.


대전 레드 게이트 사건 때 출몰한 마물과 동일한 등급인 9급 플러스 등급 마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악마가 여섯 개의 눈으로 진선우를 내려다보았다.


이내 진선우의 손에서 검은 오러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콰드득!


검은 오러가 일대 공간을 잠식해갔다.

힘의 파동으로 대기가 비틀렸다.

진선우는 오러를 들어 올려 있는 힘껏 아래로 휘둘렀다.


콰드드득!


이후 벌어진 광경에 최윤준은 두 눈을 의심했다.

카메라로 보이는 던전의 풍경이 반으로 갈라지고 있었다.

마치 커터칼로 도화지를 그은 것처럼.

도화지 위에 그려진 마물은 초자연적인 힘을 거스르지 못하고 세로로 찢어졌다.


“······”


최윤준은 떨리는 눈으로 강수호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는 다양한 의문이 담겨있었다.

당신도 저런 퍼포먼스를 벌일 수 있어?


강수호는 헛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환 후 먼치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입니다. +3 22.05.31 1,078 0 -
22 마물 길들이기 +8 22.05.30 3,479 215 9쪽
21 성장 +9 22.05.29 4,290 242 12쪽
20 라미아 공방 (2) +10 22.05.28 4,338 256 12쪽
19 라미아 공방 (1) +8 22.05.27 4,694 245 15쪽
» 증명 +8 22.05.26 5,172 290 12쪽
17 간담회 (2) +8 22.05.25 5,268 264 11쪽
16 간담회 (1) +10 22.05.24 5,649 258 11쪽
15 레드 게이트 (4) +4 22.05.23 5,710 263 9쪽
14 레드 게이트 (3) +4 22.05.22 5,911 249 10쪽
13 레드 게이트 (2) +8 22.05.21 6,068 258 13쪽
12 레드 게이트 (1) +5 22.05.20 6,408 247 11쪽
11 훈련 +6 22.05.19 7,235 251 13쪽
10 한성 길드 (2) +10 22.05.18 7,419 290 11쪽
9 한성 길드 (1) +14 22.05.17 7,691 266 11쪽
8 사냥 +6 22.05.16 8,000 293 11쪽
7 뒷처리는 확실하게 (2) +5 22.05.15 8,817 302 12쪽
6 뒷처리는 확실하게 (1) +16 22.05.14 8,925 317 10쪽
5 던전 +5 22.05.13 9,393 327 12쪽
4 옛 동료 +5 22.05.12 10,201 394 13쪽
3 누나 +5 22.05.11 10,949 403 9쪽
2 귀환 +10 22.05.11 11,994 487 11쪽
1 프롤로그 +7 22.05.11 13,388 563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